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47
장인걸은 한정수의 월광기획에 가서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다. 물론 계약서는 다른 가수와 동일하게 작성을 했지만 장유현의 부탁으로 앨범 제작을 위한 녹음을 서비스로 해주기로 했다. 녹음을 하려면 당연히 프로듀싱도 같이 해줄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사전에 준비한 노래와 데모 CD도 같이 건네 저작권 등록과 MR제작을 부탁하기도 했다.
장유현에게 한정수가 너무나 잘 해주려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하니 그럴 이유가 있으니 그냥 해주는 것을 다 받으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말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장유현이 조물주보다 높은 건물주였고 월광기획은 장유현이 소유한 그 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계약을 마치고 한정수와 같이 점심 식사를 한 후에 장유현의 집에 들러 서류와 차를 받아서 차량등록사업소에 가서 등록을 했다. 매매계약서에 시가로 차량의 가격이 기재되어 있지만 그 돈은 받지 않기로 했고 등록 관련한 비용만 지불하면 되었다.
차를 가지고 빌라로 와서 주차장에 세웠다. 20세대이지만 빌라내 세대가 보유한 차는 고작 다섯 대밖에 없었다. 워낙 소형평수이니 차를 가진 세대가 드물었다. 10세대는 방이 두 개이고 10세대는 방이 하나에 불과해 실평수가 14평, 10평에 불과했다.
주차 공간은 네 대이고 빌라 정면에 세 대를 주차할 수가 있기에 총 7대를 주차할 수가 있었다. 한 대 더 늘어난다고 해도 충분히 주차가 가능했다.
“학생이 무슨 차야?”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중고차로 장만했어요. 여기다 세우면 되죠?”
빌라 앞에 주차를 하는데 반장 아주머니가 다가왔고 일단 주차에 대해서 양해를 구했다. 반장은 평소 빌라에 살지 않는 사람이 차를 대면 난리를 치면서 쫓아냈다.
“그렇게 하면 되겠네. 이제 여섯 대나 되어 손님이라도 와서 차를 한 대만 대도 빈 곳이 없어지겠어.”
장인걸은 그나마 차를 댈 곳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차를 세우고 빌라로 들어갔다. 빌라에 들어가서 막 환기를 시키고 에어컨을 키자 숨을 돌리기도 전에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나. 세라.”
장인걸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권세라가 전과 달리 산뜻한 옷차림을 하고 들어왔다. 최근에 날로 옷차림이나 스타일이 세련되게 변하고 있었다. 외모를 가꾸니 점점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그러니 연애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았다.
“빌라 앞에 세워진 하늘색 엑센트가 네 차이지?”
“응, 아직 괜찮지?”
“그런 것 같아. 우리 카페는 그냥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해도 타라한을 다니려면 필요하겠다. 계약을 했다면서?”
“응, 오늘 계약을 했지. 전에 말한 것처럼 특별한 것은 없어. 그런데 무슨 일이야?”
권세라와 어느 사이에 말을 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선배라는 호칭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사람이 있다면 깍듯한 선후배 사이가 되었다.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으니 축하해주려고 왔지.”
“무슨 가수야? 그냥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지. 아직은 몰라.”
“내일 당장 달맞이꽃에서 공연을 하면 완전 달라질 거야. 그리고 이번에 앨범도 낸다면서?”
“앨범은 낸다지만 자비로 내는 거야. 정식 앨범으로 내지만 누가 사겠어? 데모 CD를 조금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야. 너희 밴드도 2집이나 냈다면서?”
“그거야 말로 데모 CD였지. 어쨌든 축하해.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든 어쨌든 간에 앨범을 냈으니 가수가 되는 거지. 혹시라도 알아 앨범이 갑자기 뜰지. 집에서 카세트로 녹음한 것을 옮겨도 뜰 사람은 뜬다잖아.”
“그런데 그런 사실은 어떻게 알았어?”
권세라에게 말을 해주지도 않았는데 아는 것이 이상했다. 특히 앨범 내는 것은 오늘 결정이 된 내용이었다.
“달맞이꽃 사장님이 말해 주더라. 점심때 거기 갔었거든. 자작곡도 여러 곡 있다면서?”
“응, 저작권등록까지 부탁을 했어. 말 나온 김에 데모 CD를 만들었는데 악보랑 같이 넘겨주었지.”
“나도 듣고 싶은데 가능해? 너무나 궁금해서 왔어.”
“노래만 궁금한 거야? 다른 것은 궁금하지 않아?”
장인걸은 CD 플레이어를 작동시키면서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권세라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노래가 나오자 한 여름인데도 장인걸의 옆으로 달라붙었다.
강진경은 아버지 강효명 부사장이 불러서 육상물류본부장실로 갔다. 보통 회사에 다섯 시까지 나와서 저녁 10시까지 상황실에서 근무를 했다.
서류 작업은 보통 일과시간에 끝나지만 실제 물류는 24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니 회사에서도 항상 상황대기를 해야 긴급한 문제가 발생할 때 해결이 가능했다.
수출입업체에서 서류가 도착하면 상황실에 사본을 비치하여 언제라도 팩스로 지원을 해주어야 입고나 선적에 문제가 없었다. 각 과정마다 수출입면장과 인보이스 등의 사본이 필요했다.
보통 밤 12시가 입고마감이 시간이 경우가 많았고 새벽 4시 이후에 물류센터 문이 열렸다. 그 시간을 전후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로 연락을 하는데 전화연락이 되지 않거나 대응을 해주지 않으면 마냥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추가요금이 발생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불렀어요? 무슨 할 말이 있어요?”
강진경은 아버지의 부름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 넘게 근무를 했지만 사무실로 부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집에서도 아침에 잠깐 보는 것이 전부였다.
더구나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서로 의견이 달라 말다툼을 벌인 후부터 서먹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일단 앉아라. 확인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강진경이 소파에 앉자 강효명도 맞은편에 마주 앉았다. 얼굴이 굳어 있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왜 그러는지 짐작은 갔지만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최민성이랑 헤어졌다고?”
최민성은 강진경이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아는 오빠로 나이가 세 살 많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만났지만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강진경이 재수를 했고 그도 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미국에 유학을 가 있는데 한 달 전쯤에 한국에 나왔는데 그 때 만났다가 결별을 선언했었다. 최민성은 공부를 못해 도피성 유학을 갔었다.
“약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리고 룸에서 포커 판에 끼었는데 한 번에 수백만 원을 베팅하더라고요.”
강진경은 감출 이유가 없어서 그렇게 말을 했다. 클럽에 따라갔지만 정체불명의 음료를 마시기가 꺼림칙해 피하였는데 냄새부터가 이상했다.
같이 예의상 호텔에 따라는 갔지만 변태적인 행위에 모멸감마저 느끼기도 했었다. 프리섹스를 주장하는 강진경으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마저 했다. 본성이 그런지 아니면 그 사이에 타락을 했는지 몰라도 인간망종이 되어 있었다. 결국 집에 돌아오자 전화로 결별을 선언했다.
“약을 하고 도박을 한다고?”
“내 느낌이지만 사실일 거예요. 그래서 안 만나려고요.”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싫어 가장 치명적이라 생각하는 두 가지만 거론했다. 문란한 사생활은 자신의 입만 더러워질 것 같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남자는 다 그런다면서 적당히 참고 살아가라고 말할 아버지였다.
“알았다. 그런 문제라면 가까이 해서 좋을 것이 없지. 최사장에게는 그저 뜻이 맞지 않아 만나지 않는 것으로 말을 하마. 굳이 그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유학을 보내기 전에도 문제가 있다고 하더니.”
“집안이 좋다고 하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아 보이더군요. 더 하실 말씀이 있어요?”
“아니다. 맘에 들어 하지 않는데 괜찮다고 말한 내가 잘못이구나. 그쪽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앞으로 다른 곳도 거론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버지가 말한 사람들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괜찮다고 말한 자들 대부분이 사고를 치는 것을 보면요.”
강진경은 냉랭한 어조로 말을 했다. 아버지가 좋은 혼처라고 했지만 배경은 어떨지 몰라도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딸의 행복을 위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언니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고 싶으시죠? 그것은 겉모습뿐이고 사실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고 있어요. 언젠가 결별이 가능한 때를 기다리면서요. 지금이 그런 시점이 된 것도 같고요. 그렇게 안 한다고 해도 좋은 혼처라고 밀어붙였는데 도저히 같이 살 사람이 아니어서 이혼서류를 냈다면서요.”
그렇게 독설을 쏟아내고 강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효명은 강진경의 말에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권세라는 저녁을 먹고 여덟 시 경에 돌아갔고 장인걸은 영어공부를 했다. 방학이라도 공부를 놓을 생각은 없었다. 학과 공부나 고서 공부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했다.
어느 정도 영어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자 금강바라밀경을 펴놓고 독경을 하고 있었다. 독경을 하면 그냥 읽는 것과 다른 느낌이 들었고 그 의미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창 독경을 하는 중에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야? 근무 끝났다고.”
“응, 잠깐 볼까?”
장인걸은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인데 만나자고 하니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먼저 전화를 했으니 거절하기도 그랬다.
“어디서? 온다고. 알았어.”
강진경은 아르바이트로 회사에 다니면서 차를 가지고 다녔다. 보통 1주일에 한 번 정도 심야 근무를 하지만 나머지는 10시면 퇴근을 했다.
그러면 집에 바로 가지 않고 장인걸에게 와서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12시 경이 되어서야 갔다.
장인걸은 전화를 끊고 15분 정도 지난 후에 빌라를 나섰다. 근처에 주차할 공간을 확인하고 없으면 적당히 차를 세울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주차할 공간이 빌라 바로 옆 골목에 있었다. 그래서 전야제 앞으로 나갔고 그러자 차 한 대가 골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강진경의 차였다. 장인걸을 발견하더니 멈췄고 옆에 타서 주차할 곳을 일러 주었다.
“같이 있지 않았어?”
“왔다가 8시 경에 갔어.”
강진경이 말하는 것이 뭔지 알기에 그렇게 대답을 했다. 그들은 차를 세우고 빌라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그만 만나자.”
“무슨 일이 있어?”
그러자 강진경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집안끼리 아는 남자였는데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작된 갈등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강진경이 맘에 드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자 그 남자와 결혼을 하여 유학을 가라고 집안에서 떠밀었다. 꽤나 집안이 좋았지만 남자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거절하고 재수를 하여 명석대학교에 들어왔다.
그렇게 시작된 갈등, 여섯 살 많은 언니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언니는 집안에서 정해준 상대와 2년 전에 결혼을 했지만 결혼 생활이 순탄치 못했고 지금은 이혼을 앞두고 있었다. 남자가 재벌이지만 무능력하고 사생활이 문란했다.
“그 남자와 지난번에 만나고 난 후에 헤어졌어. 도저히 같이 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이상 나를 방치하고 싶지 않았거든. 헤어질 명분도 있었고.”
그러면서 이번에 장인걸과의 관계도 정리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언니나 내가 외모가 되니 부자에게 시집을 가야 잘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어머니도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싶었고. 어차피 결혼은 집에서 정해주는 사람과 할 것이라 생각했으니. 그런데 얼마 전에 언니가 이혼을 한다고 하더라고. 더 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아버지나 어머니가 어떻게 할 상황이 아니고. 이혼해도 될 능력이 생겼거든. 언니가 나서지 않았는데 일이 터졌어. 삼만산업 둘째 아들 이야기야. 마약에, 폭행에, 거기다 간통까지 걸렸으니.”
약간 횡설수설하는 면이 있어 이해가 어려웠지만 대략적으로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되었다.
“그 남자도 무슨 문제가 있어?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아버지가 물러날 것 같지 않은데. 어른들은 쉽게 변하지 않잖아?”
정략결혼이니 집안이 맞아야 한다느니 하는 말로 집안이 좋지 않으면 갈라놓고 억지로라도 결혼을 시키려고 했다. 아마도 그런 경우 같았다.
“약을 하더라고. 도박도 크게 하는 것 같고. 그리고 사생활도 너무나 문란한 것 같아. 내가 그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나도 더 이상 내 마음을 속이고 싶지 않아. 너랑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 지금과 같은 관계는 나중에 큰 상처만 남을 것 같아.”
“알았어. 네가 편한대로 해. 난 항상 여기 있을 거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너와 난 좋은 친구잖아.”
장인걸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강진경을 그런 사람이라고 오해한 것 같아 미안했다. 처음에 약속한대로 맘 편히 가도록 놔주는 것이 좋았다.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것은 더욱 강진경을 힘들게 할 것 같았다.
“오늘은 여기서 있다가 가고 싶어. 그래도 되지?”
“그렇게 해.”
강진경은 장인걸의 집에 자주 왔지만 자고 간 적은 없었다. 권세라도 첫날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장인걸과 밤을 같이 보내고 싶다고 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