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34
둘은 택시에서 내려 당당히 호텔 안으로 들어갔고 한동안 열정을 불태웠다. 이미 거침이 없었지만 장인걸은 친구 황명환의 경우가 있기에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다.
“동아리의 애들이 귀찮게 하네.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도 무시하고. 너한테 부탁하는 것도 그렇고.”
강진경이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매너 있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박상우처럼 대놓고 성희롱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만일에 다른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성추행을 할 것 같았다.
“나도 남자지만 술 먹으면 개 되는 것이 보통이지. 그래도 남의 눈을 의식해 살살 간만 보는 정도잖아.”
“그래도 계속 치근대니 짜증이 나지.”
“그런데 너는 왜 권세라 선배는 자극하는 거야?”
오늘도 강진경은 은근히 장인걸에게 친근한 표시를 보여서 권세라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동아리 내에서 다들 알게 되었다. 그런 둘의 신경전을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맘에 있으면 내숭 떨지 말고 나서면 되잖아. 그렇지도 않으면서 은근히 나한테 틱틱거리면서 신경전을 벌이잖아. 난 네가 걔랑 어떤 관계가 되건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도. 너도 신경이 쓰이면 하고 싶은 대로 해.”
“나야 별로 신경 쓰지는 않지만 굳이 껄끄러운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 네가 좀 참아.”
“맘에 걸리면 만나서 다독이든가? 너처럼 기운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열 여자 마다하지 않잖아.”
“내가? 무슨 말이야?”
장인걸은 강진경이 두 번째 여자였기에 자신이 어떤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회귀 전에 원경희를 만날 때보다 더욱 기운이 왕성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사실 지금 너를 감당하기 벅찬 면도 있어.”
강진경은 그렇게 큰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반문을 했지만 순간 강진경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는 참 여자란 알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한 면이 있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끝이지만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여자들의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어떨 경우에는 정작 말을 하는 본인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강진경이 자유연애를 주장하는 이면에 욕구불만이 존재했다는 말인가? 지금은 만족하니 나 하나로 충분하다는 말인데.’강진경의 내면을 살짝 엿본 것 같기도 했다. 아울러 돌변하여 자유연애를 철회할까 염려가 되기도 했다. 당장이야 강진경을 만나는 것이 좋지만 차츰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염려하지 마. 말 그대로 너를 구속하지는 않을 것이니. 너도 그러지 않을 것이고.”
원경희와 사귀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오히려 강진경과의 교제가 더 힘이 드는 면도 있었다. 서로 구속이 없지만 그만큼 관계가 불안정했다. 결국은 언젠가 결별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민지훈은 그날도 업무를 대충 마치고 랭커스라는 호프집에서 후배들을 만나 간단히 한잔을 하고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유흥업소는 보통 12시가 되어야 영업을 종료하니 간단히 한 잔을 했지만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섯 명의 괴한이 나타나더니 공격을 했다. 그나마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덕분에 사전에 낌새를 차리고 기습을 피할 수 있었다.
다들 실력도 만만치 않고 숫자가 많기에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정신은 멀쩡한 상태라 위급한 상황을 파악하고 세 명을 순간적으로 돌파하고 도주했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계획적으로 습격한 상황인지 주변에 10여 명이 잠복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휴대전화라도 꺼내서 전화를 하면 좋겠는데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어디든지 숨을 돌릴 장소로 가야 했는데 쉴 틈을 주지 않고 공격을 해왔다. 숫자가 서너 명이라면 맞서서 싸워 승부를 내겠지만 주변에 있는 자들이 10여 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자신의 활동구역이었지만 원군을 바랄 상황이 아니었다. 혼자 고립이 된 상황이니 적지나 다름이 없었다. 가로 막는 자들을 힘으로 돌파하면서 정신없이 골목으로 도망을 쳤고 그나마 지리를 잘 아는 편이라 붙잡히지 않고 도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점 숨이 차오기 시작했고 멈추면 언제 붙잡힐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래도 앞을 가로막는 자들이 두세 명이기에 그들을 돌파할 수는 있었고 마침내 그들 중에 아는 얼굴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들은 정체가 불분명한 조직에 속한 자였다. 1년 전부터 광현이파의 영역에서 암약하는 자들이었다. 아직까지 무슨 목적으로 나타났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어느 조직도 자신의 영역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경우는 없었고 항상 내부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존재했다. 적당히 타협을 하여 외곽조직으로 인정하면서 공존을 하지만 잠적을 하면서 저항을 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기존의 알려진 조직이 아니라 생소한 자들로 신흥조직이거나 주변의 조직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보낸 자들로 보였다. 광현이파 휘하의 외곽조직일 수도 있고 아니면 광현이파 영역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조직일 수도 있었다.
작년 겨울에 왕돌이파에서 관리하는 업소에 네 명이 나타나서 소란을 피우다가 민지훈이 출동하자 도주했는데 그 중에 하나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
‘우리 조직을 노리는 것 같은데. 누구지? 그동안 준비를 하다가 나를 노린 것 같은데. 더구나 연장을 들고 설치는 것을 보면 피를 보겠다는 것인데.’불현듯 도주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먹 세계에서 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상징적인 존재, 최고 고수는 한 명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현재 왕돌이파는 두목인 왕돌이는 자금과 로비로 조직을 이끌고 민지훈이 무력을 담당하고 있었다. 두목인 왕돌이를 공격하는 것은 경호하는 자들도 여럿이고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쉽게 나서기 어려웠다.
반면 민지훈은 조직의 핵심이지만 뚜렷한 위치가 없기에 공격을 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더구나 호위를 두지 않고 혼자 움직이는 경우가 많으니 공격을 하기도 쉬웠다.
폭력조직이라고 해도 사실 어떤 규약을 만들고 조직 구성을 갖춘 것이 아니라 두루뭉술하게 힘깨나 쓰는 자들이 모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조직의 중심에 있는 민지훈이 변을 당해 사라지는 순간 왕돌이파 조직은 붕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두목인 왕돌이가 나서서 추스르면 절반가량은 모이겠지만 일사불란한 통제는 불가능했다.
어쨌든 도주를 하거나 조직원들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잠깐의 틈을 주지 않았다. 이런 추격전에서 포위망을 탈출하려면 한 방향으로 무조건 달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방향으로 무조건 달려가면서 가로막는 자들을 돌파했고 그러자 나타나는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가 돌파를 하여 도주하자 오토바이를 탄 자들 세 명이 나타나서 추격을 했다.
그들로 인해 한정 없이 도주를 해야 했다. 조금만 지체를 해도 폭주족 출신으로 보이는 자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명석대 방향으로 도주를 하였고 결국은 골목으로 다시 몰려 붙잡히기 직전의 상황에 처했다.
물론 도주를 하면서 어떻게든 조직과 연관이 있는 업체를 지나면서 위급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리려고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나마 추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이고 시끄러운 소리가 났기에 조직원들이 이상함을 느끼고 대책을 세우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방도가 없었다.
한편 장인걸은 강진경을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버스가 없어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그가 골목 입구 호프집 전야제 앞에서 택시에서 내렸을 때는 인적도 사라지고 도로에는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있었다. 타고 온 택시가 떠나는 것을 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략 200m 정도 떨어진 명석대 반대쪽 사거리 방향에서 찻길을 가로 질러 환한 가로등 아래를 누군가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 때 또 다른 남자가 도망가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인도를 따라 우회전을 했다.
장인걸은 추격전이 벌어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밤 1시도 한참 넘었는데 심야의 추격전이라니 아무래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 장인걸은 도망치는 사람이 어디선가 보았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명석대 방향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나타나 사거리 방향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질주했다.
오토바이도 역시 두 사람이 갔던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는 것이 보였다. 괜히 이상한 일에 휘말릴까 걱정이 되어 골목으로 들어가서 빌라가 있는 골목으로 꺾었다.
그가 좌회전을 하여 빌라 앞에 당도했을 무렵 앞에서 두 사람이 달려오고 있었고 오토바이도 그 두 사람을 향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했던 자들이 다시 뒷골목으로 우회전을 하여 달려오는 것 같았다. 200여 m이지만 달리면 1분 안에 당도할 거리에 불과했다.
장인걸은 빌라의 입구에 도착했을 무렵 쫓기는 사람이 막 당도했고 쫓아오는 사람은 대략 5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순간 자신이 그 빌라에 사는 것을 알리면 귀찮아 질 것 같아 들어가지 않고 지나가는 것처럼 빌라 입구를 지나치려고 했다. 장인걸은 쫓겨 온 사람을 보다가 안면이 있던 사람이라 놀란 표정을 지었다.
며칠 전에 권동환이라는 고등학생을 훈계할 때 나타났던 세 사람 중에 대장 격인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는 장인걸을 보자 멈추어 섰고 그러다가 장인걸을 알아보았는지 역시 놀라는 표정을 짓다가 뒤로 돌아서서 추격해온 자와 마주섰다.
그러자 한참 뒤에 나타난 오토바이가 달려와서 그 남자를 향해 돌진을 했다. 아슬아슬하게 피하였고 그 순간 오토바이는 좁은 골목길에서 순식간에 속도를 줄이고 묘기를 부리듯이 방향을 전환했다. 한 발을 디딘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들어서 회전을 시키는 고난이도의 폭주족 기예였다.
“넌 뭐야?”
전에 봤던 남자를 양쪽으로 포위한 자들이 장인걸을 보더니 흉흉한 기세로 소리를 쳤다. 앞뒤로 포위를 했는데 난데없이 건장한 청년이 나타나니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경찰에 신고 좀 해줘요.”
장인걸은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골치 아픈 일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호기심을 묻어두고 집으로 왔는데 하필이면 집 앞에서 마주하게 되니 어이가 없었다.
“막아.”
장인걸이 움직이려고 하자 오토바이를 탄 자가 돌진해왔다. 그대로 있다가는 오토바이에 깔릴 상황이었다. 장인걸이 뒤로 물러나자 그대로 가지 않고 핸들을 돌려 장인걸과 다른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
순간 장인걸은 적당히 피해서 될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조직 간의 분쟁에 휘말렸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인걸은 물러나기보다 오히려 앞으로 빠르게 나서면서 오토바이를 향해 도약했다.
장인걸의 앞으로 뛰어들자 오토바이에 탄 사람은 멈추기보다 돌진을 택했다. 하지만 장인걸이 위로 높게 도약하면서 순간적으로 돌려차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장인걸의 발에 그대로 머리를 들이미는 상황이 벌어졌다.
장인걸이 헬멧을 가격하자 오토바이를 몰던 자는 오토바이를 놓치고 바닥으로 나뒹굴었고 놓친 오토바이는 반대쪽에 서 있던 자에게 날아갔다.
사실 엉겁결에 일어난 일이지만 헬멧을 쓴 자는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나마 헬멧을 쓴 덕에 머리가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바닥에 착지하면서 보니 횡으로 날아간 오토바이가 바닥을 휩쓸면서 밀려오자 추격해 왔던 자가 황급히 피하였지만 조금 늦을 수밖에 없었고 엉겁결에 위로 솟구치면서 옆으로 몸을 날려야 했다.
민지훈은 이미 빌라 반대편 벽 쪽으로 바짝 붙은 상황이라 오토바이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상황이었다. 오토바이를 탔던 자가 바닥으로 구르자 민지훈은 어느새 다가가서 추가적인 공격을 퍼부었고 쫓아왔던 자마저 바닥으로 굴러 피하자 그 순간 빠르게 쫓아갔다.
바닥에 굴렀던 자가 일어나는 순간 주먹으로 관자노리를 가격하였고 ‘퍽’이라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순간 추격했던 두 사람이 항거불능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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