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38
심지어 한국경영인연합회 수장으로 있으면서 다른 재벌들마저 선동하여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실정이었다. 조용히 자구책을 세우면서 정부에 매달려도 시원찮을 판에 무리한 행동이었다.
“그러면 조만간 부도처리가 된다는 말씀이군요.”
“내 생각에 빠르면 7월말이고 늦어도 8월말이면 결정이 날 것이라 봅니다. 신문에 대원그룹 관련 내용이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낄 것입니다. 정부에서 부실경영의 책임까지 거론하는 것을 보면 부도처리로 가닥을 잡고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부실의 규모만이 아니라 원인과 책임자까지 거론하는 상황이고요. 대규모 분식회계까지 거론했다는 것은 이미 결심했다는 증거입니다.”
장인걸은 이제 그 정도는 예측을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사실을 언급했다. 결론을 알고 기사를 보니 정책당국자의 발언이 의미하는 바를 유추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8월말 이후에 협상을 타결할 계획으로 움직이겠습니다. 저들이 배짱을 부리면 물러나 시간을 지체하도록 하겠습니다.”
채권단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우면 일정은 저절로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은 몇 번 협상이 깨어지고 난 후에야 타결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46. 화해
장인걸은 6월 말에 전국 순회콘서트를 마무리 지었다.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중간에 천명그룹에서 행한 음해사건이 터지면서 장인걸의 인지도가 그만큼 높아졌고 사람들의 관심도 커졌다.
이번 순회콘서트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티켓판매 시장이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콘서트를 시작으로 연극, 뮤지컬, 연주회,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의 티켓이 온라인으로 판매가 되었다.
또한 스포츠 경기의 티켓도 온라인 쇼핑몰과 위탁판매를 통해 판매가 되었다. 심지어 가장 많고 상시적인 영화관 티켓도 온라인 쇼핑몰과 제휴하여 판매가 되었다.
또한 처음으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한류관광이 시작되었다. 관광도 하고 공연도 볼 수 있는 상품이 개발되면서 수천 명의 해외 관광객이 방문하여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킬 수가 있었다.
물론 이런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공연기획사와 관광회사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다. 관광회사에서 팬 서비스를 요청했지만 장인걸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티켓을 배려해주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팬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는 해 주지 않았다. 이는 팬들에 대한 차별일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굿즈가 개발이 되어 판매가 되면서 앨범과 음원, 공연 외의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 기존에도 한정판매 형태로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장인걸은 본격적으로 상품화를 시도했다.
아울러 공연장의 PPL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일종의 수익창출의 창구로 만들어냈다. 주로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업체가 주축이 되었지만 광고에 못지않은 수익을 냈다.
“이번에 세 군데서 공연 전날 장소를 변경했고 그 결과 성공적인 마무리를 했습니다.”
장인걸은 날씨 때문에 실내에서 콘서트를 진행했지만 야외 공연이 가능한 지역에서 공연할 때에 예비로 야외 공연장까지 계약을 했고 콘서트 하루 전에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면 야외 공연으로 변경했다.
물론 기존 콘서트 장소에서는 2회 정도를 하기에 사전에 특약으로 넣어 계약 위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느라 민수길이나 다른 직원들이 힘이 들었지만 모두가 기꺼이 나서주었다.
실내에서 공연할 경우 1만 명 안팎이지만 야외에서 할 경우 10만 명 가까이 공연을 볼 수가 있었다. 이 경우에 입장권을 구매한 사람들의 좌석은 전면에 배치했고 판매금액의 50%를 환불해 주었다. 대신 현장에서 일반 입장권 30%의 가격으로 입석 티켓을 판매했다.
현장에서 판매를 하고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를 했다. 그러면 팬들이 몰려왔고 사람이 많아 콘서트 장에 입장하지 못해도 주변에 설치한 멀티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볼 수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이벤트가 되었다.
이러면 티켓 판매 대금도 상당히 증가를 하지만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기도 했다. 실내나 실외나 공연하는 것은 차이가 없고 조명이나 음향설비가 문제이지만 작년에 해수욕장에서 공연하면서 노하우를 습득한 덕분에 가능했다.
“이번에도 KTV에서 많이 도와주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는 매주 대형 음악회를 기획하고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노래자랑 프로그램을 만든 경험이 있기에 공연기획의 노하우가 많습니다. 거기에서 활동하는 협력업체들도 여러 군데 소개받았습니다. 야외 공연할 때 의자 수배도 거기서 도움을 받은 덕분에 단기간에 마련이 되었습니다. 대신에 야외 공연 하나를 며칠 후 심야에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전부터 장인걸과 유독 궁합이 잘 맞는 KTV였다. 이번 천명그룹 음해사건에서도 적극적으로 장인걸을 변호하고 다른 언론사의 보도에 문제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장인걸과 화해를 했지만 이번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MTV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로 인해 장인걸은 단체건 사람이건 한 번 틀어진 관계는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허위사실이 명백하니 제대로 보도를 해도 문제가 없지만 기존에 형성된 앙금 때문인지 침묵을 지키면서 소극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여전히 정이 가지 않았다.
콘서트를 하는 동안 언론에서는 장인걸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한 천명그룹의 음해 작업 수사 내용과 대원그룹의 부실경영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츰 장인걸에 대한 뉴스보다 대원그룹의 부도위험에 대한 뉴스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마도 천명그룹에서 다시 손을 쓰는 것 같았다. 그런 내용이 보도되어 좋을 것이 없으니 당연히 꺼렸다.
“다섯 건의 기사를 작성한 경위에 대하여 조사를 했고 그 결과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건 관계자 총 28명에 대하여 기소했습니다. 아울러 기존에 불기소했던 3건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하여도 이번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단서가 포착되어 8명을 추가하여 36명을 기소했습니다.”
검찰에서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수사를 하여 피의자들을 기소했다. 장인걸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고소고발인의 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민사소송은 형사소송이 마무리 된 후에 처리하도록 합시다.”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황치현 변호사가 민사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빨리 하는 것이 어떤지 물었다. 장인걸은 빨리 처리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사실 장인걸에게 의뢰를 받은 상황이지만 은근히 반대편인 천명그룹에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연락이 오는 실정이었다.
“고소를 취하할 것이라면 동시에 하여 민사, 형사에 대한 합의를 같이 하는 것이 좋지만 저는 취하할 이유가 없으니 혐의 사실이 명확히 확정된 후에 죄에 따른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일반인이 생각 없이 소문을 옮긴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명확히 허위임을 알고 음해할 목적을 인지한 상황에서 저지른 범죄입니다. 제대로 처벌을 하고 소송을 통해 최대한 많이 받아낼 생각입니다. 허위사실로 음해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알게 만들 생각입니다.”
“굳이 그들과 대립해서 좋을 것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재벌과 언론인들인데 말입니다.”
“그들은 언론인이 아니라 협잡꾼들입니다. 언론사들도 언론의 책임을 망각한 상황이고요. 기자, 편집자, 경영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지만 언론사들의 관리책임도 물을 계획입니다. 그렇게 해야 언론사의 주주들도 손해를 보고 그런 짓을 못하도록 감시할 것이니 말입니다.”
장인걸은 손해배상으로 받은 돈은 나중에 기부를 할 생각이었다. 어디에 기부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소송이 마무리된 후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 전에 발표하면 김이 빠질 수가 있어 소송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그보다 천명그룹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합의를 떠나 화해를 했으면 하는 것 같습니다.”
“화해요?”
“이철식 회장의 부인인 박정신 여사가 사실상 경영에 나선 상황입니다. 계속 음해 작업이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수뇌부 공백으로 인해 흔들리는 천명그룹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법무실장, 이제는 이름이 바뀌어서 준법경영지원실장인 김장권 변호사에게서 계속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그들과 화해라니, 말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은 한 번 앙심을 가지게 되면 쉽게 풀리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죽을죄를 진 자가 오히려 더 앙심을 가지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청부를 받아 죽이려고 하다가 실패하여 살인미수로 감옥에 간 경우 출옥한 이후에 죽인 경우도 있었다. 곱게 죽어야 할 놈이 끝까지 저항했다는 것이 범행의 이유였다.
앙심은 논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근거 없는 증오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철식 회장의 음해는 앙심을 해소하려는 행위였고 그렇기에 화해를 한다고 해서 사라질 것이 아니었다. 그저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행위였다.
장인걸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천명그룹과 오너일가에 대한 앙심을 가진 상황에서 그들과 화해를 한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에 영일그룹과 충돌하거나 이승찬 무리와 충돌한 이후에 여전히 감정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영일그룹이야 부딪칠 일이 없지만 이승찬 무리는 그들이 출소한 이후에 다시 한 번 일이 벌어질 여지가 컸다. 그 전에 깨끗이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대립하는 인상을 주면 천명그룹을 옹호하는 자들과 계속 적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겉으로나마 풀고 가는 것이 대외적인 입지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형식적인지만 법적인 화해가 당사자 사이의 감정을 해소하지는 않지만 주변인들에게는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황치현의 말에 장인걸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정치적인 행보였지만 그럴 필요도 있어 보였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천명그룹 수뇌부가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병원에 입원한 것은 장인걸과 무관한 일이었다.
그 정도로 응징을 했다면 앙심을 가진 실체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만손이나 박정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지만 형식상 화해도 고려할 문제였다.
“좋습니다. 외부에 전시효과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이제 화해했으니 편 가르기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만나서 털고 갈 것은 털고 가도록 하지요. 현재 AM그룹을 인수하려고 협상 중인데 나중에 암중에서 방해를 한다면 골치 아플 것이니 말입니다.”
겉으로나마 화해를 한 상황에서 방해를 하는 것은 명분이 없는 일이고 그것으로 그들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닐 것 같았다. 손해배상과 별개의 문제라고 하니 일단 만나서 이야기라도 들어보고 싶었다.
나중에 잘못을 사죄하려고 했는데 문전박대를 한 것 때문에 못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흘러나올 수도 있었다. 몇 번이나 거절을 한 것은 상대에게 명분을 줄 수도 있었다. 당사자인 이철식 회장이라면 거부해도 되지만 사람이 바뀐 상황이었다.
일곱 명의 사람이 원탁에 둘러 앉아 있었다. 장인걸은 그 자리에 온 여섯 명의 사람을 보면서 굳이 이런 자리에 꼭 참석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 자신이 본격적으로 조직들 사이에 개입하는 모양새였다.
“임 사장이 건강을 회복해서 7월 초에 복귀할 예정입니다.”
마검 최용섭이 한 마디를 던지자 다들 놀라는 기색이 없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연락을 받을 때 들었던 내용이었다.
“임 사장의 복귀에 여기 장 회장님이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두 달 동안 치료를 하여 정상으로 되돌렸습니다.”
마검 최용섭의 언급에 살객과 마검을 제외한 네 사람의 표정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리버사이드 파의 보스인 백두성이나 명륜당의 박갑술은 처음으로 장인걸을 대면한 상황이고 안광현 회장이나 박광천 회장은 일종의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을 한 상황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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