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4
장유현의 딸 돌잔치에 다녀온 다음날 일요일에 장인걸은 하루 내내 불경 공부에 매진했다. 그간 뭔가 알 것 같은데 미진한 느낌이 들었는데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고 그러면서 금강나한공의 구결을 상당부분 해독하게 되었다.
더구나 금강나한공이 들어있는 금강바라밀경의 내용마저 상당부분 이해가 되었기에 재차 읽으면서 미진한 부분을 다시 공부하려고 했다.
금강바라밀경은 일종의 깨달음에 대하여 논하고 있었다. 진리나 우주에 대하여 논했지만 특이하게도 혼돈에 대하여 주로 설명을 하고 있었다.
불교에서는 혼돈을 미망이라 하여 상당히 경계하는 편인데 그 불경에서는 오히려 좋은 의미로 기술하고 있었다. 복잡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혼돈은 탄생의 시초이자 질서의 시작이며 온갖 가능성을 내포한 상태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런 세계관은 명을 건국하는데 기반이 되는 명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데 결국 라마교의 영향 때문인가? 설마 금강나한공이 이름과 달리 마공은 아니겠지?’그 내용을 살피자 페르시아 지역에서 성했다는 조로아스터교의 교리와도 통하는 면이 있었다. 물론 원나라 말기의 불교가 소승불교나 대승불교와 거리가 있었고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상당부분 변질이 된 것이라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혼돈에 대한 깨달음을 적용한 것이 금강나한공이다. 인간의 신체를 이용하여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 금강나한공의 목적이다. 그렇기에 혼돈이라 칭해지는 기운을 몸 안에 담아 그것을 변형시켜 질서가 잡힌 금강을 이루고 나한의 힘을 사용한다.’이를 위해서 소주천을 이루고 대주천을 이루어 마침내 금강불괴를 이루고 나한의 힘을 내뻗도록 했다. 금강불괴는 수비의 정점이고 나한의 힘은 공격력의 정점을 의미했다.
‘금강불괴는 단순히 돌과 철 같은 물리적인 단단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혼돈의 기운을 이용하여 형체가 없는 강인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나한은 단순히 물리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력까지 최상의 상태를 의미한다.’장인걸은 하루 종일 불가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금강나한공을 참수했다. 그렇게 하자 저녁 무렵이 되면서 마침내 몸 안에 있는 혼돈의 기운을 상당부분 흡수하여 마침내 소주천을 이룰 수가 있었다.
소주천을 이루고 나자 몸 자체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데 도구의 사용에서 전과 다른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칼을 사용할 경우에 썰리는 느낌 자체가 달랐고 음식의 간을 볼 때 전과 달리 그 안에 들어간 식재료의 맛까지 분석이 가능했다. 또한 음식에서 나는 냄새마저 구분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너무나 예민해진 음식맛과 냄새로 인해 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입맛에 맞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목소리 자체도 전과 조금 달라졌다. 소리의 크기도 훨씬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했고 적게 힘을 사용해서도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한편 목소리의 고저장단을 훨씬 정확하게 조절할 수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전보다 나아질 것 같다. 전에는 넘볼 수 없던 경지에 오를 수도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프로의 수준까지 올라 제대로 음악을 즐기고 싶다.’장인걸은 소주천을 이룬 것으로 이런 변화가 있게 되었는데 대주천을 이루면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막 소주천을 이룬 상황이니 대주천은 아직 요원했다.
장인걸은 1,2교시 수업이 끝난 후에 진성민을 만나자 학생회관의 카페 겸 휴게실로 가서 커피를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3,4교시가 공강이고 5,6교시에 수업이 있었다.
“8시에 1교시를 시작하니 집이 먼 사람은 새벽같이 나와야 하는 것 같아.”
“그런 면이 있지. 점심식사도 애매한 면이 있어. 점심 시간을 주지 않고 연강을 하니. 아침밥을 먹을 경우 지금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애매하고.”
5.6교시 수업이 있다면 너무 일찍 먹거나 너무 늦게 먹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막상 만나니 특별한 것은 없어도 할 말은 많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자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나는 과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 조별 과제가 있어서 11시부터 스터디를 하기로 했거든.”
“그러면 가봐야지. 나는 11시 30분경에 식사를 해야겠다. 5,6교시 수업이 끝나고 먹으면 배가 고파서.”
10시 50분이 되자 진성민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장인걸도 같이 일어났다. 종이컵을 버리고 쟁반을 카페에 반납한 후에 학생회관의 문구점으로 가서 몇 가지를 샀다.
“안녕? 여기서 만나네.”
문구점에서 나오다가 강진경을 딱 마주쳤다.
“문구 좀 구하려고 왔는데. 뭘 사려고?”
“아니, 휴게실로 가는 길이야. 커피나 한 잔 마시려고. 같이 갈래?”
“조금 전에 친구랑 같이 마셨어. 점심 먹으려면 식당에 가서 줄서야지.”
“혼자?”
“다음 수업은 인문사화관의 인류학개론이거든. 그래서 같이 움직일 사람이 없어.”
장인걸은 과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수강신청을 하면서 인문사회계열 교양과목으로 인류학개론을 선택했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 과에서 같이 듣는 사람이 없었다. 더구나 3,4교시 공강이다 보니 약속을 정하지 않으면 혼자 식사를 했다.
“그러면 나도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 커피를 마실까? 같이 가. 뭐를 먹으려고?”
“백반으로 먹어야지. 양식보다 한식이 속이 편해서.”
“그러면 나도 백반으로 먹지, 뭐.”
그들은 식당으로 이동을 했고 2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식권은 평소에 구입을 해놓은 상황이었고 같이 내주려고 했더니 역시 식권을 가지고 있었다.
“토요일에는 왜 빨리 간 거야? 저녁에 약속 있었다면서?”
“4시까지 큰집에 가서 같이 가기로 했거든. 그리고 그 전에 리포트 숙제를 하려고.”
“집이 시골이라는데 큰집은 서울에 있는 거야? 다른 친척들도 많아?”
“가까운 친척은 큰집만 있고 다른 당숙네는 시골에 있어. 어제 돌잔치한 집은 꽤나 먼 집안 아저씨이고. 돌이 된 아이는 동생이지.”
“사촌은 나이차이가 보통 10살 이내인데 6촌으로 넘어가면 스무 살, 서른 살이 되어 버리더라. 나는 반대로 50살 먹은 오빠가 있어. 우리 아버지보다 오히려 한 살이 더 많아. 우리 할아버지가 막내였는데 우리 아버지도 막내거든. 그래도 다행인 게 그 오빠가 애를 늦게 낳아 조카는 나보다 한 살 어려.”
강진경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항렬과 나이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 사이에 줄이 줄어 식사를 받았고 빈자리에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
“듀엣은 생각해 봤어?”
화요일에 모여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지만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이야기를 꺼냈다. 둘이 정하면 되는 일이니 그 때까지 기다려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강진경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실 강진경을 보자 바로 그것과 관련된 생각을 했는데 선뜻 내키지 않았다. 듀엣을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그것이 괜찮은 것 같더라. 그런데 다른 공연동아리도 참여한다던데 겹칠지 몰라.”
“그러면 You raise me up으로 할까?”
“난 영어 발음이 약한데. 그거야 정확히 연습하면 되니까 문제는 없겠지.”
아직 911사태가 난 것은 아니라서 그 노래는 그렇게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리 많이 알려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그걸로 하자. 내가 듀엣에 맞게 편곡을 할게.”
“편곡도 가능해?”
“편곡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파트를 배분하고 작자의 역량에 맞도록 키를 조정하는 정도이지.”
장인걸은 21세기는 편곡의 시대라는 말처럼 20세기의 명곡이 다양한 버전으로 리메이크가 되는 시대를 경험했었다. 직접 편곡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된 노래를 들었고 유명한 버전은 기억하고 있었다.
“편곡을 할 수 있다면 작곡도 가능한 거야?”
작곡과 편곡은 이미향이 잘 했는데 한동안 배울 수가 있었다. 당시에 원경희와 사귀는 상황이라 남녀 관계에 무관심했고 그 덕분에 깔끔한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고 동아리에서 매너남으로 통했고 여자들과도 친하게 지내었다.
“이론은 알고 있지만 창작의 영역이라 쉽지 않아. 반면 편곡은 정해진 멜로디나 트랙을 변형하는 것이기에 일종의 스킬이라 원리만 안다면 나 같은 공돌이에게는 조금 용이해. 물론 세밀한 부분은 감각적인 부분이지만.”
강진경은 듀엣을 하는 것에 대하여 합의가 끝나자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고 식사를 마치자 부득불 커피까지 같이 마셔야 했다.
5,6교시 수업이 끝나자 장인걸은 동아리 방으로 갔고 유정훈과 유화영, 권세라가 이미 당도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Don’t look back in anger. 이게 좋겠는데.”
유정훈이 오아시스 빠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역시 오아시스의 음악으로 선정했다. 당시의 오아시스는 막 영국을 벗어나 세계적인 스타로 등장한 시기인데도 1집과 2집 앨범에 대하여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조금 약하지 않아요? 발라드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락이라면 무조건 샤우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락을 몰라서 하는 사람들이지.”
“알았어요. 제가 메인보컬을 할 것이니 형이 서브보컬을 해주세요. 노엘과 리암의 역할을 맡죠. 해보다 안 되면 형이 좋아하는 녹색지대의 ‘사랑을 할 거야’나 ‘준비 없는 이별’도 좋을 것 같아요.”
오아시스가 락을 하는 사람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대중에게는 조금 생소한 면이 있었다. 세계적인 그룹이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녹색지대’보다도 지명도가 낮은 면이 있었다.
“일단 해보고 느낌이 나지 않으면 그 때 생각하자.”
권세라가 그렇게 말하고 당장 연주를 하자고 채근했다. 모두 자리하자 이미향도 키보드에 앉아서 거들었다. 일단 완주를 한 후에 서로의 문제점에 대하여 말하고 그 후에 연주를 다시 시작했는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멈추고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반복을 했다.
사실 밴드를 하면서 멤버들 간에 가장 불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대립 때문이었다. 자신의 음악성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듣기에 좋은데, 문제가 있는데, 동료는 그 반대로 말을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것이 앙금으로 남아서 폭발하는 것이었다. 뛰어난 리더가 있어 원만하게 조정을 하면 문제가 없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장인걸과 유정훈은 유사한 면도 있지만 다른 면도 많았고 은근히 권세라도 음악적인 주관이 뚜렷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부딪치는 면이 많았다.
“일단 원곡의 카피를 먼저 하죠. 그 후에 편곡을 하든, 변주를 생각하도록 하죠.”
장인걸은 어렵게 가지 않으려고 타협안을 내놓았다. 처음부터 자신의 입맛에 맞춰 폭주하려는 유정훈이나 권세라를 원곡이라는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
원곡에 충실하려고 하다 보니 완주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기준이 되는 스탠다드가 있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이번 주에는 원곡을 완성하도록 하죠. 그 후에 바꿨으면 하는 부분을 이야기하죠.”
완주를 했지만 여전히 미흡했기에 장인걸은 원곡의 완성을 요청했다.
“그렇게 하자. 각자 파트를 연습을 하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손을 맞추도록 하자.”
유정훈도 연주라고 하기에는 아직 엉성하기에 그렇게 말했다. 장인걸은 아직 발음이나 발성도 어색한 상황이고 기타연주도 서툴렀다. 이건 유정훈도 마찬가지였고 유화영도 그러했다. 또한 권세라도 곡 특유의 드럼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각자의 정해진 스케줄을 체크했고 공통적으로 가용한 시간을 찾을 수가 있었다. 고작 일주일에 단 세 번,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찾을 수가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충분히 연습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물론 밤 9시 이후로 찾으면 거의 매일 가능했지만 공연이 임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그런 무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한 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밴드 연습을 한 후에 모두 다 일이 있어 이미향을 제외하고 떠났다. 권세라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밴드에서 연습이 있다고 먼저 나갔다.
강진경과의 듀엣연습은 단 둘이 하는 것이라 시간을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더구나 편곡도 장인걸이 혼자 하는 일이라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MR의 편곡도 할 줄 알아?”
장인걸이 동아리방에 있는 키보드를 사용하겠다고 하자 이미향이 그렇게 물었다. 키보드의 경우에 이미향이나 몇몇 선배만 사용이 암묵적으로 허가되어 있었다. 물론 주인이 있는 악기들도 마찬가지로 주인이 허락해야 사용이 가능했다.
“조금요.”
“뭘 편곡하려고?”
“진경이랑 같이 듀엣을 하기로 해서요. 이번에 You raise me up을 듀엣으로 부르기로 했거든요.”
“원곡 따라 불러도 남녀에 맞도록 키를 조정해야겠군. 그 외에 하이라이트 부분을 강조해야 하고.”
남녀로 파트를 나누면 기존의 하이라이트와 달리 강조해야 하는 파트가 달라졌다. 그러면 강약을 달리해야 했다.
“그렇죠. 거기에 음정에 두 사람의 음정에 따라 전제적인 키를 조정해야 하고요. 연습을 하다가 필요하다면 멜로디를 반복하거니 반대로 생략도 할 필요가 있고요.”
편곡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지만 사전에 먼저 작업할 필요가 있었다.
장인걸은 원곡을 불러온 다음에 하나씩 조정을 해나갔다. 물론 이력카드 형식으로 작업을 할 때마다 그 내역을 기록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나중에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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