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54
장인걸은 피트니스센터에서 훈련을 할까 했지만 너무 눈에 띄는 상황이 벌어지자 결국 실전관에서 혼자 운동할 수밖에 없었다. 기기를 사용하여 운동을 하려니 다른 사람들과 운동을 하는 중량이 차이가 났고 그러니 다들 구경을 했다.
결국 한 번 가서 살펴보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고 혼자 맨몸으로 운동을 했다.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대신에 인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훈련을 하는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다.
손가락 하나로 물구나무서기 같은 엽기적인 형태의 운동이나 엄지발가락 하나로 도약하고 착지하기 같은 운동들을 주로 했다. 이런 운동을 통해서 신체의 능력을 극대화 시켰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기공술을 통해 내외일체를 자연스럽게 터득해야 했다.
장인걸이 운동을 하는데 와서 방해하는 경우는 없었다. 마태욱이 자신이 당한 것을 적절하게 다른 사람에게 알렸기 때문이었다. 말을 거는 사람은 민지훈이나 마태욱 정도였다.
“앨범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아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돌렸습니다. 관내 업소들에게 매장에서 틀라고 협조도 부탁했고요.”
민지훈의 말에 장인걸은 고맙다고 말하는 것 외에 달리 말할 수가 없었다. 가수가 데뷔를 하면 초기에는 다 그런 식으로 지인들이 영업을 해주었고 기성가수들도 그런 식으로 홍보를 했다.
“막귀인 내가 듣기에도 노래가 아주 좋군요. 우리 애들 중에 고등학교 다닐 때에 기타들고 뚱땅거린 애들도 제법 있는데 다들 좋은 노래라는 평가입니다.”
노는 애들 중에 제법 많은 수가 음악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기에 음악에 대해 아는 자들이 꽤나 많았다. 폼을 잡기 좋아하는 자들이 학창 시절에 음악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민지훈도 한때는 음악에 빠져 살았던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통기타로 가요를 연주할 실력은 되었다.
“이거 슈퍼스타가 될 것 같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뢰벤스브로이에서 간단히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데 그런 이야기를 했다.
“혹시 사람 필요하면 말씀하십시오. 막일을 하는 애들은 붙여줄 수 있습니다.”
“일단 가수 한정수의 월광기획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거기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행사를 뛰다보면 별 양아치들을 다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납치를 하고 감금하면서 강요를 할 수도 있습니다. 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나마 남자이니 낫지만 여자라면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장인걸은 그런 상황이 없어야 하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대비하여 그만큼 경호원을 데리고 다닐 수도 없었다. 한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다닌다고 방지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가수를 하면 학교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8월까지 활동을 하고 9월부터 학교에 다녀야죠. 한철 잘나간다고 공부를 그만두었다가 평생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죠.”
“그건 맞습니다. 가방줄이 짧으니 사는 게 참 불편합니다. 배운 사람을 밑에 두면 된다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알아야 가능합니다. 생판 모르면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민지훈은 오히려 공부를 하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보다 장사는 어떻습니까?”
“더 상황이 나빠지는 것 같습니다. 업소를 늘리기보다 줄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장사 안 되는 몇 곳을 폐쇄했고 인원도 줄이는 실정입니다. 그렇게 하니 그럭저럭 수지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낭비의 요소도 몇 가지 없앴습니다. 내 일이야 그렇게 정리를 했지만 집안일은 정리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태양건업의 상황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어음을 워낙 많이 사용하는 업계이니 한 곳에서 사고가 나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그게 문제이죠.”
“일단 거래처 몇 곳에 납품을 중지하고 외상매출금의 회수에 들어갔는데 농간을 부린 자들이 있어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고의부도를 내고 재산을 빼돌리면 받을 길이 없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걸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사기꾼을 처리하려면 경찰 수준은 불가능하고 검찰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억지로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에 주먹이라고 해도 방도가 없었다. 우격다짐으로 나서다가 오히려 강력범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껏 추적을 했는데 자금을 은닉하거나 명의를 변경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입니다.”
“올 연말에 일이 터질 것이고 더 힘든 것은 내년일 것입니다.”
“내년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3월이 지나면 뭔가 가닥이 잡히겠지요. 그 때 투자할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또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온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미칠 영향은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의 변수이기에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았다.
“불황이 길게 간다고 보는군요?”
“외국 언론에서 보는 관점이라면 올 11월에서 12월이 한계라고 하더군요.”
장인걸의 말에 민지훈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점점 그의 전망이 맞아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있었다.
사실 그 때문에 민지훈도 매일 집에서 아버지나 형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사업을 축소하고 외상매출금을 줄이는 작업을 하라고 채근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시를 하던 식구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현금으로 거래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울러 필요 없는 재산들은 최대한 빨리 처분하여 현금으로 전환 중이었다.
장인걸은 민지훈과 사람이 없는 곳에서 별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심각한 어조로 현재 당면한 일을 상의하자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차태근 부회장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는 말이군요.”
“그러니 걱정입니다. 회장은 같이 2선으로 물러나자는 입장인데 회장님만 물러나고 자신이 5년 정도 회장을 하겠다는 입장이니. 결국 내가 거기에 합류하면 광현이파 주류와 대립하는 꼴인데 성공한다면 몰라도 실패하면 지속적으로 응징을 당할 것인데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외면했다 성공하면 그것도 문제이고요.”
드디어 본격적인 세 경쟁에 들어간 것 같았다.
“뭐가 문제입니까? 중립을 유지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외곽조직이 그들 내부의 일에 관여할 필요가 있습니까?”
장인걸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알지만 원칙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거야 당장 귀찮게 하면 당장 고달픈 것은 우리이니 문제입니다. 중간에 농간을 부려 술이나 자재의 납품을 지연시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실수를 하는 것처럼 문제를 일으키면 다른 곳에서 납품을 받기 곤란한 상황에서 급해지는 것은 업소들이었다.
“당장 들이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말로 웃으면서 고의가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하기가 곤란합니다.”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고 그런 짓을 하면서 길들이기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이치성 전무 라인에 줄을 대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도 중간보스 그룹이 반대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습니다. 가장 영향력이 큰 우선출 이사가 반대를 하는 상황이고요.”
그러면서 이치성 전무에 대한 평가를 전했다. 무력은 우선출이 담당하고 관리는 이치성이 담당하며 영업은 차태근 부회장 라인이 담당한다는 말이었다.
장인걸은 우선출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생각하자 이후에 어떻게 될지 고민이 되었다. 이치성 라인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우선출이라는 주먹이 두려워서였다.
“그러면 우선출 이사 라인으로 서면 되는 것 아닙니까? 듣기에 회장님 직계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물론 그렇기야 한데 라인을 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장 영업조직과 충돌이 발생할 소지가 크고요. 사실 꺽쇠 건으로 연관이 된 자들이 대부분 차태근 부회장 라인입니다.”
“그러면 그들을 우선 정리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차태근 부회장이 타협을 요청하도록 말입니다.”
“경기도 어려운데 이런 일까지 겹치니 답답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주류도매상으로 옮기고 싶은 실정입니다.”
“경기가 어려우니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도발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장인걸의 말에 민지훈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면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거래처가 어려우면 거래조건을 좋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약점 잡아 더 조건을 나쁘게 했다.
그런 것을 장인걸은 워낙 많이 봤기에 그렇게 생각을 했다. 민지훈은 설마 그렇게 할지 의심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일단 우선출 이사와 만나보고 그 이후에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무력은 그가 잡고 있을 것 아닙니까?”
장인걸은 앞으로 가수로 활동하는 상황이 되면 민지훈이나 최유림과도 거리를 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과 완전히 결별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 사람이지. 결국 이들도 어떻게든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무법의 시대가 도래 하면 그런 것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물론 자신이 조폭과 연루가 되었다고 소문이 나고 공격을 받을 수가 있지만 그것은 모든 연예인에 해당이 되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기획사나 연예인이 다 퇴출되어야 했다.
‘내가 나서서 직접 폭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되는 문제이다. 폭력에 맞서기 위해 경호원을 고용하는 것도 폭력에 연루가 되는 일이다. 적절한 거리만 유지하면 문제는 없다.’ 최유림의 자금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았다. 세금 문제도 당장은 문제가 아니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형성하는 순간 추적이 불가능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사이에 철저하게 정리를 하면 되는 문제였다. 재산형성과정을 따질 수도 있지만 그것까지 추적하기에는 앞으로 닥칠 외환위기 자체가 워낙 큰일이었다.
장인걸은 장유현과 한정수가 잡아준 인터뷰를 했다. 몇 번 인터뷰를 하니 묻는 내용이 뻔했다. 사적으로 자극적인 내용을 묻는 사람도 있지만 장인걸의 인지도가 아직 미미한 편이라 그리 심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장인걸에게 직접 인터뷰를 요청을 하면 월광기획에 연락을 하여 스케줄을 잡으라고 돌렸다. 그들을 상대할 시간도 없었고 함부로 만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당분간 나는 너를 만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만나도 문제가 없을 때가 되면 그 때 편안하게 보자.”
권세라가 동아리방에서 만나자 그렇게 선언하고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아마도 스캔들로 비화되어 자신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 꺼리는 면도 있었고 그런 일로 인해 장인걸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보통 장인걸이 이별을 선언해야 맞는데 역으로 권세라가 이별을 선언했다.
“아쉽지만 여기서 그만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더 만나면 서로가 힘 드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
강진경도 만나는 것이 싫다고 선언하고 집에 발길을 하지 않았다. 헤어지기로 했다가 그것을 번복하고 전처럼 돌아가려는 상황인데 다시 멀어지고 말았다.
‘이거 다시 혼자가 된 것인가? 스캔들이 걱정되기도 했는데 알아서 정리가 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장인걸은 두 여자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나중에 편안한 상황이 되면 만날 수도 있겠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나마 장인걸이 전화를 하면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연락을 하고 지내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더 힘들었을 상황이었다.
“음반이 품절이라고 하더라. 저 앞에 있는 단음사에 갔더니 다 나가고 없더라. 사장님을 조금 아는데, 추가 주문을 했는데 총판에서 하루에 20장 이상은 안 준대.”
“하루에 20장이나 나간다고?”
“찾는 사람은 50명이 넘는데 30명이나 그냥 돌려보내는 상황이지. 인걸이 아주 부자 되겠어.”
이미향은 권세라와 달리 편하게 말을 걸었다.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이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네가 우리학교 학생이라는 것을 말할까 하다가 당분간 알리지 않기로 했어. 알리는 순간 학교 전체로 퍼질 것이니. 방학이니 조금 낫지 학기 중이었다면 아마 학교에 다니기도 어려웠을 거야. 2학기 때에 휴학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거야.물론 시간이 지나면 차츰 적응이 되겠지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