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44
“머리가 좋으면 어떻게든 속여 제 이익을 내려고 잔머리를 굴리니 그런 놈들을 가까이 하기 겁이 납니다. 말로는 가게를 위하고 나를 위한다고 하는데 뒤로 사기를 치니 말입니다.”
민지훈은 대졸 일반 직원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착실하게 일하는 것 같아 믿고 자금을 관리하게 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2년 사이에 수천만 원을 횡령했다고 욕을 했다.
“처음에는 몇 천 원으로 시작했는데 누구도 모르니 점점 간댕이가 부어 한 달에 수백만 원을 삥땅치고 그 때에야 이상하다고 해서 잡아다 족치니 나나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 같아서 했답니다. 무식하면 깡패를 상대로도 사기를 치는 세상입니다.”
민지훈은 자신이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하여 아쉬워하고 있었다. 또한 배운 사람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다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거죠.”
“이 바닥에 믿음이 가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부터가 양아치인데 다른 사람이라고 다르겠습니까?”
민지훈은 자조적인 어조로 양아치라고 언급을 했다. 최유림이나 민지훈이나 모두 그런 말을 하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이대로 가면 기업들은 크게 어려워질 것입니다. 기업이 무너지면 자영업자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인데 어떤 대책이라도 있습니까?”
장인걸은 마침 하려던 말을 할 때라 생각하여 화두를 경제위기로 돌렸다. 물론 당장 어떤 액션을 취할 때는 아니지만 밑밥을 깔아두어야 했다.
“특별한 방도가 없죠. 장사가 안 되면 경비를 줄이는 수밖에요. 그러다보면 인원을 감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엉망으로 사는 녀석들이 풀려나서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그게 나까지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조직에 속했었다는 이유로 아무 연관이 없는 사건이 민지훈이 시킨 일이 될 수도 있었다. 민지훈이 아무리 결백을 주장해도 조직원이 그렇다고 진술하면 엮이기 마련이었다.
“장사가 안 되는 업체는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1~2년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동안 장사가 잘되는 업체도 적자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집도 걱정입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태양건업이라고 건자재를 취급하는데 외상매출금이 증가하고 미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합니다. 집안의 사업이야 아버지와 형들이 알아서 하니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걱정이 됩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건설업인데 문제가 되긴 하겠군요.”
집안 문제까지 말을 꺼내니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되었다. 유동성 위기로 앞으로 흑자도산을 하는 업체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렇게 수많은 중소기업이 공중 분해되고 말았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는 것이 손실을 최소화하고 피해를 줄이는 길입니다. 지금 팔 수 있는 것은 모조리 다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 그렇게 하려고 하는 상황이 벌어져 가격은 폭락하고 매매는 뚝 끊어져 아무 것도 못할 것입니다. 나중에 현금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헐값에 나온 물건을 헐값에 다 쓸어 담을 것입니다.”
민지훈은 마지막 말에 눈을 빛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한 것 같았다.
“그러면 현금을 확보하라는 말인데 이런 상황에 가게를 새로 내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겠군요?”
민지훈은 이런 상황에 업소를 늘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목 좋은 곳에 있는 가게가 싸게 나오니 잡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땅을 사고 싶어 하는 것과 같았다.
“망하는 지름길이죠. 앞으로 한동안 폭락할 일만 남았으니 아무리 싼 물건이 나오더라도 잡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빚내서 시작할 것인데 이자는 오르고 장사는 안 되고 가격은 반 토막이 나면 3중고에 시달릴 것입니다.”
장인걸이 그렇게 말해도 따를지 여부는 듣는 사람이 정할 일이었다. 그저 진심을 담아 조언을 해줄 따름이었다.
11. 미래를 위한 투자
장인걸은 시간을 내서 시골집을 방문했다. 4주나 집에 가지 않았기에 가족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인사를 나누고 아버지와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집에 내려간 목적이 그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장인걸은 인터넷부터 시작하여 IT산업 전반에 관한 것을 이야기 한 후에 도메인을 확보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기에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보였다.
“천만 원을 보내달라는 말이냐?”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려 천만 원이나 달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천만 원을 쓰는 것이지만 나중에 수억, 수십억이 될 수도 있어요.”
장인걸의 설명을 듣고서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아버지는 고심하더니 정확히 천만 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그 정도라면 그냥 다 날려도 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했다.
“당분간 네 엄마에게는 알리지 않으마. 괜히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외삼촌이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번에 서울에 올라가기 전에 외삼촌과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는데 그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지 물었다. 분명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업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가 경기가 이런데 무슨 사업이냐고 호통을 쳤다. 망하려고 작정을 하지 않는 이상 지금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지.”
역시 예상대로 싸게 목 좋은 가게가 나왔으니 인수하겠다고 돈을 만들어 달라고 하여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연락을 했고 그로 인해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주천에 갔다 온 사실을 말했다.
막무가내로 지금 나온 가게가 얼마나 장사가 잘 되는지 설명을 하면서 인수만 하면 그냥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 것이라고 장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무조건 돈을 만들어내라고 성화였다.
“안 된다고 하니까 자기 몫이라도 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리고도 남을 사람이지. 그래서 네 외할머니가 네 몫이 어디 있냐고 호통을 쳤단다. 장사하고 땅 사는데 한 푼 보태지 않았는데 몇 년 전에 사업한다고 당시 재산의 절반, 3억 원을 가져갔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오느냐고 큰소리를 쳤단다.”
전에는 외할머니가 자세한 내막을 밝히지 못하고 돌아가신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외삼촌이 사업을 하겠다고 가져간 돈의 출처와 액수가 밝혀진 것 때문에 어머니와 이모가 상속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엄마나 이모는 안 그런데 외삼촌은 왜 그런데요?”
“네 엄마나 이모는 외할머니를 닮았는데 외삼촌은 돌아가신 네 외할아버지 성향을 그대로 빼닮았다고 하더구나. 그것도 좋지 않은 점만. 술 좋아하고 잡기를 좋아했는데 그런 것 같다. 네 외할아버지가 술병으로 쓰러졌는데 네 외삼촌도 그런 것 같다.”
조심스러운 어조로 그렇게 말을 하고는 외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외할머니 건강도 좋지 않은데 그런 일까지 생기다니 걱정이네요. 화병이 날까 걱정이네요.”
사람의 일이란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니 그저 문제가 없기만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장인걸은 집 앞에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이마를 쳤다. 양진에서 난 경사 한 가지가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돈이 될 만한 사실이 뭐가 있을지 골몰하고 있었는데 생각이 났다.
양진의 북쪽에 있는 양진산의 한 계곡의 절벽에서 고준위의 몰리브덴 광산을 발견했다. 일부 지역은 무려 5%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노두가 노천에 노출이 되어 있어 별도의 탐사 없이 바로 개발이 가능한 것도 하나의 장점이랄 수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그 산이 민간 소유라는 점인데 1년 후에 법원 경매로 나온다는 점이다. 누가 소유한지는 모르지만 그 산은 두 번의 유찰 끝에 15만 평에 달하는 임야가 1억 원도 못 되는 9천만 원에 낙찰이 된다. 험준한 산이라 사실 묏자리도 나오지 않을 악산이니 당연한 것인지도.’낙찰에 성공한 사람은 양진 출신의 지질학과 교수였고 그는 낙찰을 받은 후에 산을 둘러보다가 노두를 발견하게 된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개발이 되었는데 매장량이 최소 500만 톤 이상이라고 발표가 되었다.
물론 저준위까지 포함을 했을 것이기에 실제 개발 가능한 수량은 100만 톤 이내일 것이지만 어쨌든 충분한 경제성으로 그 교수를 돈방석에 앉게 만들어 주었다.
‘나라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내년에 낙찰을 받으면 된다. 그러려면 최소 1억 원을 모아야겠지만. 광산개발허가만 나면 전문개발업체에 권리를 넘기면 된다.’장인걸은 그 사실을 기억하는 것으로 고향에 내려와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로써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생겼지만 이런 정보 자체가 돈이었다.
‘등기소에 가서 지적도와 등기부라도 떼어보고 싶지만 휴일이니 불가능한 것이 아쉽군.’방학 때 내려와서 살펴보는 것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설사 쓸모가 없더라도 그런 가격이라면 구매할 가치는 충분했다. IMF 외환위기가 아니라면 그런 헐값에 경매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당시에는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
‘노두를 찾지 못한다면 평지가 350평가량이 있으니 그곳에 산장이라도 하나 짓는 거지.’그 땅은 유일하게 계곡 입구만 호리병 모양으로 외부와 연결이 되어 있고 실제로 대부분의 임야는 산 안쪽에 있었다. 원래는 좌우의 임야와 같은 필지였는데 셋으로 나눈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다. 그 계곡 좌우로 약간의 평평한 지역이 있는데 그것이 사용할 수 있는 토지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교수가 그 산을 구입한 목적이 나중에 지질학과 지질연구 실험장으로 기부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인수한 이후에 그곳에서 암석시료를 채취하여 실험을 했고 그러다가 몰리브덴을 발견한 것이기도 했다.
장인걸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서울에서 보내려고 하면 돈이 필요했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미리 구하지 않으면 막상 방학이 되어도 자리를 구하느라 아무 것도 못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사전에 나서야 했다.
어떤 아르바이트를 할까 고민했지만 가장 만만한 것이 노래하는 것이었다. 과외를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서울의 중위권 대학인 명석대를 다니는 것으로 고가의 과외를 하기는 불가능했다.
단가가 천차만별일 수도 있지만 장사가 잘 되는 카페의 경우에는 시간당 20만 원 정도가 기본이었고 잘 나가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라면 50만 원도 받았다.
“제가 할 수 있는 단기 아르바이트가 없을까요?”
“돈이 필요해?”
“당연하죠. 시골 출신의 대학생인데 필요하죠. 학기 중에야 학과 공부를 해서 장학금을 받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라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지만요. 가급적이면 공연을 하는 것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 일단 내가 뭐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할게.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
장시현에게 부탁을 하고 역시 민지훈에게도 부탁을 했다. 물론 높은 가격에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민지훈도 유흥가와 밀접하니 그런 정보가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권세라에게도 아르바이트가 가능한 곳이 없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물론 연결이 된다고 해도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오디션을 거쳐야 했지만 소개를 받는 것으로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이 가능했다.
“달맞이꽃에서도 가능하다고 해. 그렇지 않아도 토요일 여섯시 파트가 비어있는 상황이니. 그 시간에 밴드는 그렇고 조용한 포크송이나 발라드를 불러줄 사람이 필요해. 밥 먹을 때 시끄럽게 뚱땅거리는 것은 아니니까.”
“그거야 가능한데 단가는요?”
“꽤 센 편이지. 한 시간 하고 20만 원, 물론 오디션을 봐서 통과해야 하지만.”
“알았어요, 하죠.”
매주 그 시간에 공연을 하려면 매여 있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지만 그 정도 시간을 내는 것은 가능했다. 일단 그 돈이라면 서울에서 지내는데 필요한 비용은 충분히 충당이 가능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강진경도 장인걸이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물어 왔다.
“학기 중에야 학과공부를 해야 하지만 방학인데 적당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좋지. 그 돈까지 집에 달라고 하는 것은 조금 그렇지 않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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