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8
이미향이 오디션 시작 전에 그렇게 당부했다. 공연할 프로그램이 정해졌다고 해도 오디션에 나온 팀만 나서는 것이 아니고 BGM을 담당할 밴드가 필요했다.
장인걸은 세 번째에 강진경과 듀엣 공연을 했고 7번째에 밴드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댄스음악은 메인 보컬로 진영민이라는 2학년 선배가 나서기로 했고 백댄서는 오디션 이후에 선정하기로 했다. 노래와 안무가 결정되면 동아리 전체가 동원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두 파트로 나눠서 번갈아 가면서 나서기에 20여 명이 동원되는데 동아리에 자주 나오는 사람 전부가 다 들어갔다. 물론 간단한 허슬이나 셔플로 구성이 되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제일 먼저 진영민이 댄스곡을 불렀고 보컬 능력이 좋기에 무난히 공연이 끝났다. 사실 댄스곡에 나선 사람은 그 외에는 없기에 경쟁 없이 선정이 될 예정이었다.
‘전에는 이런 오디션이 끝난 이후 한창 축제 준비를 할 때 가입을 했지. 그래서 그냥 동아리 간부들이 내정을 하여 준비한 것으로 생각했지. 2학기 축제 때에야 내부 오디션을 거치는 것을 알게 되었지.’댄스 파트가 경쟁이 없다면 두 번째 공연은 무려 세 팀이나 참여를 했고 네 번째 파트도 두 팀이나 참여를 했다. 그리고 락 파트는 장인걸과 유정훈이 주축이 되어 준비를 한 덕분인지 다른 파트에서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공연 중간에 색소폰 연주나 간단한 독주를 스테이지 중간 휴식 시간에 30초가량 넣기로 했다. 준비 시간에 무대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공연은 전상운과 악기를 주로 다루는 회원이 담당하기로 했다. 빠르고 흥겨운 연주를 하여 관객을 지루하지 않도록 만들기로 했다.
장인걸과 강진경은 오디션을 통하여 두 번째 파트의 공연을 맡도록 했다. 또한 장인걸은 역시 세 번째 밴드 공연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예상대로 피날레는 차윤혜가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오디션에서 공연도 잘 했지만 남녀 듀엣은 우리가 유일했고 남자 동아리 회원들이 너를 적극 지지했다고 하던데.”
오디션은 경쟁이지만 경쟁이 아닌 일종의 요식행위이고 실제는 동아리 전체의 여론에 따라 합의에 의해 결정되었다.
“락 밴드는 나서는 사람이 없던데.”
“드러머가 우리 쪽으로 참여했고 최고 기타리스트까지 합류했으니 다른 팀은 나설 수가 없는 거지. 보컬도 미향이 선배나 윤혜 선배가 있지만 락을 하기에는 파워가 부족하고 명진이 선배나 형오 선배도 락과 어울리는 보컬은 아니고. 락을 할 선배는 다 군대에 가 있다더라.”
전에도 락 공연이 없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 때는 유정훈이 메인보컬로 나섰고 이미향이 서브보컬로 나섰다. 장인걸이 먼저 합류한 것으로 인해 두 번째 공연과 세 번째 공연자가 바뀐 것이었다.
‘전에 공연은 댄스뮤직 공연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것은 강진경이었다. 백댄서로 나서서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지. 이번에도 백댄서로 나서면 그렇게 되겠지.’장인걸은 강진경을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시간을 보냈지만 밖에서는 특별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관계가 되기 전보다 편안한 관계가 되었다.
전에는 연습을 하다가 퍼포먼스 차원에서 신체접촉을 할 경우에 머뭇거리거나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모습이 없이 자연스럽고 거침이 없었다.
이미향은 오디션이 끝난 후에 권세라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권세라는 내내 표정이 좋지 않았다.
“특별한 것은 없는데 느낌이 좋지 않아.”
권세라는 지난 일주일 동안 장인걸과 상당히 많은 시간 공연 연습을 같이 했었다. 하지만 MT에 다녀온 이후에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그것이 오히려 권세라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도 그것을 느끼겠더라. 동아리방에서 둘이 듀엣 곡 연습을 하는데 강진경이 장인걸을 유혹하는 느낌이 사라졌어. 둘 사이가 너무나 안정적이야. 그 사이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서로 사귀는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가 나.”
“그렇지? 설마 둘이 일을 치른 것은 아니겠지?”
권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면서 한숨만 크게 내쉬었다. 그것을 막을 자격이 없었다.
“걔도 남자잖아. 더구나 군대 갔다 온 후에나 여자 친구를 만들겠다고 하잖아. 들어보면 여자를 편하게 만나겠다는 주의지.”
장인걸도 여자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다면서 강진경이 주장하는 것처럼 애인을 두는 것은 귀찮은 일이라고 말하는 입장이었다. 기회가 되면 가볍게 만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냥 여기서 포기해. 걔는 연하이고 너와 맞지 않아. 정 어떻게 하겠다면 여자 친구가 아니라 그냥 여자로 접근하던지. 나중에 군대 가고 졸업하고 그러면 끝내는 헤어질 수밖에 없어.”
이미향은 겉에서 지켜보는 입장이고 1학년 때에 남자 친구를 사귀었기에 장인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설마 네 말은?”
“맞아.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을 녀석이야. 네가 그렇게 변하지 않는 이상 평행선이지. 내가 만났던 윤후 오빠도 그랬고. 자기의 계획대로 군대에 갔잖아. 요즘 남자들은 군대 다녀오기 전에는 진지하게 여자 친구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데. 만나봤자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이미향의 말에 권세라는 동의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되었다.
“싫어. 걔가 내 이상형이지만 어딘가 나만을 생각해줄 남자가 있을 거라 생각해.
권세라는 고개를 흔들면서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 권세라를 보는 이미향은 안타깝다는 기색이 되었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당분간 얼굴 보는 것이 괴로울 거야.”
“중간고사도 봐야 하고 축제도 준비하다보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 그렇게 생각해. 나는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것이 아니야.”
권세라는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망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이미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에 장인걸이 학교에 가려는데 빌라 1층에 사는 반장 아주머니가 집 앞을 청소하다가 말을 붙였다. 빌라에 사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아주머니는 알고 있었다.
“어떤 녀석이 계속 저쪽 구석에 담배꽁초를 버리는데 혹시 봤어? 숨어서 피우는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낮에는 없는데 꼭 자고 일어나면 여기에 꽁초가 있는 것을 보면 저녁에 누가 와서 피우는 것 같아요.”
장인걸은 1층의 어머니 또래의 아주머니에게 대답을 했다. 공동주택은 자체적으로 입주자 중에 한 사람을 일종의 관리인으로 지정하고 계단청소비를 걷었다. 전업주부를 선정했는데 보통 반장이 겸하는 경우도 많았다.
장인걸이 사는 빌라는 4층 건물로 한 층에 4세대가 있었다. 반지하까지 합쳐 5개 층에 총 20세대가 살고 있었다. 그런 빌라 한쪽에 차 4대를 댈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밤 8시무렵에 청년 서너 명이 몰려 와서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렸다.
처음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런 일이 한 달 이상 이어지니 짜증이 났고 결국 작정을 하고 지켜보았다.
“어이, 아저씨들. 이거 고등학생이잖아. 담배를 피우는 것은 좋다 이거야. 담배꽁초는 바닥에 버리지 말아야 할 것 아냐? 청소하는 사람 귀찮게. 신고하여 경범죄로 처벌받도록 할까?”
마침내 네 명의 고등학생이 나타나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어둑한 상황이라 처음에는 어른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고등학생이었다. 셋은 일반 사복을 입고 있고 한 명이 인근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근처에 중고생 보습학원이 있는데 거기에 다니는 학생으로 보였다. 아마도 학원 수업 중간에 몰래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았다.
“아저씨, 아저씨가 뭔데 시비야? 씨팔, 더럽게 귀찮게 하네.”
그중에 좀 덩치가 있는 애가 나서면서 욕설을 내뱉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뭐라고 하니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 않고 짜증부터 냈다. 어디건 불량스러운 학생은 있는 것 같았다.
“나, 여기 사는 주민이다. 매일 여기다 네들이 담배꽁초 버리는 것 알고 있다. 네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 뭐라 안 하겠는데 인간적으로 꽁초는 버리지 말고 침이라도 뱉지 마. 청소 하려면 인간적으로 짜증이 나니.”
전에도 모여서 담배피우는 것을 봤기에 강하게 나갔다. 상대가 무례하게 나오니 자연히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들의 숫자가 많다고 생각하는지 오히려 장인걸을 노려보았고 바닥에 침을 탁 뱉더니 피우다 만 담배를 내동댕이쳤다.
“이 자식들이. 당장 주워라. 침도 닦고.”
장인걸은 반항적으로 행동하는 애들을 보자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윽박을 질렀다.
“당신 뭐야? 씨팔, 개새끼가?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게 다 지랄하네.”
그 중에 덩치가 가장 큰 애가 나서더니 큰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학생들 중에 대장노릇을 하는 애로 보였다.
“이 새끼들이 지금 죽고 싶어. 성질을 돋우네. 너, 이 새끼 이리 와.”
장인걸도 험악한 분위기가 되자 고등학교 다닐 때 쓰던 말이 곧바로 튀어 나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중을 하고 있지만 화가 나니 입에 뱄던 말투를 쓰기 마련이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야 나오는 말 절반이 욕이나 마찬가지였다.
“반장님, 경찰서에 신고 좀 해주세요. 여기다 담배꽁초 버리고 침 뱉는 놈들 잡았다고요.”
그 때 막 지나가던 1층의 반장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부탁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에게 볼 때마다 누가 담배꽁초 버린다고 푸념을 하던 참이었다.
그러자 학생들이 도망가려고 했다. 장인걸은 그 중에 가장 키가 작은 교복 입은 학생 하나만 잡았다. 셋이 도망을 치더라도 하나만 잡으면 다 알 수 있었다. 그걸 알기에 학생들도 도망을 치려다 뒤돌아서서 장인걸에게 다가왔다.
“놓아. 안 놓아?”
붙잡힌 학생이 인상을 쓰면서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다른 세 학생까지 달려들었다.
“멈춰. 달려드는 순간 진짜로 네들 다 박살을 낸다. 그러면 모두 경찰서에 끌려갈 것이고 네들 인생 개판되는 거야. 알지?”
장인걸은 그들이 학생이라는 것을 알기에 살기를 담아서 그렇게 경고했다. 그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소주천을 지나 대주천의 경락을 여는 상태였기에 건장한 일반인 서넛은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들은 장인걸의 기세에 주눅이 들었고 한편으로 노상에서 공개적으로 싸우는 순간 일이 커진다는 것은 아는지 멈칫했다. 더구나 장인걸이 키나 덩치가 있어 이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달려들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경찰서 갈래, 아니면 담배꽁초를 줍고 침 뱉은 것 청소 하고 다시는 여기서 담배피우지 않겠다고 다짐할래? 네들이 선택해.”
장인걸은 한 명을 제대로 옥죄어 붙잡고 선택을 강요했다. 경찰서에 가면 일이 커지기에 굳이 그럴 생각은 없었다. 반장 아주머니도 바로 신고는 하지 않고 빌라 입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치울게요. 치운다고요.”
장인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붙잡혀 있는 학생이 나서서 타협을 요청했다. 장인걸은 다른 세 명을 살폈다.
“네들은?”
“치울게요, 치운다고요.”
결국 경찰서로 가게 되면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항복을 했다. 버렸던 담배꽁초를 주어들고 바닥에 뱉었던 침을 발로 뭉개 흔적을 없앴다. 굴복을 하는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지 불퉁한 표정은 여전했다. 그런 모습을 보자 한 대 쥐어 패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참았다.
장인걸은 사전에 준비한 수첩을 꺼내서 그들의 인적사항을 적었다. 한 학생의 교복에 이름이 있기에 나머지 학생의 이름을 거짓으로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앞으로 여기에 담배꽁초가 있거나 침을 뱉어 놓으면 바로 신고를 할 거야. 너희들이 버렸다고. 그렇게 알고 가봐.”
장인걸은 지나다닐 때마다 거슬리던 일을 해결하자 속이 후련했다.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학생들이 치우고 떠나자 다가왔다.
“에휴, 나쁜 놈들이 항상 여기다 꽁초를 버렸는데 잘 말했어. 각 세대에서 계단 청소비를 받아서 내가 청소를 하는데 저놈들 때문에 아침마다 기분이 그랬는데 내가 다 속이 시원해.”
“어쨌든 지나다닐 때마다 눈에 설었는데 이렇게 혼을 내야 다시 안 하죠. 여기서 담배를 피우더라도 꽁초를 버리거나 침은 안 뱉겠죠. 일단 이름을 적었으니 한동안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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