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55
이미향까지 휴학 이야기를 하니 얼떨떨하기도 했다. 아직 장인걸에 대해 알려지지 않아 사람이 모르지만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빠르게 알려질 것 같았다.
“방송은 안 나가? 매니저도 붙어야 하는 것 아니야?”
“목요일에 라디오 방송 하나 있어요. 다른 방송은 협의 중이고요. 매니저요? 앨범을 데모 CD를 대신하는 용도로 제작한 상황인데 준비를 못했죠. 일단 행사를 뛸 준비를 하는 중이니 다음 주부터 같이 움직일 것도 같아요.”
“하긴 행사에 나가야 돈이 된다던데 역시 그럴 수밖에 없겠지. 해수욕장 순회공연에 나서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요. 며칠 안으로 결정이 될 거예요.”
굳이 감출 일은 아니기에 사실대로 말을 했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줄 것이니 말을 해.”
“알았어요. 항상 동아리에 감사하는 마음이니까요.”
장인걸은 회귀 후에 다시 동아리에 들어온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큰집에 가서 큰집 식구들이랑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앨범을 냈다는 사실을 알리니 식사나 같이 하자고 하여 방문을 했다. 그러면서 가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앨범이 필요해서 냈다고 설명했다.
공연비도 차이가 나고 공연만으로 수입이 충분하지 않고 부가적으로 공연장에서 앨범을 팔아야 돈이 된다는 것 때문에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자기변명이었다.
당시에도 가수가 된다고 하면 무모한 도전을 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기에 그런 시선을 의식한 변명이었다. 민기는 약간 부러운 기색을 보였고 은지는 나중에 학교 축제에 한 번 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민기는 반수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장인걸은 그냥 학교에 다니라고 했다. 본인이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의 강요로 마지못해 재수를 하면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니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네가 진짜로 하고 싶다면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의미 없어.”
회귀 전에 반수에 실패한 것을 아는데 왜 그랬는지 보였다. 조금 더 좋은 대학에 가라고 부모가 강권하여 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았으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 그러면 군대나 빨리 갔다 올까?”
“그렇게 하든지. 군대에 갔다 온 다음에 편입을 노려봐.”
장인걸은 외환위기로 각 대학마다 휴학을 워낙 많이 하여 대대적으로 편입생을 받아들이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말했다. 경제상황이 좋아지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게 좋겠지.”
장인걸은 자신 때문에 민기가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꼈다. 시골에서 학교 다닌 장인걸도 서울의 중위권 대학인 명석대에 들어갔는데 서울에서 학교 다닌 장민기는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된다는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의 주장에 힘들어 했다.
“네가 잘 판단하여 최선의 선택을 해.”
장인걸은 이런 것도 바로 잡을 수 있기를 바랐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왔고 도착하자 시골집으로 전화를 하는데 여동생이 받았다.
“나, 18일 올라갔다가 22일에 내려오려고.”
“알았다. 그 때 집으로 와라.”
장인걸은 여동생이 집으로 온다고 하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잘 해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에도 온다고 하는데 공부나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 때는 원경희랑 데이트를 하면서 놀러 다니는 것이 알려질까 걱정이 되어 오지 못하게 했지.’ 그런 생각을 하니 여동생과 친하지 못했던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먼저 배척을 하는데 여동생이 가깝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올 때 괜히 이상한 것들 가지고 온다고 힘들지 말고.”
어머니가 이것저것 싸준 것을 들고 오려면 힘이 들 것이기에 아예 다 있다고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 이상한 애들을 쫓아준 덕분인지 1층의 반장 아주머니와 친해졌고 종종 반찬을 주기도 하여 집에서 가져온 기본양념이 아직도 많아 남아 있었다.
“나도 그럴 생각인데 들고 가지 않으면 가지 못하게 할까 두려워 들고 가야지, 뭐.”
“하긴 힘없는 네가 거부할 수는 없겠지.”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안타까운 듯이 말을 했다.
“버스 타기 전에 전화해. 시간 맞춰서 고속터미널로 갈 수 있으면 갈게.”
장인걸은 차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게. 오빠 공연도 보러 갈 수 있는 거지?”
“그렇게 해줄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리고 내일 저녁에 라디오에 나올 거야.”
그러면서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장인숙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내일 할머니랑 식구들이랑 다 같이 들어야하겠다. 엄마 바꿔줄게.”
장인걸을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까지 차례로 통화를 했다. 전이라면 누구건 한 사람과 통화를 하고 끊고 말았는데 가급적이면 가족 모두와 인사라도 하려고 했다.
저녁 9시에 방송국에 도착했다. PD와 방송작가, 진행자인 이영선을 만나서 협의를 해야 했기에 방송 시작 한 시간 전인 9시에 방송국에 도착했다. 첫 방송이니 먼저 가서 준비했다.
“노래 좋던데.”
“감사합니다. 제 노래를 처음으로 방송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오늘도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뜰 노래는 언제든 떠. 나야 거기에 숟가락을 빨리 얹는 거고. 나중에 시간 되면 식사나 같이 하자. 정수, 너는 말만 밥을 사더라. 아예 지금 날을 잡자.”
가장 먼저 선배 가수이자 진행자인 이영선에게 인사를 했다.
‘한밤의 음악여행’은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동안 1,2부로 나누어서 진행을 했다. 보통 일주일에 2회 정도 생방송으로 게스트를 초청하여 진행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사전에 녹음을 하여 그 시간에 틀어 주었다.
“일단 2부 첫 순서로 들어갈 것입니다.”
나중에 라디오 프로그램도 생방송을 할 경우에 흔히 ‘보라’라고 하는 ‘보이는 라디오’로 인터넷 생중계를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런 시스템 자체가 없었다.
“방송 시작을 하면 바로 소개를 하고 ‘한여름의 축제’를 들려줄 것입니다. 그 이후에 사전에 말한 두 곡을 라이브로 방송을 할 것입니다.”
방송작가가 그렇게 설명을 했다. 대략 50분 정도이고 실제 토크는 음악방송을 제외하면 10분 정도에 불과했다. 그 시간이 길다고 하면 길지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라이브는 ‘사랑, 알 수 없는 느낌’을 먼저 부르고 마지막으로 ‘모닥불의 뒷자리’를 부르는 것으로 했습니다. 물론 노래 중간에 간단한 토크가 있을 것입니다.”
라디오 출연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인터뷰와 노래, 그리고 중간에 청취자 사연을 읽어주는 것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가장 문제는 긴장을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는다면 별로 걱정할 것이 없었다.
“사연은 이것입니다. 한 번 읽어 보시고 발음이 꼬이지 않도록 연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방송 중에 질문은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청취자가 팩스로 보낸 질문이 들어갈 수가 있으니 다른 질문도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청취자의 질문이라는 것도 예상 범주에 들어갔다. 단지 민감하기에 빼놓았는데 그것을 중간에 집어넣는 의미가 있었다. 그로 인해 게스트가 당황하여 실수를 하고 그것이 화제가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사전에 이런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것을 어기고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청취자를 핑계로 사전에 정한 약속을 어기는 것이기도 했다.
장인걸의 경우에는 문제될 내용이 알려진 것이 없기에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지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이 나오더라도 일단 신인이니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1부는 후반에는 선배 가수인 박유화라는 여자 가수가 나왔고 장인걸은 그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한다고 생각하니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걱정할 것 없어. 저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잖아.”
옆에서 긴장해 보이는 장인걸에게 한정수가 말을 붙였다. 한정수가 옆에 따라와 주고 지켜보는 상황이라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쉽지 않는 일이죠.”
“그렇기야 하지. 오늘이야 내가 옆에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매니저, 아니면 혼자 해야 할 거야. 그리고 방송국도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할 거야. 얼굴이 명함이 되면 그런 것 없이 출입할 수가 있고 그 정도는 되어야 할 거야.”
방송국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알아볼 정도가 되면 출입증을 검사하지 않고 출입이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10시 45분이 되자 박유화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튜디오 밖으로 나왔고 한정수에게 인사를 했다.
“새로 데뷔한 히어로 장입니다.”
“반가워요. 노래 좋던데요. 노래를 듣는 순간 걱정부터 앞서더라고요. 괜히 지금 신곡 낸 것은 아닌지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여름시즌을 노리고 선배들까지 나오는데 무서운 후배까지 등장하니 말이에요.”
박유화가 칭찬인지 견제인지 모를 말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장인걸은 괜히 말을 하여 구설수에 오를 수가 있기에 짧게 대답을 했다.
“노래도 잘 하지만 외모가 더 무서운데. 여자들이 보면 그냥 다 넘어가겠어. 너무나 미남이다. 정수 오빠보다 훨씬 나은데.”
“나도 데뷔할 때는 미남가수로 이름을 날렸어. 나이를 먹어서 그렇지. 너도 나이 먹어봐라. 하루가 달라. 너도 지금이야 2짜를 달고 있어서 그렇지 곧 3짜 달면 내 맘을 알 거다.”
“만나서 반갑다. 나중에 언제 시간 나면 식사나 같이 하자.”
박유화는 진행자인 이영선이 마지막 멘트를 하고 밖으로 나오자 인사를 하고 바로 떠나갔다.
“10분 후에 정각이 되면 시작을 할 거야. 들어오라고 신호를 하면 스튜디오로 들어오면 될 거야. 자리는 저기로 잡으면 되고. 대본은 참고용이지 그대로 진행이 되지는 않아.”
이영선도 처음 방송하는 것을 아는지 옆에서 그렇게 말해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다.
“기타에도 마이크를 장착해야 하는 것 알지. 거기서 조율할 수는 없으니 사전에 조율을 마쳐야 할 거야.”
첫 방송이니 그냥 MR로 해도 된다고 했지만 앨범과 다른 면을 보여주기 위해 통기타 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서 가창력을 최대한 보여줄 생각이었다.
일부는 진짜 노래실력이 아니라 잘 부르는 부분만 짜깁기를 하고 기계로 조작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야 가창력 좋은 신인 가수가 나오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였고 실력을 보여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만들 기회였다.
물론 그렇게 해도 비난하려는 사람은 그것마저 사전에 녹음한 것을 틀어준 것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어쨌든 대응이 가능했다.
“안녕하세요. 신인가수 히어로 장입니다.”
장인걸은 ‘한여름의 축제’가 끝나는 순간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고 자리에 앉아서 각종 음향기기를 세팅한 후에 소개가 끝나자 인사를 했다.
“제가 처음 앨범을 보았을 때 가수명을 보고 혹시 해외 동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히어로 장이라고 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제 이름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닌데 약간 구식인 느낌이 들어 예명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저 순수한 한국 토종입니다. 심지어 외국여행도 한 번 가지 않았습니다.”
“혹시 본명을 말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러면 예명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나중에 꼭 밝혀야 할 상황이 온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히어로 장이라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이름을 가지고 토크를 시작했고 앨범을 만들게 된 사연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대학교 1학년이고 축제 때 공연을 한 것과 노래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다가 데모 CD를 만들게 된 사연, 그리고 조금 자신이 생겨 정식 앨범으로 제작한 사연까지 말을 했다.
“음악 카페에 가면 공연하는 가수가 한쪽에서 앨범을 전시하고 판매하는데 그런 용도로 처음에 제작하려고 했다는 말이군요. 3천 장만 제작하려고 했는데 가수 한정수씨가 듣고 괜찮다고 하여 제작 규모를 키워 전국에 배포를 했다는 말이군요.”
“사실 아직도 조금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장인걸은 대중들에게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지만 너무나 소극적인 자세도 좋지 않다고 하여 지금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려고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