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41
이미향이 놀리듯이 말을 하자 권세라의 얼굴에 홍조가 감돌았다. 부끄러운 것 같았다.
“오늘 또 만날 거야?”
“밴드 연습 있잖아. 거기 가야지. 시간을 내려면 내겠지만 매달리는 느낌을 줄 수도 있잖아. 구속이 싫다는데. 내키는 대로 하겠지만 조금 자제를 하려고. 길게 봐야지.”
“너도 참 어렵게 산다. 나쁜 놈을 만나서.”
“내가 선택한 것이니 욕하지 않기로 했어. 싫으면 내가 포기하는 것이 맞는 일이고.”
“하여간 열녀 났네, 이런 상황에서도 그놈 역성을 드냐?”
이미향은 그렇게 말하고 더 이상 타박은 하지 않았다. 가장 괴로운 사람은 당사자인데 거기다 뭐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잘 해봐.”
“오래 버티는 자가 이기는 싸움인데, 뭐.”
권세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장인걸은 6교시 수업이 끝나자 동아리에 가지 않고 정문 앞에 있는 청룡무술도장으로 갔다. 실전을 통해 금강나한공으로 상승한 자신의 체력과 격투술을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은 동아리에 갔다가 이미향을 만나는 것이 껄끄럽게 생각이 되어 일단 피하려고 했다. 권세라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것 같은데 뭐라고 할지 두려웠다.
“도장에 등록하러 오신 것입니까?”
도장 입구에 놓인 카운터에 사범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앉아 있다가 인사를 하면서 용건을 물었다. 장인걸과 나란한 것이 185cm는 족히 되어 보였다.
“민지훈씨의 소개로 왔습니다. 장인걸이라고 합니다.”
직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대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을 했었기에 이름을 말했다.
“사장님이 누군가 올 거라고 하더니 오셨군요. 저는 총사범인 김도출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일반관이 아닌 실전관 소속으로 하겠습니다.”
설명에는 일반적인 수련을 원하는 회원과 보다 실전적인 수련을 원하는 회원으로 나눈다고 했지만 딱 보면 일반인과 조폭을 갈라놓은 것 같았다.
도장은 프런트를 기준으로 양쪽에 따로 나뉘어져 있었다. 구조를 보면 남녀 화장실이나 목욕탕처럼 좌우로 대칭형 구조였다. 입구에 일반관, 실전관이라고 문패가 붙어 있었다. 나중에 목욕탕을 하던 곳을 리모델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전관은 격투기를 하거나 경호원을 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배우는 종류도 일반관에 비해 훨씬 강도가 높고 대련도 자유대련을 하는 편이라 부상의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한 달 등록비는 12만 원이지만 실전관의 경우 업체 후원금으로 처리가 되기에 별도의 비용은 없습니다.”
장인걸은 괜히 조폭의 무리와 같이 섞여 있다가 조폭 취급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으로 무시했다.
“민지훈 사장님은 지금 없습니다. 안에는 마태욱 실장이 있으니 같이 훈련을 하면 됩니다. 실전관은 교습보다 개인훈련이나 대련을 주로 진행합니다.”
장인걸은 간단히 등록을 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인지 관원등록을 하는데 이름만 적으면 그만이었다. 그것도 가명을 적어도 된다고 했다. 아마도 경찰을 의식하여 그런 것 같았다.
장인걸은 안으로 들어갔다. 일종의 라커를 배정받았다.
“여기 관물대에 물건을 보관하면 됩니다.”
관물대라는 말에 장인걸은 군대에서나 듣던 말이라 어이가 없었지만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남자가 군에 오래 있다가 얼마 전에 전역한 사람 같았다.
“도복은 두 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장인걸은 도복까지 지급이 되자 기분이 좋아졌다. 도복은 검은색으로 훈련을 해도 때가 잘 타지 않을 것 같았다.
“옷에 번호가 새겨져있기에 나갈 때 여기 있는 빨래바구니에 넣어 놓으면 세탁을 하여 관물대에 놓아둘 것입니다.”
옷에 일종의 넘버가 있었다. 관물대라고 하는 라커의 번호가 기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만일에 하루에 두 번 이상 훈련을 하거나 옷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여기에 여벌의 도복이 있으니 이걸 이용해도 됩니다. 워낙 땀을 많이 흘려 냄새가 나서 대형 세탁설비를 마련했습니다. 지하의 피트니스센터도 같이 이용합니다. 필요하면 회원권을 발급받으면 이용이 가능합니다.”
그런 설명에 갑자기 청룡도장이라는 곳의 정체가 의심이 되었다. 일종의 조폭훈련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비도 나중에 만들어지는 피트니스센터와 비슷했다.
옷도 치수를 맞췄는지 적당했다. 옷을 갈아입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누군가 샌드백을 치고 있었는데 전에 민지훈과 같이 있던 자였다. 처음 봤을 때도 있었고 나중에도 쫓아왔으니 민지훈의 최측근으로 판단이 되었다.
장인걸은 한쪽에서 준비운동을 했다.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가볍게 몸을 풀다가 차츰 강도를 높여 나중에는 브릿지 자세나 다리 찢기까지 했다. 유연성이 떨어지면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고 할 수 있어도 자칫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마태욱입니다.”
장인걸에게 샌드백을 치던 남자가 다가와서 먼저 소개를 했다. 그런 남자의 모습에 장인걸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자신보다 다섯 살 정도 많아 보이는데 이상하게 적의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장인걸입니다. 민지훈씨에게 운동할만한 곳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여기를 일러주더군요.”
“들었습니다. 혼자 운동하는 게 심심한데 대련이나 한 판 하시겠습니까?”
그의 손에 보호구와 글러브가 들려 있었다. 대련을 하다보면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기에 보호구를 부착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것을 보니 장인걸은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다.
‘내 실력이 궁금한 것인가? 진다면 똘마니가 될 상황이군.’“좋죠. 사실 혼자 훈련하려니 답답해서 여기를 왔는데.”
장인걸은 실력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물론 실력을 다 드러낼 생각은 없지만 어쨌든 제압할 필요는 있었다. 그래야 대접을 받으면서 편하게 운동할 수 있어 보였다.
장인걸은 그가 내민 보호구를 받아서 장착했다. 그런 다음에 글러브를 끼었다. 정식으로 한다면 테이핑을 해야 하지만 간단한 대련을 하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준비가 된 것 같아 도장의 중앙에 마주섰다. 심판도 없는 상황이니 누군가 녹다운을 당하거나 자율적으로 판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시작하죠.”
장인걸은 시작하자고 말을 한 연후에 다가섰다. 기세를 보면 상대가 그냥 달려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신중한 자세로 탐색을 했다. 서로 속도를 가늠하면서 이후의 공격을 설계해나갔다. 서로 가볍게 로우 킥을 날리고 잽을 날리면서 간을 보았다.
장인걸은 대략 1분 정도 마주 서서 공방을 나누자 상대의 역량을 판단할 수가 있었고 본격적으로 나섰다. 길게 대련할 생각이 없기에 몸에 기운을 모은 다음에 돌진해 들어갔다.
장인걸이 워낙 빠르게 들어온 상황이라 마태욱은 막지 못하고 그대로 거리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잽이나 로우 킥을 날렸지만 모조리 다 피했다.
장인걸이 주먹으로 툭 치는 것 같았지만 보디블로우 한 방에 흔들리는 샌드백과 충돌한 것처럼 마태욱은 중심을 잃고 5m 가까이 밀려났다. 마태욱은 겨우 중심을 잡았는데 어느새 장인걸이 달려와서 도약과 함께 짧게 돌려차기를 했다.
마태욱은 엉겁결에 가슴팍에 양손을 모아서 가드를 했지만 타격을 받는 순간 그대로 서너 걸음을 밀려났고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바닥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마태욱은 바닥을 짚은 손이 욱씬거리는 느낌에 얼굴을 찡그렸다.
“팔이 부러지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타박상이 심할 것입니다. 이 정도에서 그치죠.”
장인걸은 제대로 발차기가 들어갔기에 손으로 가드를 했지만 타격이 클 것이라 생각하여 멈추려고 했다. 실력이 있다면 그만둘 것이고 똥고집을 부려서 더 하려고 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줄 생각이었다.
“그러는 것이 좋겠군요.”
마태욱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이미 처음 공격을 당할 때부터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실력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민지훈이 실력자라고 했을 때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심정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장인걸이 온다는 것을 알자 올 시간을 가늠하여 기다렸는데 그가 당도한지 한시간만에 만날 수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상황이니 바로 대련을 신청했고 상대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런 태도에 느낌이 불안했지만 무시했었다.
“실력이 대단하군요. 거기에 파괴력이 범인의 수준을 넘는 것 같습니다. 속도도 따라잡기 어렵고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군요.”
마태욱은 순순히 승복을 했다. 팔이 욱씬거리자 괜히 나섰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정도로 그친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면 팔이 부서졌을 것 같았다. 상대가 마지막에 힘을 뺀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다.
“손을 한 번 봅시다.”
그러면서 장인걸이 다가와서 도복을 걷어 올리고 타격을 받은 부위를 살폈다. 벌써 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대로 두면 파랗게 멍이 들 것 같았다.
“마사지를 해야겠군요. 제가 아직 힘 조절에 미숙합니다. 전보다 힘이 더 붙었는데 그것을 감안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장인걸도 돌려차기를 하다가 타격이 일어날 때에야 힘 조절이 생각났고 힘을 줄였지만 이미 발은 휘둘러진 이후였다.
장인걸은 그간 읽은 책, 특히 월명 스님의 속명술에 나온 내용을 상기하면서 팔의 상태를 살폈다. 기운을 모아서 마사지를 하면서 경락을 살폈다. 초보이지만 직접 상처를 살피니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그럭저럭 알 수가 있었다.
일단 어혈이 굳지 않도록 했다. 그러면서 파괴된 부위가 괴사하지 않도록 기운을 투여해 재생을 도왔다. 멍이 생기는 것은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어 보였다.
“가슴도 멍이 생길 것 같은데 뻐근할 것이니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아야 합니다. 속도를 줄여서 타격은 약하게 이루어졌지만 주먹과 발에 담긴 힘은 그대로 투하가 되었습니다. 뒤로 밀려나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지만 몸에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도복을 풀어서 앞가슴을 살피니 미미하나 금강나한공의 기운이 느껴졌다. 기운을 회수하였지만 그 충격까지 전부 없앨 수는 없었다.
마태욱이 골병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장인걸은 대략 30분 정도 혼자 훈련을 하다가 간단히 씻고 집으로 돌아갔다. 9교시 수업을 마친 강진경이 다섯 시 정도면 집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집에 도착한 장인걸은 방에 들어와서 문을 잠그고 명상에 들어갔다. 도장에서 운공을 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아 급하게 집으로 돌아온 면도 있었다.
운공을 하려면 누구도 건드리지 않아야 했는데 도장에 그런 공간이 없었다.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하다가는 위험했다. 건드리면 주화입마에 들 수 있었고 공력이 높을수록 더 위험했다.
또한 지금은 새로운 경혈을 뚫어가는 과정이기에 운공을 하면 몸 안의 노폐물이 체외로 배출이 되면서 악취가 났고 옷이 심하게 오염이 되기에 가급적이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아야 하는데 사람이 있으면 그것이 불가능했다.
이번에 짧은 대련과 운동을 하면서 금강나한공에 대하여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장인걸은 공방일체나 내외일체니 하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체화된 것은 아니라 개념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련을 하다 보니 대략 이해가 되었다.
공방일체는 공격과 방어는 하나라고 했는데 그것을 그저 공격을 하면 상대는 수비하느라 공격을 못하니 방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의미도 있지만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한다는 의미도 내포한 것을 깨달았다.
내외일체란 내공과 외공이 서로 하나처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을 했는데 이것도 대련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내공과 외공은 별개가 아니라 동일한 것처럼 서로 약점을 보완하고 더하여 강화를 시키는 점도 있었다. 내공의 부족을 외공이 매울 수도 있고 외공의 부족을 내공으로 강화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부족한 것을 다른 것으로 보충이 가능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금강나한공의 구결을 외면서 몸 안의 기운을 돌렸다. 소주천을 돌리는 두 개의 경락과 대주천으로 접어들면서 연 여섯 개의 경락이 빠르게 주천을 시작했고 새롭게 열기 시작한 두 개의 경락을 뚫기 시작했다.
금강나한공의 기운은 전보다 훨씬 강렬했다. 며칠 사이에 배나 가까이 내공의 양이 증가를 한 것 같았다. 그렇기에 한 쌍의 경락을 뚫는데 5일 가까이 시간이 소요가 되었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도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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