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45
“그렇기야 하지. 나도 이번 방학에 한 곳에 나가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인데. 의무적으로 해야 해. 단가도 박한데.”
“어딘데?”
“우리 아빠 다니는 회사. 해운회사인데 나와서 일을 도우라고 해서. 거기서 야간에 전화라도 받아달라고 해서.”
주로 유럽과 거래를 하는데 야간에 전화대기를 해야 했다. 그 일을 하려면 영어나 독일어가 되어야 하는데 그나마 강진경이 가능했다. 물론 돈보다 나중에 회사에 들어올 때를 대비하여 일을 배우는 면도 있었다.
“밤에 근무한다고 해도 친척들도 같이 하니까 위험하지는 않아. 급한 일이 생기면 집안 어른들에게 연락하면 되고.”
그러면서 자기 집안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프린스 해운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일가친척은 전문직이나 공무원을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그곳에 취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하면 나도 가서 들어줄게. 권세라가 구해준 거야?”
달맞이꽃에서 공연한다고 하니 권세라의 소개인지 물었다.
“거기 사장이 집안 어른과 친구이기도 해.”
그러면서 달맞이꽃이란 카페의 사장이 장유현의 친구라는 사실을 말했다. 그러면서 돌잔치 때 간이 노래자랑에 참가했던 사실도 말했다. 장유현이 집안 어른이라는 사실을 알리자 놀란 표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 저번에 돌잔치에 간 것이 거기였다는 말이지? 참, 세상이 좁다. 그렇게 연결이 되다니. 그러면 배우도 시켜달라고 해. 너 정도면 배우로 데뷔해도 될 것 같은데.”
“아직 음악도 취미나 아르바이트로 하는 것이지 직업으로 삼을 정도로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야. 공연은 단기로 가능하지만 연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쉽지 않아.”
카페 공연은 아르바이트로 가능한 일이지만 연기를 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그렇기에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름은 어떻게 할 거야. 장인걸, 가수 이름으로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잖아.”
강진경의 지적대로 조금 고리타분한 이름이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예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So population, 인기 많으라고 줄여서 소팔 어때? 장소팔?”
강진경의 장난에 장인걸은 저절로 손이 뒤통수로 올라갔다.
“너, 그거 성희롱이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더 이야기를 하면 장의사부터 장독대, 장마당, 장사군(꾼) 등 다양한 이름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차라리 자신의 이름이 집안의 항렬을 무시하고 그냥 지어진 이름이니 그것이 맞도록 작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름이 아주 중요하다는데 작명소라도 가려고? 같이 갈까?”
“내가 알아서 지을 거니 신경 쓰지 마.”
강진경은 농담 한 마디 했다가 장인걸이 발끈하자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장인걸은 그 부분에 대하여 더 언급하지 않았다. 장인걸이란 이름만으로 어릴 때부터 놀림을 당했는데 강진경이 장난을 하자 화가 풀리지 않았다.
장인걸은 데모CD를 만들어야 했다. 오디션을 보기 전에 먼저 데모CD를 제출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한소정이 사장일지라도 100%의 지분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고작 40%만 보유했고 60%는 외부의 투자자들이 보유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선임한 이사인 지배인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밀어붙이려고 하면 가능하지만 굳이 절차를 건너뛸 필요는 없었다.
장인걸은 적당히 명곡을 커버하려고 했지만 오리지널을 보이려면 자작곡도 넣어야 한다는 조언을 듣자 아예 전체를 자작곡으로 채우기로 했다.
“무슨 노래야?”
키보드에 앉아서 작업을 하자 이미향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들어보지 못한 노래를 연주하고 있으니 궁금했다.
“데모CD를 만들려고 작업 중입니다.”
“무슨 노래인데 처음 듣는 것 같은데? 업소에 보내려면 유명한 노래를 커버하는 것이 좋지 않아. 잘 모르는 노래를 커버하면 잘 부르는지 못 부르는지 바로 판단이 되지 않는데.”
“명곡을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작곡으로 만들려고요. 데모CD라면 자기 곡으로 만드는 것이 진짜죠.”
“그거야 그런데 네가 작곡도 가능해? 그런 말은 없었잖아.”
“그거야 굳이 자작곡을 보일 필요가 없으니 그동안 내보인 것이 아니죠. 이제 필요하니 선보이는 것이고요.”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 회사에 다닐 때도 혼자 조용히 연주를 했던 기억이 있기에 어려울 것은 없었다.
“곡이 아주 세련된 것 같은데. 가사도 완성이 된 거야?”
“어느 정도는요.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다듬을 수 있는 것이니 완성이라고 할 수는 없죠. 실제로 발표된 곡도 리메이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러면서 장인걸은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데모CD를 위한 MR을 만들어야 했다. 시간이 많다면 밴드에 사용되는 악기 정도는 실제 연주를 하여 녹음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당장은 기말고사 시험공부도 해야 하는데 그 일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는 없었다. 적당히 녹음을 하고 편집을 하여 최고의 음질을 잡아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혹시라도 편집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말해. 내가 이 키보드는 너보다 더 잘 아니. 숨겨진 기능도 몇 가지 있으니 그런 것을 이용하면 생고생을 줄일 수도 있으니.”
이미 그 키보드의 기능은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회귀 전에 군대에서 제대하고 복학한 시점에 이미 이미향은 졸업을 했고 그 키보드를 주로 사용한 것은 장인걸이었다. 그렇기에 이미향보다도 더 잘 안다고 할 수도 있었다.
“몇 곡이나 녹음을 할 거야?”
“일단 12곡을 하고 자작곡이 필요하면 한두 곡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저작권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완성이 된 후에 처리해야죠.”
“정규앨범을 만들 생각이야?”
“그거야 필요하다면 만들어야죠. 투자를 해야 돈을 번다고 하니까요. 앨범의 유무에 따라 단가가 배는 차이 난다는데.”
이미향은 밤무대 가수도 자비로라도 앨범을 내려는 이유를 알기에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장인걸은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대략 100개 정도의 도메인을 등록할 예정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비용이 대략 400만 원가량 되었다. 물론 그가 리스트에 올린 것 중에서 다 등록이 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일단 변리사 사무실에 집에 설치한 팩스로 리스트를 보내면서 계약서를 보내라고 했다. 그러자 팩스로 계약서를 바로 보내왔다. 물론 합의가 끝나면 원본 세 부를 DHL로 보낸다고 했다. 그러면 서명하여 두 부만 다시 보내라고 했다. 한 부는 공증용이라고 했다.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대행수수료를 보내야 했다. 은행에 가서 팩스로 보낸 계약서 사본을 제시하고 송금을 했다. 방학 때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원하는 도메인을 다른 사람이 선점하여 획득하지 못할 수 있기에 서둘렀다.
더구나 조금만 지나면 도메인의 양도양수가 활성화 되고 그러면서 닷컴 도메인 쟁탈전이 벌어지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야 했다. 1차로 100개를 보내지만 2차, 3차 리스트를 보내 괜찮은 도메인을 200개 이상 확보할 생각이었다.
그 중에 몇 개만 제대로 팔리면 본전을 찾고도 크게 수익을 올릴 수도 있고 나중에 판매한 대금을 한국에 달러로 가져와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니 계속 시도할 생각이었다.
‘가장 유명한 것을 골랐지만 고작 65개만 등록이 되다니.’3일 후에 바로 회신이 왔다. 도메인을 등록할 수 있는지 여부는 바로 조회가 되었고 가능한 것은 신청과 동시에 등록이 되었다. 고작 조회를 하는 것으로 7달러의 비용이 청구가 되었다. 등록을 할 경우 15달러 수수료가 청구되었다. 물론 도메인협회에 내는 등록수수료 32달러는 별도였다.
장인걸은 사흘 간격으로 100개씩 4차에 걸쳐서 리스트를 보냈다. 그렇게 하여 296개에 달하는 도메인을 1년간 보유할 수가 있게 되었다.
비용은 아버지가 보낸 천만 원에 민지훈이 건넨 삼백만 원으로 빠듯하게 처리할 수가 있었다. 돈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100여 개 정도를 더 확보하고 싶었지만 그 정도에서 그쳤다.
물론 1년 후에는 매년 10달러에 달하는 등록유지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물론 그런 절차를 대행하고 관리하는 비용으로 변리사 사무실에 5달러의 수수료를 별도로 내야 했다.
장인걸이 확보한 도메인은 절반가량은 한국에서 필요한, 한국적인 것들이었고 절반가량은 나중에 인터넷을 비롯한 IT산업이 활성화 되면서 각광을 받을 것들이었다.
일부의 도메인은 단어의 앞부분에 I나 E가 추가된 도메인들이었다. 예를 든다면 무역을 뜻하는 영어단어 trade.com이나 trader.com은 이미 다른 사람이 선점을 한 상황이라 확보가 불가능했다. 여기에 앞에 그런 철자를 추가한 경우에는 확보가 가능했다.
또한 나중에 중국에서 크게 흥행이 되는 20여 개의 도메인을 선점했다. 그렇게 한다고 만들어질 회사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고 싶기도 했다.
이것은 작은 심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중국의 IT산업에 알리바바나 틴센트 같은 업체가 나타나지 않고 다른 사이트가 등장할지 아니면 도메인을 인수해가서 그대로 나타날지 그 사실이 궁금했다.
“도메인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 권리를 넘겨주는 협상을 대행해달라는 말이죠? 거래가 성사되면 대금의 10%를 중개수수료로 지급하고요?”
“그렇습니다.”
도메인 등록이 끝나자 칼 막스턴에게 전화를 건 장인걸은 자신이 등록한 도메인을 관리 및 판매대행 계약을 추가로 맺자고 제안했다.
“선점을 한 후에 그 권리를 판매하겠다는 말입니까?”
그는 그런 경우는 생각지도 못한 듯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장인걸이 말을 하기 전에는 도메인의 선점이 큰 의미가 있을지 생각지도 못했던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제가 그렇게 많은 도메인을 확보할 이유가 없죠. 기본적으로 하나당 1000달러부터 시작하고 그 가치에 따라 최대 100만 달러까지 판매가 가능합니다. 일단 도메인 각각의 최소가격표를 제시하여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 관련 기업에서 사이트를 만들려고 하면 제가 확보한 도메인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나중에야 도메인을 국가별로도 배정을 하지만 당시에는 기업들은 무조건 닷컴만을 사용하던 시기였다. 아마도 칼 막스턴은 다른 닷컴 도메인을 상당수 확보할 것이지만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어느 정도 지명도 있는 도메인은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결국 추가적인 계약을 맺기로 했고 새로운 계약서를 DHL로 보내왔다. 그런 일을 처리한 때가 5월말부터 6월말까지 기말고사 기간이었지만 시급히 해야 하는 일이라 서둘렀다.
집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그로 인해 용돈까지 대부분 다 고갈이 되었지만 더운 날에 고생을 할 생각은 없었다. 기말고사는 충분히 공부를 했기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했다. 학점도 시간을 투자한 것만큼 좋게 나왔다.
또한 카페 달맞이꽃의 오디션도 통과를 하여 토요일 오후 6시부터 7시 사이에 대략 10여 곡의 노래를 부르기로 계약을 했다. 물론 개런티는 한 번에 20만 원으로 하고 좌석이 만석에 가깝게 차면 추가적으로 10만원의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
물론 그 계약을 할 때 예명을 사용하기로 했다. 자기 이름을 영어로 표시한 Hero, Jang이라고 사용하기로 했다.
원래는 예명으로 작명법을 참고하여 만든 ‘장재원張材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장재현張載泫의 이름에 음이 같은 ‘재’자가 사용이 되고 있기에 포기했다.
장시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니 마침 장유현을 바꿔주었고 용인에서 촬영을 하는데 야간 촬영도 있어 거기서 여관을 잡고 며칠간 촬영을 한다고 하여 직접 만나러 가기로 했다.
장인걸은 강진경과 만나서 차를 몰고 민속촌으로 왔다. 사극이라 용인의 민속촌에서 촬영을 했다. 장유현이 퓨전사극 ‘인세의 영웅’에서 주연 중의 하나인 장승필이란 역에 캐스팅이 되어 얼마 전에 촬영을 시작했다.
장승필은 정조 때의 홍국영과 상당히 유사한 캐릭터를 지닌 인물로 간신이자 악역이면서 수완이 좋은 인물이었다. 물론 극의 첫 번째 주인공인 박단석이라고 하는 인물과 대립이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렇게 꾸미니까 정말 멋있는데요. 조선시대 대감의 품격이 난다고 할까요?”
장인걸은 장유현이 분장한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아부를 했다. 그런 모습에 달리 대꾸를 하지 않고 빙긋 웃기만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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