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57
아울러 승합차도 일단 임대했다. 최근에 출시된 세미 보닛 형 6인승 밴을 빌렸다. 뒤에 짐칸이 있어 각종 물품을 적재할 수도 있었다. 악기나 의상을 실어야 하기에 적재 공간이 있는 것이 편리했다.
“오늘부터 일단 팀을 이루어서 같이 움직이도록 해. 아마 빠르면 월요일부터 지방으로 움직여야 할 거야.”
“월요일부터요?”
“그래. 몇 군데 행사섭외문의가 들어왔고 현재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으니. 민수길 실장이 네 일정을 이미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가용시간을 파악하여 준비를 할 거야. 사무실은 2층에 빈 사무실 공간을 하나 사용할 거야. 그리고 별도의 사업자를 내는 문제도 검토해 봐야 할 거야.”
장유현의 건물이라 그런 면에서는 편리했다. 빈 사무실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한정수의 안내로 이동을 하자 빈 사무실이 있었고 안에 들어가자 대략 40평은 족히 되어 보였다.
“아주 넓은데요?”
“내가 대략 2개 층에 150평 정도를 사용하는데 이 정도면 아주 넓지. 간이 연습실도 따로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민수길 실장이 소유한 아반떼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등록하여 사용하기로 했어. 유류비와 수리비, 보험료를 지원해 주면 될 거야.”
물론 장인걸 소유의 엑센트 승용차도 업무용으로 사용이 가능하기에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연습실 작업은 아마 월요일까지 마무리가 될 거야. 여기에 있는 칸막이를 그대로 두고 흡음재만 설치하면 되는 작업이니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을 거야. 사무용품도 그 때까지 비치가 될 거야. 컴퓨터와 전화기만 설치하고 기존의 책상을 사용하도록 하면 되고.”
전에 사무실을 쓰던 사람들이 사용하던 책상이나 의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부도가 나면서 회사가 풍비박산 나면서 그대로 사무실을 방치하고 도주한 상황이었다. 몇 번이나 사무실을 비우라고 여기저기 연락을 했어도 연락이 되지 않아 명도소송까지 하여 정식 판결을 받아냈다고 했다.
공사를 해야 하기에 다시 한정수의 사무실로 와서 연습을 했고 각자 필요한 일을 시작했다. 황지현은 당장 토요일 달맞이꽃의 공연에서 입을 의상을 세팅하고 각종 화장품을 마련하기 위해 로드 매니저인 김기현과 시내로 나갔다.
“의상은 시장에서 싼 티셔츠 위주로 준비할 것입니다. 굳이 고가의 옷을 마련한다고 해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명품이라고 하는 옷은 협찬을 받아 입어야 할 경우가 아니면 당분간 입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실내와 실외에 따라 차이를 두면 됩니다.”
황지현은 세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왔고 장인걸을 꾸미기 시작했다. 일단 장인걸의 특성을 알기 위해서 직접 코디를 하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런 다음에 분석을 하여 최상의 비주얼을 찾는다고 했다.
결국 장인걸은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고 카메라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보통은 데뷔 이전에 그런 준비를 하는데 장인걸은 늦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유현 배우님과 상당히 유사한 피부 톤을 가지고 있네요. 지금 나이를 먹어서 달라졌지만 젊었을 때는 상당히 비슷했어요. 제가 이일을 시작할 때 3년간 장유현 배우님을 맡기도 했어요.”
황지현을 추천한 사람이 장유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그랬다.
“사실 장유현 배우님을 맡은 덕분에 실력을 인정받아 메인 코디가 되면서 다른 배우를 맡았는데 결국은 끝이 좋지 않았죠. 당시 코디가 안티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건 본인이 안티 짓을 하고 내게 뒤집어씌운 것이죠. 자기 고집대로 하고 난 다음에 평가가 좋지 않으면 코디가 일을 못한다고 난리를 피웠죠. 결국 더러워서 한 바탕 퍼붓고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을 했어요.”
“혹시 천유라 배우 아닌가요?”
“그건 직업윤리 때문에 말하지 않을게요.”
황지현은 사실일지라도 인정하지 않았다. 가장 옷을 못 입는 배우 1위를 다투는 그녀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멋지지만 그 외에는 이해하지 못할 패션코드로 인해 욕을 먹고 있었다.
‘코디가 안티’라는 말도 그녀로 인해 유행하기 시작했다. 코디가 기껏 어울리는 옷을 찾아서 가져와도 맘에 들지 않는다면서 자기 마음대로 입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 다음에 결과가 나쁘면 코디가 잘못 했다고 비난을 했다. 지금은 그런 말을 믿어주는 사람도 없었고 결국은 누구도 코디를 맡지 않으려고 했다.
어쨌든 황지현은 능력 있는 코디였고 장인걸은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스타일을 하게 되었다.
토요일에 장인걸은 카페 달맞이꽃으로 스텝들과 같이 움직였다. 거기서 사인만 하면 되었고 나머지 일은 모조리 로드매니저인 김기현과 코디인 황지현이 처리했다. 그들이 있으니 자잘한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번에는 CD 외에 카세트테이프까지 판매했다. 그렇기에 훨씬 판매량이 증가를 했다. 전 주에 150장을 팔았는데 이번에는 CD는 그대로 150장을 팔았지만 카세트테이프를 무려 150개나 판매하여 매출액은 50%가량 증가했다.
또한 코디인 황지현이 산뜻한 티셔츠를 골라서 꾸민 덕분에 장인걸의 외모가 더 돋보였다. 머리도 약간 다듬고 가볍게 화장을 하여 조명을 받으니 훨씬 외모가 돋보이고 분위기도 좋아졌다. 간단한 치장을 하는 것으로 사람이 확 달라보였다.
또한 전에 카페에 왔던 사람이 다시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한쪽 구석에 자리한 큰집 식구도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기에 아는 체를 하지는 못했지만 가볍게 눈인사는 했다.
전에는 절반 조금 넘게 자리가 찼지만 이번에는 각 테이블에 빈 자리는 있지만 빈 테이블은 하나도 없이 만석이 되어 있었다. 특히 무대에 가까운 쪽은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꽉 차있었다.
또한 노래 중간에 따라서 부르는 사람도 있어 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유명한 곡을 커버하여 부르기도 했지만 그것도 약간의 편곡을 거쳐 자신의 음색에 맞도록 불렀다. 그런 결과 청중의 반응도 훨씬 좋았다.
“오늘 정말 많은 사람이 자리를 해준 것 같습니다. 제가 앨범을 낸지 이제 1주일이 흘렀는데 제 노래를 따라 불러주는 사람도 있어 정말 기쁩니다. 오늘은 제 노래를 주로 부르기로 했는데 지루하지 않았는지 염려가 됩니다. 지루하지 않죠?”
“네.”
그러자 일부가 그런 대답을 하기도 했다. 관객이 호응을 하니 말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도 했다.
“사실 앨범을 발매하면서 제 주변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제 스타일도 바뀌었죠? 저를 꾸며주는 코디분이 생겼습니다. 저도 바뀐 모습이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전보다 나아보이나요?”
“네, 아주 멋져요.”
“맨 앞에 계신 누님 분 감사합니다. 마지막 곡으로 한여름의 축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장인걸은 청중들과 대화를 나눌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전에는 앞에 앉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보였고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한수정 사장과 잠시 이야기를 했다. 이후의 일정에 대한 논의였다. 민수길 실장이 있지만 대화는 장인걸이 주로 했다.
“공연 시간이 애매한 면이 있죠? 다른 곳에서 행사를 한 후에 이동하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평일로 옮겼으면 하는 면도 있습니다.”
“일정한 시간을 정하지 말고 평일 중에 특별공연으로 하는 것이 어떤가요? 그게 매출에 더 나은 면도 있는데.”
“특별공연이요?”
“유명 가수들을 초청하여 하는 공연을 말하는 것입니다. 시간을 내서 1주일 전에 디너쇼나 와인 파티를 하는 것이죠. 그 시간으로 예약을 받고요. 1주일에 한 번 정도 공연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구두계약이지만 기존 계약의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장인걸의 편의를 봐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했다.
“대충 테이블 차지가 2만 원 정도 별도로 청구가 되죠. 100만 원 정도 수입이 더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테이블의 숫자가 80개나 되지만 다 찬다고 볼 수는 없었다. 1주일 전에 예약을 받더라도 만석이 된다는 보장이 없고 50테이블 정도만 차면 만족한다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여기 민 실장님과 일정의 협의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만일에 불가능하면 다음 토요일까지는 그대로 공연을 하고 그 다음 주부터 정리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행사는 중고등학교의 방학이 시작되는 7월 20일 이후이기에 아직은 조금 여유가 있었다.
큰집 식구들과 잠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은지는 앨범도 좋지만 라이브가 훨씬 좋다면서 호들갑을 떨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 또래의 발랄한 여학생의 모습이었다. 전에는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생소하기도 했다.
일요일 오전부터 행사를 뛰어야 했다. 재계 50위권인 IG그룹 창업자의 고희연 행사에 한정수와 같이 나가게 되었다. 일종의 끼워 팔기이지만 행사비가 50만 원이나 되었다.
장인걸은 자신의 노래 세 곡과 트로트 두 곡을 커버하여 불렀다. 트로트가 된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행사를 나가려면 트로트 노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트로트 노래도 몇 곡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서 고작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 놀랐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팬이라고 사인을 받으려고 했고 특히 중고생이나 20대 초반의 여자들이 몰려들어 자신에게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을 실감했다.
“자식,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것을 보니 배가 아프네.”
한정수가 장인걸이 30분 정도 여자들에게 시달리다가 한쪽에 있는 대기석으로 오자 그렇게 말을 건넸다.
“30이 다된 내가 봐도 가슴이 설레는데 꼬맹이 애들이야 오죽하겠어요. 애들이 아주 자지러들던데요.”
그 옆에서 황지현이 맞장구를 쳐주었고 장인걸은 그저 민망한 기색으로 멋쩍게 웃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직 제대로 알려진 것이 아니라서 행사보다 방송을 노렸고 오후 세 시에 진행되는 라디오 방송에 게스트로 참여했다.
물론 그렇게 하여 자신의 앨범을 소개하고 역시 라이브로 한 곡을 불렀다. 아울러 희망가요 도전기라고 하여 즉석에서 청취자가 신청한 노래를 불러주는 코너에 참가하기도 했다.
보통 유명한 명곡을 부르는 코너이기에 신인 가수가 가창력을 뽐내기 좋은 코너였다. 하필이면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러달라고 하여 난감할 수도 있었지만 장인걸은 트로트도 제법 부르는 편이라 그런대로 무난하게 통과를 했다.
신인이라고 하여 일종의 통과의례 비슷한 신고식을 치른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자리에 온 대부분의 신인 가수는 해방 이전에 만들어진 노래를 지목당해 불렀다. 물론 원로급 가수들도 나와 최신 아이돌 노래를 지목당하기도 했다.
라디오 방송이 끝나자 타라한으로 이동하여 공연을 한 후에 끝나자마자 이천으로 이동하여 상우그룹 신입사원 1년차 합동연수프로그램 입소식 만찬회에서 공연을 했다. 끝나고 돌아오니 10시가 지나고 있었다.
고작 4개의 행사를 뛰었지만 정신이 없었다. 다음날은 지방에서 행사가 세 개나 연속하여 잡혀 있기에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기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오늘 하루 행사비를 다 해야 100만 원 조금 넘는데 이렇게 다녀서 얼마나 벌지 고민이군.’ 행사비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성에 차지 않았지만 인기가 올라가더라도 기본 단가가 있기에 바로 오르지는 않아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장인걸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단속을 하고 방안으로 들어와서 옷을 다 벗었다. 남들이 보면 변태라고 하겠지만 무아지경에 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옷을 다 벗고 명상에 들어야 했다.
‘독맥과 임맥은 언제나 타통이 될지 모르겠군.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아예 경혈이 있는지 감각 자체가 없으니.’ 다른 경혈은 대부분 입구가 열려 있어 경혈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임맥과 독맥은 입구 자체가 꽉 막혀 있어 시작 자체가 쉽지 않았다.
장인걸은 16개의 대혈맥을 순환하는 대주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몸 안의 기운이 경혈을 따라 돌기 시작했고 몸 안에 있던 묵은 기운과 노폐물이 조금씩 제거가 되었다.
비어 있는 미지의 영역으로 기운을 인도하지만 기운은 입구도 찾지 못해 흩어지기만 했다. 그렇게 한동안 헛된 노력을 하던 장인걸의 심상에 약간의 틈이 보였다.
‘이거다. 마침내 보인다.’ 장인걸은 스치듯 나타난 균열을 잡아냈고 마침내 경혈의 단초를 잡아서 기운을 다시 보내기 시작했다. 드러난 틈으로 거대한 기운이 몰려들자 조금 더 균열이 커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입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는지 모르는 시간동안 기운을 보냈고 마침내 하나의 혈도까지 찾아낼 수가 있었다. 마침내 임독 양맥을 타통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기도 했다. 두 경락을 타통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장인걸은 정신을 차리고 난 후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창문이 하얗게 밝아 오는 것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전날 밤 11시 경에 운기에 들었는데 밤을 꼬박 새운 것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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