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56
“일단 노래를 한 곡 더 들어보죠. 여기에 왔으니 우리 생방송의 묘미를 살려 라이브로 듣도록 하죠. 통기타까지 준비하여 왔으니 기타 반주로 들어보죠. 이번 노래의 제목이 ‘사랑, 알 수 없는 느낌’인데 무슨 노래인가요?”
“사랑인 줄도 모르고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졌는데 돌아보니 자신이 사랑을 했던 것 같은 아련한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느낌, 추억을 한 번 노래해봤습니다.”
“그럼 노래 듣겠습니다.”
장인걸은 신호에 따라 전주를 시작하고 노래를 했다. 녹음을 할 때에야 감정을 절제했지만 라이브이기에 조금 더 강하게 감정을 표출했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의 과잉이 될 정도로 몰입을 하지는 않았다.
자신만 흥이 나면 듣는 사람은 오히려 불편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라이브를 듣는 모든 사람이 장인걸의 가창력에 놀랐고 팩스와 전화가 불이 난 듯이 울리고 있었다.
“아휴, 마치 동굴을 울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매혹적인 중저음과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에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노래를 듣는 내내 저는 대학 다닐 때에 친하게 지냈던 선배가 생각이 났습니다. 서로 사귀지는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친하게 지냈던 선배 언니도 생각났습니다. 이거 아닌데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습니다. 절대 저 그런 쪽 아닙니다. 자작곡으로 작사와 작곡을 직접 한 것 같은데, 갓 스무 살이 된 사람이 느낄 감성이 아닌데 놀랍습니다. 다음 노래 한 곡 더 듣도록 하죠.”
장인걸은 노래를 하고 난 다음에 가볍게 물을 마셔 목이 마르지 않도록 했다.
“이번 노래는 ‘모닥불의 뒷자리’입니다. 모닥불이 타오른 이후에 재만 남게 되는데 사랑도 끝나고 나면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재처럼 미련과 아쉬움과 미움 등 추억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노래하려고 합니다.”
장인걸은 직접 자신이 노래에 대해 소개를 한 다음에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전에 부른 노래가 추억을 노래했다면 이번 노래는 보다 직접적으로 이별에 대해서 노래를 했다. 그렇기에 감정의 기복이 더 컸다.
장인걸은 이번에는 최대한 감정을 담지 않고 담담하게 부르려고 했다. 그리움의 감정보다 이별의 슬픔이 훨씬 강렬하기에 감정의 과잉으로 가면 자칫 흐느끼는 것처럼 들릴 수가 있었다.
어쨌든 라디오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첫 선을 보였고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그런 관심은 아직 미풍에 불과했다.
장인걸은 예명을 사용한 것이 정말 잘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자 강진경이나 권세라만 전화를 했고 다른 사람은 전화를 하지 않았다.
물론 인숙이나 은지가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하여 놀라기도 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전화를 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노래가 좋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친구들에게 말해도 되는지 물었지만 장인걸은 그러지 말라고 당부했다.
“내가 사인이나 각종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어. 그러니 네가 귀찮아지지 않으려면 당분간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집안에 소문이 나면 시골에서도 알게 되고 그러면 귀찮아질 것이기에 동생들이 귀찮아 질 것이라고 반대를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네. 하지만 내가 우리학교 학생회 간부인데 학교 축제를 할 때는 도와주어야 해.”
은지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학교 축제에 유명 연예인을 초청할 경우에 인근 학교들 사이에 관심을 받기에 학생회 차원에서 인맥을 통해서 섭외를 하려고 노력했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에 멤버가 다니는 학교의 축제에는 일종의 협찬개념으로 무료공연을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또는 기획사의 임원을 학부모로 둔 경우에도 그런 경로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섭외하기도 했다.
‘이거 양진고등학교 축제나 동문회 모임에도 가야 할 수도 있겠는데. 하긴 가수들이 그런 곳에 행사비가 맞지 않는다고 오지 않아 욕먹는 경우도 많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군부대 공연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우리 식구들 다 라디오 들었어.”
“너는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아 내일 학교 가야 하잖아?”
“기말고사 끝났으니 문제없어. 그보다 이번 토요일에 우리 외식하기로 했어?”
“설마?”
“맞아. 아빠가 달맞이꽃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지. 저번 주에 예약을 했다고 하던데. 조금만 늦었으면 못할 뻔 했다던데.”
달맞이꽃은 레스토랑영업도 하고 있기에 식사를 하는 것도 가능했다. 시간별로 예약을 받고 있었다.
“이거 모레, 아니 내일은 긴장해야 할 것 같은데.”
은지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신기했다. 회귀 전에는 거의 대화도 나눠보지 못했는데 먼저 전화를 하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그저 집안 행사를 할 때 보면 인사를 하고 뭐 하고 사는지 묻는 정도가 전부였다.
“오늘 들으니 노래가 아주 좋던데. 거의 다 오빠노래로 부를 거야?”
“그렇게 할 거야. 한두 곡만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밤이 너무 늦었으니 나중에 더 이야기 하자.”
장인걸은 여전히 방송의 흥분이 가시지 않아 잠이 오지 않았지만 사촌 동생은 다음날 학교에 가야 하기에 전화를 끊었다.
장인걸은 금요일 오전에 일찌감치 월광기획에 갔다. 매일 앨범의 출고량을 통보받고 있기에 대략 얼마나 판매가 되었는지 알고는 있지만 진짜로 그렇게 팔리는지 궁금했다.
“현재 10만 장이 발주가 되었고 8만 장이 출고가 되어 예림음반에 입고가 되었다는 말이군요.”
물론 예림음반은 총판에 7만 장이 나가고 1만 장은 전날 입고된 상황이라 지역총판에 배분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카세트테이프도 5만 개가 출고가 되어 배부 중이지. 아직까지는 CD보다 카세트가 더 보편적인 면도 있어.”
사실 CD나 LP보다 카세트테이프가 더 보편적이고 더 많이 팔리는 상황이었다. 초기에 CD를 많이 팔기 위해 시간의 차이를 두고 발매를 한다고 했다.
“내일부터 판매가 될 거야. 그러면 확 붐이 일어날 거야. 길거리에서 노점상들도 판매를 할 것이고. 불법 복제물이 나돌 것인데 일제단속을 하는 상황이니 대놓고 판매는 못할 거야.”
음반의 불법복제나 해적판의 등장은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최신인기가요, 히트곡 모음이라는 이름으로 제작이 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저작권 협의가 되지 않고 발매가 되어 문제가 많았다.
조금 지나자 30대 중반의 남자 한 명과 한정수가 같이 들어왔다. 장인걸이 기획사에 온 이유는 일종의 면접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실상 한정수와 장유현이 이번에 같이 행사를 뛸 사람을 내정한 상황이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을 임시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들을 정식으로 고용할 수도 있었다.
“일단 너도 핸드폰 하나 들고 다녀라. 급하니 일단 회사에서 공용으로 쓰는 핸드폰을 쓰다가 개통이 되면 그걸 써라. 그리고 여기 소개할 사람이 있다.”
“민수길이라고 합니다.”
민수길은 얼마 전까지 화영기획에서 실장으로 근무했는데 그만둔 상황이었다. 꽤나 유명한 박상천이란 가수를 맡았는데 그가 계약이 만료되고 다른 기획사로 옮겨간 것 때문에 결국은 권고사직을 당한 상태였다.
형식은 권고사직이지만 재계약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성 해고나 마찬가지였다. 사장이 기분이 나빠서 난리를 쳤다고 귀띔을 했다. 그런 상황이니 쉽게 취직도 못하고 몇 달 간 백수로 있는 것을 불러왔다.
“박상천이 트로트 가수였기에 행사섭외나 계약 등에 능한 편이야. 로드인 김기현도 같이 있었기에 팀워크고 좋아.”
장인걸은 보통 연예인이 사이가 좋은 매니저들을 데리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같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박상천이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게 되어 계약금과 선금으로 5억을 당기느라 자기 혼자 몰래 움직였어.”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박상천은 2년 후에 필리핀에서 좋지 않은 일로 억류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 뉴스가 터지기 전인데 벌써 조짐이 드러나고 있었다.
도박을 하다가 사채 빚을 진 것으로 인해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한정수는 그 이면에 그런 사실이 있지만 그것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잘 부탁을 드립니다.”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난 다음에 오케이를 했고 다시 로드인 김기현도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가 스물일곱으로 대리로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고 했다.
“로드 매니저와 실장 사이에 대리라는 직책을 두는 곳이 많아. 4년차였어. 직급은 대리로 부르기로 했어.”
한정수 두 사람의 직급을 실장과 대리로 정하고 급여도 일단 그 정도 직책이 받는 업계 표준으로 정했다. 물론 영업성과에 따라 나중에 성과급도 준다고 이야기를 했다.
“조금 있다가 코디도 올 거야. 현재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이번에 네 일을 맡아주기로 했어.”
코디는 따로 고용을 하는 것 같았다.
“황지현이라고 꽤나 실력 있는 코디야. 단지 성깔이 있어서 조금 예민한 연예인과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했어.”
조금 지나자 조금 덩치가 있어 보이는 여자가 들어왔다. 뚱뚱하다는 느낌보다는 건장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권세라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였다. 권세라가 10cm 정도 키가 더 크면 그런 모습일 것 같았다. 키가 무려 180cm는 되어 보였다.
“히어로 장이란 예명을 쓰는 장인걸입니다.”
“황지현이에요. 노래 좋더군요. 그런데 외모도 노래만큼 좋은 것 같군요. 꾸미면 꾸미는 맛이 나겠어요. 내 스타일이 이래서 실력이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런 모습이 가장 적절한 모습이기에 이렇게 꾸미고 있어요. 제가 돋보일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요. 내가 꾸미면 이런 모습이에요. 원판이 이래서 아주 좋아지지는 않았지만요.”
그러면서 자신이 화장을 하고 어울리는 스타일로 바꿨을 때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본인도 못 꾸미는데 남을 잘 꾸밀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그런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사진에 나온 모습은 변장이나 위장을 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확연하게 달랐다. 미녀는 아니지만 꽤나 스타일이 좋아 보였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어떤지 잘 아시는군요. 일을 하는데 그런 복장이 어울리지 않기에 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드리지요.”
사진 속에는 권세라가 최근에 하기 시작한 스마트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치마는 피하고 대부분 단색의 기지바지를 입고 있었다. 또한 끝단의 폭이 넓은 바지를 입어 굵은 골격이 드러나지 않도록 감추었다.
“그러면 제게 어울리는 스타일은 어떤가요?”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하죠. 거기다 몸매까지 되니 어떤 스타일도 밸런스만 맞으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자리인지 파악하고 어울리게 코디를 하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젊으니 이번 여름에는 꽃무늬 패턴이나 원색의 시원한 차림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점잖은 패션은 나중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한 마디로 말하면 조금 요란한 스타일을 하라는 말이군요?”
“네, 맞습니다. 못생긴 사람이 그런 스타일을 하면 망하지만 히어로 장이라면 충분히 소화가 가능합니다. 더구나 신인인데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데 원색의 강렬한 의상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차츰 시간을 두고 세련된 스타일로 변모를 하면 그 때는 저런 스타일을 했다면서 변모한 모습을 발전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데뷔 초기가 아니라면 절대 그런 스타일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스타일을 한 번 소화하면 나중에도 잠깐씩 그런 콘셉트를 사용할 수도 있고요.”
장인걸은 확고한 패션관을 가진 황지현을 보자 왜 연예인과 트러블이 생겼는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아마도 어울리지 않는 패션을 고집하는 연예인에게 맞춰주지 않았을 것이니 결국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뭐, 요란한 복장이지만 그게 어울린다면 못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어울리지 않으면 그에 대하여는 시정을 요구하도록 하지요.”
장인걸은 능력은 있어 보이기에 같이 일을 하기로 했다.
“아마도 패션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중을 위해 이미지를 아끼는 것이 좋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미지를 형성하는 생각 자체가 나름대로 참신했다. 이미지 소모는 나중에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대두되는 개념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