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33
그가 다가가자 그 청년은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는데 언제라도 반격을 할 수 있어 보였다. 만일에 멋모르고 폭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바로 치명적인 일격을 당할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공방을 했는데 자신을 포함한 두 명의 후배까지 달려들어도 쉽지 않아 보였다. 결국 일종의 사과를 하고 그 자리를 최대한 빨리 벗어났다.
“애가 불손한데 그냥 둘 거요? 어린놈이 건방지게 야리던데.”
민지훈이 걸음을 빨리하여 현장을 벗어나려고 했고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져 차츰 속도를 줄이자 후배 마태욱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거기서 뭐라고 해? 더 있을수록 쪽팔린 짓이지. 담배꽁초 버린 놈이 문제지.”
“그래도 가오가 있지.”
“가오 좋아하네. 자식아, 덤볐다가는 우리가 개박살이 났어. 뭣도 모르면서 뭐보고 탱자라고 하지 말고. 까불다가는 한 방에 골로 가는 수가 있으니. 잠자는 맹수는 건드리는 것이 아니야.”
“뭐라고요? 진짜요?”
민지훈의 말에 후배 둘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반문을 했다. 하지만 민지훈은 단호한 표정으로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네들도 운동을 좀 더 해. 나 정도의 수준이 되면 상대가 보이니. 나보다 오히려 윗길이니. 자세를 보면 우리가 공격을 하면 언제라도 반격을 할 자세였으니. 요즘 고딩이 얼마나 무서운데 붙잡고 지도한 것을 보면 그놈들 정도는 자신이 있다는 말이고.”
“이제 갓 고등학교 졸업한 정도인데 그 정도 고수라고요?”
“그래. 선출이 형 정도는 되어야 제압이 가능할 거야. 사실은 그것도 확실하지 않아. 내 수준에서 판단이 되지 않으니.”
순간 후배 둘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우선출은 동대문에서 성동구 지역을 아우르는 전국구 조직이랄 수 있는 광현이파의 행동대장으로 전국구 주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왕돌이파는 광현이파의 하부조직도 아닌 외곽조직에 불과했다. 민지훈은 우연한 기회에 우선출을 만났지만 대적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었다. 그 정도로 상대를 읽기 어려웠다.
“어디 가서 주먹 함부로 쓰지 마. 쓰는 순간 범죄자가 되니. 만일에 상대가 조폭이라면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닌 힘의 우열로 모든 것이 판가름이 나니까.”
주먹을 쓰지 않으면 옳고 그름을 따질 수가 있지만 주먹을 쓰는 순간 조폭이 되어 법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었다. 정당방위라도 조폭이라는 낙인이 있기에 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소. 그만 하소.”
마태욱이 결국은 장난스럽게 말을 하면서 한 발 물러섰다. 싸움에 관해서는 둘이 덤벼도 민지훈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왕돌이파가 그마나 대접을 받는 것도 민지훈이 있기 때문이었다.
장인걸은 권동환의 형이라는 자가 떠나자 한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세 명의 청년이 단순한 동네 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나 싸움을 했던 자들이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최소 양진읍의 대장이라는 영석이 형 수준은 되는 것 같아.’싸우면 질 것 같지는 않지만 만만치 않아 보였다. 전이라면 절대로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소주천을 이룬 상황이고 금강나한공의 내외 공방일체의 묘리를 조금 터득한 상황이라 그 정도는 가능했다.
‘내가 강해졌기에 기세를 느꼈어도 그리 두렵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실전경험이 많기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힘이나 기세로 보면 자신이 우위에 있겠지만 싸움은 경험도 중요했다.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라면 실력보다는 임기응변이 더 중요했다.
‘더구나 다수가 달려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조폭이라면 무기 하나 정도는 숨기고 있을 것이니 방심하다 칼침을 맞을 수도 있다.’장인걸은 상념에 잠겨서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집안으로 들어왔다.
‘여기는 유림이형 말에 의하면 형네 조직의 구역일 것이다. 장사를 하는 구역에 여기도 포함이 된다고 했으니. 그러면 같은 조직원일 것도 같은데 저 정도라면 중간 보스 정도 될까? 아니면 잘 나가는 행동대장?’아까 만났던 자들이 최유림이 속한 조직의 일원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광현이파의 잘나가는 주먹으로 보였다.
‘저런 자들이 많다면 조폭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서울이라서 그런 것일까?’장인걸은 집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그에 대하여 생각을 했다. 양진에서 최고 강하다는 자보다도 더 강해 보였다.
‘아, 유림이 형이 변을 당하는 일과 연관이 되는 사람이 아닐까? 유림이형 편이기거나 반대파이거나.’그럴 가능성이 존재했다. 최유림이 죽도록 방치할 것이라면 문제가 아니지만 죽지 않도록 만들려면 결국 조직 내부의 문제에 관여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문제는 전처럼 군대에 간다면 내가 관여할 여지가 없게 된다. 99년 1월 초에 군대에 갈 생각인데 그러면 일이 벌어질 시기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을 것이다.’상병휴가를 나오는 시점이기에 대략 2000년 3월 정도였다. 그 때 일이 터지니 예방을 하려면 재학 기간 동안 군대에 가지 말아야 했다.
‘내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는데 미룰 수는 없지. 차라리 그 전에 조직을 떠나게 하거나 아예 그럴 위험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내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참, 고민스럽군.’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자 머리가 아파왔다. 결국은 당장 닥친 일은 아니기에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직 조폭이라는 사실을 말한 것도 아니니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았다.
축제가 끝난 날 간단히 뒷풀이를 했지만 정식으로 뒤풀이를 한 것은 그 다음 주 수요일이었다.
“인걸이 너 혹시 기획사에서 연락 온 것 없어?”
유정훈이 옆에 와서 물었다. 졸업을 앞둔 4학년이다 보니 그동안 동아리방에 오지 않았다.
“들어보지 못한 기획사 두 군데서 연락이 왔지만 별로 관심이 없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어요. 내가 무슨 아이돌을 하라고.”
나중에는 아이돌이 대세가 되지만 그건 앞으로 10년 가까이 흐른 뒤의 이야기였다. 지금도 아이돌이 부각이 되고 있고 비중이 높아지지만 완전히 대세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장인걸은 아이돌을 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 음악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재능이 있다고 해도 성공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연예계였다.
그리고 진짜로 할 생각이 있다면 장유현에게 좋은 기획사를 소개해 달라고 하여 정식으로 오디션을 봐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정도의 프리미엄은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좋았다.
“나도 1학년 때 밴드에서 들어오라고 했는데 가지 않았지. 어중간한 실력으로 나서봤자 그저 그런 사람이 되고 말 것 같아서. 취미일 때는 즐길 수가 있지만 그게 직업이 된다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아서.”
유정훈의 말에 장인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유정훈이 그저 잘 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수준이 어느 정도 가늠이 되었다. 일류 기타리스트에 근접해 있지만 최고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언더그라운드의 밴드라면 퍼스트 기타 정도는 할 실력이지만 최고의 밴드에 들어갈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기타에 전념한다면 모르지만 그것도 가능성일 뿐이었다.
특히 뮤지션은 노래를 하지 못하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노래를 하지 못한다면 작곡능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유정훈은 그렇지가 못했다. 오로지 기타뿐인데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일단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하고 판단을 하려고요. 음악을 하더라도 군대 갔다 온 후에 나서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아요. 가급적이면 대학도 졸업을 하고요.”
“그러면 나이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될 수도 있어 보이는데. 너무 늦을 수가 있어.”
“그럴 수도 있지만 나이 서른이 되어서도 데뷔하는 경우도 많고 그 나이에도 성공할 사람은 하잖아요. 물론 훨씬 전에 데뷔하여 그 때에 빛을 본 것일 수도 있지만요.”
장인걸은 연예계에 데뷔할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음악을 즐기면서 대학생활을 하고 그러면서 주변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다.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것은 음악을 하라는 것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관이 있다면 달리기일 가능성이 높지. 내가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은 육상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일지도.’장인걸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마라톤에 출전하여 바뀐 자신의 운동능력도 시험해볼 계획이었다.
“신중히 판단해. 한 번 거기에 발을 들이면 쉽게 나오지를 못하더라. 잘한다는 선배 중에 음악 한다고 나섰다가 카페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여럿 봤어.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것 같아 미련을 못 버리는 거지. 다른 것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카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은 밤무대에서 공연하면서 어렵게 산다는 의미였다. 공부하여 취직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라는 말이기도 했다.
“야, 에이스, 너는 좋겠다.”
유정훈과 이야기를 마치고 처음에 앉았던 자리에 돌아오자 박상우가 말을 걸었다. 강진경과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는데 그저 인사나 하지 달리 접점이 없었다.
과도 경영학과이고 동아리에 들었지만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는 실정이라 같이 연주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또한 이기적인 모습마저 드러내는 상황이라 그리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혼자 제멋에 겨워서 드럼이나 뚱땅거리는 정도이니 장인걸과 그리 접점이 없었다. 노래도 그렇게 잘하는 것은 아니었고 말투 자체가 은근히 비꼬는 느낌이라 정이 가지 않았다.
더구나 회귀 전에 악연이 있었기에 본능적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같이 음악을 배우는 입장에서야 적당히 어울렸지만 실체를 아는 상황에서 쉽지 않았다.
“뭐가?”
장인걸은 무슨 말인지 모르지 않지만 모르는 척 반문을 했다. 괜히 아는 척을 했다가 욕먹을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노래도 잘 하고 기타도 잘 치고. 드럼도 잘 치고. 심지어 편곡까지 직접 한다면서? 이제 버스킹도 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거야?”
부러운 듯이 말을 하고 있지만 술이 취한 상태여서 그런지 질투심마저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더구나 그 자리에 온 이후에 내내 강진경의 주변을 맴돌면서 치근대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있어 노골적이지 않지만 그 속내가 다 보이고 있었다.
“거의 10년 가까이 음악을 했으니 그 정도 하는 것이지. 가수, 그거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지.”
장인걸의 말에 박상우는 뭔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박상우는 장인걸이 어떤 빌미를 주지 않으니 더 이상 비꼬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호구조사는 거의 다 한 상황이니 그것으로 화제를 삼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거기다가 장인걸이 가벼운 언행을 하는 것도 아니니 만만하지도 않았다.
“왜 너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축제 공연 중에 네가 제일 노래를 잘하는 것 같던데.”
“취미로 하면 즐길 수가 있지만 직업으로 하려면 고통이 될 거야. 나중을 위해 학과 공부도 해야 하고.”
장인걸은 박상우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어떤 행동을 할지 아는 상황에서 먹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조금만 이상한 소리를 하면 그것을 방송에서 까발려 자신의 띄우는데 사용할 것 같았다.
‘같은 동아리에 장인걸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축제에 나와서 조금 잘했다고 하니까 가수 된다고 온 동네에 떠들고 다니는데 지금 그 친구 뭐하는지 참 궁금합니다.’박상우는 이런 식으로 말해 세상에 바보로 만들 사람이었다. 그런 자에게 함부로 말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몰랐다.
회식이 끝나자 강진경이 술을 조금 많이 마셨다고 하여 택시를 같이 타고 집 근처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영천신문사 앞으로 가 주세요.”
영천신문사는 장진경이 사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사거리에 있었다. 그 신문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호프호텔이라는 별 세 개짜리 러브호텔이 존재했다.
항상 집에서만 만날 수 없고 학교 앞이 아닌 시내에서 만나다 보니 결국 강진경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강진경이 그곳으로 가자는 것은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호프호텔에 가자는 말이었다. 술을 적당히 마신 상황이니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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