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48
12. HERO JANG, 주인공 되다.
강진경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장인걸이 차려준 아침을 먹고 떠나갔다. 그런 강진경의 모습에서 회귀 전에 원경희가 헤어지자고 말하고 떠나던 모습과 오버랩 되어 마음이 아프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장인걸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잡는다고 잡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잡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지금은 강진경이 스스로 마음을 정리한 후에 관계를 재설정해야 옳았다.
장인걸은 집에서 독경을 하면서 울적한 마음을 달래다가 아홉시 반이 되자 집을 나섰다. 마음이 심란할 경우에 독경을 하면 저절로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한정수가 준 기타를 챙겨들고 학교로 향했다. 오후에 달맞이꽃에 가서 공연을 해야 하기에 선정한 곡을 연습해야 했다. 이미 충분히 연습을 했지만 마지막으로 점검할 계획이었다.
“연습이야? 너도 공연에 나서는구나.”
동아리 방에 들어가자 이미향이 총무 자리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방학인데도 동아리방을 지키고 있었다. 집에 있으면 퍼지니 동아리방에 나와서 공부를 한다고 했다.
“방학인데 아르바이트를 해야죠. 계속 집에 손을 벌리는 것도 그렇잖아요. 그래도 노래하는 재주라도 있으니 다행이죠.”
“그건 그렇다. 하지만 거기서 공연하면 정신 바짝 차려.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 그러다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니.”
이미향의 말에 가시가 들어 있었다. 지은 죄가 있기에 달리 말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바람피우지 말라는 말이었다.
“주의할게요. 학생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처신을 바르게 하죠.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장인걸은 자신을 위한 충고라고 생각하여 고깝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회귀 전에 가장 가깝게 지낸 사람이었다. 진짜로 음악을 사랑하고 동아리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공연에 나서 어느 정도 성공하면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많은데 끝이 좋은 경우는 드물어. 신중하게 미래를 결정했으면 해.”
이미향은 장인걸이 작은 인기에 들떠서 가수가 되겠다고 나섰다가 실패하고 밤무대를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염려했다. 동아리 출신 중에도 그런 선배가 여럿 있었다.
“그럴 생각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지 가수 데뷔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학업은 어떤 경우라도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군대도 예정대로 2학년을 마치고 갈 생각입니다.”
그런 대화를 나누고 난 다음에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했고 이미향은 장인걸의 노래나 기타 연주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일지라도 돈을 받고 공연한다면 그 순간만은 프로야. 그렇기에 최고의 공연을 해야 해.”
그러면서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신랄하기 짝이 없었다. 더구나 지적하는 것이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이기에 불편하고 부끄러웠다.
“너는 고음을 지르기 전에 사전에 목을 세우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은 좋지 못해. 목을 숙이는 것보다는 낫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 약간 부자연스러운 소리가 나.”
“코드와 코드 사이에 파지를 할 때 빨리 이동을 하려고 하다보면 가끔 기타 줄을 살짝 건드는 경우가 있어. 크게 문제는 아니지만 음이 뭉개지거나 잡음이 발생해. 그것도 주의를 해.”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그날 공연할 예정인 노래 13곡을 다 연주했다. 정규 시간 동안에는 10곡을 부를 계획이지만 앙코르 요청이 있거나 생일 축하 같은 이벤트를 요청할 수도 있기에 예비로 세 곡을 더 준비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밉상인 박상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면서 인사를 했다. 그도 방학이 되었지만 동아리에 매일 나오고 있었다. 드럼 연습을 할 곳은 동아리가 유일했다.
“드럼 연습을 하려고 왔는데 먼저 선객이 있네요.”
“나는 끝났으니 연습해. 우리는 식사하러 갈 거니.”
장인걸은 기타를 케이스에 넣으면서 말했다. 노래 연습할 때는 적절한 시점에 멈추어야 했다.
“야, 기타 바꿨네. 좋아 보이는데. 그거 꽤나 비싼 거 아니야? 달맞이꽃에서 공연한다는데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거야?”
“아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지, 무슨 데뷔야?”
장인걸은 박상우의 말에 즉각 반박을 했다. 자신도 회귀 전에 학교에 다닐 때 저런 모습이었을지 모르지만 너무나 경솔하게 말을 함부로 하고 있었다. 사람의 장래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직업이나 진로를 정할 때는 신중해야 하는데 내키는 대로 말하고 있었다.
“그거야 너처럼 항상 기회가 주어지는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처럼 아직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일이지. 뭘 그렇게 정색을 하고 말해.”
박상우도 정색을 하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장인걸이 항상 무게 잡고 옳은 소리만 하니 맘에 들지 않아 보였다.
“이게 기회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장래를 결정하는 것은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이지 쉽게 정할 일은 아니야. 내 미래에 대해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싫어. 그러니 그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인걸은 최대한 이성을 지키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자기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금강나한공을 운용하여 기세마저 같이 실었다.
“알았어. 안 그러면 될 거 아냐.”
장인걸의 기세가 워낙 강하기에 박상우는 주눅이 들어서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물러나고 말았다. 박상우 같은 타입은 조금만 빈틈을 주면 자기 마음대로 상대를 휘두르려고 했다. 거기에 휘말리면 끝이 좋을 수가 없었다.
장인걸과 이미향은 같이 학생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박상우는 장인걸의 기세가 무서워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식당에 따라오지 않고 동아리 방에 남았다.
한정수가 급하다고 연락을 하여 월광기획으로 갔다.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는 말에 바로 방문했다.
“녹음을 하기 전에 준비 상태를 점검하려고 오라고 했다. 데모 CD의 상태를 보면 바로 녹음을 해도 될 것 같아. 하지만 MR은 조금 부실한 것 같아 다시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장인걸은 MR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은 공감하기에 그 대책을 물었다. 한정수가 만들어 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작업을 해야 했다.
“내가 준비 할까, 아니면 네가 할 수 있어?”
“학교에서 키보드를 사용하여 간이로 만든 것입니다. 기기가 없기에 제 수준에서 더 좋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용법을 안다면 회사의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지.”
“그러면 일단 제가 작업을 먼저 하겠습니다. 그 후에 한 번 다듬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인걸은 나중을 위해서라도 프로듀싱 능력은 필요했고 MR제작은 그 출발점이기에 이번 기회에 좀 더 실력을 쌓고 싶었다. 그러면서 한정수에게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 오늘부터 가능해?”
“특별히 예정된 일은 없습니다. MR 작업하다가 틈틈이 공연할 노래를 연습하면 되니까요.”
“그러면 일단 기존의 MR로 노래를 해보자.”
장인걸은 대략 45분 길이의 노래 12곡을 연이어서 불렀다.
“노래는 손을 댈 부분이 그리 많지가 않군. 세세한 것은 녹음을 하면서 다듬으면 되겠어. 편곡을 조금 하면 50~60분 정도로 늘어나겠군.”
“몇 곡의 후렴구를 조정하면 가능할 것입니다. 너무 촉박하게 준비하느라 제대로 다듬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후렴구를 한 번 더 넣어서 강하게 내지르면 곡이 확 살아날 노래도 있어 보이는군.”
장인걸이 준비한 노래 중에 네 곡은 순수하게 자신이 창작한 노래이고 여덟 곡은 회귀 전 2005년 이후에 발표된 노래를 당시의 트렌드에 맞도록 변형한 것이었다.
장인걸은 빅 히트를 기대하기 보다는 자신을 대중에게 소개할 정도의 인지도만 얻는다면 만족할 계획이었다. 물론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저 희망사항이었다.
장인걸은 기존 MR을 월광기획의 기기를 사용하여 수정을 하기 시작했고 며칠 사이에 전부 다 수정했다. 틈틈이 녹음도 하고 편곡도 했다.
마침내 계약일이 되어 토요일에 달맞이꽃에서 공연을 하고 일요일에 타라한에 가서 공연을 했다. 두 군데 모두 크게 환호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생판 처음 보는 가수에게 환호를 보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고 그 정도 반응이라면 사실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노래나 기타연주 실력이 좋은 면도 있지만 그의 수려한 외모가 한몫했다.
물론 첫 공연을 하는 것이라 진행에 조금 미숙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그리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 생일축하노래를 준비한 덕분에 두 군데 모두 생일을 맞이하여 모임을 갖는 테이블에 이벤트를 해 줄 수 있었다.
“제법 반응이 좋더구나. 한 사장이 여자 손님들 반응이 특히 좋다고 하더라. 물론 타라한도 마찬가지이고.”
한정수도 반응을 체크했는지 그 사실부터 전달을 해주었다.
“하지만 조심해. 여자들도 남자들만큼 집요할 수 있으니. 팬들과 확실하게 거리를 둬. 그러지 않다가는 시작하기도 전에 망할 수가 있으니. 높이 올라갈수록 자기 관리가 롱런의 관건이니.”
한정수도 여자 조심하라고 경고를 했다. 장인걸이 그런 유혹에 약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장인걸은 녹음이 끝나자 한정수와 장유현과 같이 식사를 하러 갔다. 그 자리에 장시현도 같이 참석했다.
“노래 좋던데. 그런 작사, 작곡 능력이 있을지 생각도 못했는데 대단해.”
장유현이 감탄을 했다. 월광기획에 와서 녹음한 것을 들어본 후에 내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이번 무조건 뜬다고 장담을 하고 있었다. 계속 듣고 있으려니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앨범은 얼마나 제작할 거야?”
“일단 초도 3000장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장인걸은 최소 물량으로 제작을 할 계획이었다. 그 금액도 사실 엄청나게 부담이 되고 있었다. 그간 꼬불쳐놓았던 모든 계좌의 잔고를 털어야 겨우 마련할 것 같았다. 모자라면 최유림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돈의 일부도 사용할 생각이었다. 나중에 이자를 부담하면 되었다.
“내가 제작비용도 대도록 하지. 나중에 팔리면 갚아. 정수야 얼마나 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건 검토를 해 봐야지. 무작정 찍을 수는 없고.”
“그러면 물량은 나랑 이야기하자. 이 녀석은 매사에 겁이 많아 최소 수량만 제작하려는 것 같으니. 유통문제도 나와 이야기 하자. 야, 이 문제는 나한테 맡겨.”
장인걸은 결국 제작과 유통에 관하여 장유현에게 일임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비용을 그가 부담해야 하는데 대신 내주고 나중에 판매하여 변제하게 해준다는데 안 된다고 할 수 없었다.
“노래는 정말 기가 막혀. 조금만 더 투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돈을 들인다고 해서 월등히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로 만족을 해야지.”
한정수도 같이 칭찬을 했다.
“막귀인 제가 들어도 상당히 좋게 들렸습니다. 더구나 목소리도 완전 좋았습니다. 굵은 중저음에, 시원한 고음, 거기에 애절하게 흐느끼는 창법까지.”
장시현도 역시나 칭찬을 했다.
“아, 장 실장도 한 때는 음악을 했었지?”
“그냥 어릴 때 기타 들고 설친 정도죠.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포기했죠.”
계속되는 칭찬에 장인걸은 손님처럼 조용히 있어야 했다.
“진짜로 계속 공부할 생각이야?”
한정수가 다시 한 번 공부할 것인지 물었다.
“그럴 생각입니다.”
“일단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자. 인기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활동해야 할 수도 있어. 한 번 뜨면 강제로 평범한 생활은 할 수가 없게 돼.”
장유현이 원하지 않아도 연예인이 되어 버리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냥 주변의 부추김에 시험 삼아서 앨범을 냈다가 확 뜨는 바람에 가수로 데뷔한 몇몇 경우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곽충호, 걔가 그렇지. 박성관 선배 사무실에 갔다가 노래 불러보라고 해서 노래했고 거기서 자작곡을 불러 바로 노래 내자고 해서 3일만에 녹음하고 일주일만에 앨범 냈는데 확 떴지. 당시 길보드 차트 1위를 몇 달이나 했으니. 행사 뛰느라 엉겁결에 전국일주를 수십 번이나 하고.”
“하긴 연기자도 단역 하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단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것이 방영되면서 화제가 되어 뜬 경우도 많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그들의 말을 듣다보면 장인걸은 어느새 최고의 인기 가수가 되어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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