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65
“그런 면도 조금 있습니다. 노래에도 은연중에 가르침이 스며든 것 같습니다. 아직은 공명의 단계에 이르지 못해 그저 기교나 부리는 수준입니다.”
장인걸은 사실 그런 것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음반을 제작하면 그것이 통하지 않았고 공연 중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에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다.
“자, 술을 한 잔 받으십시오.”
장인걸은 안광현이 술을 권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들었고 안광현도 자리에서 일어나 술을 따랐다. 장인걸도 술병을 건네받아 안광현의 잔을 채웠다.
안광현이 눈치를 주자 그 자리에 있던 두 사람이 나서서 소개를 했다. 그들에 대하여는 최유림에게 들었기에 대충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인사를 마치자 안광현의 지시를 받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났고 밖으로 나갔다. 물론 최유림도 같이 나갔다.
“사실 간단히 장 선생을 불러서 예술에 대해 논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길은 다르지만 옛날의 기예를 알고 있다니 말입니다.”
“곳곳에 미약하나마 그런 흔적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온전히 남은 경우는 드물지만요. 저도 그냥 노래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 나눌 것으로 알았는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지간한 상대는 대략 그 수준이 가늠이 되는데 장 선생은 가늠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안광현의 말은 당연했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고 있었다. 발경이라는 것은 장인걸이 회귀할 당시에도 가능한 수준이었고 소주천을 하고 대주천을 하면서 그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진 상황이었다.
사실 서로 싸운다면 일초지적도 되지 않았다. 장인걸이 내지르는 일격을 막거나 피할 실력이 아니었다.
민지훈의 경우에도 실제 싸운 경험을 제하면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몇 번의 깨우침마저 있었으니 지금은 눈을 감고도 상대가 가능한 정도였다.
“요즘은 이 바닥도 예전과 달리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맨 위로 가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권력을 동원하면 그런 것도 소용이 없지만 그렇게 되면 이 바닥에서 존중을 받을 수 없게 되니 함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전국구 주먹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었고 그들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있었다. 결국은 세력이든 개인의 무력이든 암흑가는 무력을 기반으로 하여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장 선생님은 우리와 다른 길을 갈 것이지만 우리 쪽과 아예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수가 된다면 필연적으로 엮일 것이니 말입니다. 부당한 대접을 받거나 치욕을 당하더라고 참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장인걸도 회사를 다녔기에 무슨 말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역량으로 감당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부당하고 치욕스럽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감당이 된다고 판단이 되면 반항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반드시 분란이 발생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어느 쪽이건 오판을 한 것이고 그로 인해 어느 한 쪽은 파멸은 아닐지라도 체면이 손상되고 평판은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낭중지추란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이 되었다. 능력은 바로 인내심의 한계를 낮추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인내심을 가지고 참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선보이기 마련이었다. 그 상황에서는 숨겨진 능력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장인걸의 경우에도 부당한 대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저항을 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상대는 드러나 보이는 장인걸의 역량만 파악한 상태에서 받아들일 것이라 판단했는데 장인걸은 그런 수작을 참지 못하고 반발하면 결국 분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당해야 할 사람이 반발하니 건방지다 생각할 것이고 장인걸은 같잖은 녀석이 갑질한다 생각할 것이니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다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능력에 걸맞은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적당한 기회가 되면 역량을 드러내 보여야 날파리들이 알아서 피해갑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만나자고 한 것이 아닌데 계속 이상한 이야기만 하게 됩니다.”
안광현은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맘이 들지 않은 표정이었다.
“역량을 드러낸다면 결국 자금력을 보이거나 배후가 든든하다는 것을 보여야 하겠군요.”
“일단 몇몇 인물들에게 간단히 통보를 하여 허튼 짓을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귀찮게 하면서 허튼 수작을 부릴 놈들이야 뻔하니 말입니다. 능력 부분보다 내가 후원을 하려고 한다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 정도만 해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이 될 것입니다. 나머지는 상황을 설명할 것이니 그 부분도 적당히 해결이 될 것입니다. 양아치들이야 굳이 신경 쓸 이유는 없습니다.”
장인걸은 최근에 연예계의 소문을 들으면서 서울에 있는 중요 조직에 대하여도 파악을 한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광현이파보다 강한 세력이 둘에 비슷한 규모가 넷이나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등포 쪽에 있는 드림파와는 제법 친분이 있으니 거기와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나머지는 우리와 정면대결을 원하지 않는다면 문제를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힘을 써주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종종 위압적인 분위기를 접하기도 하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안광현의 말에 장인걸은 암흑가의 인물이 두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분란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적당히 타협이 끝나자 이후에는 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럴 목적으로 만난 상황이었다.
“행사를 할 때 젊은 애들은 분위기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노래만 부르는데 그러면 행사 망치는 거지. 그런 소문나면 다시는 부르지 않아.”
안광현은 다시 분위기가 풀리고 술이 들어가자 말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유흥업소를 관리할 때의 여러 에피소드를 말하기도 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이 든 분들이 많으면 ‘울고 넘는 박달재’니 ‘부산 갈매기’니 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고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많으면 이미자, 문주란 노래를 부르면 흥이 절로 나는 것 같습니다.”
“나는 노래란 듣고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해, 물론 분위기 있는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는 것도 좋고. 어떤 노래라도 상황에 맞으면 좋은 것이고.”
“맞습니다. 클래식도 좋고 발라드도 좋고 뽕짝이라고 하는 트로트도 좋고요. 거기다 구성진 판소리 한 대목도 좋고요. 흥이 나면 노래가 아닌 악기를 연주해도 좋고요. 음악이란 듣는 사람이 자기 좋으면 그만이라 생각합니다.”
장인걸은 안광현의 생각에 맞춰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었다. 물론 적당히 대작도 했고 그러다가 흥이 나자 몇 곡을 무반주로 부르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한 이유는 노래에 기를 실을 경우에 어떻게 되는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상당히 기에 민감한 안광현은 기운이 담긴 노래에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그로 인해 안광현은 최고의 가수이자 최고의 노래를 들었다고 연신 감탄을 했다.
물론 장인걸은 안광현이라는 암흑가의 거물을 이용할 수 있는 끈을 확보한 것으로 만족했다. 당장 사용할 생각은 없지만 위험한 상황이 되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팬클럽 ‘히어로스’ 창단식은 다행히 행사가 취소된 체육관을 대관할 수가 있어 바로 진행이 가능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장소 문제로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운이 좋았다.
장인걸은 팬클럽 창단식에서 주인이지만 손님이기도 했다. 일단 행사가 진행되기 직전에 입장을 하여 가장 먼저 인사를 했고 그 다음에 임시 의장을 맡을 사람과 사회자를 추천했다.
가장 먼저 팬클럽 창단식의 메인 순서인 창립총회가 개회되어 회장단이나 집행부에 대한 인준절차가 진행되었고 팬클럽 활동을 규정하는 규약도 통과가 되었다. 아울러 자문단에 속한 사람들도 소개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팬클럽 회장을 맡게 된 유경희입니다. 오늘은 히어로 장의 팬들이 모인 우리 히어로스가 처음으로 출범하는 날입니다. 지금까지 팬클럽 창립총회를 했고 앞으로는 팬미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히어로 장님을 모시기로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가수 히어로 장입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아주 영광스럽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어긋나지 않는 활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모자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은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팬미팅이라고 하지만 대관을 하는 과정에서 정식콘서트로 등록이 되었다. 대관 자체도 문화공연활동 목적으로만 가능했고 팬미팅 참가비를 받는데 아직은 각종 사무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아 유료공연의 티켓 판매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 먼저 문라이트가 오프닝을 겸한 축하공연을 해주었다. 그 후에 밴드의 반주에 맞춰서 장인걸은 앨범에 나온 노래를 하나씩 불렀다. 마지막에 타이틀곡인 한여름의 축제를 불렀지만 앙코르가 끊이지 않아 사전에 연습했던 명곡 두 곡을 불러 팬들의 요구에 부응했다.
장인걸은 12곡으로 콘서트를 할 수 없기에 2집을 최대한 빨리 낼 생각을 했다. 또한 이제 팬클럽까지 결성한 상황이라 가수의 길을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휴학을 할 수는 없고 학업과 병행할 방도를 찾아봐야지.’ 군대문제가 없다면 바로 휴학을 하고 나중에 학교를 다녀도 되지만 휴학을 하면 바로 입대를 할 수도 있었다.
팬미팅 장소에서 그런 생각을 어울리지 않아 바로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한 후에 추첨을 통해 사인이나 허그 같은 팬서비스를 하고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대략 100여 명씩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그것만 해도 한 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사전에 100명 단위로 단체사진 촬영계획을 배부하여 자신의 조를 알고 있었지만 대형을 맞추는 시간이 그만큼 소요되었다.
“문라이트 여러분들도 수고했어요.”
“축하합니다. 사실 이렇게 팬클럽까지 성대하게 창단한 것을 보면서 부럽기만 합니다.”
윤찬길이 부러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장인걸처럼 데뷔하자 바로 크게 인기를 얻는 경우는 드물었다. 신인이지만 대중의 반응을 본다면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었다.
“문라이트도 실력이 좋기에 기회만 주어진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입니다. 3집이 나오면 달라질 것입니다.”
장인걸은 그들의 실력이 꽤나 좋은 것을 확인한 상황이라 좋은 노래만 주어지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 보았다. 물론 그들은 밴드이기에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제약이 있지만 언더를 벗어날 것으로 보였다.
장인걸은 여름가요축제 전날 저녁에 문라이트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행사일정을 조정하여 전날 저녁부터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도록 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무대를 꾸미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한정수는 사전에 해운대 인근에 적당한 연습장을 수배해 놓았다. 장인걸과 한정수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조건이었다. 연습에는 밴드뿐만이 아니라 코러스나 백댄서도 같이 연습에 참가했다.
“드럼이 문제인데 어떻게 할까?”
“풀투어세트이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스펙이 달라요. 그러니 그냥 내가 쓰는 것을 쓸게요.”
무대에 설치되어 있는 드럼을 사용하지 않고 권세라가 사용하는 드럼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악기는 직접 가져가서 스피커에 연결하면 되기에 문제가 아니지만 드럼은 달랐다.
“행사진행요원에게 말해두면 드럼캐리어시스템이 장착되어 있기에 바로 교체가 될 것입니다.”
윤찬길이 그렇게 말을 했다. 보통 공동 콘서트를 할 경우 드럼을 바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해놓는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지만 드럼도 드러머마다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 문제없다는 말이군요. 민실장님이 그 부분에 대한 협조를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민수길에게 협조를 받아두라고 당부를 했다. 연습과정에서 대두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하여도 모두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한데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45분을 공연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끝ⓒ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