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48
50. IT버블
장인걸은 뉴욕마라톤을 우승했지만 전처럼 감격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우승도 자주 하니 덤덤했고 이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2시간 3분 48초로 세계최고기록을 경신했지만 본인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고 그리 놀라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장인걸은 간단히 우승자 인터뷰를 했고 도핑테스트를 진행한 후에 바로 한 시간 후에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원희는 도핑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바로 옆에서 참관을 하면서 혈액 샘플을 빼돌리는 일이 없는지 살폈다.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한 덕분에 규정에는 없었지만 이번에도 혈액검사까지 해야 했다. 장인걸은 굳이 문제될 것이 없기에 깨끗이 응했다.
그런 다음에 우승자 기자회견을 하여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전과 달리 기자의 질문에 세세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물론 대답하기 곤혹스러운 질문도 있었지만 그것도 크게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대답을 했다.
“도핑 의혹을 받지만 뛰어난 선수 중에 그런 의혹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도핑을 실제로 한 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명예를 지킨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도핑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굳이 도핑까지 하면서 마라톤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체력이 부족해 약물로 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깨끗이 그만둘 생각입니다.”
장인걸은 도핑 의혹에 대하여도 입장을 밝혔다. 뛰어난 선수들은 안티들에게 항상 ‘약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니라고 아무리 강변하고 테스트를 통해 결백을 증명해도 그저 신종 약물이라 발견이 되지 않는다는 말만 하면서 여전히 비난했다.
“도핑을 했다고 나를 비난하는 사람은 그럴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저 비난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제 존재 자체가 거슬리는 것입니다. 저라는 존재 자체가 그들의 신념에, 그들의 이익에 어긋나기에 그저 치워야할 존재일 뿐입니다.”
장인걸은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어떤 근거를 가지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나쁜 사람이어야 한다는 확신이나 기대를 가지고 비난하는 것이었다.
“가수이자 마라토너로 활동하는 것, 거기에 사업을 하는 것, 모두 다 제게는 소중한 일입니다. 가수로서 인기를 얻기 위해 마라톤을 하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가수 장인걸, 마라토너 장인걸도 다 저이기 때문입니다.”
장인걸은 하루를 쉰 다음에 예정대로 뉴욕에서의 홍보 활동을 이틀간 수행하고 한국으로 출발했다. 마라톤 우승으로 장인걸의 지명도가 올라간 덕분에 제법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장인걸의 노래를 알릴 수가 있었다.
장인걸이 마라톤을 마치고 다시 홍보활동을 한 이유는 일종의 각인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마라톤대회 참석이 홍보활동의 일환이라는 이미지를 주고 가수라는 것을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알리기 위함이었다.
장인걸은 미국에서 통화를 했지만 귀국한 후에 다시 집으로 전화를 했다. 동생인 장인숙이 마침내 수능을 봤기 때문이다.
“예상 성적을 보면 국영수가 2,2,1 이라고? ··· 사탐은 사문과 윤생이 1,1이고. 정말 잘 봤는데. 어디로 쓸 거야? ··· 우리 학교도 괜찮지. 다른 학교도 잘 검토해 보고. ···세 군데니 다른 학생들처럼 높은 데, 적당한 데, 낮은 데를 하나씩 쓴다고?”
장인걸은 시골이라 걱정을 했는데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았다. 자신의 성적과 비슷했다. 무난하게 명석대는 입학이 가능할 것 같았다. 자신의 집에서 다니면 되기에 적당했다.
“기말고사를 곧 보고 방학이 되면 서울에 올라와서 보내. ··· 은지는 회사에 와서 다른 연예인을 쫓아다니고 있어. 지금은 수습 코디이지. 얼마 전부터 회사 비용으로 뷰티아트라는 미용과 패션관련 교육 기관에 위탁교육을 시키고 있어.”
장인걸은 여동생인 장인숙과 한동안 통화를 했다.
“응, 이번 주말에 내려갈게. 그동안 수고 했는데 맛있는 것이라도 사줘야지. ··· 그리고 올해 졸업식에 와달라고? 될지 모르겠다. 미국에 갈 수도 있어서. 가급적이면 참가하는 방향으로 할게. ··· 네 졸업식인데 어떻게든 가야지.”
장인걸은 인숙이와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할지 따로 집을 하나 마련해 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자신의 주변에 있으면 매스컴의 관심을 받을 수가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장인걸을 전화를 하고 난 다음에 생각에 잠겼다. 최유림이 죽는 시점이 아직 지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지금은 안광현 회장의 비서가 아닌 천광경비용역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가 근무하는 곳은 HR전자의 연구소였다.
‘어떻게 되건 운명을 비켜가지 못할 수도 있기에 민지훈이나 마태욱에게 혹시라도 문제가 없는지 부탁까지 해놓았다. 비극적인 죽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줘야지.’ 장인걸은 회귀 전에 있던 아쉬운 일들 중에 하나였기에 죽음을 막고 싶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좋은 인연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조직들의 세계에 관여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의 밤을 지배하는 자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되었고 커다란 영향력을 확보했다. 어떻게 보면 밤을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선 것일 수도 있고.’ 장인걸은 자신의 무력도 믿는 바이지만 암흑가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천명그룹이나 다른 자들이 그를 공격할 때 열세에 처한다면 그들을 동원할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안 되지만 어쨌든 적대하거나 귀찮게 하지는 않을 것이니 뒤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이 물리적으로 공격을 해온다면 그들을 방패로 내세우면서 적법한 절차를 밟아 대응하면 되니 법적으로 열세에 처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양아치들을 내세워서 협박하거나 같이 죽자고 쌍방 폭행을 유도하면 골치가 아팠다.
장인걸은 서울로 복귀한 후에 회사 일을 하면서 매년 연례행사인 연말대상 시상식을 준비해 나갔다.
“이번에는 사장님이나 한연희씨가 약진을 하여 대상을 싹쓸이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경쟁자가 생겨 다행입니다.”
장인걸이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했지만 한정수는 일 년 내내 활동을 한 덕분에 장인걸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었다. 거기다 한연희라는 흥아 엔터 소속의 여자 가수가 올해도 앨범을 내고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3파전을 벌이게 되었다.
“인기 얻은 곡은 다 네가 만든 노래이니 올해도 작곡상과 작사상은 네 몫인 것 같아. 대상이야 나눠서 수상을 하겠지만. KTV는 올해도 네가 유력하고 MTV는 나에게 준다는 것 같고. STV는 아직 결정을 하지 않은 것 같고. 그런데 상장을 한다고 난리던데. 프리웨이는 불가능한 거야?”
“프리웨이는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는 상황이니 쉽지 않죠. 신청을 했는데 관련 서류가 많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자회사 지분의 가치산정이 복잡해서요.”
장인걸은 자신이 나서면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지만 나중으로 미루어서 손해는 아니기에 하는 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회사의 현황을 파악해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으니 당연할 수도 있었다.
“이번에 두 개, 다음에 다시 두 개 할 것 같은데 4개나 상장하면 엄청나겠다.”
“돈이 들어와도 프리웨이에서 대여한 약간의 가수금만 회수할 수 있지 실질적으로 돈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일부 지분은 정리하겠지만요.”
상장을 하면 51%만 남기고 16% 정도는 처분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프리웨이의 자금을 확보한 후에 나중에 IT버블이 꺼진 후에 지분을 다시 회수할 계획이었다.
“그간 CM기획이나 AM그룹마저 인수하여 대그룹의 면모를 갖췄는데 문제는 없는 거야? 감당이 될지 걱정이다.”
“CM기획이야 그리 손볼 것도 없는 일이고 AM그룹이 문제인데 그럭저럭 정비가 되고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 경기도 회복이 되는 것 같고요. 대원그룹 사태가 터졌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사전에 준비한 덕분에 빨리 수습이 되는 것 같고요.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여 외부 충격도 크지 않고요.”
“다행이긴 하다. 제2의 외환위기가 또 올 것이라고 우려를 했는데 외환시장이 출렁이다가 다시 가라앉는 것 같고.”
“이미 한 번 추락을 경험했기에 대비도 했고 한국 경제도 그만큼 내성이 생긴 것이기도 하죠.”
그 틈을 이용하여 AM그룹의 인수에 성공한 면이 있어 내심 죄의식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었다.
“천명그룹과 화해를 했지만 여전히 좋지 못한 것 같더라. 내가 우연히 들었는데 프리웨이와 프리페이의 상장을 못하게 된 것이 바로 거기서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하니.”
“상장을 하면 포털 시장에서의 절대강자로 공인을 해주는 꼴이 되니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입니다. 프리페이는 내년 상반기에 상장을 시키겠지만 프리웨이는 내년 하반기에나 상장하도록 허가를 내줄 것이라 봅니다. 그 사이에 어떻게든 다른 포털을 지원하여 성장시킬 것이고요.”
장인걸은 한정수에게 대략적으로 설명을 해나갔다. 그간 설명을 하지 않은 면도 있기에 자세히 알렸다.
“천명그룹에서 방해하면 골치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화해를 했지 않습니까? 오보를 낸 기자와 언론사만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요. 천명그룹은 일단 제외를 했어요. 하는 것을 보다가 결정할 것입니다. 속으로야 싫겠지만 당분간은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괜히 건드려서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을 것이니. 같이 싸우면 우리도 힘들지만 천명그룹도 문제가 많을 것입니다.”
이철식 회장과 한준우 사장, 장간지 전무의 부재를 겨우 수습하는 상황인데 밖에서 분란을 일으켜 일을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라 판단이 들었다.
연말도 바쁜 가운데 지나가고 프리스토리와 프리뮤직의 상장일이 되었다. 연말대상에서는 KTV만 유일하게 대상을 수상했고 STV와 MTV는 한연희와 한정수가 수상을 했다.
애초에 주식의 발행은 구주 60%, 신주 40%로 발행할 생각이었지만 신주가 너무 많다는 생각에 50% 유상증자, 즉 1/3만 공모를 하게 되었다. 프리스토리 200만 주, 800억 원, 프리뮤직 300만 주, 900억 원을 신주공모방식으로 상장했다.
“일단 프리스토리의 주식이 45,000원, 프리뮤직이 34,000원으로 마감이 되었습니다. 상한가까지 올라갔지만 막판에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밀리고 말았습니다. 두 종목의 시가 총액은 2,700억 원, 2,820억 원입니다.”
두 종목의 시가 총액이 그 정도가 되었지만 프리웨이가 보유한 지분은 40%에 불과했고 나머지 26% 정도는 장인걸이나 강진경, HR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의 실질 지분이 48% 정도이니 대략 2700억 원 정도 됩니다.”
민수길이 옆에서 실질지분을 언급했다. 기존에 프리웨이 지분의 78%가 장인걸의 몫이고 장인걸과 HR홀딩스가 15%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회사로 독립한 후에 유상증자를 했지만 프리웨이가 보유한 자금이 부족하여 HR홀딩스가 인수를 했고 그런 지분이 15% 가까이 되었다. 거기다 프리스토리는 강진경이 보유한 지분이 20에 달했다.
“실제로 팔 수 없는 지분이니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분하지 못하는 물량을 제외하고 일부는 처분할 생각도 있습니다.”
장인걸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분을 처분할 생각이었다. 현금을 확보한 후에 IT버블이 발생한 이후에 다시 지분을 확보하면서 주가를 지지할 생각이었다.
곧 이어서 한 달 사이로 프리마켓과 프리스토어까지 상장하여 각각 2000억 원대의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네 개의 자회사를 상장하여 시가 총액이 1조원이 넘어가는 성과를 거두었고 프리페이마저 마침내 상장이 승인되었다.
프리페이는 2개월 후에 상장이 되었는데 4000억 원이 넘는 시가 총액을 기록했다. 앞서 상장한 네 개의 계열사보다 더 높은 시가 총액을 기록했는데 금융주이면서 IT종목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프리페이가 출원한 몇 가지 기술은 작년 연말에 미국에서도 기술제휴 요청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더구나 미국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까지 프리페이의 결제 범위가 확대를 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리페이는 현지화를 진행하면서 두 가지 부문에서 과세의 공평성을 가하려고 합니다. 현지의 통화로 프리페이 구입 시에 세금을 납부하며 가맹점에 프리페이를 결제할 경우 가맹점이 속한 국가에 역시 납세를 하도록 할 것입니다.”
프리페이는 원화 외에도 네 개 국가의 금융시스템을 통해 프리페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그 결과 가맹점의 영업망을 네 나라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유형의 재화가 아닌 인터넷 상에서 일종의 콘텐츠 소비에 사용이 되는 면이 강했다.
끝ⓒ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