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64
장인걸은 바쁘게 움직였다. 매주 3회 TV에 출연하면서 시간이 나면 행사를 뛰었다. TV출연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돈이 되지 않지만, 오히려 무대 준비로 돈이 깨지는 상황이지만 1위를 하는 상황이라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TV출연은 앨범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홍보를 하는데 그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또한 행사 단가를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특히 1위를 하고 있다는 이슈까지 더해지자 음반이 40만 장을 넘겼어도 판매가 둔화되지 않고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예림음반에 너무나 많은 재고를 내보낸 상황이라 결제를 요청했고 일단 3억 원을 정산해 주었습니다.”
장유현이 자금을 대주었어도 40만 장이 넘어가자 버거운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거래처인 예림음반에 결제를 요구했다. 물론 이는 계약 조건에 30만 장 이상을 입고할 경우에는 추가분에 대하여 대금을 결제하도록 되어 있는 조항 때문이었다.
“그 자금이라면 그나마 제작비용에 숨통이 어느 정도 터지겠군요. 물론 잔금을 다 결제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정수는 민수길의 보고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림음반에서 들어온 3억 원이 아니었다면 추가로 다른 곳에서 사채를 빌려와야 할 상황이었다.
“행사비 정산을 받아서 긴급한 자금은 정리를 했지만 사실 자금운용이 어렵습니다. 일부는 운용자금으로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문라이트도 결제를 해주어야 하고요.”
장인걸은 월광기획에 속해 있지만 독립채산제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얼마 전에 히어로기획이라는 별도의 사업자마저 등록하여 장인걸을 중심으로 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관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경리직원까지 한 명 채용했다.
“인걸이 행사는 어떻게 되고 있어요?”
“찾는 곳이 많아 일단 전체적인 일정을 보면서 섭외에 응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우리의 일정에 맞춰서 행사 시간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세가 되자 해수욕장에서는 장인걸이 방문할 수 있는 시간에 행사를 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각 해수욕장의 경우에 장인걸이 가서 공연할 시간에 맞추어서 노래자랑을 열고 각종 이벤트를 꾸릴 정도였다.
해수욕장으로 사람이 모여야 장사가 되는데 특별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뭔가 사람의 흥미를 끌 요인이 필요했고 가장 쉬운 방법이 축제를 열고 노래자랑대회를 열어 상품을 주고 그걸 빌미로 하여 인기연예인을 불러서 이슈를 만드는 것이었다.
해수욕장을 방문하는 사람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오는 사람이 절반이고 인근에서 오는 사람이 절반인데 그런 행사를 하면 사람이 몰려 장사가 되었다.
“그럴 경우 이동 시간을 고려하여 시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접한 해수욕장은 피하면서 하루에 최대 200km 정도만 이동하도록 스케줄을 짜고 있습니다.”
“너무 일정이 촉박하면 사고를 부르고 그러면 문제가 되니 절대 하루 5개 이상 행사를 잡지 않도록 해요. 시간에 쫓기면 공연하는 것보다 몇 배 더 힘이 드니.”
차가 막히고 시간이 늦어지면 그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났다. 째깍째깍 울리는 시계소리가 마치 추격자의 발소리처럼 들리기도 했고 그로 인해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한 번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몇 번의 공연을 하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무사히 제 시간에 도착을 하여 공연이 끝났어도 녹초가 되었고 그런 일이 빈번해지면 결국 퍼질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일정에 여유를 두고 있지만 교통 상황을 고려하여 스케줄을 계획하겠습니다.”
“길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방에서 머물 경우 숙박할 시설도 신경 써야 합니다. 냉방시설 여부를 파악하여 예약해 더위로 인해 잠을 설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주의하고 있습니다. 방이 없으면 한 시간 정도 이동하여 내륙의 도시에서 숙박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가수는 컨디션은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했다. 그렇기에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사전에 적절한 숙박시설을 마련해 놓아야 했다.
민지훈은 광현이파의 행동대 총대장인 우선출을 만나고 있었다.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다.
“자네의 실력이 월등히 높아진 것 같은데···.”
둘은 민지훈이 투자한 상청궁이라는 룸살롱에서 단 둘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 주변의 측근마저 나가게 한 상황이었다.
“우 이사님에 비하면 멀었죠.”
“아니야, 민 사장도 발경을 할 정도는 되었으니 전국구 주먹의 끝자락은 들어갈 수 있어. 나도 겨우 발경을 몇 번 사용할 정도에 불과해. 최소한 마검이나 살객 정도는 되어야 실력 차이를 논할 수 있어.”
민지훈은 전에는 우선출의 수준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대략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있어 보였다. 장인걸과 몇 번 같이 수련을 하고 지도를 받으니 상당히 자유롭게 발경이 가능했다.
“나를 보자고 한 이유는 차 부회장님 때문이지?”
“골치가 아픕니다.”
“적당히 장단만 맞춰. 2~3년 지난 후에 수를 낼 생각이야. 곧 내부를 정리할 생각이야. 회장님도 그럴 생각이고.”
우선출의 말에 민지훈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간단히 결말이 날 상황이 아니었다. 현재 차태근 부회장과 이치성 전무를 지지하는 자들이 대립하는 상황이고 우선출 이사의 직계들은 뒤에서 관망하는 추세였다.
“꺽쇠 건은 내가 어떻게든 처리를 할 것이니 걱정할 것 없어. 차태근 부회장을 어쩔 수는 없지만 그놈들에게 직접적으로 편의를 봐준 놈들은 정리할 생각이니. 용성태 부장이 문제인데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파악 중에 있으니.”
민지훈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저 정도라면 민지훈을 공격한 것으로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배신한 행위에 대한 처벌로 보였다.
“사실 나종민과 박정수에 대하여는 나도 그리 탐탁치가 않았지만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여 이적을 용인했는데 물의를 일으킨 이상 그대로 둘 수는 없게 되었어. 정리를 해야지. 그보다 내가 듣기에 장인걸인가 히어로 장인가 하는 가수의 실력이 대단하다던데 어느 정도인가? 자네에게 대우를 받을 정도면 대단한 실력이라는 의미인데.”
민지훈이 소문이 나지 않도록 단속했지만 장인걸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순간 막을 수가 없게 되었다.
“주먹만 놓고 보면 일대일로 싸워서 당할 자가 드물 것입니다. 이사님도 주먹으로 제압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민지훈은 우선출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그는 장인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못한 상황이기에 사실대로 말을 했다. 물론 우선출이 경험이 많기에 결과가 어떨지 모르지만 자신보다 윗줄이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소문에 비서실 최유림 과장의 동네 후배라고 하더군.”
“아, 천광상사에 지인이 있다고 하더니 최유림 과장인가 보군요. 가수로 데뷔하여 양지에 있는 사람이기에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민지훈은 우선출이 손을 쓰겠다고 나설까 걱정이 되어 황급히 변호를 했다.
“그거야 그렇지만 결국은 정상에 오르면 누구라도 부딪치기 마련이야. 우리야 가만히 있지만 신사동 핫바지나 종로의 명륜당이 가만히 있을지 걱정이군.”
신사동 핫바지는 강남지역을 주름잡는 리버사이드파를 의미했고 종로의 명륜당은 명륜당파라고 하는 강북의 패자를 의미했다. 마검이나 살객도 이 두 조직의 대표 주먹이었다.
사실 그 둘에 비하면 전국구 조직이라는 천광상사도 지역의 조폭에 불과했다. 그나마 마검이나 살객의 전국구 주먹 계보를 잇는 우선출이 있기에 대접을 받고 있었다.
“마검이나 살객도 이제는 나이가 50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이름만 남은 것이 아닙니까?”
“그건 착각이야. 그 둘은 무예가야. 아직 육체의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어. 저번에 봤는데 여전히 기세가 살아있어. 앞으로 10년은 그 자리를 거뜬하게 지킬 거야. 회장님도 마찬가지이고.”
“그렇다면 뭔가 익혔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나도 우연한 기회에 조금 맛을 보았지. 자네도 그런 것 아닌가? 발경은 그냥 힘만 모아 끊어진다고 되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면 장인걸도 그런 능력을 가진 것 같군요. 그에게 간단히 힘을 쓰는 요령을 배웠는데 발경이 되었습니다.”
“전국구 주먹이란 것도 별개 아니야. 바로 발경을 할 줄 아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지. 한두 번 발경을 했다고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먹은 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해. 그리고 발경을 할 줄 아는 자에 대하여 보는 눈이 생기지. 만일에 자신이 파악하지 못했는데 발경을 사용한다면 그는 무조건 고수라고 할 수 있어.”
우선출의 말에 민지훈도 대략 이해를 했다. 발경을 사용하게 되면서 상대의 기세를 보다 정확히 파악이 가능했다. 또한 체력도 그만큼 상승이 되어 전보다 지치지 않았다.
카페 달맞이꽃에서 공연이 잡혀 저녁 무렵 서울에 올라오게 되었다. 행사비를 생각하면 손해이지만 평판과 서울이라는 곳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약속을 지켜야 했다.
수요일에 디너쇼 형식으로 공연을 했다. 그 자리에는 문라이트도 백밴드로 참여했다. 그들로서는 갓 데뷔한 신인가수의 공연에 백밴드를 하는 것이 자존심 상해 거절할 수도 있지만 리더인 윤찬길은 오히려 먼저 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장인걸이 건넨 두 곡의 자작곡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재 그들은 3집을 준비 중인데 곧 발매할 예정이었다. 사실 공연을 하면서 판매하는 음반과 테이프는 상당한 수입원인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판매가 급감했다.
그러니 끊임없이 음반을 새로 발매해야 그나마 다시 팬들이 하나씩 구입해 주었다. 그러니 문라이트도 3집 준비를 서둘렀다.
장인걸은 그들과 공연이 끝나자 모처럼 집에서 조용히 혼자 쉬고 싶다고 한 후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말을 하고 집에 당도하여 씻은 후에 옷을 갖춰 입고 모종의 장소로 이동을 했다.
“왔어?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장인걸이 당도하자 주차장에 최유림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렵게 안광현 회장과 만날 약속을 잡았고 동정홍이라는 중국음식점에 만나러 갔다. 마침 이날 시간을 내기로 하고 이후의 행사일정을 잡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네 일정을 고려하여 이 시간으로 잡았다.”
최유림의 안내를 받아 음식점의 안쪽에 위치한 룸으로 안내가 되었다. 주차장에서 바로 룸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었다.
“여기는 회장님이 조용히 손님을 만날 때 가끔 사용하는 곳으로 영업시간과 무관하게 운영이 되는 곳이야.”
일종의 광현이파 안가로 보였다. 룸으로 들어가자 10여 명은 족히 앉을 수 있어 보이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있었다. 이미 세 명의 선객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고 음식도 시켜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서 오게. 나는 안광현이란 사람일세. 최 과장의 동네 후배라니 말을 편하게 하겠네.”
“유림이 형의 회사 회장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제 노래를 좋아하신다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나이도 서른 살 이상 많은 사람이고 그 당시에 그 나이에 장인걸처럼 어린 사람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드문 상황이니 굳이 말투를 가지고 문제 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장인걸은 조폭의 두목일지라도 주눅이 든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설사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힘으로 이겨낼 자신도 있었다.
“일단 자리에 앉도록 하세. 상당히 실력도 좋다고 들었는데 사실인 것 같군.”
장인걸은 안내하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안광현 회장과 서로 마주보고 앉는 자리였다.
“회장님도 여전히 건장하신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도 당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안광현 회장은 일선에서 주먹을 쓰지 않지만 여전히 건장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민지훈 정도는 이길 실력자였다. 그런데도 나중에 당했다는 것은 방심을 했거나 그보다 더 실력이 뛰어난 자가 개입했다는 의미이니 고민이 되었다.
“나야 부스러기나 조금 맛본 상태이고 장 선생님은 본체를 접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광현의 말에 의하면 민지훈까지 확인을 한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그렇기에 굳이 감추지 않기로 했다.
“운이 좋아 최근에 조금 얻은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 노래에도 기운을 담은 것 같습니다. 듣기에는 쉽게 따라 부를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불러서는 맛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안광현의 말투가 어느 사이에 존대로 바뀌어 있었다. 이는 장인걸이 대등한 상대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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