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36
권동환을 통해 장인걸이 살고 있는 곳을 알게 된 민지훈은 어둑해지자 전에 동행했던 동생 마태욱을 데리고 갔다. 권동환을 통해 그가 귀가한 것도 사전에 확인한 상태였다.
마태욱에게 밖에서 접근하는 자가 없는지 살피라고 하고 빌라 안으로 혼자 들어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어제 새벽에 봤던 민지훈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민지훈은 미지의 사내가 문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도약하여 발차기를 하는 것만 봐도 상대는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그런 실력자가 그를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들어오세요.”
달리 말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방이 하나밖에 없는 단출한 구조의 빌라이지만 대학생 혼자 살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다시 한 번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도우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나를 해치려고 돌진하는 자라 불가항력적으로 방어를 한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제 능력이 되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입니다.”
장인걸은 민지훈이 저자세로 나오자 같이 겸손을 보였다. 물론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뭔가 목적이 있을 수 있기에 경계하는 면도 있었다.
“어쨌거나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난데없이 죽이려고 달려드는 자들 때문에 극한 상황에 몰렸는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장인걸은 일단 민지훈을 자리에 앉도록 했다. 좁은 공간에 건장한 청년 두 사람이 서 있으려니 심리적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일단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연관이 된 부분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어제 같이 왔던 동료들에게는 적당히 둘러댔습니다. 크게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민지훈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다. 어떻게든 장인걸의 존재가 드러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특히 민지훈처럼 어두운 곳의 실력자와 연관이 된다면 그럴 것 같았다.
기습을 당해 토끼몰이를 당했지만 민지훈의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지금의 모습만 봐도 장인걸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자신의 나이가 한참 어린 상황에도 존대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사실 모른 척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아예 모르는 상황도 아니기에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인연이라고 하기에도 우습지만 서로 상대가 누구인지 아는 상황이었다. 한 다리만 건너면 상대에 대해 알 수가 있었고 지금이 그런 상황이었다.
“나는 명석대학교 1학년인 장인걸이라 합니다. 민지훈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 분입니까?”
장인걸은 상대에게 자신을 감추려고 해도 의미가 없기에 자신을 소개한 후에 그 정체를 물었다. 흔히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말처럼 조금만 알아보면 알 수 있는데 감추려고 심력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호프집 몇 개 운영하고 서너 군데를 관리하는 관리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명석대 후문 쪽에 있는 뢰벤스호프라는 가게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그것이 내 본업인데 경찰에서는 왕돌이파라는 조폭으로 등록하고 행동대장으로 나를 지목하는 실정입니다.”
민지훈이 다소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폭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조폭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실체적인 조직을 갖추지 않고 있지만 경찰에서 조폭으로 명명하고 임의적으로 일종의 조직도까지 만들어서 관리를 했다.
왕돌이파라는 것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조직이었다. 경찰에서 그렇게 명명하니 어느 순간 왕돌이파가 되어 있었다. 두목이라 칭해진 왕돌이 하태강이나 민지훈은 그저 술집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폭력을 억제할 자구책을 강구하는 정도였다.
“거기에 몇 번 가기도 했는데 가면 할인이라도 해줍니까?”
“오신다면 서비스로 과일 안주 하나 정도는 드리지요. 사실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좋은 인연은 아니지만 악연을 맺지 않기를 바라서입니다.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고 같은 곳에 있다면 부딪칠 여지가 많습니다.”
장인걸처럼 신체 건장한 청년이 양아치를 보면 언제든 응징할 여지가 많았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서로 적당한 선에서 양보할 필요가 있었다.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저도 성격이 직설적이라 눈에 설면 지적하는 성격이라.”
장인걸도 금강나한공을 통해 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다면 멀리 안전한 곳으로 도망부터 쳤지 나서지 않았을 것인데 힘이 생기자 자신도 모르게 나선 측면도 있었다.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불합리한 일에 수긍하기보다 바로 잡으려 할 것이니 불합리한 일의 근저에 존재하는 자들과 충돌이 불가피했다.
그런 충돌은 사전에 피하는 것이 좋았다. 서로 싸우면 손해이지 득이 없었다. 그러면 중간에 있는 민지훈의 입장만 곤란해질 수 있었다.
“일은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습니까? 경찰에 신고한 상황입니까? 경찰서에 증인으로 출두하는 것은 귀찮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부탁을 할 수도 있기에 선을 그었다. 증인으로 나선다면 더 빨리 그가 드러날 수 있었다.
“경찰을 개입시키는 것은 서로 번거로운 일이기에 일단 붙잡아두고 배후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넘기면 하룻밤이 지나면 풀려날 것이니 말입니다. 오히려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우리를 귀찮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에서 아무리 조사를 해도 묵비권을 행사하면 끝입니다.”
민지훈의 말에 장인걸은 관여할 필요가 없어 보여 함구했다.
“나야 귀찮게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떤 자입니까? 나중에 나한테 보복하려 들지 모르니 정체는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부산 출신의 꺽쇠라는 자가 이끄는 자들이라고 합니다. 대략 20여 명인데 3년 전에 마약밀수사건에 연루되어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이상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필요한 정보는 추가로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민지훈은 몇 마디를 더 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작은 봉투 하나를 주고 떠나갔다. 장인걸은 거절하려다가 굳이 척을 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여 받아두었다. 대충 감으로 헤아려 보니 30만 원 정도로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안에 지폐가 아닌 헌 수표가 30장이나 들어 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그 정도를 지불하는 것 같았다.
장인걸은 민지훈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는데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권동환을 보자 민지훈이 자신의 집을 찾아온 이면에 권동환이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라 조용히 다가갔다.
“야, 아직도 안 끊었냐?”
장인걸이 다가와서 그런 말을 하니 권동환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담뱃불을 급하게 끄면서 꽁초를 허리 뒤로 감추었다.
“그래도 꽁초는 버리지 않았군. 버렸으면 알지?”
그렇게 말하니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덩치는 장인걸처럼 큰 녀석이 겁을 먹고 움츠러든 모습이 조금은 귀엽기도 했다.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모습이 둥글둥글했다.
“저번에 왜 도망갔어?”
장인걸은 약간 위압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민지훈이 나타났을 때 먼저 간 것에 대하여 추궁했다. 사실 그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그 나이 때에는 그런 것으로도 상대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게 수업이 늦어서요. 지금도 곧 가야 해요.”
말을 하는 권동환이 잔뜩 긴장한 표정이라 자신이 괜히 착한 애를 괴롭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자식이 겁도 없이 도망을 가? 그리고 너 우리 집을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함부로 말해주고?”
권동환은 집으로 찾아온 민지훈에게 불려가서 장인걸이 사는 곳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주었다. 정확히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확인을 했고 학원에 오다가 장인걸이 집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전화로 알려주기까지 했었다.
“그게 아는 형이 물어서요.”
“너, 저기 학원 다니지?”
“네, 그런데요.”
“지금 수업 들어가야지? 일단 가고 언제 끝나?”
“8시 50분이요. 하지만 수업이 길어지면 9시가 되기도 해요.”
“그러면 끝나고 나 좀 보고가? 끝날 때쯤 앞에서 기다리지.”
장인걸의 말에 권동환이 곤란한 표정이 되었지만 그런 것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 또래에서는 논리가 아닌 힘의 우열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장인걸은 집에 와서 시간을 보내다가 끝날 때쯤에 나갔다. 50분이 되자 학원에서 학생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진행하는 강좌가 여러 개인지 학원에서 나오는 학생이 꽤나 되었다.
“집에 바로 가야하는데···.”
어떻게든 피하려고 핑계를 댔다. 학원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바라는 바였다. 민지훈이 자신의 정보를 다 아는데 자신은 모르는 것은 불공평했다.
“집까지 걸어가면서 이야기하면 되겠네. 잠깐이면 되니까.”
그러면서 일단 권동환에 대한 것부터 물었고 대략적인 것을 파악했다. 부모가 억지로 공부를 시켜서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학원을 빠지거나 놀면 용돈을 완전히 끊어 버리기에 다니고 있었다. 그나마 좋은 대학은 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 보였다.
그런 다음에 민지훈에 대하여 물었다. 물론 묻기 전에 두려움을 없애 주기 위해 민지훈이 대략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그러자 묻는 내용에 대하여 순순히 대답을 했다. 나이도 대략 알 수가 있었고 출신학교나 학교 다닐 때에 얼마나 뛰어난 싸움꾼인지에 대하여 들을 수가 있었다.
“저기가 지훈이 형네 집이에요.”
명석대 건너편에 부촌이 있는데 둘 다 그곳에 사는 것 같았다. 저택이라고 할 수 있는 집에서 민지훈이 살고 있었다. 물론 민지훈네 집안이 대단한 집이라고 자랑을 했고 위로 형이 둘이나 있고 누나도 하나 더 있다는 사실마저 말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도 되는데 여전히 백수로 놀고 있는 것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나가서 살아도 되는데 부모가 반대해 그렇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말했다.
집안 어른인 장유현이 사는 집보다는 작아 보이지만 건물 크기만 따지면 비슷한 규모였다. 밤이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귄동환이 사는 집도 비슷한 규모였다.
또한 두 집안이 서로 잘 알아서 아버지들 사이에 형님 동생을 하는 사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두 집안이 경영하는 회사에 대하여도 자랑을 했다. 아직 철이 없는지 조금만 자극해도 발끈하여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 놓았다.
자신이나 민지훈의 집안이 대단하다고 알려 장인걸이 우습게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눈에 훤히 드러나 보였다.
“함부로 나에 대해서 말하고 다니지 말아라. 또한 내 주변을 돌면서 귀찮게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장인걸은 권동환의 집 앞에 당도하자 그렇게 협박을 했다. 담배를 피우면서 집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까지 알아놓은 상황이니 이제는 주변을 맴돌면서 귀찮게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계속 귀찮게 하면 집으로 가는 길에 붙잡아 따끔하게 경고할 생각이었다.
모처럼 집으로 찾아온 최유림을 만났다. 그동안 시험이니 축제니 하여 만날 여유가 없었지만 5월 말이 되었다. 축제가 끝나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바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혹시 주류공급업체를 한다면 조금 이상한 회사 아니에요? 내가 듣기에 주류공급을 하려면 워낙 이권이 첨예하게 얽혀 있어 어지간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라던데. 최소한 주먹의 비호 정도는 있어야 한다던데요.”
장인걸의 말에 최유림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장인걸에게는 그저 일반 회사라고 알려준 상황인데 실체를 파악한 것이니 걱정이 되었다.
“우리 회사가 그런 면이 있지. 사실 거기와 연관이 되어 있고 어쩌면 본체라고 할 수도 있지. 경찰에서는 우리 천광상사를 광현이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조폭이라고 부르게 되는 유래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일방적으로 조폭이라고 부르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경찰에서 그렇게 명명하면 무조건 조폭이 된다고 항변했다.
“역시 제 짐작이 맞는 것 같군요. 형이 모시는 사장님이 최고 보스인가요?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보면 그럴 것 같군요.”
비자금을 조성하려면 경영주체가 되어야 가능했다. 물론 부서나 사업부 단위에서도 조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백, 수천만 원을 문제없이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봐야지. 내부에서는 사장님이 아니라 회장님이라 부른다. 너에게 끝까지 감출 생각은 아니었다. 적당한 시점이 되면 알릴 생각이었다. 우리를 조폭이라고 하지만 일반 회사와 큰 차이가 없어. 단지 영업환경이 그래서 주먹을 사용하는 것이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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