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41
하지만 5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장인걸은 허리우드나 LA 곳곳에 위치한 버스킹 명소를 다니면서 30분 정도씩 공연을 했는데 그 공연이 관심을 받으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앨범 판매량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몇 군데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을 허락했어. 이제 라디오도 나가지만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어. 물론 단독공연을 하는 경우가 아니기에 개런티는 1000불 수준이지만.”
장인걸의 지명도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이름 있는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서너 명의 가수가 합동으로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자리에 끼어들 수 있었다.
“한인회 쪽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마이너로 접근하는 것은 자칫 2류, 3류라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미국에 진출하는 가수의 경우 인종이나 민족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에 접근하는 것은 마이너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시아계나 라틴계가 그런 경향이 많은데 초반에는 먹히지만 확장성이 떨어져 조금 반응을 얻다가 도태되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한국이나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홍보나 마케팅은 자제하도록 하죠. 그들을 상대할 것이라면 차라리 국내에서 활동하거나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진출했을 것입니다.”
장인걸도 굳이 돈이 되지 않는 미국의 아시아계를 노리고 진출한 것은 아니니 닉 플로이언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장인걸은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과 자주 통화를 했다. 미국의 밤 시간이 한국의 오전이기에 통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CM기획의 부채 조정 작업을 진행하는데 악성채무 일부를 상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금액이 80억 원 정도 됩니다.”
결국 구조조정 작업의 끝은 자금 청구였다. 이럴 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청구하니 속이 쓰렸다. 하지만 이미 예상한 일이고 대비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세요. 제가 HR홀딩스에 가수금으로 맡겨 놓은 금액을 재차 가수금처리를 하여 정리하도록 하십시오. 자본금 전환을 하던지 달리 처리하던지 간에 나중에 돌아가서 정리하죠.”
CM기획에서 IMF외환위기가 오자 급히 단기자금을 일부 대출받았는데 이자가 상당히 높았다. 그것을 상환하는 것이 이익이었다. 더구나 과도한 부채는 부도위험을 높일 수가 있기에 빨리 갚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 제작 중인 드라마 1편과 영화 3편의 자금관리를 점검하고 있는데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비용집행이 있어 조사 중입니다. 고발조치 전에 원상복구를 요청할까 합니다.”
“천명그룹과 관련이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직원 두 사람이 관계가 되어 있습니다. 그룹차원의 문제는 CM기획의 창구에서 직접 나가지 않고 제 3자를 통해서 집행이 되었습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외부 투자가 걸려있기에 농간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천명그룹에서 리베이트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회사의 일에는 농간을 부렸지만 외부투자가 관련된 일에는 확실하게 처리를 했다. 외부투자자의 의심을 받으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었다.
“결국 담당자 개인이 농간을 부렸다는 말이군요. 그렇기에 흔적이 남았고요. 천명그룹에 알렸습니까?”
“아직 알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만 정리되면 굳이 알릴 필요는 없어 보여 보류 중입니다. 정리가 되지 않으면 통보하고 고발할 계획입니다.”
“굳이 알릴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잘 해결되면 적당히 친분을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겠군요.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기면 협조도 받고요.”
“그렇습니다. 안정만 전무도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뒤로 챙긴 것을 다 토해내더라도 약점이 잡혀있기에 떳떳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중에 적당히 이용할 수도 있었다. 또한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이라고 다를 수는 없고 복귀한 후에도 똑같은 짓을 할 것이니 굳이 알릴 이유가 없었다. 남의 창고에 있는 썩은 감자를 골라낼 이유는 없었다.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지만 천명그룹에 복귀하는 인원을 제외하고 굳이 문제가 없다면 해고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고용불안은 직원의 업무효율을 떨어뜨릴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맡은 바 소임을 다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자리가 안정이 되어야 딴 생각을 하지 않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보다 드러나지 않은 천명그룹의 인원이 몇 명 있는 것 같습니다. 안정만 전무가 가져온 조사 자료를 보면 다섯 명 정도가 그런 것 같습니다. 소속은 천명그룹 정보팀에 속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민지훈이나 마태욱이 조사하여 찾아냈고 그것을 조사팀을 통해 통보한 것 같았다. 증거까지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러 명단을 유출하여 반응을 살피려는 것 같았다.
“증거가 있는지 살피고 설사 증거가 있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회사에 해를 끼치지 않은 이상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알고 친하게 지냈다고 하여 그것이 문제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을 문제 삼아 함부로 조치를 취하다가는 역으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지켜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인걸은 내부에 첩자가 있는 것이 내심 꺼림칙했지만 어떻게 보면 잘 된 일이라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있기에 민수길이나 안정만이 조심할 것이니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되었다.
장유현은 연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미국에 있는 장인걸에게 연락을 했다. 최근에 드라마에 캐스팅이 되어 촬영을 하고 있었다. 뭔가 중요한 용건이 있어 보였다.
“은마기획은 특별히 문제는 없죠?”
“왜 네가 전에 저작권을 확보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방송국이니 노래방기기 회사이니 다들 연락을 하는구나. 큰 계약은 아니지만 건수가 많아.”
개정된 저작권법 때문에 방송이건 노래방이건 맘대로 노래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저작권자와 계약을 맺어야 했다. 그것이 하나둘 모이니 차츰 큰돈이 되고 있었다. 저작권 모니터링을 통해 위반사실을 적발하면 통보를 하고 협상했다.
“그건 그렇고 한국에 언제 돌아올 거야?”
“중요한 일이 있어요? 세계육상선수권 때문에 스페인에 갔다가 9월에나 갈 것 같은데요. 제가 필요해요?”
“그건 아닌데 네 도움이 필요해서.”
“뭔데요? 프리웨이와 관계가 있어요?”
“그건 아니고. 네가 고택을 가지고 있지? 이번에 촬영을 하는데 필요해서. 원래 민속촌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건물 몇 채에 수리할 일이 발생해서 촬영 자체가 불가하다는 통보가 와서. 일정상 세트를 만들기에는 너무나 촉박하고. 기간은 한 5개월 정도 말이야. 촬영은 내년 봄에나 마무리가 될 예정이야.”
“그거야 가능하죠. 아버지에게 말씀드리면 될 거예요. 그런데 사적지라서 촬영 시에는 문화재청에 신고를 해야 할 거예요.”
“그거야 알아서 할 거야. 그런 일에 다들 전문가들이니.”
장유현이 들어간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드라마였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 예정이었다. KTV창사 특집극으로 무려 60부작이라고 했다. 주 2회로 무려 7개월 동안 방영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면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려 놓겠습니다.”
“사용료는 그리 많지가 않아. 방송국 예산이라는 것이 좀 짜야지. 대신 PPL개념으로 크레딧에 기재는 해줄 수 있어. 물론 필요하다면 장소홍보에 드라마 이름이나 영상을 사용할 수도 있고. 그 정도가 해줄 수 있는 혜택이야.”
“문제가 없도록 중간에 아저씨가 중재해주면 되겠네요. 민수길 본부장에게도 일러둘 것이니 같이 처리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양진산에 임야가 있으니 혹시라도 야외촬영이 필요하면 사용해도 될 것입니다. 거기 광산도 있고요.”
“아, 그것도 생각해 봐야겠네. 산에서 찍을 장면이 있으면 거기도 좋겠다.”
장인걸은 KTV에서 콘서트에 적지 않게 협조를 해준 것이 기억나서 촬영장소 협찬을 해주기로 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 고택음악회 형식으로 행사를 하는 것도 계획 중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도 어느 정도 홍보가 되겠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장소라는 것도 하나의 홍보요소였다.
“방영은 언제부터 됩니까?”
“10월 초쯤에 잡혀있는데 낙엽이 지기 전에 찍어야 할 장면이 꽤나 많아 그런 장면은 9월 안에 끝내야지. 일주일 안에 촬영에 들어가야 할 거야.”
드라마에서도 계절을 타는 장면이 많은데 그런 장면은 계절이 바뀌기 전에 찍어야 비용이 절감되었다.
장인걸은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자 앨범 홍보작업을 하면서 개인투자회사의 일을 처리했다. 구글을 방문하여 HR투자법인의 대표임을 밝히고 그들과 같이 포털이나 검색엔진, 향후 사업방향에 대하여 논의했다. 이미 사전에 칼 맥스턴이나 페럴 해런드가 라이선스 비용이나 투자조건을 협의한 상황이기에 약정서에 서명만 하면 되었다.
“경영진을 충원해야 할 것입니다. 두 분이 기술적인 면이나 사이트 관련 업무는 잘 처리하지만 영업이나 금융 같은 관리적인 부문은 미숙한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두 사람의 공동창업자에게 경영진을 영입하라고 충고했다. 물론 두 사람은 자신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을 아는지 현재 그 분야를 잘 아는 유능한 경영자를 영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회귀 전의 기억이 있기에 대충 누구인지 짐작을 하지만 달리 내색을 하지 않았다.
“프리튜브는 상당히 기술이 중요합니다. 자체적인 파일압축전송기술이 있어야 하고 재생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무단복제를 방지할 기술도 필요하고요. 문제는 사이트에서 아무리 기술을 개발해도 고속통신망(DSL)이 갖춰지지 않으면 로딩 중이라는 것만 알리는 상태가 이어질 것입니다.”
장인걸은 한국보다 미국이 오히려 초고속인터넷의 발달이 늦어지는 것을 알기에 그 부분을 언급했다.
“우리도 걱정입니다. 한국은 시범사업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이 되었지만 미국은 이제 겨우 AOL이 시범사업을 결정한 상황입니다.”
장인걸은 아직 대단한 구글은 조금 더 시간이 있어야 등장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미국의 포털에서 검색화면만 덩그마니 있는 이유가 느린 전송속도와 연관이 크다는 것이 생각났다.
장인걸은 미국에 있으면서 HR투자법인 산하에 HR과학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기존에 영입하기로 한 이석현 박사에게 개설 준비를 부탁한 상황이었다.
“반도체, 특히 통신과 관련된 반도체를 개발하는 연구소를 개설한다는 말씀이군요? 퀄컴 같은?”
“그렇습니다. IT붐이 일어 연구 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일단 연구소를 만든 다음에 사람을 모으도록 하죠. 무작정 사람만 모으는 것보다 연구할 환경을 조성한 후에 순차적으로 연구원을 영입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당장 그런 인력은 채용이 불가능할 것이지만 1년이 지나면 파산하는 IT업체가 속출할 것이고 그러면 실업자도 늘어날 것이니 연구원을 모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미로연구소에 투자를 한 상황인데 굳이 별도의 연구소를 개설할 필요가 있을까요? 차라리 업무제휴를 통해 공동개발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이석현 박사가 중복투자의 위험성을 말했다. 현재 미국의 반도체 산업이 퇴조를 하는 상황이니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문제도 있지만 외부에 연구를 의뢰하더라도 그 가치를 평가할 능력은 있어야 합니다. 연구 결과가 나와도 금인지 돌인지 분간을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미로연구소가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로 떠오를 것이지만 그들은 독자적인 노선을 고수할 것이고 나중에 장인걸이 AM그룹을 인수하고 마이텔까지 인수할 경우 우군은 될지언정 계열사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렇기에 차라리 지금 준비를 하고 IT버블이 꺼질 때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특허를 수집할 필요가 있었다. IT기업의 경우에도 다양한 특허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상용화를 했지만 성공을 하기에는 뭔가 미흡한 특허가 많았다.
“그렇다면 요한나 기술연구소 같은 기술컨설팅 분야를 말하는 것입니까?”
“약간 개념이 다릅니다. 그런 면도 있지만 실질적인 R&D를 더 많이 수행하는 연구소를 만들려고 합니다. 한국에 가면 HR화학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주로 희토류와 반도체 소재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회사에서 비용처리를 해줄 것이니 한국을 방문하여 거기의 박시운 대표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에 비슷한 형태의 연구소를 만들 생각입니다. 나중에 연구협업을 하도록 하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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