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37
“하필 일을 벌려놓은 상황에서 다들 쓰러지냔 말입니다. 다들 건강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쓰러지다니. 뭔가 들은 것이 있습니까? 병원에 일러 정밀검사를 하도록 했지 않습니까? 같은 날 변을 당하다니 누군가 독이라도 쓴 것이 아닐까요?”
이만손은 같은 시기에 세 사람이 쓰러진 것이 이상하여 의구심을 표명했다. 아무리 봐도 동시에 쓰러진 것은 수상했다.
“모든 검사를 했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몰라 조사를 했지만 근래에 같이 식사를 한 적도 없습니다. 누군가 테러를 자행했을지 몰라 보안팀과 정보팀까지 동원하여 조사 중이지만 나온 것이 없습니다. 전자장비만 놓고 보면 우리가 청와대보다도 더 첨단장비를 장착했습니다.”
“그보다 일은 어떻게 정리되고 있습니까? 장간지 전무가 독단으로 저지른 일로 하고 있지만 e-천명이 거론되면서 그룹차원에서 보복을 한 것으로 이야기가 도는데 말입니다. 직원들이 회장님이 관심을 갖는 일이란 식으로 언급을 했다면서요?”
이만손은 아버지 이철식 회장이 쓰러진 상황이라 어머니인 박정신이 나선 상황에서 미래전략실 부실장으로 복귀를 했다. 실장은 한정만 전무가 맡아서 급한 불을 끄고 있었다. 한정만 전무가 실장이고 이만손이 부실장이지만 둘이 있을 때는 한정만이 이만손에게 보고를 했다.
“일단 홍보팀에서는 장간지 전무가 모든 것을 총괄한 것으로 입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그런 언급은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평상시에도 회장님 관심사항이라는 언급을 자주했으니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자금 문제도 장간지 전무가 알지 다른 사람은 모르는 것으로 했습니다. 실제 아는 사람도 없고요.”
“그보다 어머니가 이수학 사장님에게 이번 사건의 정리를 부탁드렸는데 진척이 된 것이 없습니까? 장인걸을 만나서 담판을 짓는 것이 우선일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만손이나 한정만이 나서서 장인걸을 상대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판단에 접점이 없는 이수학 사장이 나서기로 했다. 천명그룹에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보복을 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나설 수는 없었다.
또한 장인걸은 나이가 어리지만 명성이나 사업의 규모를 보면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사장급이 나서야 대등하게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생각보다 신중한 녀석인 것 같습니다. 현재 형사 고발을 했지만 민사인 손해배상은 청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형사 사건이 마무리되면 그것을 근거로 하여 관련자 전원에게 청구를 할 것이라 봅니다. 물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렇기에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면서 거절한 상황입니다.”
“외국도 관련이 되어 있다면서요? 중도일보는 외국 마라톤대회 조직위까지 건들었고 문화신문은 로열프린스호텔을 건들었으며 모든 기사는 장인걸의 스폰서인 릴케의 소송대상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됩니까?”
“소송을 하지 않고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간에 합의할 경우에 책임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법적인 판단을 거쳐야 배임이나 월권의 문제가 없습니다. 조용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한정만 전무의 설명에 이만손은 짜증이 나서 어떻게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씩씩거렸지만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합니까?”
“박강석 전 실장님이 계시니 그 분을 부회장으로 초빙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아울러 회장님이 살아계시는 동안 최대한 빨리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돌아가시고 나면 상속절차로 넘어가 더 어렵게 됩니다.”
한정만은 천명그룹의 승계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을 했다. 이만손도 그런 사실은 알기에 한정만의 설명을 들었다.
“박강석 전 실장님은 선대 회장님에게서 회장님으로 이어지는 승계 작업을 진두지휘하신 분이니 누구보다도 지분구조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한준우 실장님과 제가 할 일이었지만 한준우 실장님도 변을 당했으니 지금은 그분이 나서야 합니다.”
박강석 실장은 이만손의 어머니인 박정신의 삼촌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유덕환 상무는 AM그룹 채권단의 총괄운영팀장을 맡고 있는 성화은행의 최진호 이사를 만나고 있었다. 채권단장은 성화은행의 행장인 유호민이 맡고 있지만 채권단의 모든 것은 그가 결정하고 있었다. 물론 위에 국내영업본부장인 이지환 전무가 있지만 채권단에서 맡고 있는 직책은 없었다.
“장인걸 사장, 아니 회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장인걸은 가수이자 마라토너로 알려진 상황이라 맡고 있는 직책에 대하여 지칭하는 것이 애매모호한 면이 있었다. 아울러 장인걸의 성향이나 사업적인 역량에 대하여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그저 자금만 투자하는 정도로 인식했다.
“나이는 20대, 행동력은 30대, 일처리 방식은 40대이고 처신은 50대 이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가 운영하는 사업은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쳤습니다. 프리웨이의 경우 시스템을 직접 설계했고 백제화학을 인수하고 광산마저 직접 발견하기도 했고요. 나야 회계사로 곁에서 세무신고하고 회계에 자문하고 사업체 인수할 때 돕는 정도지만 대단합니다. 가수로서, 마라토너로서도 대단하지만 개발자나 사업가로서도 훨씬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0대가 되면 한국에서 손꼽히는 재벌이 될 것입니다.”
유덕환 상무는 장인걸을 치켜세웠다. 세간에서는 장인걸의 나이를 거론하면서 인수당사자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채권단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AM그룹을 인수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인수를 하는 것도 문제이고 인수한 후에도 문제가 많을 것인데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입니다. 알다시피 AM그룹의 상황은 짓다가만 집의 형상입니다. 공장만 지었지 설비도 제대로 가동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부도가 났고 제대로 된 제품도 없고요.”
최진호 이사는 술이 들어가자 속에 있는 이야기가 바로 나왔다. 채권단을 총괄하는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부실기업인 AM그룹을 비싸게 팔아야 했지만 그 회사를 인수해야 하는 상대를 생각하면 뭔가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거기다가 국내에 반도체를 생산하는 회사만 해도 셋이나 있고 그들의 견제가 심할 것인데 제대로 가동이 될지 걱정입니다. AM그룹의 부도에는 그들의 견제도 많은 작용을 했습니다. 사실 공장 설비가 거의 1년 가까이 늦어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진호 이사가 어느 정도 알려진 내용이지만 채권단에서 밝히지 않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공장을 지으면서 원래 설비를 해주기로 했던 일본의 장비 업체들이 나중에 못한다고 해서 중간에 업체가 교체되었습니다. 이유는 단가나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했지만 한국의 큰 거래처인 천명이나 RC, 한동에서 꺼려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긴 경쟁사가 등장하는 것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부랴부랴 직접 설비를 하려고 토목부터 건설업체까지 직접 섭외를 했고 장비를 가져다가 직접 라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런 쪽에 경험이 있는 재일교포 기술자가 도와주었기에 그나마 가능했고요.”
“그러면 김장현 회장이 그렇게 한 것인가요?”
“그들이 방해나 하지 않았으면 다행이죠. 지금 사장으로 있는 황기성 부사장이 다 했죠. 기술적인 면은 윤일중 연구소장이나 마인석 기술부장이 했고요. 채권단에서 제일 먼저 사주 일가의 지분을 소각한 것도 그들이 회사를 개판으로 만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전대 회장이 죽고 난 이후에 김장현 회장을 비롯한 회장 일가의 전횡이 도를 넘어 회장이 된지 3년만에 회사를 망하게 만들었다고 온갖 욕을 다했다. 무능하고 인성도 개판이라고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장현 회장은 왜 반도체를 시작한 것입니까? 선대 회장이 죽고 난 이후에 시작했다고 들었는데요.”
“전부터 검토하던 사업이었는데 전대 회장이 신중한 편이라 좌고우면하던 상황이었죠. 그러다가 걸림돌이던 전대회장이 급사하자 미래의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급하게 시작했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했으니 엉망이 되었죠. 여유 자금이 꽤 있었지만 그것도 다 탕진하고 나중에는 다 대출로 사업을 진행했으니 전임 행장이 큰 실수를 한 거죠.”
그러면서 외국에서 단기 채무를 빌려올 때 성화은행에서 보증을 서주었는데 그것이 실수였다는 말이었다. 100억 엔의 지급보증을 섰는데 결국은 보증채무가 부도가 나니 진짜 채무가 되고 말았다. 나중에는 부도가 날 상황이 되니 배 째라고 협박을 해서 500억 원을 더 대출해 주었고 그 돈과 회사자금을 빼돌려 해외로 도주하여 또 다시 장비 수입대금마저 부담해야 했다.
최진호 이사는 한 번 말문이 터지자 미주알고주알 채권단에 얽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유덕환 상무는 술값 이상의 고급 정보를 빼낼 수가 있었다. 이런 정보는 공개가 되지 않은 정보였고 채권단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만이 아는 정보들이었다.
장인걸은 AM그룹 채권단에 현장실사를 제안하고 실사단을 구성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감정평가사 5명과 현장의 장비나 소재를 잘 아는 전문가 5명을 추가로 수배했습니다.”
안정만 전무가 인수과정에 대해 보고를 했다. 인수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했는데 외부에서 찾아야 했다.
“무조건 깎을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가치를 산정하고 그만큼 지불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알고 정확히 가치를 산정해야 합니다. 7월말까지 실사를 마무리 짓자고 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의구심이 있다면 끝까지 조사해야 합니다.”
“급할 것은 없으니 여유롭게 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그보다 유덕환 상무님이 채권단 총괄팀장을 만났는데 고용안정기금의 지원이 8월말로 종료된다고 그 전에 결정을 짓자고 합니다.”
“잘 되었군요. 그렇다면 늦어도 9월 중순까지는 결정을 지어야 할 것이니 말입니다.”
50%의 임금을 고용안정기금에서 보조해 주기에 현재 AM그룹 계열사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 지원이 끊기면 퇴직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채권단에게 더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부채 중에 퇴직금충당금은 일반 부채와 달리 탕감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숙지해야 합니다. 그런 기본적인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퇴직금충당금을 제하면 사실상 자산 가치는 500억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되면 부채 전액을 탕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처리를 못한 것 같습니다.”
“그보다 대원그룹 상황을 주시하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마침내 대원그룹의 부도유예협약이 거론되는 상황이라 그에 관해 언급을 했다. 부도유예협약이 체결되지만 결국은 8월에 부도처리가 되었다.
“대원그룹이 무너지면 인수협상에 유리해질 수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면 그 때까지 협상을 미루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굳이 먼저 인수하여 타격을 입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원그룹이 무너지면 그간 진행되던 부실기업 정리 작업이 모두 멈추게 될 것입니다. 일부는 경제위기가 다시 올까 염려하여 물러날 것이고 일부는 대원그룹 매물이 나오면 더 좋은 기회를 잡으려고 유보할 것입니다. 우리도 발을 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 우리가 원하는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원그룹이 무너지면 국가경제에 충격이 클 것인데 정부가 어떻게든 막지 않을까요?”
안정만 전무는 너무나 큰 덩치라 함부로 정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대원그룹의 회장의 발언을 보면 이전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난하기보다 신정부의 정책에 더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과 부채축소 요구가 부당하다고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대원그룹은 부채가 워낙 많아 부채 400%이하로 낮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그런 것 같지만요. 정책당국이나 정치권마저도 괘씸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대원그룹은 부채경영이라고 할 정도로 부채가 높아 부채비율이 600%를 넘어 700%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IMF요구에 따라 기업의 부채를 줄이는 정책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동네방네 다니면서 떠들고 있었다.
끝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