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52
에필로그
장인걸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미국에서 돌아와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해 송추에 있는 별장으로 잠적했다. 그곳에 강진경과 권세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모처럼만에 만나서 제대로 만나지 못한 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이제 완전히 귀국한 거야? 한동안 미국에 가지 않을 거지?”
“그렇게 하려고 하는데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찾는 사람이 많아 한국에만 있을 수는 없어.”
장인걸은 베개에 몸을 기대고 양쪽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두 여자를 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장인걸도 외국으로 도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 와서 활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보다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 않은데 우리나라는 영향이 없는 거야? 10년 전 IMF가 왔을 때와 비슷할 수도 있어 보이는데.”
강진경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장인걸은 이미 1년 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후의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에 전 세계를 돌면서 순회 콘서트를 한 것도 그 준비의 일환이었다.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어야 했다. 그래야 다가온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내가 결정적으로 큰 돈을 번 것은 IMF 경제위기나 IT버블의 과정이 아니라 버블 붕괴 후에 거두어들인 IT주식 덕분이야. 이번에도 버블 시장에서 약간의 돈을 벌었지만 내가 기대하는 것은 버블이 붕괴된 이후야. 월가의 거대한 투자은행을 하나 정도 가지고 싶어.”
장인걸은 버블이 붕괴되고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이 되었다.
“경제 문제는 어떻게든 되겠지. 저번과 달리 그리 걱정할 것은 없어. 우리나라의 경제 체질도 꽤나 개선되었으니. 그동안 국제수지도 계속 흑자라 외환보유고도 빵빵하고. 그보다 이번에 개최되는 동해안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할 거야. 나에 대한 관심을 돌리고 싶어. 고작 C레벨 대회이지만 해변을 달리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
장인걸은 회귀 전에 달리지 못했던 그 대회에 꼭 참가하고 싶었다. 이번에도 다시 회귀를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그 경험을 하고 싶었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할까?”
장인걸은 자신도 이제 결혼할 나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아울러 자신보다 한 살이 많은 두 여자는 이미 결혼 적령기를 사실상 지난 상태였다.
“어떻게 했으면 하는데? 둘 중에 하나라도 나 없이 살 수 있어? 그러면 한 사람이 알아서 떠나고?”
장인걸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두 여자 모두 떠날 수 없음을 알기에 그렇게 배짱을 부리는 것이기도 했다. 5년 전 한일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둘 다 누구도 포기를 하지 않아 지금에 이르렀다.
“둘 다 누구 좋으라고 포기할까? 그렇지만 너도 언제까지 결혼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래서 우리가 해결방안을 마련했어. 이미 전에 소설의 결말에서 밝힌 대로. 어제부터 공평하게 같이 너랑 보내고 그렇게 하여 결과를 빨리 내는 사람이 이름을 올리기로. 다른 한 사람은 둘의 친구의 자격으로 옆에서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이고.”
강진경은 프리스토리의 사장이 되어 있었고 권세라는 프리뮤직의 기획실장의 자리에 있었다. 또한 그들은 두 회사의 대주주가 되어 신흥 IT부호가 되어 있었다.
“정말로? 나의 선택은 없는 거야?”
“여기서 어떤 다른 방법이 있어? 설마 우리 둘 다 헤어지고 젊은 애를, 다른 여자를 만날 생각은 아니지?”
다른 선택을 한다면 둘 다 헤어지는 것인데 그럴 생각은 없었다. 한 때 다른 나라로 한 사람이 이민을 간 후에 장인걸이 제 3국의 새로운 신분을 취득하여 결혼을 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리 좋은 방도가 아니라는 생각에 포기했다.
둘 다 나이 서른둘이지만 이십대 초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장인걸에게 금강나한공을 배운 덕분에 내공은 절정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몇 번의 개정대법을 통해 성취를 도왔다.
“불당을 아예 여기다 만든 거야?”
“응, 불경을 공부하다보니 우리가 불도에 심취하게 되어서. 조용히 정신을 가다듬는데 좋더라고. 한 때 번뇌를 끊고 귀의할까도 했는데.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네들이 그렇게 하겠다면 그렇게 하자.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평생 그림자가 되어야 하는데 상관없어?”
“정 그러면 10년 후에 한 번 정도 자리를 교체하는 것도 방법이지. 네가 나쁜 사람이 되어야겠지만.”
일찌감치 복잡한 관계를 정리했어야 하는데 감정에 좌우되어 미룬 것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런 방식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러니 다시 한 번 그 호텔에 가려는 것이지. 다시 어떤 변화가 생길 수도 있으니.’ 인간의 본성에 이끌려 행동하다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회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원경희가 5년 전에 결혼한 것은 생각 밖이었지. 같은 과의 동기랑 이어졌다고 하니 잘 된 일인가? 거기다 이승찬의 무리가 모두 부산에 내려갔다가 조직 내부의 알력에 휘말려 죽고 말았다니! 반면에 죽었어야 할 최유림은 더 잘되어 천광물산 사장을 하고 있고. 내가 회귀함으로 죽어야 할 사람이 살고 살았던 사람이 죽는 일도 벌어졌으니.’ 장인걸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감았다. 마음이 풀어져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끝ⓒ (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