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52
그렇게 하자 마침내 터질 것처럼 팽창한 기운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전보다는 훨씬 양이 많지만 그래도 통제가 가능한 기운이 단전으로 갈무리가 되었다.
‘아직은 임독양맥을 타통하기에는 그 경지가 너무 낮다. 정신을 조금 더 단련하여 금강석처럼 만들고 몸을 더 단련하여 나한에 이르러야 한다.’ 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타통을 하려고 하면 부작용, 주화입마에 들 수가 있었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몸과 정신을 더 단련할 필요가 있었다.
장인걸은 아침 일찍 청룡무술도장으로 천천히 걸어서 갔다. 전날 명상을 하다가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아니면 부작용이 생긴 것인지 모르지만 갑자기 힘 조절이 쉽지 않았다.
‘이렇게 하다가는 기타연주를 하는 것도 어렵고 노래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힘 조절이 불가능하고 목소리도 조절이 쉽지 않다. 소리의 크기나 고저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 장인걸은 도장 안으로 들어가서 기초적인 준비 체조부터 시작하여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면서 몸 안에 있는 기운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체력만 사용하는 요령을 터득해 나갔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기운을 사용할 수가 있고 그러면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할 수가 있었다. 한동안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기운을 회수해 나가니 마침내 힘을 조절할 수가 있게 되었다.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이면서 한 시간, 두 시간 훈련을 하니 이질적인 느낌이 사라졌다. 차츰 훈련의 강도를 높여갔다. 기운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체력으로 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동작을 해나갔다.
마침내 세 시간에 걸친 훈련을 통하여 몸 안의 내공을 모조리 다 회수할 수가 있게 되었고 그의 의지 안에 둘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약간씩 다시 기운을 몸 전체에 보낸 다음이 제반 동작을 해나갔다.
결국 활기를 유지하면서 생활에 지장이 없는 적절한 수준의 기운의 양을 가늠할 수가 있게 되었고 그런 상태에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움직일 수가 있게 되었다.
아침 일찍 나왔음에도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훈련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집으로 가서 몸을 씻고 식사를 한 후에 연습용 기타를 챙겨들고 학교로 갔다.
“무슨 일이야?”
“그냥 기분이 들떠서 그런지 내 목소리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서요. 조율이 흐트러진 느낌이랄까?”
장인걸이 기초적인 목 풀기부터 꼼꼼하게 진행하자 권세라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음치가 많이 사라진 것 같은데 선배도 같이 하는 것이 어때요? 음악적인 감각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훈련인데.”
“나도 그렇게 할까? 노래는 자신이 없는데.”
“내 안에 있는 노래를 멋지게 만드는 것은 모든 연주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하잖아요. 머릿속에 음정이 그려져야 그것을 구현하니 말이에요.”
장인걸은 권세라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지금이라면 뭔가 개선할 방도가 있어 보였지만 그런 말만 하고 자신이 하던 일에 다시 집중했다.
당장 자신의 바뀐 몸 상태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했다. 심상에 떠오르는 음정을 구현하는 것이 미묘하게 뒤틀린 상황이었다. 전처럼 목소리를 내면 뭔가 이질적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장 그것을 바로잡아야 했다.
당장 그것을 교정하지 않으면 저녁에 하는 공연을 망칠 수가 있기에 연습을 해 나갔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섯 시가 될 때까지 연습을 한 후에야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전에 비해 보다 고저장단 같은 음의 조절이 민감해진 것도 같았다. 이는 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상승한 것이고 미세한 부분까지 더욱 세밀하게 표현이 가능했다.
장인걸은 백운호수에 있는 카페 타라한을 가기 위해 차에 올라 출발하면서 라디오를 켰다.
“어제 앨범을 발표한 신인 가수 히어로 장의 타이틀곡인 한여름의 축제입니다. 오늘 전화와 팩스로 수도 없이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가는 길에 교통상황을 참고하고자 교통방송을 틀었더니 때마침 장인걸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전날 밤 10시 50분에 강진경과 같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지만 다시 한 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 활기차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의 축제로,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성공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다가오는 노래입니다. 갓 데뷔한 신인가수의 자작곡입니다만 어설픈 느낌이 들지 않는 노래입니다. 어제 이 노래를 방송하기 전에 듣지 못해 첫 방송의 영광을 잡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유명 가수이자 작곡가이면서 방송인으로 활약하는 남평구의 멘트에 장인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타이틀곡도 대단하지만 나머지 11곡의 수록곡도 타이틀곡 못지않은 뛰어난 곡입니다. 앨범을 산다면 열두 마리의 알이 밴 조기를 산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종종 앨범을 산 후에 타이틀곡 한곡을 제외하고는 들을 것이 없어 속박이를 한 과일상자를 연 기분이들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 앨범을 산다면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 보증합니다.”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유명 가수가 그런 칭찬을 하자 저절로 신이 났고 카페에 도착하여 공연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의 노래를 들었을 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전날에야 앨범을 낸 사실만 알려졌지 일반에 알려진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루 사이에 라디오에 벌써 여러 번 나왔다. 그것도 한정수가 출발하기 직전에 전화로 알려주었다.
타라한에서 공연을 하는 장인걸은 그날 준비한 노래 대신에 앨범에 수록된 곡을 불렀다. 사장이나 지배인이 모두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앨범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장인걸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공연 시작 전에 무려 50장 가량의 CD를 판매했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100여 장이나 판매가 되면서 150장이 넘는 수량의 앨범이 판매가 되었다. 타라한의 규모가 달맞이꽃에 비해 80석이나 적은데도 그 정도 판매가 되었으니 대단했다.
가게에 손님으로 왔던 사람들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좋은 공연을 봤다면서 CD를 구입하고 사인을 받았다.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 전날 30분 정도 시간을 보낸 것의 두 배인 한 시간 가까이 소요가 되었다.
장인걸을 팬들과의 소통이 좋았지만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자 앞으로 이렇게 계속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서 음반을 파는 수량이 꽤나 많지만 그렇다고 매달리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아르바이트 수당으로 받는 것보다 음반판매가 훨씬 쏠쏠한 것도 같고.’ 자비로 음반을 냈기에 음반을 팔면 유통마진까지 자신에게 떨어지기에 한 장 팔면 무려 5천 원 정도가 남았다. 아르바이트 수당이 30만 원인데 음반판매로 번 돈은 두 배가 넘었다.
다른 가수들은 이렇게 판매한 수익은 기장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기장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나중에 세무조사를 한다면 공장에서 출하한 양이 있기에 판매량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축하한다. 인기가 많던데.”
끝나고 난 후에 앨범을 판매하던 것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장유현 부부와 장시현이 있었다. 물론 장유현의 품에 딸 세원이가 안겨 있었다. 가족들의 나들이 모습이었다.
“감사합니다. 언제 왔어요? 숙모님도 안녕하세요? 우리 세원이 너무 예쁜데.”
“어제는 스케줄이 있어서 달맞이꽃에 가지 못했는데 오늘은 모처럼 시간이 나서 왔지. 네 공연도 보고 집사람과 같이 식사도 하고 겸사겸사 왔지. 시간 되면 우리 집으로 갈까?”
“그렇게 해요. 다른 스케줄은 없으니까요.”
장유현이 먼저 출발하고 장인걸이 뒤를 따라갔다. 한 시간 정도 달려서 장유현의 집에 당도했다.
“앨범 판매현황은 들었니?”
“아니요. 주말인데 물어보기가 그렇죠. 대신에 라디오에는 몇 번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몇 군데 음반가게에서 품절이 났다고 추가 주문이 들어왔다고 하더라. 그 정도라면 대단한 거지.”
장유현은 한정수와 통화를 했는지 그 사실을 말했다. 기획사는 주말에도 당직이 있어 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품절이 난다는 의미는 한 가게에서 최소 10여 장이 팔렸다는 의미이고 그렇다면 앞으로 본격적으로 입소문이 나면 더 많이 팔린다는 의미였다.
“일단 한 잔 하자.”
장유현이 주방 옆의 홈바로 안내했다. 와인을 꺼내더니 치즈를 안주로 내놓았다. 장시현도 집에 가지 않고 같이 앉았다. 장유현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장유현의 집 손님방에서 자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집에 운전해서 가야하는데···.”
“집에 방이 많으니 자고 아침에 가면 되지. 이런 날 한 잔 해야지. 바빠지면 시간 내기 어려워. 차분히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도 하고.”
결국 같이 앉아서 와인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
“연예인은 밖에서 술도 마시기 힘들어. 물론 종방연 같은 회식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 외에는 조심해야지. 너도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 조심해. 가급적이면 술을 마셔도 이렇게 집에서 마시는 것이 좋아.”
그러면서 행사를 뛰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지금이 행사의 시즌이야. 전국 각 해수욕장부터 각종 회사의 연수까지.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할 것은 해야 하니.”
“본격적으로 행사를 뛰라는 말인가요?”
“공부를 할 생각이라면 이번 여름이 바짝 벌고 학기 중에 공부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한두 달 지나면 인기도 수그러들 것이고. 일단 봉고 차량 하나와 영업과 스케줄을 관리할 실장 하나, 운전하면서 따라다닐 로드 매니저, 코디를 고용하여 전담팀을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나서면 되지.”
예상대로 인기가 올라간다면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장유현이 예상하는 행사 비용이 꽤나 높았다. 하루에 두 세 개의 행사만 뛰어도 많은 돈을 벌 것도 같았다.
장인걸은 그렇지 않아도 외환위기가 오면서 돈을 벌 기회가 오는데 가진 돈이 없어서 보기만 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잘하면 이번 기회에 종자돈을 만들 수도 있어 보였다.
“가수로 어느 정도 활동하다가 군대에 다녀오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 가수로 이름을 날리면 연예사병이나 문선대에 속할 수도 있고. 보병보다는 그게 편할 거야. 제대 후에도 연기자와 달리 가수는 노래만 좋으면 언제라도 컴백이 가능하고. 다른 가수라면 문제지만 너 같은 경우 작곡이 되잖아. 가수가 작곡이 되면 모든 면에서 유리하지. 아무리 앨범 내고 싶어도 맘에 드는 곡이 없으면 불가능한데. 한정수만 봐도 자기가 작곡하니 앨범을 내고 계속 활동하잖아.”
장인걸은 당장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심을 잃고 휩쓸리다가 망하는 수도 있기에 신중할 필요도 있었다.
“일단 이번 주의 동향을 보고 판단하죠.”
“그렇게 하자. 그보다 앨범을 더 찍어야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추가적으로 3만장은 찍을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내일부터라도 공급을 해야 하니 당장 결정을 해달라고 하더라.”
“다른 곳에서 반품이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장인걸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사실이라면 수요가 있더라도 공급을 못해주면 불법복제가 횡행할 수가 있기에 빨리 공급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일단 자금이 문제이죠. 자재비는 선금으로 주어야 하는데.”
실물을 제작하려면 계약금으로 재료비는 대어주어야 했다. 그것도 한두 푼이 아니니 난감했다. 최유림이 가져다 준 돈을 다 투자해도 부족했다.
“그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에 나간 2만 장만 다 팔려도 5만 장의 제작비는 충당이 가능하니. 팔리기만 한다면야 몇 십만 장이라도 찍어야지.”
“알았어요. 제작을 하죠. 앞으로도 더 제작을 해야 할까요?”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최소 20만 장까지는 팔릴 것 같다. 공연을 보니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것 같더라. 수록된 모든 노래마다 킬링포인트가 다 있어.”
그건 장인걸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히트를 하려면 곡마다 일정한 킬링포인트가 필요했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에는 멜로디마다 힘을 줄 수 있는 단순명쾌한 가락이 존재했다. 노래는 보통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있어야 히트했다.
장인걸의 기억에 남아있는 노래를 우선적으로 선정했는데 그런 멜로디가 존재하는 노래들이었다. 그렇기에 바로 기억을 할 수가 있고 장인걸이 악보를 복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