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46
장인걸도 아는 내용이었다. 이것도 품질을 올리면 부가가치가 높았다. 그렇기에 기술을 쌓아 품질을 올려야 했다. 일단 생산을 해야 조업률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현장에 가서 실태를 파악하면서 회사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현재 조업률은 45% 정도에 불과합니다. 기존 15% 정도에서 많이 올라간 것입니다. 메모리반도체 공장이 가동되면 65% 정도까지 올라갈 것입니다.”
AM전자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황기성 사장이 옆에서 보고를 했다. 장인걸은 기존 경영진 중에 오너 일가와 비리를 자행한 몇몇 측근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유임을 시켰다. 그만 두면 갈 곳이 없어서 회사에 남았다는 비난을 했지만 그들이 있기에 회사가 유지가 된 면이 있었다.
“HR화학이나 미로연구소와의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HR화학의 경우 반도체소자와 같이 R&D협약을 체결하기로 했고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미로연구소에는 윤일중 박사와 협상단을 보내어서 휴대폰 CPU에 대한 설계기술제휴협약을 체결하고 레토른이라는 휴대폰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칩을 시험생산하기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미로스-1이라는 칩을 개발했습니다.”
“국내 전자업체에서 주문하는 칩은 어떤가요?”
“채산성이 그리 좋지 않아 문제입니다. 그래서 표준 칩을 제작하고 소프트웨어로 커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방법이겠군요. 폴라텍스트에서 들어오는 주문은 어떤가요?”
그들의 주문은 HR전자의 생산 용량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어쨌든 도움이 될 수가 있었다.
“사용량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단가도 좋은 편이라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도움이 되지만 거기도 꽤나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협력업체를 통해 비밀이 새어나가는 것 같아 걱정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제품 성분을 조사하고 테스트하기 전까지는 기술을 도용해도 잡아내기 힘든 것이 반도체이니.”
장인걸은 어쨌든 도움이 된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전자부품을 필요로 하니 두 업체가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았다. 물론 기술보안도 이루어질 것이고.
“낸드플래쉬메모리칩을 빨리 완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말한 USB 메모리를 생산할 수가 있고 그렇게만 되면 회사의 어려움은 사라질 것입니다.”
장인걸의 말에 황기성 사장도 기대가 되는지 미소를 지었다. 윤일중 박사팀이 낸드플래쉬메모리칩을 개발했지만 아직 테스트가 끝나지 않아 상용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프리뮤직과 프리스토리의 코스닥 상장이 승인되자 2000년 1월 11일에 상장을 하기로 했다. 그 전에 상장을 할 경우 신고해야 할 일이 많아져 번거롭기에 해를 넘기기로 했다.
“프리마켓이나 프리스토어는 아직 심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프리게임은 신청을 보류했습니다. 조금 더 준비하여 나중에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두 회사는 다음 달이 되어야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프리페이와 프리웨이는, 저들이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해를 넘겨야 승인이 될 것 같습니다.”
상장업무를 총괄하는 안정만 전무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했다. 가장 규모가 큰 프리웨이나 프리페이가 사실상 탈락하자 다소 아쉽기 짝이 없었다. 누군가 암중에서 상장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필요도 없어 보이는 서류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당장 승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신호로 보였다.
“준비를 하여 보완서류를 내도록 하십시오.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움직이도록 하죠. 아직은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요.”
장인걸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누군가 방해를 한다면 드러날 것이고 그 때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지금은 암중에 숨어있는 적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다.
“현재 가치는 얼마로 책정이 되었나요? 주관 증권사들이 기업 가치를 평가했을 것인데.”
구주의 가격을 평가해야 발행할 신주의 가격도 결정이 되었다. 그렇기에 현재의 회사가치는 중요한 문제였다.
“프리스토리에 1600억 원, 프리뮤직이 1800억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물론 부동산, 재고 같은 고정자산이 아닌 영업권이나 지적재산권, 각종 프리미엄이 대부분이지만요.”
IT업체의 자산분포는 부동산이나 기타 고정자산은 고작 2~5%에 불과했다. 두 회사 모두 5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나마 서버가 원가 기준으로 50억 원 정도가 되었다.
“대략 발행할 신주의 물량은 프리스토리 800억 원, 프리뮤직은 900억 원 정도이겠군요. 나중에 상장을 하면 시가 총액은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주식 발행 시에 시가 총액을 2400억 원, 2700억 원으로 맞출 것이지만 초기 주가는 그보다 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장을 대행하는 증권사에서는 상장 시에 가치를 대략 3천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고 내년 상반기 이내에 5천억 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IT버블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한국은 외환위기와 경제위기가 가시지 않아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있어도 아직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그나마 프리웨이와 자회사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 이에 해당이 되었다.
“그리고 HR홀딩스에서 투자한 회사들도 이번에 상장 신청을 했습니다. 아마도 프리스토어와 프리마켓이 상장되면 그 회사들도 상장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그들이 상장되면 자금 경색은 상당부분 해소가 될 것 같군요. 프리웨이의 경우에는 상장을 보류하고 프리페이의 상장에 주력해주시기 바랍니다.”
프리웨이는 지주회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기에 그 가치의 산정이 쉽지 않았다. 차라리 자회사를 상장시킨 후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제 값을 받을 수 있어 보였다.
장인걸은 이철식 회장이 쓰러졌지만 여전히 천명그룹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장을 방해하는 이유는 프리웨이의 상장이 가져올 파급효과가 크기에 방해하는 면이 있었다. 이미 그럴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는데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일에는 박강성 부회장도 이철식 회장 못지않게 능숙하다. 오히려 실무를 담당했기에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대놓고 방해는 못할 것이니 적당한 시기에 나서야지.’ 천명그룹과 화해를 했지만 여전히 자신에 대해 적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들었다. 아직 프리웨이 자체는 상장하고 싶지 않았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회사에 비해 수익구조가 불분명했다. 그렇기에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어려웠다. 차라리 자회사를 어느 정도 상장하여 지분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나을 것도 같았다.
장인걸은 시간이 날 때마다 밤에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훈련을 하지만 그것으로 넘치는 기운을 발산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밤이면 도둑처럼 움직였다.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조사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기도 했다.
집에서 꽤 떨어진 곳에 차를 한 대 대기시켜 놓고 이용했다. 강동철이 마련한 3인승 밴이었다. 일반 승용차보다 그런 밴이 짐을 싣고 움직이기 편리했다.
‘조사를 하니 제법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되는 것 같아. 산요머니나 간또머니의 동태를 알게 되니. 일단 사채업자들과 맺은 채권서류를 하야시 부사나 마쓰다께 이와무라의 집에 보관하고 있다. 그것만 탈취해도 충분히 응징이 되겠지. 물론 이 사실이 소문나게 하려면 사무실도 털어야겠지.’ 차용증을 공증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채권서류의 원본이 사라지면 끝이었다. 사본이 남아 있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참고용에 불과했다. 암흑가에서 활동하는 사채업자 치고 채권서류를 공증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위험하지만 위장을 하고 얼굴을 감추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체구가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다 재우고 영상이 남지 않도록 전자 장비를 완전히 파괴하면 된다. 지금은 조악한 수준이고. 짐작하는 자들이 있겠지만 그들이야 뭐 무시하면 되는 일이고.’ 전이라면 침투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전자제품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기감으로 감지가 되었다. 그렇기에 맘만 먹으면 멀리서도 파괴가 가능했다. 강한 혼돈지기를 보내면 EMP탄이 터진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여 파괴했다. 그러니 CCTV를 설치해도 의미가 없었다.
며칠 살피니 대략 파악이 되었고 마침내 작업하기로 결정했다. 사전에 동선을 따라 움직여서 이동시간마저 파악했다.
장인걸은 일단 대표자의 살고 있는 집, 두 곳을 다니면서 작업을 했다. 둘 다 이태원 인근이라 그리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다행이었다. 주변에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물론 차를 바로 집 근처까지 끌고 가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움직여서 두 곳을 털었다. 물론 집안에 있던 자들은 사전에 모두 작업하여 확실히 재웠다. 그렇기에 아침이 되기 전에 도둑맞은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
굳이 이렇게 하여 이득이 별로 없을 것이지만 야쿠자의 자본이 들어와서 국내 사채시장을 잠식하고 서민의 피를 빨아가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고 싶었다.
이런 일로 사업에 차질이 발생하고 담당자가 실패하여 피해를 입는다면 그것만으로 응징이 될 것 같았다. 조직들만큼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곳도 드물었다.
집안에 있는 채권서류를 확보한 후에 다른 몇 가지 서류와 달러, 엔화, 현금 등을 대략 15억 원 정도 확보했다. 또한 한쪽에 보관하고 있는 그림이나 도자기 등의 골동품도 챙겼다. 다행히 차가 커서 가져가는 것이 가능했다.
두 집에서 가져온 것만 해도 차가 가득 찼기에 기존의 안가에 짐을 부려야 했다. 이후에 명동에 있는 사무실로 가서 일반 채권서류를 챙겼다. 물론 현관문을 열어 놓은 것은 아니지만 목적에 맞게 사무실을 뒤집어엎어 누구라도 털린 것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사채업자들이 채권서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수가 없었다. 사무실이 털렸다는 사실이 소문나면 자신들의 채무에 대한 채권서류가 사라진 것을 알 것이니 쉽게 갚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갚고 싶어도 채권서류를 돌려받지 않은 상황에서 갚았다가 이중으로 갚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 그것을 마검이나 살객에게 유통시켜 추심에 나서면 사채업자들은 꼼짝도 못하고 끌려 다닐 수가 있었다.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채권서류로 옭아매면 그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장인걸은 현금만 챙겨서 집으로 왔다. 그 자금을 적당한 시기에 강동철이나 민지훈에게 넘겨 양성화를 시킬 계획이었다.
아침이 되면서 산요머니와 간또머니는 난리가 났다. 모조리 전자장비가 고장 난 상황이었고 모두 잠이 들어 아침에야 깬 상황이었다. 범인에 대한 추적을 했지만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소식에 몇몇은 아무런 내색도 못하고 숨을 죽이면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채권서류가 대부분 분실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들에게 돈을 빌린 사채업자들은 환영을 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당장 빚을 갚지 않아도 된 다는 사실에 좋아했다.
“여기에 있는 서류를 정리하십시오. 집에 옮기고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내보이면 안 됩니다.”
강동철은 그 서류가 최근에 파다하게 소문이 난 일본 사채업자의 도난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지 달리 말이 없었다. 그는 장인걸이 어떤 실력을 갖고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었다.
얼마 전에 살객 임치형이 복귀했고 점박이 김창섭와 일당이 제거되었으며 그 모든 것이 장인걸이 개입한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저 심증이지만 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냥 폐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사채업자들일 것인데 그들에게 정체를 드러낼 수도 없는데.”
사채서류이지만 받아낼 수는 없어 보였다.
“나중에 필요할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은 곤란하지만 나중에는 사채업자들에게 충분히 받아낼 수 있습니다.”
장인걸은 사채업자들만 좋아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마검 최용섭이나 살객 임치형에게 수금을 부탁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사채업자인 박광천의 협조도 필요했다. 계약서대로 받지 않고 적당히 할인해주면 되었다.
끝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