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43
장인걸은 강진경이 돌아간 이후 정신을 차리고자 차가운 물로 샤워를 다시 한 번 한 이후에 명상에 들었다. 며칠 사이에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평상시처럼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몸에 걸친 옷을 전부 다 벗고 있었다.
‘나와 강진경, 둘 다 일반적인 남녀관계에서 본다면 일탈을 저질렀다. 사실 그렇기에 내심 마음 한구석에 찝찝한 마음이 존재했다. 나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장인걸은 강진경이 집에 가고 난 이후에야 자신이 내내 불안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초조한 것을 스스로 감추려고 도장에 찾아간 것이기도 했다.
‘진경이가 평소처럼 찾아온 이후에야 마음이 놓였다. 또한 전과 같이 진경이가 좋았다. 오히려 더 격렬한 감정이 일었다. 그렇기에 둘 다 전보다 훨씬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진경이도 사실 불안해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야 마침내 그 불안을 떨쳐냈다.’장인걸은 자신이 혼돈의 상태였다는 것을 자각했다. 일탈과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평정을 잃고 있었다.
‘마치 원경희의 일탈이 알려진 이후에 원경희를 다시 만났을 때의 상태와 비슷했다. 그 때도 모든 것을 다 용서하고 다시 시작했어야 했다. 아니, 용서가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구애됨이 없이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 때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지금과 비슷한 상황임에도 나 자신이나 원경희 모두 문제가 많았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으니.’장인걸은 자신이 너무나 미숙했다는 생각을 했다. 원경희도 잘못을 했지만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결과가 난 것이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여기서 갑자기 불구부정이라는 말이 왜 떠오르는 것이지?’장인걸은 자신이 한동안 불경에 너무 심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의미보다 뭔가 깨우침을 하는 것도 같았다. 마음속에 있는 집착을 털어낸 것 같았다.
‘만일 원경희와 헤어진 상황의 나였다면 진경이가 싫어지거나 더럽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가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그 자체로 진경이가 좋았다. 진경이가 무엇을 하건 진경이인 것인데.’본능적인 거부감에 자신이 강진경을 거부하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것을 떨친 것 같아 안도를 했다.
‘진경이가 무엇을 하건 진경이이고 나도 나인 것인데. 그 본질에 서로 끌리는 것이고. 굳이 구애될 필요는 없지. 마찬가지로 세라도 마찬가지다.’장인걸은 명상을 하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울러 장인걸의 주변에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일어나고 있었다.
장인걸은 명상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운공을 하기 시작했고 그의 몸에 있는 기운이 그의 경혈을 타고 회전하기 시작했다.
무려 18개의 경혈 중에 무려 12개의 경혈을 타통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소주천을 갓 이룬 상태보다 무려 다섯 배에 달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운공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의 기운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모여들어 흡수가 되기 시작했고 나머지 여섯 개의 경혈 중에 네 개의 경혈로 증가한 기운이 몰려가기 시작했다.
투두투둑-, 투두둑-연이어서 그런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네 개의 경혈이 동시에 타통이 되고 있었다. 독맥과 임맥, 한 쌍의 경혈만 남겨 놓고 모조리 다 타통이 되었다. 고작 10여 분 사이에 그런 일이 마무리 되었다.
사실 장인걸도 모르는 사이에 무아지경에 빠져 마침내 대주천 직전의 경지에 도달했다. 대주천을 이루면 초절정의 경지에 접어드는데 그 초입에 들어갔다고 할 수가 있었다.
장인걸의 일과 중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전에는 강의 시간 사이에 휴식 시간이 생기면 주로 동아리에 가서 악기를 연습했지만 학교 앞의 도장에 가서 운동을 하기도 했다.
대신 동아리에는 수업이 끝난 후에 가서 연습을 했고 집에 와서는 공부를 하거나 금강나한공을 수련했다. 또한 인터넷으로 외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영어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최유림은 매달 천만 원 안팎의 현금을 꾸준히 가져왔다. 그것을 계좌에 분산하여 입금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 외화보유한도의 추가가 승인되어 5만 달러까지 매입이 가능해지자 그동안 받은 삼천만 원을 다시 달러로 환전했다. 물론 제한 사항에 1년 안에 신고한 목적인 유학자금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처분을 해야 했지만 그 때에는 외환위기가 온 이후일 것이니 문제는 없어 보였다.
“형, 민지훈이란 사람 알아요?”
“알지. 그런데 그를 네가 어떻게 알아?”
모처럼 최유림이 방문하자 둘이 집에서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민지훈에 대하여 물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고 친하게 지내기로 했어요.”
그러면서 권동환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이야기에 최유림이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다. 고등학생들은 행동이 과격해 무섭다고 했다.
“왕돌이파의 실질적인 1인자라고 할 수 있지. 두목인 왕돌이 하태강도 동업자나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나이가 나보다 서너 살 정도 적을 거야. 재산도 꽤 많이 있다고 들었어.”
“그러면 올해 스물여덟정도인가요?”
“아마 그럴 거야. 이 동네 애들이 걔 때문에 유독 나이가 어리지. 주먹 좀 쓴다는 애들 중에서 걔보다 더 나이가 많은 애들은 패해서 다 도망을 갔지.”
한 때는 왕돌이 하태강의 후배 중에 민지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꽤나 되었지만 민지훈이 제대하여 돌아온 이후에 그런 선배들은 모조리 다 쫓겨났다고 했다. 후배한테 패해 쪽팔려서 떠났다고 했다.
“그러면 다들 그만두었어요?”
“몇은 다른 조직으로 갔고 둘인가는 우리 조직으로 옮겨왔는데 자세한 것은 잘 몰라. 좋은 일도 아닌데 다들 쉬쉬하지.”
민지훈의 성격상 선배라고 하여 귀찮게 하면 가만히 둘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니 선배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났을 것 같았다. 조직에서 쉽게 떠날 수는 없지만 이런 경우는 일종의 예외가 적용되는 것 같았다.
“형이랑은 만날 일이 없죠?”
“외근을 하는 영업부장들과는 교류가 있지만 나야 외부와 만날 일이 없으니 그렇지. 외곽조직의 1인자나 마찬가지이니 사업장을 책임지는 중간보스보다 사실상 더 좋은 위치이지.”
중간보스가 고용인이라면 민지훈은 자영업자라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그들과 비슷한 급이지만 훨씬 자유롭다는 말이었다.
“듣기에 형네 조직의 우선출인가가 상당히 강하다던데 사실이에요? 민지훈이 그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던데요.”
우연한 기회에 주먹에 대해 이야기도 했고 우선출이 거론되었고 서울의 유명한 주먹에 대해 이야기했다. 민지훈은 장인걸이 그들 수준과 비슷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 조직의 행동대장들 중에서도 수석이지. 조직 내부에 무력을 담당하는 행동대장이 여섯 명 가량이 있는데 가장 강해. 전국구 주먹이라는 말도 있고. 우리는 행동대장을 부장이라 칭하는데 그만 유일하게 이사급이야. 나이가 서른다섯인가 일곱인가 그 정도 되었을 거야. 광현이파가 전국구 조직이 되는데 크게 기여한 사람이지. 보스도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터치를 하지 않아.”
그러면서 무력조직이 어떻게 구성이 되는지 설명을 했다.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한 싸움 좀 한다는 청년들이 선배의 소개로 조직에 임시로 들어왔다.
업소에서 서빙이나 주방의 보조로 허드렛일을 하면서 일을 배우고 그러다가 정식 조직원으로 발탁이 되고 능력을 보이면 승진을 하여 행동대의 조장이나 업소의 지배인이 되고 나중에는 일정 지역을 담당하는 행동대장이나 영업부장이 된다고 했다.
행동대장이나 영업부장을 하다가 주요 사업장을 책임지는 중간보스가 되는데 그러면 보통 사장님이라고 호칭이 부여된다고 했다. 반면 본사인 천광상사에서는 이사급 이상이면 역시 중간보스의 반열에 오른다는 말을 했다.
조폭의 특징 중에 하나가 서열이 쉽게 파괴된다는 점이었다. 실력만 있으면 나이 서른이 넘으면 행동대장으로 발탁이 되고 그러다가 나이 서른다섯이 넘으면 다시 중간보스로 발탁이 되고 40대 중반만 되면 조직에서 은퇴를 했다.
그 때는 그들의 구역에 일정 규모의 업소를 개업하면서 독립을 한다고 했다. 그들은 상납금을 내지 않고 여러 가지 특혜를 받았다. 그런 업소의 경우 자체적인 경비조직을 가지기도 하고 규모가 커지면 외곽조직으로 변모하기도 했다.
“은퇴를 했는데 세력이 커지면 반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 우리 조직이야 전국구로 발돋움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아 그런 일이 없지만 다른 조직은 그러다가 조직이 무너진 경우도 있어.”
최유림의 말에 따르면 조폭이라고 하여 동일한 조직이나 규범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보스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어느 조직에서는 권장하는 행위가 다른 조직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종의 터부로 치부되기도 했다.
“조직을 어느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어. 백 개의 조직이 있으면 백 개의 법이, 천 개면 천개의 법이 존재해. 자금의 관리도 마찬가지야. 조직의 자금이 보스의 자금인 경우도 있고 보스와 조직의 자금이 완전히 별개인 곳도 있지. 우리는 별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조직이 작으면 보스의 재산이고 보스가 조직을 개인 자금으로 운영을 하지.”
그러면서 조직이 보스의 조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조직인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치인이나 대기업은 조직을 일종의 바지사장을 내세워서 만들기도 해. 대표적인 게 종종 등장하는 철거용역업체이지. 하나의 독립된 조직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구역의 관리보다 비밀리에 내려오는 임무를 더 중시하기도 하고.”
최유림은 다양한 경우에 대하여 예를 들어서 설명을 했다. 그런 설명을 들으니 오히려 혼란이 오기도 했다.
“나도 고등학교 때는 제법 싸움을 한다고 했는데 하부 조직원보다도 더 약한 축에 들어. 고등학교 때에 학교 짱이었던 자들도 그저 그런 수준에 불과해. 명문 대학에 가면 전교등수가 한 자리인 녀석들만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최유림의 비유에 장인걸은 너무나 재미가 있어 웃고 말았다. 자신이 그런 자들을 이길 정도로 강해졌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그런데 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도 키가 더 자라는 것 같다. 한 달 정도 안 본 사이에 2cm는 더 큰 것 같으니.”
“정말요?”
“그런 것 같아. 저번에는 185 정도 되어 보였는데 이제는 187은 되는 것 같아. 나보다 이 만큼은 커 보이니.”
최유림도 키가 180cm는 되었고 보통의 사람보다는 탄탄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최유림이 검지를 세워서 차이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며칠 전에 무아지경에 빠지면서 적지 않은 성취가 있었는데 그 영향으로 키가 큰 것 같았다. 실제 큰 것도 있고 체형이 교정되면서 커진 것도 같았다.
중간고사 본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기말고사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기말고사도 중간고사처럼 통합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다. 2학년까지는 교양과목이 대부분이라 학생들은 그런 식으로 시험을 봐야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험이라는 말도 있었다.
“관내 대부분의 업소가 장사가 안 되어 죽겠다고 하고 애들 생활비를 주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민지훈이 일명 사장의 푸념을 했다. 조직원들에게 월마다 월급에 해당되는 생활비를 주어야 하는데 업소의 상납금이 밀리니 문제라는 소리였다.
“최소 월 일억은 관내 업소에서 들어와 주어야 어떻게든 조직이 돌아가는데 그것도 모자라기 시작하니. 모자라면 하 사장님이나 내 주머니에서 나가야 하는데.”
도장에서 민지훈과 운동을 하고 같이 뢰벤스브로이로 가서 맥주를 한잔 하고 있었다. 물론 민지훈은 대련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장인걸의 성취가 높아진 것을 진면목을 드러낸 것으로 착각했고 자신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경제가 엉망이 되니 자영업자들도 그만큼 힘이 드는 것이죠. 이렇게 가다가 큰일이 날 것입니다.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장인걸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기에 동조를 하면서 이후의 일에 대한 전망을 했다.
“배운 것이 없으니 뉴스에서 뭐라고 떠들어도 알아듣지를 못해 답답합니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것 같습니다.”
민지훈은 학교 다닐 때에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밑에 유능한 직원을 고용해도 자기가 알지 못하니 판단을 못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속을까 두렵다고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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