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62
“별로 이상하지 않던데요. 감정의 과잉만 조금 조심하면 되죠. 행사를 뛰는데 트로트가 좋으니 2집은 트로트로 낼까 생각 중이에요. 아니면 2집은 미니앨범으로 내고 3집을 트로트로 하던지.”
장인걸은 트로트에 대하여 어떤 거부감은 없었다. 종종 가수들 중에서는 트로트를 무시하는 가수도 있지만 장인걸은 노래에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인걸은 트로트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노래방에 가면 트로트를 많이 불렀다. 이런 행사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트로트가 최고였다.
“출발하죠. 다음은 성안해수욕장이죠?”
“응, 거기서는 한 시간 사이를 두고 두 번 공연을 해야 해요. 오픈 행사와 노래자랑 행사 중간에 한 번 더 나오기를 바라더라고요. 행사비도 그만큼 더 주고.”
“이동하지 않고 대기하는 것이니 차라리 다행이죠.”
차가 출발하자 장인걸은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무슨 책이에요? 한자인데?”
황지현이 궁금한 기색으로 물었다.
“금강바라밀경이라는 불경이에요.”
장인걸은 책의 원본 대신에 복사한 것을 마스터한 것을 들고 다니고 있었다. 잃어버릴 수도 있고 파손이 될 수도 있기에 여러 권을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네? 불경이라니 불교 신자에요?”
“특정 종교가 있지는 않아요. 단지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아 종교 쪽 행사는 기피하는 것이고요. 이 불경은 일종의 정신수양을 위해서 읽는 것이죠. 거기다 읽다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뭔가 깨닫는 것도 있고요. 더구나 글자도 이렇게 큼지막해 차안에서 읽는데 어렵지도 않고요.”
필사본이라 그런지 글자도 큼지막해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장인걸은 나지막하게 독경을 하기 시작했다. 독경을 하다보면 그 자체로 발성 연습이 되기도 했다. 그 특유의 성조를 따라하면 몸이나 성대마저 이완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하는 것은 체조인가요?”
대기실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황지현이 물었다. 오프닝 무대에 섰다가 대기를 하는 중인데 그 시간에 이상한 체조를 하고 있었다.
“체조가 아니라 도인술의 일종입니다.”
장인걸이 하는 것은 금강나한공의 외공의 일종으로 나한권과 비슷한 권법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연공을 하는 것은 여전히 독맥과 임맥을 타통하지 못한 상황이고 그것은 명상이나 운기를 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다.
금강나한공은 내공만이 아니라 외공도 수련을 해야 성취가 빨라졌다. 그렇기에 움직이는 외공도 수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대기하면서 수련을 했다. 기운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몸의 내구성이 약해 타통을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움직이는데 땀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해요.”
“땀이 나지 않도록 움직임을 조절하니 그렇죠.”
사실은 땀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땀이 나면 그것을 모조리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내고 있기에 땀이 흐르지 않았다.
최유림은 돈을 맡긴 장인걸이 갑자기 가수로 데뷔하여 인기를 얻게 되자 부담이 되었다. 다른 곳으로 돈을 옮겨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제가 보관을 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아요? 그 정도 금액이라면 제가 운용하면 그리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장인걸은 앞으로 일을 생각하면 다다익선이라 생각했기에 돈을 그대로 보관하기를 원했다. 자신이 앞으로 벌어들일 금액도 만만치 않겠지만 그것은 미래의 일이었다.
“그렇게 하자. 그리고 너에 대해 시골 동네의 잘 아는 후배라고 회장님에게 슬쩍 언급할까 한다. 네게 귀찮은 일이 생기면 어느 정도 힘이 되어 주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주면 고맙죠. 은근히 어두운 곳의 영향력이 연예계에 많이 뻗쳐 있는 것 같더군요. 조금 이상한 사람들이 직접 기획사를 운영하기도 하는 것 같고.”
“돈이 흐르고 사람 장사를 하는 곳은 다 마찬가지이지. 노가다판도 사실상 어두운 곳과 연관이 되어 있는 곳이 허다하다. 인력사무소도 마찬가지이고 경비용역업체도 마찬가지이지. 심지어 청소에 관련된 환경업체도 그런데, 뭘. 심지어 정치권도 나서서 연을 만들려고 하는 편이고.”
“어쨌든 전 형과 아예 상종을 하지 않을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선이니 악이니 하여 꼭 구분할 이유는 없고요. 적당히 선만 지키면 된다고 봅니다.”
“알았다. 너는 남자이니 회장님과 인연을 맺어도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여자라면 절대 안 되지만. 자리를 같이 하자고 할 수도 있는데 큰 문제는 없는 거지?”
“만나는 거야 가능합니다. 단, 나중에 말이 나오면 동네 형네 회사 사장님이라고 하여 만난 것으로 할 것입니다.”
“그거야 당연한 거지. 그런 것으로 뭐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경우가 한두 번도 아니다. 정치가나 공무원도 말이 나오면 그저 관내 사업가를 민원 때문에 만났다고 말하는데. 그들이 몰랐다고 하는데 진짜로 몰랐다면 그건 바보 멍청이라는 말이지. 내가 유흥업소에 출연하는데 도움이 될 것도 같다고 하여 소개시켜 주었다고 하면 될 거야.”
장인걸은 이미지를 생각하면 가까이 해서 좋을 것이 없지만 세상일을 무조건 흑백논리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적당히 이용할 것은 이용할 필요도 있었다. 특히 연예계에서 활동할 것이라면 그쪽 사람을 알아 두어야 할 필요도 있었다.
“천광상사 회장님을 만나는 것이지 광현이파의 보스를 만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거기는 문제없습니까? 거래하는 가게가 어려워지면 유통 영업도 지장이 있을 것인데?”
“그렇지 않아도 여름이 되었는데도 매출이 20%가량 감소해서 비상이 걸렸다. 이렇게 계속되면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는데 말이야. 결국 인원을 감축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인원을 정리하면 문제가 아닌가요?”
“일단은 조직과 크게 연관이 없는 인원을 정리하는 것이라 그리 문제가 아니지만 나중에 가면 조직원들까지 정리를 해야겠지. 그 정도가 되지 않아야겠지만 적자를 보면서 조직을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지. 물론 그 전에 보너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여 인원감축은 최소화하겠지만.”
“중요 거래처 중에 부도가 나는 업체는 없나요?”
“큰 업소 중에 위험하다고 하는 업체도 있지. 그런 업소가 무너지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 채권을 추심하는 문제로 골치가 아프게 될 수도 있어.”
주류나 식료품을 납품한 금액이 상당하기에 부도를 내고 잠적을 하면 문제가 심각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영업을 담당하는 부장들이 책임을 져야 했고 최종적으로는 영업을 책임진 차태근 부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가 있었다.
“업체가 무너질 것이지만 건물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나중에 그런 매물 중에 괜찮은 것을 잡아야 합니다. 목이 좋은 곳에 있는 매물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장인걸은 이번에 그런 매물을 최대한 많이 잡을 생각이었다. 돈을 가진 자에게는 무한도로 대출을 해주기도 했다. 어느 정도 자산을 가진 것만 보여주면 좋은 조건에 대출이 가능했다.
“당장은 살 것은 아니지?”
“그럼요. 지금 나오는 매물이 아무리 낮게 나왔다고 해도 나중에는 20% 이상 가격이 떨어질 것입니다. 지금 잡으면 본전을 회복하는 것만 해도 내년 연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언제가 적기라고 보냐?”
“상가는 내년 2월에서 6월이고 주택은 내년 5월에서 9월 사이가 최적입니다. 그 외에 신도시에 있는 나대지를 노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신도시의 나대지?”
“신도시를 조성할 때 토공에서 분양한 토지가 있는데 아직 건물을 올리지 않고 방치가 되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거기에 지금 현지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죠. 경작금지를 해도 그냥 농사를 짓는데 어쩔 수가 없죠. 그 가격이 분양가의 40% 정도까지 폭락할 소지도 있습니다. 2000년 이후에 대대적으로 주상복합 건축 붐이 일게 될 것입니다.”
그 시기에 공급되는 주상복합과 고급아파트가 무려 십만 세대 이상이 되는데 그 지역의 지가가 천정부지로 솟구치게 되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 미분양이 속출하기도 했다.
더구나 토지를 분양을 받은 건설회사가 망하면서 하나둘 법원에 경매로 나오기 시작하자 가격이 폭락했다. 유찰을 하다가 겨우 낙찰이 되면 감정평가회사는 그것을 기준가로 정해 다른 매물을 평가하니 가격은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이 한동안 반복되었다.
“그것을 한 필지만 잘 잡아도 수십억을 벌게 됩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면 그 동안 건축을 못해 주택 부족이 발생하게 되면서 가격이 구입 가격의 네 배 가까이 상승할 것입니다.”
장인걸의 말에 최유림은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흘러 왔는지 알기에 대충 이해를 했다.
“다들 그럴 가능성을 알면서도 당장은 자금부족을 해결할 길이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내놓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시스템이 그렇게 돌아가니 개인은 어떻게 할 수 없죠.”
“한 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 판이 벌인다는 말이구나. 그렇다면 너는 부동산을 구입할 것이란 말인데 그러면 지금 앨범을 내서 돈을 번다면 거기에 투자하겠네.”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몇 군데 인터넷 관련 기업에도 투자를 하고요. 돈만 있다면 앞으로 돈을 벌 방법은 아주 많습니다.”
아마 최유림은 전적으로 믿지는 못할 것이지만 그 말을 나중에 상기할 것이고 신뢰를 얻을 것으로 보였다. 물론 최유림이 상사를 움직여서 장인걸이 말한 방향으로 투자를 한다면 크게 성공할 것이고 그러면 조직 내에서 입지가 커질 것은 당연했다.
최유림은 안광현 회장의 최측근인 이찬혁 부장과 김기정 실장과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최근에 그도 그들과 같이 어울리고 있었다.
“이 노래 부른 애가 시골 우리 옆집에 사는 애입니다. 서울에 대학을 왔는데 아르바이트로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앨범이 필요해서 냈는데 확 떴습니다.”
최유림은 슬쩍 장인걸에 대해 언급했다. 회장에게 말하기 전에, 회장에게 이야기가 흘러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사전 작업을 했다. 둘에게 알리면 소문이 날 것이니 식당에서 노래를 듣자 차라리 중간의 둘을 이용하기로 했다.
“최 과장 옆집 애라고? 요즘 최고로 뜨는 애이고 생기기도 기생오라비 뺨치게 잘 생겼던데. 미림의 황마담이 아예 팬클럽까지 가입한다고 설치던데.”
미림의 황마담은 조직과 연관이 깊은 여자로 직급으로 따지면 부장급에 해당이 되었다.
“저번에 우연히 만나서 술을 한 잔 했는데 애가 앨범 낸 이유가 아르바이트 단가를 높이고 공연 전후에 카페에서 테이프 팔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노래도 다 직접 작곡한 것이랍니다. 그런 재주가 있다니 신기합니다.”
“이거 최 과장의 동네에 인재가 났어. 그래서 최 과장이 뭐라도 돕고 싶어서?”
“제가 도울 게 뭐 있나요. 양아치가 옆에서 알짱거리면 오히려 방해만 되죠. 그냥 지켜나 보렵니다.”
“회장님이 문화예술은 무척 좋아하시잖아. 그러면 회장님께 말씀드려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시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 날파리들이 달라붙지 않도록 할 필요는 있지.”
이찬혁 부장이 그렇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암흑가의 세력이 돈이 되는 것 같으면 암수를 드리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했다.
“조상운 배우도 회장님이 무척 좋아한 덕에 양치리가 달라붙는 것을 떼어내 주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기획사가 거기로 넘어가서 노예계약에 묶여서 골치가 아팠을 거야.”
조폭은 가수나 배우 같은 스타를 직접 노리기보다 그들이 속한 기획사를 노렸다. 온갖 수단을 다해 영업을 방해하고 지분을 강탈했다. 그것에 버티지 못한 주주들이 지분들이 팔고 떠나면 어느 순간 조폭이 기획사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마수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은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져드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것을 사전에 알고 예방 수단을 강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한둘에 불과했다.
“양치리 녀석 지금도 어디선가 그 짓을 할 것인데 회장님이 아니었으면 현성기획이 그놈 손에 넘어갔을 거야.”
최유림은 그들이 하는 말을 듣자 장인걸도 걱정이 되었다. 암흑가 조직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양아치들이 돈이 되면 어디든 달라붙는 거야 당연한 것인데. 경기가 더 나빠지면 양아치들도 더 극성을 부릴 것인데 우리도 조심해야 할 거야.”
김기정 실장이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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