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45
장인걸은 소변에 대한 샘플 채취는 바로 협조했지만 혈액 샘플 채취는 샘플 유출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협조를 하지 않아 소란이 일었다.
“미친놈들, 무단으로 혈액샘플을 빼돌려 실험을 하겠다는 말이지. 이거 정말 스포츠계가 얼마나 타락한 거야?”
주민석 의원은 선수단 주치의의 말에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었다. 난색을 표하면서 거부를 하다가 결국 장인걸이 차라리 수상을 거부하려고 하자 규정대로 하겠다고 물러섰다. 혈액을 규정된 15ml가 아니라 30ml나 채취하려고 했다.
“증거용 샘플보관을 할 경우 우리 측에서 봉인에 참여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자 난감한 기색입니다. 자신들끼리 봉인한 후에 적당히 빼돌리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장인걸과 한국 선수단이 봉인에 참가하고 나중에 확인을 하려고 했다. 이렇게 해놓으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객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또한 그럴 경우에 관리 책임자들의 처벌과 그에 따른 배상청구를 전제하기에 골치가 아팠다.
“보통 그냥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세계적인 스타의 경우에 항상 문제가 되었고 그렇기에 도핑테스트 관련 규정에도 나와 있습니다.”
직접 테스트에 참여하는 것은 샘플 조작의 위험이 있어 불가능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밟아 참관이나 봉인 참여는 가능했다. 그런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하니 결국은 15ml의 혈액만 채취하여 현장 테스트만 하게 되었다.
“하여튼 나쁜 놈들은 어디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뒤로 돈을 받고 하는 짓이겠죠.”
장인걸은 국제대회에서 도핑테스트를 핑계로 실험샘플을 확보하려고 하는 자들이 나타난 사실에 개탄을 했고 그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회 조직위는 질색을 했지만 그런 행위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다가 유일하게 마라톤 종목에서만 시도를 했다. 그렇다는 것은 목표가 장인걸의 혈액이라는 것이니 장인걸로서는 자신이 생체실험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질색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석 의원과 선수단이 난리를 피우자 기자들도 상황을 알게 되었고 규정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서 파고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기사거리를 찾던 기자들은 누가 그런 지시를 했고 목적이 무엇인지 취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샘플을 빼돌리기 위한 준비까지 해놓은 상황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매일 하는 것이 도핑테스트인데 담당자들이 규정을 잘 모른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6위까지의 모든 선수를 다 혈액채취하기로 한 사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 소변만 채취하고 의심이 가는 한두 명만 임의적으로 지정하여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장인걸은 국내로 돌아와서 간단히 기자간담회만 참석하고 마라톤 관련 행사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인걸이 일으킨 풍파는 계속 확산이 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거대한 태풍으로 변화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 로씨에서 각종 대회의 도핑 테스트를 빙자하여 우수한 스포츠 선수의 혈액을 수집해온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신체적으로 강한 인간의 가지는 특성을 연구하여 강한 인간을 육성하는 약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순화하여 발표한 것이지 일종의 불로장생을 연구한 것이고 강한 인간의 유전적 특성을 파헤치는 실험을 하려고 했다. 이는 윤리적으로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만행이었다.
장인걸이 과다한 샘플 채취를 이유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불거진 불법 혈액실험 의혹은 사실로 밝혀졌다. 선수들이 규정을 잘 모르는 것을 악용하여 대회마다 임의적으로 혈액을 채취했고 혈액을 채취할 경우에는 아무런 통보 없이 무단으로 규정보다 더 많은 양을 채취했다.
결국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요구가 강해지고 그 과정의 불법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되면서 그런 문제가 드러나고 말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가성 자금이나 각종 혜택이 오고 간 것도 확인이 되었다.
특히 도핑테스트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몇몇 연구소가 다국적 제약회사 로씨와 유착되어 있는 것도 확인이 되었다. 그들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도핑테스트 용역을 받아 검사를 하고 난 이후에 각종 샘플을 일종의 경매를 통해 유통한 사실마저 확인을 했다. 그 과정에 어느 유명 스포츠 스타의 혈액은 수십만 달러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인류의 건강한 삶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사람의 혈액을 분석하여 인류의 건강과 보건을 증진시키고자 스포츠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람의 혈액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로씨의 대표가 나서서 기자회견을 했다.
“사실상 연구윤리를 어긴 점은 인정합니다. 순수하게 연구를 하려는 욕심에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가 난치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필요합니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불가피한 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연구에 협조할 사람은 없는 실정이라 불가피하게 편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생체실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혈액 샘플 제공 자체를 금기시 하는 상황이라 정당한 절차를 통해 혈액을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대상에 포함되는 누구도 협조하지 않으려고 하기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로씨에서 잘못은 했지만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 궤변을 늘어놓았다. 속속 유명 스포츠 스타의 혈액이 어떻게 유통이 되었는지 밝혀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혈액 샘플이 도핑센터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타들이 나서서 직접 확인하고 검증을 요청했다.
그 결과 로씨만이 아닌 여러 다국적 제약회사와 각종 연구소들이 관련된 사실이 밝혀졌다. 규모만 차이가 있지 했던 일은 동일했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샘플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대부분 거절을 했고 설사 응하려는 자들이 요구하는 보상이 엄청나 샘플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수천 달러 수준의 보상도 버거운데 수십만, 수백만 달러를 요구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샘플을 정상적으로 확보할 수가 없어 그런 편법, 즉 규정보다 더 뽑거나 테스트를 마치고 남은 혈액을 빼돌리고 심지어 검증용 샘플마저 빼돌렸다.
육상에서 시작된 도핑테스트용 혈액 불법실험 파동은 수영,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권투, 레슬링, 역도 등 모든 스포츠계 전반으로 확대되었고 도핑테스트를 담당하는 의료기관과 연구소가 수사대상이 되면서 세계적인 스캔들로 비화가 되고 말았다.
49. HR그룹의 탄생
AM그룹은 최종 실사를 거쳐 1280억 원으로 자산가치가 결정되었다. 부동산을 650억 원, 무형자산을 280억 원, 설비 및 재고 자산을 400억 원으로 평가했다.
“대원그룹의 부도가 충격적이긴 하나 봅니다. 먼저 연락을 하고 어떻게든 매각하려고 기를 쓰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계약을 앞두고 민수길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고용안정기금마저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원그룹의 부도가 나니 채권단이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2000억 원 이하로는 절대 매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던 채권단, 실질적으로는 채권의 70%를 가진 성화은행이 마침내 히어로기획에서 사명을 바꾼 HR홀딩스의 요구대로 자산 재평가에 동의했고 최종적으로 HR홀딩스가 주장한 1150억 원에서 130억 원이 증가한 1280억 원으로 결정이 되었다.
사실 자산의 가치가 결정되면 인수 작업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산의 가치대로 인수를 하면 되는 문제였다. 전체 채무에서 자산의 가치를 뺀 금액의 부채를 탕감하고 인수대금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결정하면 되었다.
“부채 중에 탕감이 불가능한 퇴직금 충당금 680억 원을 제외하고 600억 원만 부채로 승계하겠습니다. 아울러 증자 1000억 원을 하여 1000억 원으로 자본금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부채는 연리 8%로 5년 거치하고 5년 분할상환으로 정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1천억 원 정도가 투자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언제 계약을 할까요?”
전격적으로 자산재평가에 합의하여 작업을 했지만 그 기간만 무려 10여 일이 소요되었다. 물론 현장실사를 하는 동안 고장 난 장비가 몇 개 발견되어 수리비를 차감해야 했다. 여기에 부동산의 가치도 평가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기에 일종의 협상으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문제는 무형자산이었다. 영업권의 경우에는 하나도 인정을 하지 않았고 특허권이나 인적자산만 반영을 했다. 그 중에도 인적자산에 대한 평가를 어느 정도 해줄 수밖에 없었다.
“9월 10일까지 인수준비절차를 진행하고 그날 최종적인 약정서를 작성하도록 합시다.”
약정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인수를 위한 각종 준비절차가 필요했다. 가계약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본 계약은 그런 절차, 채권단의 동의나 HR홀딩스의 경우에는 주주와 이사회의 의결절차가 필요했다.
물론 HR홀딩스의 경우 지분의 100%를 장인걸이 소유했기에 주주총회는 필요 없지만 동의서는 필요했고 이사회가 존재하기에 이사회의 의결절차도 필요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세 번의 회의를 하고 나서야 겨우 통과가 되었다. 너무나 부채탕감을 많이 해준다고 채권자들의 반대가 컸다. 하지만 공적자금으로 대손충당금의 일부를 보전해 주기에 그것이라도 받으려면 최대한 빨리 정리해야 했다.
끝까지 채권단의 일부가 반대했지만 채권의 70%를 보유한 성화은행이 밀어붙이고 몇몇 은행이 동조하자 결국 AM그룹정리계획(안)이 통과되었고 마침내 HR홀딩스가 주인이 되었다.
장인걸은 AM그룹을 인수하자 사명을 변경하고 바로 계열사를 통폐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전자 및 반도체, 반도체 장비, 반도체 소재, 설비지원으로 나눠 HR전자, HR전자장비, HR반도체소자, HR건설, HR토목, HR엔지니어링 등 총 6개의 회사로 정리했다.
건설계열 3개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려고 했지만 공사를 하려면 3개 회사가 따로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기에 합치지 않았다. 법규상 하나라도 없으면 공사를 외주주어야 하는데 굳이 합칠 이유가 없었다.
“HR반도체라 하지 않고 전자라 칭한 것은 기존 전자분야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음향기기분야를 육성하기 위해서입니다. MP3 플레이어나 각종 스피커, 카오디오, 전문음향장비, 공연장 음향장비 등 일제나 외제 음향장비를 대체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오디오 장비 외에 그래픽 관련 장비도 상당한 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소형 카메라나 소형 마이크, 스피커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동통신 부품분야에 진출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미국으로 가서 홍보활동을 할까 했지만 AM그룹을 인수하게 되면서 포기하고 일단 한국에 눌러 앉았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기에 11월에 뉴욕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전 조금 일찍 가서 2주 정도 홍보활동을 하기로 했다.
장인걸은 가요활동도 아주 중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하지 않고 경영에 집중했다. 인수한 HR전자의 공장을 정상화시키고 조업률을 높이면서 생산된 제품의 영업을 독려했다.
“전자 쪽 음향기기 파트는 폴라텍스트에서 외주를 받아 MP3 플레이어를 생산하여 라인을 멈추지 않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쪽은 낸드플래쉬 계열의 제품을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음향기기만 생산해서는 라인을 돌릴 수가 없기에 MP3를 OEM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폴라텍스트는 서버와 모뎀의 생산만으로 생산능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 오히려 숨통이 트였다.
“반도체의 경우에 일반 전자부품과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가 있는데 현재 일반전자부품과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주력이 될 메모리반도체는 생산 준비 중입니다.”
일반전자부품이란 기판에 있는 각종 막대저항이나 콘덴서 계열을 의미했다. 이런 것들은 그리 돈이 되지 않지만 누군가는 생산을 해야 했다. 같은 용량의 제품일지라도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도 했다.
전자부품이라는 것이 보통 메모리나 시스템반도체 같은 칩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런 것보다 막대저항이나 콘덴서 같은 일반 전자부품이 전자제품에서 훨씬 많이 사용이 되었다.
“전자제품의 설계는 바로 이런 부품과 반도체들을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같은 규격의 제품이라도 어떤 회사에서 생산한 것인지에 따라 성능이 다릅니다. 일반 전자부품도 아직까지 국산이 일제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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