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66
오전에 마지막 연습을 하고 일행 전부가 해운대로 이동하려는데 민수길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그게 좋은 것일 수가 없는데 좋은 일이라는 분석이었다.
“무슨 일인데요?”
“우리 뒤에 공연하는 팀이 레스티안인데 대만에서 김포를 거쳐 부산으로 바로 온다는데 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레스티안은 여자 아이돌 그룹으로 최근에 갑자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순회공연을 하고 있었다. 중간에 일정을 빼서 귀국하여 행사를 치르고 다시 홍콩으로 갈 예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요?”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뭔가 착오가 생겨서 오늘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탑승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주최 측에 조금 전에 통보가 되었는데 급하게 대응을 하지 못해 순서 조정은 불가능하고 우리와 서진욱이 앞뒤로 15분씩 더 공연하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절반인 15분을 더 땜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채우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장인걸이나 문라이트는 그리 문제는 아니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 정도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죠. 문제는 서진욱 선배인데 어떤가요?”
서진욱은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3년차 가수였다.
“15분이 아니라 10분 정도만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5시 20분에 시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같습니다.”
제한시간 30분이 주어졌지만 대부분의 가수는 실제로는 25분 정도만 사용을 했다. 무대가 바뀌는 중간에 약간의 시간을 두었다. 1,2분 정도 늦게 올라오고 1,2분 정도 빨리 무대를 비워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나야 문제가 없는데 문라이트가 어떨지 모르겠군요. 그 정도를 공연하려면 힘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악기연주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30분 정도를 연주하면 약간 쉬어주어야 했다. 계속 공연을 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중간에 두 곡 정도를 통기타 라이브로 바꿔야 할지 모르겠군요. 일단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고 공연 내용을 확정하여 무대팀에 통보를 하죠.”
장인걸은 펑크를 낸 레스티안으로 인해 자신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니 난감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득이 될 수도 있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오프닝 무대를 담당한 아이돌그룹 레온의 공연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 관객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뙤약볕 아래에서 아이돌그룹이 군무를 추니 그리 큰 호응을 받지 못한 것이다.
현란한 조명을 받고 춤을 추는 것과 밝은 태양아래에서 춤을 추는 것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사방이 탁 트인 개활지다보니 음향도 공연장과 달라 사운드 자체가 심심했다.
더구나 소음이 차단되지 않고 주변의 소음과 바다의 파도소리가 공연장에 영향을 미쳐 묘한 소음을 불러 일으켰다.
MR을 틀어도 소리가 주변으로 그냥 확산이 되어 버리니 관객을 집중시키지 못했고 가족들과 피서를 온 사람들은 웅성거리는 상황이라 공연 자체가 맥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보면 나에게 다행인데 실패한 레온의 뒤를 이어서 무대에 오른 상황이니 뭔가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 MR을 사용하지 않고 밴드의 지원을 받는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인걸은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앞으로 나서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신인가수 히어로 장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파란 하늘, 파란 물결이 만나는 해운대의 백사장에서 이렇게 공연을 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장인걸은 첫 노래를 자신의 노래가 아닌 트로트로 선곡을 했다. 그 자리에 온 사람들이 청소년이나 20대가 아닌 가족단위일 것이기에 그들에게 익숙한 노래가 좋을 것 같았다.
밴드가 트로트를 연주하고 로커로 보이는 가수가 트로트를 부르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해운대에서 명곡 ‘해운대 엘레지’를 부르는 것은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이런 선곡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더구나 밴드는 일반 MR과 달리 현장감을 살려주었기에 레온의 공연과 달리 관객의 박수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백댄서가 무대를 채워주면서 허전한 느낌을 없애 주었고 코러스의 풍성한 화음이 울려 퍼지면서 관객들을 압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장인걸은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불러나갔다. 빠른 템포의 락으로 편곡을 하여 지루하지 않게 했다. 노래를 한 곡 할 때마다 땀이 흐르고 목이 말랐기에 지속적으로 물을 적당히 마셔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주었다.
지속적으로 코러스나 백댄서도 적절히 올라와서 무대가 심심하지 않도록 했다. 너무나 요란한 안무보다는 간단한 허슬이나 셔플 같은 공연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그렇기에 관중들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열렬하게 환호했다.
레온의 공연을 할 때는 5만여 명의 관중이 있다가 끝날 무렵에는 3만여 명이 남았는데 장인걸이 공연을 하면서 차츰 사람이 증가해 끝날 때는 5만여 명이 있을 때보다도 두 배가량 늘어나 10만 명 정도가 자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사람이 증가했다.
5시 12분이 되자 장인걸은 자신의 마지막 노래인 ‘한여름의 축제’를 부르기 시작했다. 20분까지 무대를 비워주어야 하기에 17분 정도에 끝내려면 그 정도에 마지막 노래를 시작하는 것이 적당했다. 그래야 작별 인사라도 할 수가 있어 보였다.
한여름의 축제는 경쾌한 댄스곡풍이기에 마지막 노래로 어울렸다. 신나게 락으로 편곡된 노래가 흘러나왔고 장인걸은 빠른 템포의 중저음과 시원한 고음으로 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한편 웅장하게 코러스를 넣고 간단한 셔플과 허슬로 구성이 된 백댄서의 안무는 관중들의 흥을 돋우었다.
“여러분 어땠나요? 제가 꾸민 무대가 즐거웠나요?”
“네.”
“감사합니다. 한여름의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무대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제가 맡은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무대는 서진욱 선배님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장인걸과 문라이트가 물러나는 사이에 다시 한 번 메인 사회자가 나서서 레스티안이 대만에서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사고로 인해 공연에 나오지 못한 사실을 밝혔다. 이미 공연 순서가 배포된 상황이니 그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어야 했다.
그로 인해 장인걸이 20분, 서진욱이 10분을 더 공연하게 된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이번 해운데 여름가요축제 공연은 STV에서 밤 11시부터 그날 하루의 공연을 하이라이트로 구성하여 방송을 했고 장인걸의 경우에는 신인으로 이례적으로 무려 세 곡이나 방송이 되기도 했다.
공연을 마친 장인걸은 한정수, 민수길과 함께 모처럼 대변의 한 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른 스텝도 옆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날은 이후에 일정이 없기에 여유롭게 술도 같이 한 잔 할 수가 있었다.
“프리즘의 김은호 사장의 얼굴빛이 똥 빛이 되던데 아주 기분이 좋더군.”
프리즘의 김은호 사장도 한 때는 가수로 데뷔를 했지만 그리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결국 나이를 먹자 프로듀스로 전향을 했고 5년 전에 기획사를 설립하여 아이돌가수를 육성하기 시작했다. 한정수보다는 나이가 다섯 살 정도 많아 40대 초반이었다.
“레온의 무대가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으니 그럴 것입니다. 아이돌은 퍼포먼스 그룹인데 음향효과와 조명이 사라지면 왕꼬 없는 찐빵이 되고 맙니다. 저녁이었다면 달랐을 것인데 운이 없었죠.”
민수길 실장이 아이돌 그룹이 갖는 한계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열린 공간에서의 아이돌그룹의 공연은 한계가 존재했다.
“중간에 네가 공연을 하면서 사람을 모으자 화를 내면서 떠나는데 얼마나 시원하던지. 대세는 아이돌이라면서 나한테까지 아이돌을 육성하라고 하더니.”
“대세는 그쪽이 맞죠. 공연장이 많아지면 그런 퍼포먼스 그룹이 각광을 받을 것입니다. 음악방송에도 시각적으로 볼 것이 많은 아이돌 그룹이 대세가 될 것이고요.”
장인걸의 말에 한정수도 바로 반박을 하지 않았다. 아이돌의 비중이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커진 것은 사실이었다.
“차라리 6시 공연 정도만 되었어도 나았을 것입니다. 오프닝 무대라고 해서 덥석 받아들인 것이 미스였죠. 아마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레온은 아이돌 그룹으로 한 때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는 그룹이었다. 지금도 정상권에 도달했지만 2~3년 후에 잠깐 동안 최고의 자리에 군림하기도 했다.
물론 그 때부터 멤버들 간에 불화가 생기고 기획사와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그러다가 멤버 하나가 군대에 입대하면서 파탄이 나고 말았다.
나중에 회사와 협의 없이 임의로 군대에 간 문제로 인해 계약위반으로 소송까지 하지만 군 문제에 관해서는 철저한 대한민국이라 군대에 가는 것으로 계약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저 제대하고 잔여기간을 채우면 그만이고 이런 일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면 상호간 신의가 깨진 상황이기에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 좋다는 반소에 오히려 손을 들어 주었다.
사실 멤버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자체로 계약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징병제 국가에서 불가능했다. 병역을 미루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사실상 병역기피의 방식이기에 어떻게든 합법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본인이 그런 것이 연기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제 3자가 해당사유라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오히려 그로 인해 회사는 욕만 먹고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실 이번 일은 레온의 기획사도 잘못이지만 주최 측도 잘못이죠. 청소년들을 겨냥하여 아이돌 그룹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좋지만 타깃을 잘못 정한 것이죠. 우리도 MR과 코러스, 백댄서만 동원했다면 레온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밴드를 동원한 것이 신의 한 수였어. 거기다 시작을 트로트로 한 것도 아주 좋았고. 또한 모든 노래를 흥겹게 편곡하여 지루하지 않도록 한 것이 좋았어.”
장인걸은 무대에 대한 평가가 끝나자 무대를 마치고 들었던 생각이 있어 그 자리에서 언급하기로 했다.
“스텝들이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는데 이번에 보너스라도 주려고 합니다. 늦었지만 가족들이라도 다녀오도록 하십시오.”
장인걸의 말에 민수길 실장이 반색을 했다. 얼마 전까지 일자리 걱정을 하던 상황인데 입사한지 고작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보너스를 준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전에 다니던 화영기획이나 박상천은 보너스를 따로 챙겨주지 않았는데 장인걸은 그런 면에서 후한 편이었다. 숙소도 가급적이면 같은 곳에 잡아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했다.
“학교는 어떻게 할 거야?”
“다녀야죠. 공부할 시간이 문제지만 이동 중에 틈틈이 학과 공부를 해야죠. 그리고 평일에는 저녁에만 한두 개 행사를 잡아 문제가 없도록 하죠.”
그렇게 하더라도 수입은 충분할 것 같았다. 주말에만 나서더라도 충분했고 1집 활동이 끝나면 2집도 바로 제작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하다보면 겨울이 될 것이고 송년모임행사를 하다보면2학기도 끝나갈 것 같았다.
여름가요축제를 마치고 올라오자 마침 미국에서 변리사인 칼 막스턴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몇 개의 도메인을 양도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장인걸도 핸드폰을 가지고 있기에 바로 연락이 왔다.
“그들이 양도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말이군요.”
장인걸이 선점한 도메인은 나중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이 되지만 당장 사용하려고 하는 당사자는 단돈 100달러도 급한 벤처사업가들이었다.
그들에게 천 달러를 내라고 하면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천 달러를 선뜻 지불할 닷컴업체는 몇 없었다.
“그렇습니다. 최소로 1000달러를 낼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하여 지분을 받도록 하면 어떻습니까? 모든 도메인에 대해 일괄적으로 100달러를 받고 회사의 지분을 1000달러 가치에 해당하는 지분, 또는 회사의 자본금이 10만 달러 이상일 경우에는 1%를 받는 것으로요. 물론 중개수수료는 건당 50달러로 하고요. 물론 그런 조건이 불가능한 경우는 개별협상으로 하고요.”
“그렇게 하죠. 그리고 거래는 우리가 대행할 수 있지만 확보한 지분의 관리는 우리가 할 수는 없습니다. 법적으로 변리사인 우리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그에 대하여는 투자회사나 변호사에게 위임을 해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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