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59
“하지만 네가 나온 고등학교 동문회잖아?”
“알아. 하지만 그게 원칙이야. 동문회 할아버지라도 그렇게 계약이 되어 있어서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아마 동문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네 작은아버지라면 어떻게 할지 알고 있을 거야. 그분한테 기획사에 정식으로 공연을 요청하라고 전달해.”
장인걸은 할인은 해달라고 하면 해주지만 그것을 먼저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필요하다면 행사비만큼 찬조금을 더 낼지라도 공짜로 행사에 나갈 생각은 없었다.
찬조금을 내야 할 곳이라면 찬조금을 내고 그럴 필요가 없는 행사라면 내지 않으면 되었다. 그것은 자신이 선택할 문제였다.
“10월 3일 오전에 양진고등학교 동문 체육대회에 갈 생각입니다. 정식으로 공연 섭외가 오면 공식적인 행사비를 받도록 하십시오.”
민수길에게는 그렇게 통보를 했다.
“행사비 할인을 해달라고 할 것인데요?”
“행사비는 정해진 대로 받을 것입니다. 성공을 했다고 하여 찬조금을 내라고 한다면 그만큼 더 낼 용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실 것입니다.”
행사비를 할인하거나 공짜로 하는 것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소문이 나면 자신과 조금만 연고가 있다면 결국 여기저기서 공연해달라고 할 것은 뻔했다. 그런 사태는 피하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연고가 있는 곳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인걸은 무료봉사는 하고 싶지 않았다. 설사 행사비보다 더 많은 찬조금을 내더라도 일단 제 값을 받고 공연할 생각이었다.
장인걸은 모처럼 서울에서 영화시사회에 참석했다. 장유현이 촬영한 ‘좋은 날’이라는 영화를 마침내 개봉하는 자리였다.
“축하합니다.”
장인걸은 한정수와 같이 시사회에 참석을 했다. 떠오르는 신인 가수이고 사적인 친분 때문에 같이 초청을 받았다.
“여기는 신인가수 히어로 장입니다.”
장유현이 나서서 감독인 곽탄현과 배우인 이진희에게 소개를 했다. 둘 다 장유현이 소개를 시켜주니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 저번에 돌잔치에서 노래자랑 1등을 했던 사람이죠?”
배우인 이진희가 기억을 하는지 아는 체를 했다. 장인걸은 이진희를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그 자리에 왔던 것 같았다.
“네, 그렇습니다. 거기에서 뵙지 못했던 것 같은데요?”
“약간 변장을 했었죠. 그 때 선배님과 일가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맞아요?”
“예.”
“언제 시간 되면 식사나 같이 한 번 해요.”
“야, 넌 어디서 바람을 피우고 있어. 이제 영화 끝났다고 나는 찬밥이야?”
장유현이 장난스럽게 이진희와 대화를 했다.
“그거야 당연하죠.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뭐.”
영화에서 두 주인공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지만 열린 결말의 형식을 취해 재회를 하는 장면에서 끝이 났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제작비가 모자라 결혼식 장면을 찍지 못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결혼식 장면을 찍으려면 아무리 협찬을 받아도 최소 5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영화 개봉 축하드립니다. 양진시장에서 촬영장면을 보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봤다고요? 하긴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최고 중요 장면이긴 합니다. 한여름의 축제, 아주 노래가 좋더군요.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굴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마스크를 보니 연기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냥 미남이 아니라 카리스마가 있어 보여요. 발성도 좋고요. 언제 작업 한 번 합시다.”
곽탄현 감독이 덕담을 했다. 빈말인 것 같지만 칭찬을 해주니 기분이 좋기도 했다.
“내가 부산국제영화제 이번 준비위원인데 그 때 시간이 되면 한 번 도와줘요.”
부산 국제영화제는 이제 막 시작한 영화제로 작년에 처음 개막을 했고 올해가 2회로 알고 있었다. 막 시작한 시점이라 인지도도 그리 없고 스타들도 외면했다.
“불러만 주신다면 찾아뵙겠습니다.”
장인걸은 그런 자리에 게스트로 참석하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한정수와 장인걸은 포토타임을 갖고 사진을 찍은 다음에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한정수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사람과 인사를 한 후에 행사 시간이 임박하자 자리에 앉았다.
“이런 자리에 나오는 것도 다 자신의 인기를 올리는 수단이야. 그냥 순수하게 축하를 해주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지. 물론 초청을 하는 사람도 오는 사람이 행사의 목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초청하는 것이고.”
한정수가 그렇게 설명을 했다. 한정수도 인기가수이지만 가요계나 연예계에 그리 발이 넓은 것은 아니었다. 흔히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데 한정수는 비주류에 속한다고 했다.
“보통 주류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것입니까?”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클럽 좋아하는 자들을 말하지. 나처럼 바른생활을 하려는 연예인은 꼰대취급을 하면서 약간 따돌리는 경향이 있어.
물론 나도 그들과 어울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고. 유현이도 그런 경향이 강하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비주류가 사실은 주류라고 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놀기 좋아하는 애들은 모조리 다 사라지고 말아. 그들은 각종 불륜스캔들에 음주, 폭행, 마약, 도박 등 온갖 안 좋은 것에 연루가 되지. 시간이 흐르면 비주류만 살아남아 독야청청하고 있지.”
“항상 조심해야겠군요.”
“연예인은 현재의 인기에 취하는 순간 끝이야. 그러는 순간 온갖 스캔들에 휘말리고 바로 추락하고 말아. 재능도 중요하지만 자기 관리 잘 하면서 꾸준히 활동해야 살아남아.”
한정수의 말이 맞았다. 건들거리는 자세로 현재의 인기에 취해 난잡하게 행동하는 자들은 오래지 않아 무너졌다. 한정수에게 인사를 하러 온 자들 중에도 그런 자들이 몇 있었다.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태도가 불량했고 분위기가 들떠 있었다.
그런 사람일지라도 티를 내지 않고 상대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자세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국에서 음악프로에 나온 가수는 봤지만 다른 연예인을 만나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꽤나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연예인은 얼굴이 명함이라 그런지 명함을 받지 못해 연락처를 받지 못해 아쉽습니다.”
“그 말은 개인적으로 아주 친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너도 맘에 드는 사람이 아니면 굳이 연락처를 알릴 이유가 없어. 특히 여자연예인은 조심해. 전화번호를 받아도 함부로 연락하지 말고.”
한정수는 오늘도 유독 여자연예인에게 인기가 있는 장인걸에게 주의를 주었다.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KTV에 나오고 난 다음날, 마침내 ‘한여름의 축제’가 다운타운을 점령했다. 여기저기 가게마다 한여름의 축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시내에서 그 노래가 들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하긴 이 노래가 9주간 음원 1위를 굳건히 지킨 노래인데 당연한 결과이지. 동남아를 시작으로 하여 일본과 중국마저 한류열풍을 불러온 노래인데.’ “앨범을 만드는 족족 판매가 되는 실정이다. 현재 제작한 앨범이 20만 장이고 카세트도 12만 개인데 앞으로도 그 정도는 무난하게 나갈 것 같다. 그리고 공식 팬클럽을 만들겠다고 허가해 달라는 사람만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죠?”
인터넷이라도 발달하면 팬카페를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조정이 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이 없으니 우후죽순으로 팬클럽을 운영한다고 나서고 있었다.
“지원자 명단을 민실장에게 넘겼으니 알아서 처리를 할 것이다. 명단에 있는 사람을 모아서 공식적인 팬클럽을 결성하고 거기서 회장단과 집행부를 선출할 것이다. 그런 것을 잘 아니 문제가 없도록 처리할 것이다.”
“그래요? 그러면 팬클럽 창단식에 나도 참여해야 하나요?”
“일단 준비모임에는 갈 필요가 없고 정식으로 창단식을 할 때에 팬미팅을 겸해서 가면 된다. 그전에 회장단과 집행부와 상견례를 하면 되고. 당장 되는 것이 아니라 못해도 2주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래에 비해서 모든 것의 진행이 느렸다. 디지털 시대에 살다가 아날로그 시대에 오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아날로그 시대이기에 사용이 가능한 편법도 있지만 어쨌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답답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행사의 단가를 두 배 인상하기로 했다. 기존에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올렸다. 무조건 올린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올리면 부르는 행사가 줄어들기에 홍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불러야 되는 곡도 두 곡 플러스 한 곡으로 고정을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 MTV에 나가서 반응이 좋으면 50만 원 정도 더 올릴까 생각 중이다.”
사실 장인걸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연예계의 동향을 잘 모르기에 한정수가 대부분의 결정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통보하는 과정에서 아니다 싶으면 반대를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로드를 한 명 더 채용하여 운전을 맡길 것이다. 민수길 실장은 행사에 따라가지 않고 서울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했다. 일정 조정과 방송국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수길 실장은 행사를 따라와서도 내내 핸드폰을 붙잡고 살고 있었다. 그만큼 일정을 조정하고 이런저런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러니 사무실에 남아있는 것이 나았다.
직접적으로 장인걸을 보조하는 인원만 4명이고 월광기획의 인원까지 합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그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직접적으로는 발주와 납품만 신경 쓰지만 앨범 관련 업무도 많은 손이 가고 있었다.
“그리고 9월에 있을 행사 예약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할까?”
사실 그 문제는 학교와 연관이 있기에 쉽게 결정할 내용이 아니었다. 계속 활동을 할 것이라면 휴학을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휴학을 하면 바로 군 입대 문제가 걸렸다.
“일단 주말에만 일정을 잡도록 하죠. 토요일, 일요일이라면 학교를 다녀도 가능합니다. 그 외는 패스를 하죠.”
오히려 큰 행사나 축제는 9월이나 10월이 더 많았다. 주말에만 행사를 뛰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그 외에는 야간에 긴급한 행사만 나서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많은 행사가 취소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9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한강마라톤대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하죠. 동호회에 들지 않은 일반인도 풀코스에 참가가 가능하고 선수들과 같이 달린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한강마라톤대회는 마라톤동호회연합이 주축이 되어 열리는 국내 마라톤대회이고 외국의 선수를 초청하지 않는 대회였다. 국제대회가 아니기에 외국에서는 그 기록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국내에서는 그 기록을 인정받고 있었다.
물론 공식기록으로는 인정을 하지 않지만 각종 대회를 참가하는데 필요한 기록으로 인정을 받았다. 10월 말에 진행되는 춘천국제마라톤 대회에 선수부에 등록하려면 2시간 40분의 기록을 가져야 하는데 한강마라톤대회의 기록도 인정을 했다. 대략 5위 안에 들면 그 정도의 기록을 냈다.
“한강마라톤대회? 거기에 왜 나가는데?”
“어릴 때 육상을 했는데 이번에 한 번 도전해 보려고요. 연예인이라면 그런 취미도 필요하죠.”
“홍보를 위해서는 좋은데 설마 풀코스를 뛰려고?”
“그럴까 생각 중이죠. 기록을 가지면 말하기도 좋잖아요. 힘들면 중간에 기권하죠. 그리고 10월 넷째 주말에 열리는 춘천국제마라톤대회도 출전할 생각입니다. 마라톤동호회에 마라톤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을 시켜놓으면 좋은 면도 있죠. 그쪽도 이런저런 행사가 많으니. 시간이 흐르면 산악회를 공략하고요.”
연예인들의 경우에 종교부터 축구, 야구 등 각종 스포츠 분야에 한 발을 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해당 종교나 동호인들의 지지를 받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해당 단체의 행사에 지속적으로 초청을 받을 수도 있었다.
“특이하긴 하네. 하지만 마라톤을 하기에는 키가 너무 큰 것 아니야? 체중도 많이 나가고?”
“외국인들은 190cm가 넘는 마라토너도 많아요. 그리고 나처럼 건장한 신체를 가진 사람도 꽤나 되고요. 내가 뚱뚱한 것은 아니잖아요.”
장인걸은 충분히 완주할 자신이 있었다. 기록은 어떨지 몰라도 회귀 전에 완주를 하기도 했었다. 동해안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을 했었고 혼자 40km 정도를 달리는데 세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던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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