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49
장인걸은 7월이 되고 앨범 녹음이 끝나자 월광기획에 나가지 않고 학교 동아리 방에 가서 연습을 했다. 연습실이야 월광기획이 좋지만 오고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장인걸이 권세라와 같이 연습을 하고 있는데 박상우가 동아리방에 들어왔다. 장인걸은 카페에서 공연할 노래 연습은 일찌감치 끝내고 권세라의 드럼 연습을 도와주고 있었다.
두 사람의 연주가 끝나자 박상우가 드럼 연주를 한다면서 장인걸에게 합주를 하자고 했고 잠시 어울려 주었다. 예상대로 아직은 불가능했다.
근본적으로 드럼과 기타의 합주를 하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박상우는 아직 부족했다. 더구나 박상우는 합주하면서 상대에게 맞춰주려는 마음 자체도 없었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국 장인걸이 합주를 포기하고 MR을 틀고 연습을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합주를 계속 하자고 했다. 장인걸이 무시하고 기타 케이스에 기타를 넣자 화를 내면서 욕을 했다.
“씨팔, 더럽게 비싸게구네.”
박상우가 갑자기 난리를 쳤다.
“너, 지금 뭐라고 한 거야? 다시 말 해봐?”
장인걸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소리를 쳤다. 한 번 밉상이 되니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서 연습을 하겠지만 그런 수고를 하고 싶지 않았다.
기타리스트가 드럼 초보를 리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도 있었다. 이것은 권세라와 합주를 하면서 미묘한 컨트롤을 연습하게 하는 것보다 사실 더 쉬운 일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보여 줄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연습하라고 하니 기분이 나쁜 것인지 화를 낸 것이다. 물론 장인걸이 리드하면서 세세하게 가르쳐 주면 실력이 빠르게 늘겠지만 그럴 생각이 없었다.
더구나 결별 이후에 전화 통화를 하지 않는 강진경이 처음으로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해왔다. 토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저녁에 시간이 있을 것이니 만나자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지 않으니 회사 앞까지 쫓아왔다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 소리를 할까 고민하던 참인데 먼저 도발을 했다. 장인걸은 박상우에게 다가가서 멱살을 틀어쥐었다. 티를 잡아서 비틀자 목이 꽉 졸려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되었다.
“너, 이 새끼 그렇지 않아도 계속 추접스러운 짓을 하기에 벼르고 있었다. 어제 진경이가 전화를 했더라. 싫다고 하는데도 3일내내 아르바이트 하는 회사 앞까지 찾아와서 귀찮게 한다고. 그게 스토커지 정상인이 할 짓이냐?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남자친구가 없을 것이니 한가해? 그러니 너랑 만나자고? 에라이, 개새끼, 여기서 남자 친구가 누구야? 내가 카페에서 공연하느라 진경이가 한가하니 만나자고 했다면서?”
장인걸은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골치 아플 것 같아 바닥으로 그냥 내동댕이쳤다.
“그게 정말이야? 스토킹을 했다고?”
그 때 총무 자리에 앉아 있던 이미향이 장인걸에게 확인을 했다. 학생회 차원에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상황이고 그 중에 하나가 무분별한 스토킹의 금지였다.
“지난 3일간 저녁 10시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오는 진경이를 회사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어제는 차에 타려고 하니 붙잡아서 큰 소리를 치고 경비원이 오니 도망을 쳤대요.”
장인걸의 폭로에 박상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네가 뭔데 내 일에 나서?”
“진경이 친구로서 나서는 것이다. 이거 총학에 보고하고 우리 동아리에서도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렇게 해야지. 동아리 규정을 보면 동아리 내에서 회원 간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나 사회 규범을 해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제명부터 회원 정지까지 회원 총회를 거쳐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니. 또한 그런 사건을 벌어지면 총학 학교폭력근절대책위원회에도 보고하고.”
이미향의 말에 박상우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규정이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런 규정은 총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에서 만든 것으로 산하의 모든 동아리 대표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규정이었다.
이미향도 총무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내용이었다. 일반 학생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이었다. 알게 된다면 사건 당사자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동아리방 안이나 동아리 회원 간에 폭력이나 성폭력, 기타의 범죄행위가 벌어지거나 현저하게 그럴 위험이 존재한다면 총학생회 내에 설치된 학교폭력근절대책위원회에 동아리 대표자가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장인걸은 박상우를 일단 동아리에서 치워버릴 결심을 했다. 그렇게 되면 드럼도 더 이상 배우지 못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곳에 가서 익힐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동아리를 거명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쫓겨난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들추는 행위이니 연관을 시키지 못할 것 같았다.
“일단 총무님은 진경이한테 연락을 하여 상황을 청취한 후에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장인걸은 이미향에게 선배라는 호칭을 하지 않고 총무로 불러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은 압박했다. 그때에야 박상우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간단히 여자를 기다렸다고 우길 수도 있지만 3일 연속 간 것이나 야간이라는 점, 강진경을 강제로 붙잡은 점, 경비원이 오고 나서야 놓고 도망간 점 등은 문제의 소지가 컸다.
물론 남녀 사이의 밀당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서로 애정을 가지고 있을 때나 성립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박상우가 못생긴 것은 아니지만 강진경에게 호감을 얻은 상황도 아니었다.
“알았어. 진경이 연락처가 어디 있더라?”
이미향이 연락처를 뒤지자 박상우는 도망가고 싶은 표정이지만 뒷일이 걱정되어 도망도 못가고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스토킹이라니요? 절대 아니에요. 그냥 만나자고 하려고 찾아간 것이지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앞으로 하지 않을 것이니 한 번만 없던 것으로 해주어요.”
이미향만 설득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하지 않겠다고 없던 일로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일단 그런 혐의로 보고가 되면 조사를 할 것이고 그가 한 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을 하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설사 학사징계 권고 같은 중징계를 받지 않고 경고조치나 근신 같은 경징계를 받는 정도에 불과할지라도 그의 평판 자체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니 치명적이었다.
“그거야 진경이 의향에 따라서 처리하는 것이지 내가 임의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야. 그리고 내 선에서 묵살을 한다면 나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
이미향은 냉정하게 거절을 하고 수첩을 챙겨들고 동아리방 밖으로 나갔고 장인걸과 권세라도 따라서 나갔다. 박상우도 도망을 가거나 그냥 있지 못하고 엉거주춤 뒤를 따라 나왔고 이미향은 공중전화 박스에서 강진경에게 전화를 했다.
장인걸이 말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을 했고 학생회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강진경이 보고를 하라고 하니 박상우가 가까이 다가와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말을 했지만 무시를 했다.
“앞으로 더 이상 너를 보지 않을 수 있다면 보고를 유예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이미향이 전화를 끊지 않고 박상우를 보면서 의향을 물었다. 박상우의 표정에 곤혹스러움이 어렸다.
“지금 유예를 해도 학교 다닐 동안은 언제든지 보고를 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 확실히 대답해야 할 거야.”
이미향도 동아리에서 내보낼 결심을 한 것인지 박상우를 몰아붙였다. 오명을 뒤집어쓰고 쫓겨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차마 탈퇴한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진경이가 넘어간다고 해도 나는 잠재적인 문제를 방치할 생각은 없어. 동아리의 다른 여학우들도 생각해야 하니.”
장인걸은 기세를 일으키면서 박상우를 다그쳤다. 스스로 탈퇴한다는 말이 나오도록 만들어야 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동안 도가 지나친 행동을 너무나 많이 했어. 너로 인해 우리 동아리까지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은 바라지 않아.”
권세라까지 가세하여 일격을 가했다.
“알았어요. 동아리에서 나갈게요. 그리고 다시는 동아리 근처에 오지도 않을게요.”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닌지 결국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그들 사이에 내보내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알아챘다. 여기서 버텨봤자 자신만 더 비참해질 것이니 나가기로 했다.
미래의 유능한 드러머를 그만두게 만드는 것 같지만 어쨌든 장래에 우환덩어리를 제거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물론 따로 드럼을 배운다면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기분이 홀가분했다.
결국 동아리 탈퇴요청서와 결코 근처에 접근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나서야 박상우는 떠나갔다. 아직 동아리방 열쇠도 주지 않은 상황이니 앞으로 오지 않으면 끝이었다.
이미향은 바로 처리를 하여 회원 명부에 박상우란 이름을 붉은 삭선 두 줄을 그어 제명처리를 했다. 이름을 빼고 명단을 다시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나중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비고란에 자진탈퇴라고 기입했다.
제명처분을 하려면 절차에 의거하여 동아리 총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죄가 없다고 버티거나 각종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싸우면 귀찮은데 그럴 여지가 사라졌다.
장인걸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뽑아서 권세라와 같이 나무 그늘에 있는 벤치로 가서 앉았다. 아직까지 강진경과 친구로 돌아가기로 한 것은 알리지 않고 있었다.
“원래부터 박상우를 쫓아내려고 했던 거야? 입부를 할 때부터 거리를 두던데?”
“딱 보니 야비한 사람이더라고. 그러니 아예 상종하지 않으려고 했지. 그런데도 달라붙더라고. 그동안 방법을 고민 중이었는데 먼저 건든 거지. 마침 시비를 거니 잘 되었다고 생각하여 터트린 거야.”
“나도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빴는데 잘 되었어. 상운이 오빠도 종종 성적인 농담을 하지만 그거야 말 그대로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쟤는 장난으로 느껴지지 않고 들을 때마다 기분이 나빴어. 더구나 태도 자체가 건방져서 정이 가지 않더라.”
“계속 있었다면 더 큰 사고를 칠 놈이야. 더구나 술을 먹으면 위아래 가리지 않고 시비를 거는 것을 보면 가까이 하고 싶지가 않아.”
장인걸은 남을 험담하고 싶지는 않지만 회귀 전 인생에서 두 번째로 굴욕감을 준 대상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같이 동조하여 뒷담화를 했다. 마음에 걸리던 일을 해결하니 속이 후련했다.
“달맞이꽃에 네가 언제 다시 공연하는지 계속 문의 전화가 오고 공연을 일주일에 2회 정도로 늘리라고 하더라. 사장님도 주중에 한 번 더 했으면 하던데.”
“하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준비를 두 배로 해야 하잖아.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네.”
“같은 곡으로 공연을 하면 되는 거지. 우리도 두 번 공연하지만 이틀간 동일한 곡으로 하는데.”
“그렇게 한다면야 어려울 것은 없는데, 단가는?”
“그대로 했으면 하더라고. 요번 공연은 30만 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던데. 벌써 그 시간에 예약이 다 찼다고 하더라.”
“정말?”
“그렇지. 그 시간에는 보통 50% 차면 잘 되는 것인데 만석이라잖아. 그게 다 네 덕분인 것이지. 더 웃긴 게 뭐냐면 여자들 둘이 예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 너 여자들 조심해야겠더라. 괜히 이상한 짓을 해서 스캔들 나지 않도록 해.”
“요즘 따라 왜들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내가 그렇게 바람둥이로 보이나?”
“그거야 네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말이지. 인정하기 싫지만 너를 보면 점점 멋있어 지는 것 같아.”
“하여간, 알았어. 조심할게.”
장인걸은 여자 문제가 생기면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한 번 실수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앨범은 언제 나와? 시안은 들었지만 궁금하다.”
“바로 공장에 넘어갔으니 이번 주에 잘하면 판매가 가능할 거야. 공연 전에 판매하면 그것도 쏠쏠하다던데.”
“우리도 달맞이꽃에서 대충 1년에 천 장 정도 팔았어. 그 정도면 매달 회식비는 나오더라고. 다른 곳에서는 그 절반도 팔지 못했지만. 너는 우리보다 훨씬 많이 팔 거야. 어쩌면 수십만 장이 팔릴 수 있을지 몰라. 노래가 너무 좋더라.”
“그랬으면 좋겠다. 신곡이 인기가 좋아 공연 절반을 내 노래로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자신의 노래가 있다고 해도 한 시간에 두 곡 이상 부르기 어려웠다. 자신의 노래로 절반을 채운다면 그 가수는 누구나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가수라는 의미였다.
“그러면 한순간에 인기가수가 되는 거지. 이러다가 이렇게 보는 것도 어려워지는 것 아냐?”
권세라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장인걸은 권세라를 안심시켜 주어야 하지만 막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쓸데없는 걱정이지.”
“그건 아니야. 스캔들을 조심해야 하니까. 그래도 같은 동아리 친구라고 하면 조금 낫겠지?”
장인걸도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회귀 전에 상당히 인기를 얻은 노래 중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곡만 엄선하여 앨범에 넣은 상황이니 뜰 가능성도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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