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42
물론 대주천의 마지막이랄 수 있는 임맥과 독맥을 뚫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 전에는 일사천리로 경혈을 타통할 것 같았다. 장인걸은 하나의 혈맥을 뚫을 수가 있었고 재차 주천을 하여 소비한 기운마저 다시 채울 수가 있었다.
장인걸은 방에서 썩은 냄새가 나기에 문과 창문을 열고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시간을 보니 집에 돌아온 지 대략 30분이 지났고 곧 다섯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가 막 샤워를 마쳤을 때에 초인종이 울렸고 일상복을 걸치고 문을 열자 강진 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씻었어?”
“막 운동을 하고 왔어. 운동하려고 도장에 다니기로 했거든.”
“그렇지 않아도 혹시라도 네가 동아리방에 왔을까 해서 갔는데 없더라고. 거기서 미향 선배를 만났는데 조금 눈치가 이상하더라.”
“세라 선배와 아주 친하잖아. 뭔가 이야기를 들은 것이겠지. 일반인들이 보기에 우리 세 사람이 이상할 거야. 삼각관계로 보일 수도 있고.”
장인걸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대답을 했다. 이미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를 한 상황이었다. 차라리 뻔뻔하게 나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긴 내가 알고 있는지, 안다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것이겠네.”
그러면서 장인걸은 방안으로 강진경을 들어오게 했다. 그 순간 둘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원초적인 욕망만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강진경을 방으로 안내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라도 강진경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까 염려를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민지훈은 도장 사무실에서 파스 냄새가 진동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면서 그 출처가 어딘지 살폈다. 그러자 어정쩡한 기색으로 눈길을 피하는 마태욱이 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
그렇게 물어도 달리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총사범인 김도출을 보았다. 다른 때 같으면 마태욱이 운동을 한다고 도장 안에 있을 것인데 사무실에 있는 것도 수상했다.
“오늘 장인걸씨가 왔었습니다.”
민지훈은 그 한 마디에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승부욕이 강한 마태욱이 있었다면 대련하자고 나섰을 것이고 지금의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았다. 물론 결과도 대충 예상이 되었다.
“하여간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냐? 어디를 얼마나 다친 거야?”
그러면서 다가가서 마태욱을 살폈다. 파스를 발라 팔을 걷고 있는 상황이니 멍이 든 것이 그대로 보였다. 거기다 움츠리고 있는 것을 보면 가슴 부위마저 불편해 보였다.
“가드 위로 맞았는데도 버티지 못한 것 같네. 멍의 모양을 보니 족도에 당한 것 같군. 돌려차기에 맞았나? 와, 발경은 기본인가? 진짜로 맘먹고 찼다면 팔이 아작 났을 것인데 마지막에 봐주었군. 나도 제대로 맞으면 감당이 어려울 것 같아.”
민지훈은 가슴까지 살펴보더니 그렇게 평가를 했다. 그런 말에 마태욱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민지훈이 이런 결과가 날 것을 예상하여 당부를 했는데 나섰다가 낭패를 당했으니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한 방에 갔네. 그러니 덤비지 마라니까. 이런 말도 있잖아.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마태욱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화를 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속으로 그걸 삭이려니 그런 형상이 되었다.
“이 정도라고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그래도 적당히 투닥거릴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 정도인줄 알면 덤비지 않았죠.”
마태욱은 결국 민지훈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렇게라도 해야 억울함이 가실 것 같았다.
“내가 실력 자체가 가늠이 안 된다고 했잖아. 내가 그 앞에서 존대를 꼬박꼬박 하는 이유를 몰라? 주먹으로만 따지면 전국구라고 할 수 있어. 괴물이야. 우리 애들 30명이 연장 들고 달려들어도 상처 하나 없이 다 눕힐 걸.”
민지훈의 말에 마태욱도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민지훈의 우상공고 1년 후배인 마태욱은 민지훈과 수도 없이 대련을 했다. 그렇기에 이길 수는 없어도 한동안 투닥거릴 실력은 되었다.
“무기를 들면 더 무섭기는 하겠더군요. 무기가 없다고 해도 그 힘과 속도만으로 연장을 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요. 움직이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김도출에게 상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김도출은 고작 장인걸이 도장에 들어간 지 20분 만에 마태욱이 신음을 흘리면서 밖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타격 부위를 마사지했다고?”
다시 한 번 팔을 살폈다. 그러자 뭔가 새로운 것이 보였다.
“하여간 대단하군. 기공술사가 치료하는 것과 비슷해. 저번에 중국 놈한테 당하고 대풍의원에서 치료받은 것과 비슷한 것 같아. 마사지 안 했다면 대풍의원에 또 가야할 상황이 벌어졌을 거야. 아마 그대로 누워서 나 죽는다고 앓고 있겠지.”
민지훈에게 몇 안 되는 치욕스러운 과거였다. 5년 전 막 군대에서 제대했을 무렵 겁도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업소에서 난리를 피우자 제압하려고 나섰다가 카운터 한 방을 맞고 맥을 못 추었다. 그나마 쪽팔리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달려들어 쓰러뜨려 창피한 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점점 몸이 무거워졌고 숨쉬기마저 곤란해졌다.
각종 검사를 해도 그저 멍이 든 정도에 불과했고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어 싸우다가 골병들었을 경우 효과를 봤다는 대풍의원에 가서야 발경에 당한 상처라는 것은 알았다.
나중에 그 중국인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대략 5년 정도 태극권을 익혔지만 그리 실력자도 아니었다. 무의식중에 저항을 하다가 발경이 이루어진 것에 불과했다. 결국 럭키펀치 한 방에 당해 골병이 들었던 것이니 황당했다.
그 후에 민지훈은 발경을 목표로 수련을 했고 최근에 조금 성과를 거두어 의식적으로 기운을 모아서 내뻗으면 어쩌다가 한 번씩 발경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안광현의 표정이 상당히 굳어 있었다. 동업자인 차태근을 정리할 생각은 없지만 이제 물러나게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꺽쇠란 놈을 불러들여 수작을 부린 게 확실해?”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꺽쇠가 왕돌이파의 민지훈을 작업하려다 역으로 일곱이 달려갔다고 합니다. 어딘가 숨겨두고 족치는 것 같습니다. 거기서 꺽쇠라는 이름이 나온 것 같습니다.”
김기정의 보고에 안광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꺽쇠란 놈은?”
“수배하여 잡아오라고 했는데 바로 잠적했습니다. 원래 얍삽해서 똘마니들과도 거리를 두고 몸을 사립니다.”
“결국 꺽쇠 뒤에 있는 자는 알아내는 것은 어렵겠군. 우리 조직과 연결된 녀석이 누구야? 스무 명 가까이가 숨어있었는데 아예 모를 수는 없잖아?”
누가 했는지 짐작을 하면서도 재차 질문을 던졌다. 명확한 증거가 있기 전에는 거론하기 껄끄러웠다.
“그건 알기 어렵습니다.”
김기정 실장도 짐작을 하지만 그걸 밖으로 꺼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골치 아프군. 끝까지 물러나지 않고 회장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것도 그 일환으로 시도한 것이겠지?”
차태근 부회장은 30년 가까이 뒷골목에서 같이 고생을 한 친구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있기에 광현이파라 칭해지는 천광상사가 전국구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동시에 2선으로 물러나는 방안이 퍼지자 이에 대한 반격으로 작업을 한 것 같습니다. 더구나 나종민과 박정수는 왕돌이파에서도 제법 날리던 주먹인데 민지훈에게 밀려난 자들입니다. 그들이 이번 일에 연관이 되었고 그들은 용성태 부장이 이끄는 행동대에 속해 있습니다. 물론 용 부장은 차태근 부회장 직계이고 말입니다.”
“저들이 실패했으니 이걸 이용하여 압박을 하게. 동강빌라라고 했나? 거기에 관여된 자들을 파보라고 해. 우 이사에게 내가 말을 해놓도록 하지.”
“우 이사가 이치성 전무와는 그리 사이가 좋지 못합니다.”
우선출과 이치성은 비슷한 나이였고 조직 내 위상도 비슷했다. 사실 이치성보다 우선출이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자들이 많았다.
“우 이사가 무력은 뛰어나지만 관리능력이 떨어져. 몇 년은 자리를 지키겠지만 그 이후에는 어려워. 그 부분도 내가 이야기할 생각이야.”
김기정 실장은 이치성 전무가 후계자로 부상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보였다. 비슷한 나이인데 그가 회장이 되면 몇 년 안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일단 2선 후퇴방안은 철회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내부 정리를 어느 정도 해야 합니다.”
김기정 실장은 내부 반란을 진압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하여 내부 정비를 건의했다. 이번 일은 사실상 내부의 반란이었다.
“아니야. 아직 내부에 흐르는 암류가 드러나지 않았어. 그 정체를 확인하고 물러서야 해. 꺽쇠같은 놈들이 어떻게 들어와 있는지 이번에 파야지. 그리고 하태강 사장을 자네가 만나 봐.”
“꺽쇠파 애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합니까?”
“그거야 굳이 아는 체를 할 필요가 없지. 연장 들고 설친 놈들인데 죽을 각오를 한 것이지. 적당히 족치다가 밖에 던져놓을 것이고. 그런 일에 우리가 연관되면 골치 아파져.”
조폭의 가장 큰 문제가 사적인 제재나 린치의 존재였다. 사실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조폭과 기업의 차이는 없어졌다. 조폭이 조폭인 이유는 상황이 어려워지면 판을 뒤엎고 매사를 폭력으로 해결한다는 점이었다.
“하태강 사장과 무슨 이야기를 합니까? 그걸 빼면 달리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조직을 해체하라고 해. 그가 운영하는 업소를 가지고 2선으로 물러나라고 해. 대신 민지훈을 본사의 영업부장으로 영입한다고 전하고. 하태강이 받아들이면 민지훈을 만나서 합병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
안광현 회장의 말에 김기정 실장은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하태강이나 민지훈에게 꺽쇠의 배후가 안광현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컸다.
“민지훈이 가진 업소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그걸 다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대로 둔다면 다른 중간 보스들이 반발할 것입니다.”
광현이파에서는 조직의 중간간부들은 개인 명의의 업소를 소유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럴 경우 조직의 사업보다 개인 사업을 우선하느라 조직의 사업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조직과 연관이 없는 신규 사업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업을 조직에 넘기는 것이 기본이었다. 현재 이치성 전무가 운영하는 사채업도 사실상 조직에서 흡수하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민지훈이 오너라고? 고작 나이 서른도 되지 않았는데.”
안광현 회장은 민지훈이 업소를 가지고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집이 부자입니다. 빌딩도 가지고 있고 업소만 네 개인가 되고 체육관에 헬스클럽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초반 경찰의 비호를 받아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선배들이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인데 폭력사건으로 연루가 되지 않았습니다.”
조직폭력배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공권력이었다. 어지간한 조폭은 공권력이 나서면 결국 깡패로 몰려 감옥에 가야했다. 선배들도 온갖 치사한 수를 동원하여 경찰에 고발을 하기도 했지만 무혐의처분을 받은 것은 누군가 뒤를 봐주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면 실권은 하태강이 아닌 민지훈이 쥐고 있다는 말이군. 왕돌이파가 아니라 지훈이파라고 해야겠군.”
안광현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이 되었다. 돈이 있는 자는 조폭이라도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웠다. 사업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주먹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다. 조폭도 자산가는 공권력의 보호를 받았다. 돈을 중심으로 모이면 같은 주먹도 깡패가 아닌 정식 경비원이 되었다.
“민지훈을 제거하기 전에는 왕돌이파를 장악하기 어렵다는 말이군. 그래서 꺽쇠가 노린 것인가?”
“그렇다고 봅니다. 민지훈이 제거되었다면 왕돌이 하태강에게 접근하여 그 조직을 장악했을 것입니다. 모양은 외곽조직이지만 언제라도 동원할 직계조직이 되었을 것입니다.”
김기정 실장의 말에 하태강을 물러나게 만들고 조직을 흡수하려고 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물론 밀어붙이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원한을 맺게 되고 반기를 들면 큰 피해를 볼 수 있었다. 재산을 갈취하려고 한 행위이기에 단순한 영역다툼의 문제가 아니기에 공권력의 개입을 피하기 어려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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