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43
48. 세계 육상 선수권대회
장인걸은 한국에서 들려온 대원그룹 부도소식에 급하게 직원들과 통화를 했다.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이 들려왔다.
“현재 한국에서는 난리도 아닙니다. 제 2의 IMF 사태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막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순간에 다시 한 번 대그룹이 부도가 났으니 그런 충격을 받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올 것이 온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차분하게 대응하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1500~1550원 정도면 적절할 것입니다.”
이제 1억 달러를 환전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환율이 조금씩 하락하는 상황에서 처분하지 않은 것은 지금처럼 대원그룹 사태가 터지면 환율이 상승해 손해이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환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매일 환율 추이를 살피면서 환전할 시기를 은행과 협의하겠습니다.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협상하겠습니다.”
“그리고 채권단은 어떤가요?”
“며칠 전부터 계속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절대 자산의 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공동 실사를 통해 재평가할 수도 있다면서 서두르고 있습니다.”
대원그룹 사태가 터지자 장인걸이 인수의사를 철회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더 좋은 매물이 대원그룹에서 나올 수도 있고 경제위기가 다시 올지 몰라 투자를 주저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8월 25일 정도에 협상을 시작하고 우리 측 인원을 동원하여 철저하게 실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라인에 설치된 장비의 작동 유무나 가치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살피기 바랍니다. 그에 관련된 자료를 프리웨이 조사팀에 요구하고요.”
민지훈이나 마태욱에게 AM그룹 직원들이 저지른 비리에 대하여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었다. 조사 내용 중에 아주 은밀하고 사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알기 쉬운 내용은 공식적으로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인걸은 지금이 AM그룹을 인수할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채권단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장인걸과 협상을 하면서 한편으로 빅딜로 탄생한 한동전자에 넘길 수 있도록 정치권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대원그룹이 무너진 상황이라 한동전자에 넘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저번에 우리가 제시한 가격보다 조금만 더 올리면 넘겨줄 것 같습니다. 달러 기준으로 보면 환율이 상승한 덕분에 인수금액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전에는 도입한 외자로 인수대금을 치를 수가 없지만 이제는 오히려 남을 수도 있어 보였다. 상황변화로 인수가격이 낮춰지고 환율효과까지 겹쳤기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9월 초에 귀국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추석이 지난 후에는 다시 미국에 건너와야 할 것도 같고요. 지금 상태가 길어지면 이탈하는 직원도 많아지고 그러면 정상화를 시키는데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지금이 호기입니다.”
심리적으로 채권단은 쫓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모든 것을 마무리 짓는 것이 최선이었다.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면 또 다시 일정이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장인걸은 보스턴에서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바로 이동을 했다. 이미 그의 수행원들도 모든 짐을 다 가져온 상황이니 움직이는데 문제될 것은 없었다. 대회 참가 관련하여 각종 수속도 육상연맹과 미국 현지에서 진행하여 문제가 없었다.
장인걸은 마드리드에서 국내선을 갈아타고 세비야로 갔다. 세비야에 당도하여 현지에 당도한 한국육상연맹 회장인 주민석 의원을 만나게 되었다. 천명그룹의 일로 통화를 했지만 그 이후에 만난 적이 없었다.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선수단과 따로 움직여서 죄송합니다.”
같이 움직일 생각 자체가 없지만 일단 선수단에 합류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사과했다. 스폰서 회사인 릴케에서 모든 비용을 대주는 상황에서 선수단과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같이 움직이면 일단 자유도 없고 불편하고 수행원들과 따로 움직여야 했다. 거기에 개인 경호원도 없이 움직여야 하기에 위험할 수도 있었다.
“장인걸 선수랑 같이 움직이면 다른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고 분위기에 휩쓸릴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그런 것을 방지하려면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굳이 같이 움직여 피차 불편할 필요는 없습니다. 더구나 릴케에서 비용을 대주는데 우리랑 같이 움직이면 협회의 비용을 써야 하는데 빈약한 재정에 조금이라도 아낄 필요가 있습니다.”
“양해를 해주셔서 다행입니다. 그보다 이번에 출전한 선수 중에 기대할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그나마 마라톤을 제외하고 복수로 출전한 선수가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은 기준기록을 넘기는 것도 어렵습니다. 참가에 의의를 두기 위해 국가별로 하나씩 배정되는 출전권으로 나선 것이 고작입니다. 한국기록이라도 갱신할 수 있는 인재라도 있으면 하지만 그런 선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육상에 대한 투자도 없지만 한국인의 신체조건 자체가 육상에는 불리했다. 그것을 극복하고 좋은 기록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었다. 신체조건이 뒤처지면 기량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기반이 부족해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이거 저라도 어떻게 성적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자신이 아니라면 성적을 내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을 다잡았다. 사명감이 생겼다. 이번에 출전한 다른 마라토너들은 세계 10위권에 들기도 어려울 것이니 자신만이 입상권이었다.
“한국 육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그간 여러 시도를 했지만 다 실패한 상황입니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에서 육상팀을 운영하도록 했지만 그것도 IMF를 거치면서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이제 뭐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민석 의원이 한숨을 내쉬면서 푸념을 했다. 장인걸도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기에 그저 듣기만 했다. 성과를 우선하는 한국의 풍토에서 엘리트 체육의 한계를 모를 수 없었다.
“저번의 구설수에 제대로 대처해 주신 덕분에 크게 힘이 되었습니다. 각 대회 관계자분들을 잘 설득하여 오해가 없도록 해주신 것도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것이 육상연맹이 해야 하는 일인데 남의 일 보듯이 방관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방관만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부화뇌동하여 설치고 헐뜯기 바쁘니. 심지어 이권 때문인지 책임질 수 없는 언동을 하기도 하고. 각 대회 관계자들도 자신들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알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연맹의 간부라는 자들은 뭐가 문제인지도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참.”
장인걸 측의 연락을 받은 각 마라톤 대회 관계자들은 대회의 권위를 부정하는 천명그룹 행위를 간과하지 않고 대응했다. 차후에 대회 권위를 훼손한 행위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면서 정보 수집을 하고 있었다. 혐의가 확정되는 시점이 되면 거액의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협회가 회원의 권익을 보호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본의 눈치나 보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적절히 물갈이를 할까 합니다.”
주민석 의원은 천명그룹을 비롯한 재계를 대변하려는 간부들에 대한 정리계획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약간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장인걸을 비난한 자들에 대해 언급했다.
“들었습니다. 도핑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인사들이 몇 있다고 말입니다. 그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인걸이 마라톤을 하기 시작한 이후에 내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번에도 은근슬쩍 천명그룹의 음해작업에 일조를 하면서 장인걸이 도핑을 했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가 끝난 후에 육상연맹도 정리를 할 계획입니다. 기존에 협잡을 일삼던 자들의 행태를 밝혀 정화를 시킬까 합니다. 온갖 구태를 다 부리면서 패악질을 일삼던 자들을 정리할 계획입니다.”
“저도 도울 일이 있다면 돕도록 하겠습니다.”
장인걸은 자신도 구태를 일삼던 박춘삼에게 피해를 당한 입장이기에 그런 자들을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학생의 미래가 아닌 자신의 이익이 우선하는 자들은 지도자로 나서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민지훈과 마태욱이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부산 맹길이파의 중간보스인 짱구 윤동식이라는 작자가 이승찬이랑 같은 방에 있다고?”
“그런 것 같아요. 이놈아들 원래가 약을 팔다가 들어간 것인데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거기다 사채까지 하여 사창가인 둑방길까지 진출했다고 하던데. 하여간 못된 것은 다 하는 것 같습니다.”
“악질인 놈들하고 어울리면 나와서도 거기로 빠질 것인데 완전 개막장으로 흘러갈 것 같군. 서울이라면 어떻게 손을 쓸 것인데 귀찮게 되는 것 같아.”
“요즘 부산이 이상하게 변한 것 같아요. 왜놈들하고 어울리는 경우도 많고. 배편이 있어서 그런지 그놈들이 부산에 많이 와서 놀다가 간다니, 참.”
“약을 다룬 놈들 치고 멀쩡한 놈 하나 없을 것이니 나와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인데 해까닥 돌아서 미친 짓을 할까 걱정이군.”
이승찬의 행실을 보면 조직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할 인간이었다. 골목의 주인이라도 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남의 밑에서 일할 인간이 아니었다. 결국은 하극상을 범하다가 제거당하기 좋은 인간이었다.
“양진에서도 죽인다고 벼르는 상황이니 돌아가지 못할 것이고 서울에 올라온다면 조직의 쓴맛을 보여줘야죠. 조용히 데리고 가서 손을 씻게 해주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필요할 것입니다.”
마태욱은 이승찬이 조폭도 되지 못할 인간이라 판단을 했다. 무조건 폭력을 사용하고 행실이 이상한 자는 사고를 쳐서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었다. 그런 녀석은 데려다가 바닥부터 호되게 교육을 시켜야 사람구실을 했다.
“두 놈은 먼저 나왔다던데 동태는 파악을 했어?”
“한 놈은 은성이라는 곳에 있고 한 놈은 저쪽 영등포에서 피자 배달을 한다고 하는데 다들 조용한 것 같습니다. 가석방 중이니 까불다가는 다시 학교에 달려가니 조심할 것입니다.”
장인걸이 혹시라도 이상한 짓을 하지 않는지 살펴달라고 부탁한 일이기에 여전히 행적을 추적 중에 있었다. 교도소에 있지만 연락이 되는 사람이 있기에 행적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쨌든 잘 살펴. 혹시라도 가석방이라도 하는지 살피고. 이번 광복절 특사에 포함되지 않지만 추석이나 크리스마스에 포함이 될 수도 있으니. 물론 독방에 몇 번 들어갔다니 그럴 리는 없지만 또 누가 중간에 농감을 부릴지 모르는 일이니.”
“그렇지 않아도 이진석이란 애는 작은아버지가 상황을 모면한 터라 어떤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인맥이 있으니 누굴 움직일지도 모르고요. 특사에 포함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조직이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 정권이 바뀌어도 뿌리는 저쪽에 두고 있는 자들이 절반은 될 거야. 같이 해먹던 가락이 있는데 바뀔 리가 없지.”
“딱 봐도 각이 나오는데 비호가 아닌 무능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보면 재주도 좋은 것 같아요. 협박을 한 것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처리를 했고요.”
“얽힌 것이 많은데 그걸 파헤치면 전부 다 쓸려나갈 판국이니 그런 식으로 정리를 해야지. 하나를 파면 또 다른 것이 나올 것인데 그걸 계속 수사하면 공무원 전부를 처벌해야 끝이 날 거야. 우리도 마찬가지이고.”
민지훈이나 마태욱은 자신들도 마찬가지이기에 그 정도에서 이야기를 그쳤다. 유착의 사슬은 어디건 존재했고 그렇기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루어서 짐작이 가능했다.
장인걸은 사전에 준비해 놓은 세비야 인근의 훈련장에서 일주일간 조용히 훈련에 집중했다. 그동안 앨범 홍보활동을 하느라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데 주력했다. 사실 몸은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무리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였다.
대신에 정신적으로 다소 지친 면이 있었는데 쉬면서 회복을 시킬 수가 있게 되었다. 하루에 세 시간 정도 훈련을 했고 나머지 시간은 휴식을 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겉으로 보면 쉬는 것 같지만 장인걸은 주로 운기조식을 하면서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정리하는데 주력했다.
‘혼돈의 기운이 2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내가 회귀했던 시기가 되면 어느 정도가 될지 걱정이군. 점점 기운이 강해지고 있고 기운의 성질도 더 어둠이 짙어지는 것 같아.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고. 혼돈의 기운이 강해지면 사람의 본성을 과격하게 바꾸는 것 같은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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