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60
‘내년에 동해안국제마라톤대회도 시작이 되겠군. 거기도 출전하면 좋겠군.’ 당시에는 억지로 참여하게 되어 탐탁치가 않았지만 참여하지 않고 과거로 오게 되자 마라톤에 관심이 갔다. 거기다가 이제는 금강나한공의 능력마저 갖게 되면서 충분히 마라토너로 성공할 것도 같았다.
‘더구나 마라톤은 국가대표가 되어도 합숙 자체가 불가능해 혼자 훈련을 하면 된다. 중요한 대회가 있다면 활동을 조절하면 된다. 노래와 마라톤을 병행하면 된다.’ 막연한 생각이지만 충분히 완주할 것 같았고 훈련만 조금 하면 좋은 기록을 낼 것도 같았다. 적당히 선두를 따라가다 막판에 치고 나가면 될 것 같았다.
15. 여름가요축제
여동생 장인숙이 올라오는 날 장인걸은 점심 무렵 고속터미널로 마중을 나갔다. 다행히 그 시간에는 행사가 없어 엑센트 승용차를 이끌고 갔다.
“부르는 곳이 많아 바쁘다던데 용케 시간을 냈네. 더구나 이런 차도 끌고.”
“우리 귀하신 공주님이 왕림하시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내야지. 일단 큰집으로 가자.”
장인걸은 듣기 좋은 말만 사용했다. 전이라면 무수리라고 놀렸을 것이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큰집에?”
“응, 집에 있어도 되는데 내가 오늘 오후에 지방으로 떠나서 내일 저녁에나 돌아오거든. 그러니 오늘과 내일은 은지랑 같이 있어. 모레 내가 데리러 갈게. 그리고 집에 네가 있으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어.”
장인걸은 지방에 행사가 있는데 집에 혼자 두기 걱정스러워서 은지에게 말했고 은지가 언니랑 같이 있고 싶다고 했다. 큰어머니도 집에 데리고 오라고 했으니 같이 갔다.
“식사 하자.”
큰아버지는 은행에 출근을 했기에 큰어머니와 민기와 은지만 집에 있었다.
“오빠, 여기 사인 좀 해줘.”
그러면서 은지가 10여 개의 앨범을 들고 왔다.
“친구들에게 말을 한 거야?”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앨범 케이스를 보였더니 사인이라는 것을 아는 애가 있어서. 조금 안다고 했더니 사인 받아달라고 이렇게 맡기더라고.”
보통 케이스에 받지만 CD 자체에도 받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에는 앞면에 네임펜으로 해달라는 말이었다. 케이스에 받는 것은 형식이고 그것이 진짜 사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원하는 대로 하나씩 사인을 해주었다.
“이렇게 하다가 너만 귀찮아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장인걸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가 들어올까 염려가 되어 주의를 주었다.
“이미 소문이 났어. 사실 저번에 유현이 아저씨 집에 방문한 것도 친구들에게 자랑을 해서. 오빠도 사촌이라고 말을 했는데. 애들한테 앨범 사달라고.”
“나도 오빠에 대해 일체 말하지 않고 있는데. 엄마나 아빠도 귀찮아진다고 소문나지 않도록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하지만 이미 아는 사람은 알더라고. 텔레비전에 나오니.”
장인숙도 이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을 했다. 텔레비전에 나가는 순간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라디오에 나가는 것은 목소리만 들리는 것이라 감출 수가 있지만 텔레비전에 나가는 순간 모두에게 알려지고 말았다.
“언니, 이번 주 토요일에 달맞이꽃에 가면 되겠다. 거기 아주 분위기 좋아. 음식도 맛있고.”
은지는 좋은 기회라는 듯이 말을 했다. 전에는 은지와 인숙이가 그리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보니 이야기도 잘 하고 있었다. 물론 전과 달리 은지가 먼저 붙임성 있게 다가오는 면도 있었다.
장인걸은 식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월광기획으로 갔고 떠나기 전에 동생과 은지에게 용돈을 쥐어주면서 같이 재미있게 놀라고 했다. 어쨌든 용돈을 받은 둘은 희희낙락했다.
장인걸은 공연을 다닐수록 자신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을 알게 되었다. 고작 3주차에 불과한데도 KTV와 MTV의 순위가 모두 5위 안에 진입했고 다음 주라면 1위 후보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출연 요청을 하지 않은 STV도 부랴부랴 섭외를 하여 다음 주에는 연속 3일을 방송에 출연해야 했다.
전에는 객석에서 몇 명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수준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객석에서 따라 부르는 사람이 늘어나 이제는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아울러 앙코르를 외치는 숫자도 훨씬 늘어나 정해진 세 곡을 하고도 한 곡 정도 더 하는 경우도 많았다. 행사 일정이 정해져 있기에 그냥 떠나려고 했지만 진행자가 나서서 박수를 유도할 경우에는 외면하기 곤란했다.
진행자가 부탁을 하는 경우는 일정에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니 일정을 핑계로 빼기 그랬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행사비의 일부를 정산 받게 되었다. 행사비는 입금만 되면 언제든지 정산을 받을 수가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작 2주 정도를 뛰었는데 천만 원이 넘어갔다. 비용을 전부 정산하고도 그 이상을 번 것이다.
“앨범대금은 7월말이 되면 일부가 정산이 될 거야. 물론 유현이에게 차입한 금액을 우선 변제할 생각이야. 그래서 행사비는 그냥 정산을 했지.
너도 써야 할 비용이 급할 수도 있고.”
장유현에게서 차입한 금액은 상당했다. 선금으로 자재비 수준만 결제해 주더라도 워낙 물량이 많기에 엄청났다. 그것을 사채로 조달했다면 이자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아마 다음 달까지는 차입금을 변제하면 가져갈 돈이 없겠죠.”
“차입금이 많지만 8월말 정산금도 크기에 네 몫도 있을 거야. 9월에 정산하면 그 금액이 엄청날 거야. 나중에 내야 할 세금도 만만치 않을 거야.
일찌감치 준비를 해야 문제가 없어.”
장인걸은 버는 만큼 세금을 내면 되는 일이라 그리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참, 이번에 해운대에서 진행되는 여름가요축제에 초청이 되었기에 거기는 가야 할 것 같아. 돈은 안 되고 실제는 돈을 써야 하겠지만. 그래도 홍보효과가 크니.”
여름가요축제는 한국문화예술진흥공단이라고 하는 곳에서 주최하는 일종의 가요페스티발로 해마다 유명 해수욕장에서 진행하는 합동무료콘서트였다.
경포대나 만리포, 광안리 해수욕장 같은 유명 해수욕장에서 진행을 하는데 이번에는 해운대에서 개최했다. 매일 6시간씩 3일간 총 18시간에 걸쳐 유명가수들이 출연하여 한 가수 당 대략 30분 정도 무대를 꾸몄다.
“대충 30~40명 사이의 가수나 유명 음악가들이 초청이 되는데 너도 불렀다는 것은 대단한 거지. 사실 사전에 초청이 된 몇 명의 가수가 참가를 할 수가 없어 추가로 선정된 것이지만. 물론 나도 참가를 할 거야.”
초청을 받은 유명 가수들이 다 참석할 수는 없었다. 각자 일정이 있기에 시간을 내지 못할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을 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출연자 명단은 자주 변경이 되었다. 그럴 경우 처음 선정한 가수보다 이름값이 떨어졌다. 여기에 보통 새로 등장하는 신인가수가 물망에 올랐다.
“그래요? 생각지도 않았는데 나까지 차례가 왔네요. 저는 언제 나가면 되는 거죠?”
“첫날 두 번째 무대. 오후 네 시 반에 무대에 올라 다섯 시까지 공연해야 할 거야.”
공연 시간은 그리 좋지가 못했다. 땡볕이 쬐는 시간에 공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가수는 저녁 7시부터 10시 사이에 배정이 되었고 주로 신인가수가 해가 떠 있는 시간에 배정이 되어 있었다.
한정수의 경우에는 마지막 날 7시 반에 배정이 되어 있어 역시 인기가수의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황금시간대인 8시에서 9시 사이는 원로가수라고 할 수 있는 현재의 레전드들이 포진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간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니야. 어쩌면 해변에 가장 사람이 많을 시간이기도 하니까.”
“저야 어떤 시간이라도 고맙죠. 그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는 자체가 어느 정도 가수로 성공했다는 증표니.”
장인걸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런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바라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푸념을 하는 것은 사치였다.
“문제는 제 앞에 레온이라는 그룹인데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이죠? 그들을 눌러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이네요.”
레온은 1년 전에 데뷔하여 현재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그룹으로 첫날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영광이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초청을 받은 가수로 장인걸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최선을 다해야지. 한여름의 축제부터 바람의 노래, 청년의 발걸음 같은 템포 빠른 곡을 적절히 부르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를 불러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야지.”
한정수가 가장 생각하기 쉬운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편곡을 하여 그런 무대에 맞도록 곡을 수정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할 것 같아요.”
앞에 일반 가수가 나온다면 그럭저럭 노래로 버틸 수 있지만 댄스를 위주로 한 퍼포먼스 아이돌 그룹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았다.
“그거야 네가 알아서 하면 되고. 세션이 필요하면 말해. 밴드를 구성할 수도 있으니.”
“물론 그것도 필요하지만 백댄서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밴드가 동원되기에 코러스 정도는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너무 심심할 것 같은데요.” 한정수의 말에 장인걸은 눈을 번쩍 떴다. 밴드를 동원할 수 있다면 락으로 편곡을 하여 무겁게 가는 것도 방법이었다. 물론 시원하게 고음을 내지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일단 무대 구성은 고민을 해보자. 코러스나 백댄서는 나도 동원을 하니 같이 공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한정수가 계약한 팀에게 부탁을 하면 추가 비용만 부담하면 단독으로 계약하는 것보다 싸게 동원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장인걸은 여름가요축제에 나가게 되자 행사 중간 시간이 날 때마다 앨범에 수록한 곡들을 편곡하기 시작했다. 사실 앨범에 곡을 수록했지만 자신이 전부 다 작곡한 것이 아니기에 곡을 제대로 분석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편곡을 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분석을 하기도 했고 연주에 대하여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곡 자체를 아예 뜯어 고칠 수는 없기에 같은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흥겹게 바꾸려니 쉽지가 않았다.
중간에 시간이 날 때마다 월광기획의 녹음실에 들러 데모CD를 녹음했다. 백밴드를 섭외할 예정이지만 여의치가 않으면 MR로 대체해야 했기에 사전에 작업을 해두어야 했다.
또한 편곡을 하면 노래 연습도 다시 해야 하는데 MR이 필요했다. 또한 행사를 뛰는 경우 원곡보다 흥겹게 편곡한 것이 행사 분위기를 띄우는데 유리했다. 축제 이전에 행사장에서 불러 사전에 충분히 연습할 생각이었다.
어쨌든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편곡에 임했고 하룻밤 동안 집중적으로 작업하여 기본적인 골격은 완성을 할 수가 있었다. 기존에 녹음한 MR을 변형하면 되는 일이라 기기로 작업하면 되는 일이라 가능했다.
“미친놈이네. 이걸 하룻밤 사이에 다 끝내다니. 있다 행사도 있을 건데 괜찮아?”
아침에 출근한 한정수에게 밤에 작업한 것을 보여주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며칠을 매달려도 불가능한 일인데 하룻밤 사이에 해치웠으니 괴물을 보는 표정이었다.
“차에서 자면 되죠. 찔끔찔끔 하다보면 정신만 사납고 이렇게 몰아서 처리해야죠. 중간, 중간 피로를 풀어 주었기에 오늘 일하는 것은 문제없을 거예요.”
“밴드 문제는 내가 알아볼까?”
“그래 주시겠어요? 그런데 이 정도로 연주할 실력 있는 밴드가 제 백밴드로 나설지 의문이에요. 안 되면 MR로 대체할 수밖에 없지만요.”
“그렇지. 이 정도로 연주할 수 있다면 초청대상에 들어야 정상이지. 아니라면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인데 그들도 자존심이 있을 것이고. 일단 언더그라운드의 실력파들에게 운은 떼어보도록 할게. 한다고 하면 바로 섭외해야지.”
한정수가 나서서 알아보자 무대에 나설만한 실력 있는 밴드들은 대부분 다른 가수에게 섭외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네 개인사업자 신고가 끝났으니 경리도 하나 채용해야 할 것 같다. 경리도 채용해서 별도로 기장을 해야 한다.”
기장이야 세무사무소에 맡기면 되지만 금전출납을 하고 사무실을 관리하려면 사람이 필요했다. 사무실 청소야 황지현과 로드인 김기현이 담당하지만 시간이 없으면 그냥 널어놓고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야겠네요. 추천을 받아보죠.”
인원의 채용은 장인걸이 최종적으로 면접을 보고 결정을 했다. 느낌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거부할 생각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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