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46
장인걸과 강진경의 외모가 남들에 비해 월등했기에 촬영장의 사람들은 연예인이 온 것으로 착각을 했다.
“누구?”
“대학교 동아리 친구입니다. 알지? 인사드려. 사적으로는 우리 집안 아저씨인 분이야.”
“강진경입니다.”
장유현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강진경의 미모가 여배우들에 비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현이 아저씨는요?”
“오늘은 일이 있어서 사무실에 갔어. 무슨 바람이 불어 구경을 온 거야? 방학이라서 온 거야? 참, 소정이네 가게에서 일하기로 했다면서?”
“네, 한소정 사장님이 말씀을 하더라고요.”
“불러서 들어보니 노래가 듣기 좋다고 칭찬이 자자하더라. 일단 몇 장면 촬영을 해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다시 촬영장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사람들은 장인걸과 강진경이 장유현과 무슨 관계인지 궁금한 표정으로 흘깃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촬영장을 구경하려고 왔는데 오히려 다른 사람이 그들을 구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치 유망한 신인이 선배 연기자의 촬영현장을 방문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 아저씨가 너를 봤으니 연기를 하라고 할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것 못해. 무대공포증이 있는데 불가능하지. 아마 카메라가 돌아가면 졸도하고 말 거야. 생각만 해도 겁이 나.”
“뭐라고 해야 하지? 그대로 그냥 동아리 친구이고 차를 얻어 타기 위해 같이 왔다고 할게.”
“너 편리한대로 해. 나야 뭐라고 해도 상관이 없으니. 애인이라고 하면 당분간 애인 역할도 해줄게.”
“그건 되었다. 집에 그 사실이 알려질 수도 있고 그러면 피곤해질 거야. 가짜 애인 노릇 해주려면 너도 피곤해질 수 있고.”
장인걸을 그렇게 말하면서 촬영을 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막 촬영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 번 힐끗 보고 너무나 지루해서 흥미를 잃고 말았다.
“이렇게 보면 조금 시시한데 막상 텔레비전에 나오면 되게 멋있게 나온단 말이야. 영화도 촬영하는 것을 보면 엄청나게 지루하기만 한데.”
“그거야 그렇지. 시골 사람인 우리 어머니도 저번에 영화촬영 구경 가자니까 하나도 재미없다고 안 간다더라.”
“하긴 그렇지. 실제로 연예인의 모습을 봐도 그냥 그렇지?”
“그렇지. 화면에서는 정말 예쁘게 나오는데 실제로 보면 여자 연예인은 멸치가 따로 없으니까.”
“남자 연예인은 훤칠해 보이는데 삐쩍 말라보이고. 조금 왜소한 느낌도 들고. 물론 네 아저씨는 제법 멋지지만. 내가 연예인이 된다면 지금보다 한 5kg은 살을 빼야 할 거야.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그러면서 그들은 장유현이 촬영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몇 장면을 연속하여 촬영을 했다. 장소도 옮겨 다니면서 촬영을 했다.
“점심이나 같이 하자. 나는 요 옆에 있는 식당에서 주로 먹고 있어. 안에는 비싸기만 하고 기름기만 많아서.”
그들은 장유현이 안내하는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민속촌 안이 아닌 외부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로드 매니저도 같이 움직였다. 사극이나 시대극은 제작팀에서 직접 분장을 하기에 개인 코디가 별도로 따라붙지 않는다고 했다.
“둘이 어떤 친구야?”
“같은 동아리 친구라니까요. 제가 차가 없어서 차 좀 얻어 타려고 촬영장 보자고 꼬셨죠. 더구나 애가 아저씨 팬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애가 내 애인이면 좋죠.”
장인걸은 강력하게 애인이 아니라고 부정을 했다. 물론 여지를 두어서 그것이 더 믿을 수 있도록 했다.
“아직은 그냥 친구에요.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요.”
강진경도 애인은 아니라고 말을 했다. 약간 섬을 타는 분위기를 내보여 사실로 믿게 했다.
“하여간 잘 해봐. 아르바이트 자리 구한다고?”
“방학인데 집에 생활비를 달라고 하기도 그래서 방학 때만이라도 조금 벌려고요. 하나는 구했는데 하나 정도 더 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한정수 한 번 찾아가 봐라. 걔가 일거리는 나보다 더 많이 아니까. 요즘에는 카페에서도 마스크 좋은 애들을 찾아서 문제라고 하더라. 너 정도면 아주 땡규일 것 같다.”
장유현의 말에 강진경이 갑자기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장인걸도 걱정이 되었다. 강진경이 평소에 바람둥이처럼 행동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태도를 보면 천생 여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장인걸과 강진경은 오후에도 촬영장에 가서 한동안 구경을 하면서 틈틈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유현의 소개로 한정수의 일인기획사를 찾아갔다. 월광기획이라는 명패를 달고 가로수길에 위치하고 있었다.
기획사라기보다는 일종의 레이블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정수는 가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작곡가나 프로듀서로도 많은 활약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정수의 스케줄을 매니지먼트 하는 것도 있지만 외주 프로듀싱을 수주하고 녹음실을 유지하며 저작권을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했다.
친구인 장유현의 연락을 받은 상황이고 전에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꽤나 노래를 잘하는 것을 알기에 반갑게 맞이하였다. 가수가 되려고 하지만 아직 자신감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한다고 들었기에 일단 인기를 얻게 해줄 생각이었다.
“달맞이꽃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다고?”
“네, 다행히 사장님이 좋게 봐주어서 공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장인걸이라는 이름이 가수의 이름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예명을 Hero, Jang으로 정했습니다.”
“한소정 사장은 친구이기도 하지만 자네와 유현이처럼 먼 집안의 사람이지. 나한테 고모뻘이야. 그것도 모르고 몇 년 전에는 스캔들이 나기도 했어.”
한정수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탄식을 했다.
“그래요? 그건 몰랐네요.”
“굳이 알릴 이유가 없으니 말할 이유가 없지. 혹시 타라한이라는 카페는 들어 봤나?”
“모르겠네요.”
“백운호수는 들어 봤겠지?”
“물론이죠. 거기는 유명한 카페촌이잖아요?”
“그렇지. 거기에 있어. 거기서는 꽤나 유명해. 거기 사장이 나랑 잘 아는데 가수를 구해달라고 했는데 자네가 적당한 것 같아. 그쪽은 밤 8시에서 10시 사이가 최고의 피크타임이지. 일단 금요일이나 일요일 중에서 5~7시 사이에 시간을 마련해 보도록 하지. 거기는 차 없으면 가기가 어려워. 차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래?”
“마련할 생각입니다. 교통편은 알아서 하죠.”
“기타는 있어? 나한테 깁슨에서 들어온 기타가 하나 있는데 당분간 그것을 쓰도록 해. 밖에서 공연을 하려면 악기도 신경 써야 해.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런 것도 보는 사람이 있으니.”
악기는 음악가에게 또 다른 자존심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물론 그것이 과하면 꼴불견이지만 적당한 수준의 악기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장인걸이 가진 연습용 기타는 공연을 하는데 사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원래 다른 가수를 받지 않는데 최근에 후배 가수 몇 명이 소속사가 없어지면서 우리 회사에 적을 두려고 하여 이런 방식으로 계약을 했는데 한 번 살펴봐.”
그러면서 계약서 하나를 꺼내서 건네었다.
“계약금은 없어. 그리고 정산비율은 8:2야, 네가 8, 우리가 2, 전담 매니저는 한 달 정산 금액이 천만 원이 넘으면 붙여줄 거야. 필요할 경우에 실비 정산 개념으로 매니저도 지원을 해줄 수 있고 계약기간은 1년으로 하고 1개월 전에 계약연장을 비롯한 정산조건을 협의할 수 있고 결렬하면 자동으로 계약종료. 그리고 본인이 직접 영업을 한 경우에 직접 계약이 가능하고 그럴 경우에 회사에서 계약 대행을 하면 9:1로 정산. 기타 저작권이나 초상권에 관하여는 별도의 계약이 없는 이상 우리는 관여하지 않아. 대신 별도의 계약을 통해 실비정산개념으로 대행을 해주지.”
한정수가 계약서의 내용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그런 내용을 듣고 난 다음에 계약서를 살폈다. 스케줄을 잡는 것도 뮤지션의 동의를 먼저 받도록 되어 있어 상당히 자유로운 방식의 계약이었다.
“언더에서 사용하는 계약방식이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야. 악덕 기획사는 노예계약으로 묶어 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
“앨범제작의 경우는 실비정산이네요.”
“앨범을 내는 시스템이 있지만 비용이 워낙 크기에 우리가 지원을 해줄 수는 없어. 가수가 자비로 앨범을 내고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지. 프로듀싱이나 녹음은 외주 방식으로 우리가 해줄 수도 있고. 우리는 그저 가수들이 계약을 하고 정산을 받는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본격적인 앨범 기획을 하는 것은 아니니.”
“알았어요. 일단 검토를 해보고 타라한의 일이 결정될 시점까지 통보를 하죠.”
장인걸은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계약서를 자세히 검토해봐야 할 것 같아 바로 결정을 하지 않았다.
장인걸은 차를 구매하기 위해 여러 곳에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장유현이 모처럼 휴일이라면서 한남동 자택으로 오라고 불렀다. 그래서 간단히 음료수나 한 박스 사서 방문했다. 집에는 세원이와 숙모도 있었다.
“집사람이 타던 것인데 가져다 네가 타라. 이번에 차를 바꿀 생각이다. 소형차다보니 애를 태우는 것도 불편하고 안전도 생각해야 해서.”
장유현이 새로 차를 구한다고 하니 세원이 엄마가 결혼 전부터 타던 엑센트를 가져가라고 했다. 색깔도 파스텔 톤의 하늘색이라 무난했고 5년 정도 되었지만 주행거리가 10만km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제가 중고차 가격을 쳐주어야 하지 않아요?”
“되었어. 새 차 사면 중고차를 처분해야 하는데 그냥 네가 등록만 해서 타. 팔아야 몇 푼이나 한다고.”
장인걸은 괜히 득을 보려고 친하게 지내려는 것으로 보일까 걱정이 되었지만 그냥 받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너무나 각박해질 것 같았다.
“정수가 제안한 계약은 어떻게 할 거야?”
“바로 계약할까 합니다. 저에게 불리할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획사도 마찬가지고요. 노 리스크 노 리턴 계약이지만요.”
계약이라고 하지만 서로 아무런 부담이 없는 계약이었다. 그저 사무대행을 해주는 형태의 계약이었다.
“일단 카페에 공연하면서 이 바닥의 생리도 파악해 보고 직업으로 할지 판단해 봐. 가수라면 데모CD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필요해. 그런데 혹시 자작곡이 있어? 가수는 자작곡이 있고 앨범을 내야 격이 오르는데. 같은 실력이면 앨범 유무에 따라 개런티가 배는 차이가 나. 그래서 가수들이 자비로라도 앨범을 내려고 하지. 카페 공연을 하면서 팬들에게 앨범을 팔아 추가수입도 올릴 수 있고. 그것도 쏠쏠한 수입이 되지.”
“몇 곡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앨범을 내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텐데요?”
자신이 회귀 전에 만든 노래도 있었고 이후 10년 동안 나온 노래 중에 어느 정도 알려진 노래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으니 그 중에 적당한 노래를 변형하여 낼 수도 있었다. 표절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세상에 나오지 않은 노래이니 문제는 없었다.
“CD가 보편화 되면서 그리 많은 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야. 데모 녹음 형식으로 녹음을 하고 앨범 재킷이야 적당히 프로필 사진을 넣어도 되는 것이고 CD로 굽는 비용이야 얼마 되지 않지. 카세트테이프는 공장에 맡기면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를 만들 수 있고. 녹음이나 재킷제작은 정수한테 해달라고 해. 내가 말을 해놓을 것이니.”
장유현이 부탁을 해준다고 하니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막상 앨범을 낸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순수한 자작곡은 아니지만 자기 목소리로 앨범을 내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연기를 한다면 연기 수업이라도 같이 해줄 텐데 가수이니 친구에게 부탁이나 하는 정도지. 나도 연예계에 집안사람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 돕는 거야.”
장인걸은 장유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지만 전적으로 그 말을 믿지는 않았다. 스무 살의 대학생이라면 의심하지 않겠지만 서른이 넘은 직장인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뜻일 지라도 뭔가 의도가 있어 보였다.
‘나에게 큰 해가 없을 것 같으니 일단 받고 보자. 나중에 기획사를 만들고 제작사를 만드는데 그 때 영입하려는 것인지도 모르지.’장인걸은 장유현의 행보를 알기에 그런 추측을 했다. 물론 그 사이에 장유현이 소속되었던 기획사는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면서 망하고 말았다. 영화제작에 투자를 하고 사업다각화를 한다고 외식업체에 투자를 했지만 그것이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엄청난 적자로 돌아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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