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35
한편 민지훈이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왕돌이파의 조직원도 출동을 한 상황이었다. 단지 민지훈이나 습격을 한 자들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곳곳의 업소를 통해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차츰 범위를 좁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오토바이를 타고 명석대 주변으로 출동을 한 조직원들은 마침내 민지훈의 위치를 파악하고 모여 들었고 포위망을 구축했던 자들과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민지훈을 쫓던 자들은 역으로 조직원들에게 쫓기는 상황이 벌어졌고 진행방향을 보면서 이동할 것으로 보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다가 조직원 세 명이 마침내 민지훈의 종적을 발견하여 달려왔다. 민지훈이 막 두 명을 제압한 상황이었다. 마침 오토바이 뒤에 매여 있는 밧줄로 기절한 두 사람을 한꺼번에 묶은 상황이었다.
“지훈이 형, 괜찮아요?”
“괜찮아. 다른 놈들은?”
“애들이 모두 나섰으니 해결할 것입니다. 대충 15명 정도로 파악했는데 두 배 정도가 나섰으니 문제없을 거예요.”
“일단 이놈들 잡고 있어. 잠시만.”
민지훈은 붙잡은 사람을 조직원에게 인계하고 난 다음에 빌라 입구에 서서 상황을 보고 있던 장인걸에게 다가갔다.
“구면이군요. 나 민지훈이라 합니다. 오늘은 바빠서 그냥 가지만 나중에 한 번 봅시다.”
민지훈은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운 다음에 붙잡은 자들을 들다시피 하여 자리를 떠났다. 한 사람이 오토바이도 일으켜 세워 끌고 갔다. 경찰이 나타나기 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빠르게 떠나려는 것으로 보였다.
장인걸은 주변을 한 바퀴 돈 다음에야 빌라에 들어갔다.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지만 조금이라도 감추고 싶었다.
‘하, 미치겠군. 이상한 자들과 이렇게 엮이냐? 이게 무슨 일이지? 그가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면 이 지역에서 드러난 조직에 속해 있다는 말인데.’장인걸의 상식에 그 구역에서 대놓고 돌아다니려면 그 지역을 장악한 조폭이라야 가능했다. 결국 누군가 일종의 저격을 하려고 했고 그것이 장인걸의 개입으로 실패한 것이 되었다.
물론 장인걸이 없다고 해도 꼭 당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둘을 해치울 수도 있지만 그것도 지친 상황에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니 장인걸의 도움이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저격에 나선 자들이 어떤 자들이냐는 것인데? 설마 저들에게 유림이 형도 당한 것인가?”
장인걸은 민지훈이란 자가 당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을 하다가 그런 가정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죽었어야 하는 자를 내가 오늘 살린 것인가?’죽지는 않더라도 현직에서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 정도로 흉흉한 분위기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돌진하는 자는 장인걸이 죽어도 좋다는 심보로 움직였다. 그렇게 봤을 때 그런 생각이 지나친 것은 아니었다.
‘유림이형 조직의 중요 인물이 당하고 타격을 입어 결국은 두목까지 당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인가? 아,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했는데 오늘 움직인 자들은 반란을 도모하는 자가 암중에서 키우는 세력인가?’여러 가지 상상을 하다가 밤이 늦은 것을 깨닫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로 갔다. 호텔에서 씻었는데도 조금 전에 식은땀을 흘렸는지 둥이 축축했다. 적당히 세수를 하고 알람을 맞춘 다음에 잠자리에 들었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바로 잠이 들지를 못했다.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오늘 있었던 일의 전후관계를 추정하려고 했다.
‘일단 그 남자가 민지훈이라고 했지. 최소 중간간부이거나 행동대장 급이라는 말이겠지. 거기에 오늘 나선 자들이 대략 15명이고 민지훈의 조직원이 30명 이상 동원된 것을 보면 전부가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니 최소 50명 정도는 된다는 말이군.’민지훈이나 최유림을 같은 조직의 사람이라고 보면 같은 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유림이 형한테 적당히 한 번 찔러 보아야겠군. 주류도매상이라는 것이 단순히 업소에 술만 공급하는 회사가 아니다. 뒷배가 없다면 운영이 불가능하다. 조직에서 운영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지역을 장악한 조직의 비호를 받아야 가능하다.’그런 것을 이유로 묻는다면 최유림이 조직과의 연관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이라 판단이 들었다. 이미 비자금을 장인걸이 관리하는 상황이니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 비밀로 하는 것보다 모든 면에서 용이했다.
‘민지훈을 통해 유림이 형이 속한 조직 내부의 사정을 파악하고 뭔가 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장인걸은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왕돌이파의 조직은 전날 붙잡은 일곱 명을 가둬두고 조사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인원은 도주를 한 상황이었다. 일단 ‘족친다.’는 말처럼 붙잡은 자들은 반쯤 죽였다고 할 정도로 구타를 한 다음에 조사를 하고 있었다.
반면 두목인 하태강은 소란을 접한 경찰을 다독이느라 바빴다. 어느 정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될 내용은 감추고 있었다. 상대조직원을 붙잡은 사실은 감추었다.
“배후가 누구야?”
왕돌이 하태강이 돌아와서 민지훈에게 상황을 물었다.
“이놈들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붙잡은 자들 중에 이성태란 놈이 대장인데 일명 꺽쇠란 자의 휘하에 있는 자이고 원래는 부산에서 활동하던 자라고 합니다. 부산에 연락이 되는 사람을 통해서 들으니 3년 전에 마약 밀수사건에 연루되어 잠적한 것만 알려졌습니다.”
“꺽쇠? 처음 들어 보는군.”
“천광상사에 알아보니 부산에서 꽤나 알아주는 자로 관절기에 능한 자라고 합니다. 그놈하고 부딪쳐서 팔 병신이 된 자가 여럿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자가 누구와 연관이 되어있는지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이성태란 자도 꺽쇠의 부하지만 그 배후는 모르고 있습니다. 빌라를 덮쳤지만 나머지 놈들은 모두 잠적했고 꺽쇠란 자의 종적은 처음부터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아지트가 된 곳이 자신들의 영역 한 가운데인 동강빌라라는 것을 말했다. 그들은 부산에서 도주하여 서울에 올라 왔고 주변에 총 다섯 채의 빌라를 세를 얻어서 4명씩 합숙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뒤를 봐준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아닐지라도 천광상사의 내부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 인원이 뭉쳐 다니는데 몰랐단 사실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심쩍은 부분을 이야기 했다. 물론 어떤 물증은 없지만 그런 흔적이 보이고 있었다. 단지 그것을 꺼내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왕돌이파는 광현이파의 외곽조직이지만 사실은 별개의 조직이고 따지자면 월세나 전세를 사는 세입자나 마찬가지의 입장이었다. 언제든 조직을 해체하라고 하면 해체할 수밖에 없는 일방적인 관계였다.
“본사의 회장님이 은퇴를 언급했다고 하던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군. 누구지? 이치성 전무인지 차태근 부회장인지 모르겠군.”
왕돌이 하태강의 말에 민지훈은 직감적으로 차태근 부회장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것이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일을 하려면 조직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아직 세력이 부족한 이치성 전무는 역부족이었다.
“널 밀어내고 누군가 여기를 차지하게 만들 계획이었군.”
하태강은 곤혹스러운 기색으로 말을 했다. 사실 두목이라고 해도 실권의 상당부분을 민지훈에게 내준 상황이었다. 만일 민지훈이 제거된 상태에서 누군가 무력으로 밀고 들어오면 막을 능력이 별로 없었다. 거기다 천광상사의 중간보스가 개입하여 중재를 한다면 불만이 있어도 표출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간 너무 방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동네 장사를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꺽쇠가 나를 노릴지 생각도 못했습니다.”
꺽쇠는 전국구 주먹은 아니지만 부산에서는 제법 알려진 자였다.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실력 있고 유능하다는 반증이었다. 그런 자가 노리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축제가 끝났지만 여전히 대학은 5월이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장인걸은 모처럼 시간을 내서 유진영 교수를 만나러 갔다.
수업이나 실험시간을 통해 제법 안면을 익힌 상황이었다. 중간고사를 통해 장인걸의 실력이 뛰어난 것을 확인한 상황이라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보통 수학이나 과학 과목의 시험을 보면 어렵게 출제하기에 최상위권의 성적도 60점 언저리에서 형성이 되는데 장인걸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냈다. 그러니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연구실로 한 번 오라니까 왜 오지를 않아?”
“할 일이 많아서요.”
“축제 때 공연까지 했다면서. 그럴 시간은 있는데 실험실에서 일할 시간은 없는 거야?”
“당연한 말씀을. 공부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아인슈타인이 바이올린을 했기에 그런 성과를 낸 면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과학은 상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등대가 없는 항해가 되고 맙니다.”
장인걸은 음악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우회적으로 반발을 했다. 장인걸을 필요로 하는 것이야 교수의 사정이었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 앞으로 진로는 어떻게 할 거야? 유학 갈 생각이야?”
적당히 취직을 할 생각이라면 유학이 필요하지 않지만 학문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한국에서만 학교를 다녀서는 부족했다. 실력을 떠나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다.
“학문에 별로 뜻이 없어요. 현업에 바로 나갈까 합니다. 기사시험에 합격한 후에 취직을 해야죠.”
장인걸의 말에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올 때에 대부분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거나 연구직에 나간다는 생각을 하는 편인데 장인걸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는 연구직보다 생산관리직이 더 어울릴 것이라 봅니다. 그런 분야에 종사할 것이라면 4년제 대학에서 전공 공부를 하는 것으로 족할 것이라 봅니다.”
대다수가 그런 분야로 나가지만 그것도 공부를 하다가 현실적으로 공부에 한계를 느껴서 취직을 선택하는 면이 있는데 장인걸은 생각 자체가 달랐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니 할 말이 없군. 꿈이 너무 작은 것 아닌가?”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나중에 승진도 빠르고 보수도 더 높은 것이 현실이죠. 연구직은 40살만 되면 정년이라는데요. 저는 모양새보다 실리가 좋습니다.”
연구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연구 실적이 하락하면 그날로 끝이었다. 반면 관리직은 경험이 쌓이면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우대를 받았고 부서장을 맡고 중역이 되기도 했다.
“그보다 아까 할 말이 있다던데 뭐야?”
“사람을 소개받고 싶어서요.”
“사람? 지금 취직을 할 것도 아닌데 어떤 사람?”
대부분의 학생들이 유진영 교수를 찾아오는 이유는 취직할 곳을 추천받기 위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기업의 연구소에 들어가려면 경쟁이 치열하기에 인맥이 필요했다.
“제가 요즘 인터넷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혹시 인터넷 관련 부문에 종사하는 미국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습니까?”
장인걸의 말에 유진영 교수는 신기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사업이라? 프로그래밍이나 홈페이지 제작 같은 것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지?”
“그 부분도 관심이 있지만 인터넷 네트워크 부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도메인을 등록하는 업무를 대행해줄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도메인? 아, 홈페이지 주소를 말하는 것이지? 음, 일단 알아는 보겠는데 미국 사람과 연락을 하려면 영어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해?”
“어느 정도는요.”
결국 장인걸의 말이 맞는지 간단한 영어 테스트까지 하기도 했다. 장인걸이 제법 회화가 된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나 진지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나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찾아보면 알 만한 사람이 있을 거야. 비즈니스는 서로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은 알지?”
“물론이죠. 거래를 하는 것이죠. 일을 의뢰했다면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죠. 물론 교수님에게 적절한 중개수수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장인걸은 연구를 도와달라는 요구를 할지 모르기에 선수를 쳤다. 연구실에 나가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들이는 시간 대비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았다.
장인걸이 선수를 치자 유진영 교수는 하려던 말을 꺼내지 못하고 허탈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1학년 학생은 아직 학과 공부에 매진할 때는 아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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