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67
칼 막스턴은 돈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리 돈이 되지 않아 실망한 기색이지만 그래도 판매를 할 수 있고 약간의 수수료라도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벤처기업의 1% 지분이라면 사실 아무런 가치도 없어 보였기에 그것에 대해서는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판매한 금액을 국내에 가져오려고 했는데 그것은 불가능할 것 같군. 당장 돈이 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군.’ 확보한 도메인이 가치를 가지게 되는 시점은 1998년 이후로 보였다. 그 시기가 되어서야 여기저기서 인터넷 기업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일단 1%의 주식을 받아두면 몇 개라도 성공을 하겠지. 이런 방식으로라도 미국의 IT기업과 인연을 만들 수가 있게 될 것이니 그리 큰 손해는 아니다.’ 장인걸은 기대와 달리 당장 돈이 되지 않아 실망을 했지만 나중에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실망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미래를 위한 포석이었다.
그렇게 조건을 변경한 후에 몇 건의 계약이 이루어졌다. 1000달러 정도의 지분, 또는 1%의 지분이기에 특별한 조건이 없이 계약이 체결되어 마침내 지분을 소유할 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당장 이름을 아는 기업이 없으니 문제이군. 하긴 구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이름을 알기가 어렵지. 이들이 상장을 하면 적당한 시기에 정리해야지.’ 장인걸은 대부분의 IT기업이 버블이 꺼지면서 사라진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시 IT버블이 꺼질 때 미국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직후 911까지 겹치면서 더욱 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지.’ 그렇지만 당장은 한국의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니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여유는 없었다.
“그러면 변호사 사무실을 하나 소개해 주시죠? 포괄위임방식으로 확보한 지분의 관리를 위탁하면 되나요?”
“그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내가 거래하는 리온법률사무소의 페럴 해런드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런 일도 수임료가 들어가는 일이지만 결국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수임에 관련된 일의 중개를 부탁했다.
16. 한강마라톤대회
장인걸은 광복절이 지난 직후에 2학기 등록을 하고 수강신청까지 마무리를 했다. 이미 대부분 공부를 했던 과목이기에 공부하는 것은 걱정이 되지 않았다. 9월 행사도 가급적이면 주말과 저녁에만 잡도록 하여 시간을 두도록 했다. 시간표도 수요일에는 아예 수업을 잡지 않아 그날은 행사를 뛸 수 있도록 했다.
월, 화, 목, 금요일에만 수업이 있기에 4일만 등교를 하면 되도록 했다. 수업도 가급적이면 오전이나 오후 4시 이전으로 잡아 저녁에 행사를 가는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수업시간표가 나오자 장인걸은 민수길에게 추가적으로 행사일정을 잡도록 했다. 행사에 나와 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지만 학교에 다녀야 해서 수락을 하지 않았던 행사를 채워 넣었다.
“결국 100만 원에 양진고 동문 체육대회 때 축가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더구나 인근에 행사를 잡기 곤란해 지금은 오전에 그 행사 하나 뿐입니다. 주변 행사들과 협의하여 채울 것입니다.”
민수길은 양진고등학교 동문회 사무국장인 황현준과 협상한 내용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결국 대략 50만 원 이상 내 돈이 깨지겠군요.”
사실 단가를 높게 잡으면 잡을수록 이런 일은 손해였다. 행사비에서 각종 비용과 수수료나 세금을 공제해야 하는데 동일한 금액을 동문회에 찬조금으로 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협찬을 한다고 하고 적당히 참석하면 될 것인데요.”
“시골은 서울과 다릅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경계를 지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호구로 전락하거나 심지어 뭣 주고 뺨 맞는 꼴이 생깁니다.”
“그런데 진짜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계획입니까?”
민수길은 장인걸이 9월 첫째 주 금, 토, 일 3일을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다고 스케줄을 전부 빼는 상황이라 답답한 기색으로 물었다.
“이미 참가 신청도 했어요. 제가 체력이 남 다른 것은 알 것입니다. 국민학교, 중학교 때 중장거리 육상을 했습니다. 소년체전에 은메달도 딴 유망주입니다. 단지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상한 지도자 때문에 그렇게 하다가는 골병들 것 같아 포기했지만요.”
장인걸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3일간 행사를 뛰면 대략 2천만 원 가량을 벌 수 있는데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니 아쉬운 것 같았다.
‘시험을 해봐야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금강나한공을 이용할 경우 근력이나 순발력은 어느 정도 파악했는데 지구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이 되지 않아.’ 나중에 더 유명해지면 그런 시험을 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지금 적당히 유명세를 이용하여 성과를 내고 국제대회에도 한두 번 출전하면 그것으로 유명해질 것 같았다.
‘일종의 예능으로 생각하면 된다. TV 예능프로에 출연하는 것보다 이런 것으로 뉴스에 출연하는 것이 훨씬 득이 된다.’ 마라톤은 축구나 야구 못지않게 국민의 관심이 컸다. 국제대회에 나가 일정 성적을 내어 싹수만 보이면 전국적인 스타가 될 수도 있었다.
‘세계 4대 마라톤 대회에서 5위 안에 들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면 마라톤 선수로도 성공을 할 수 있다. 전이라면 마라톤에 전적으로 매달려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면 적당히 운동을 하면 가능할 것도 같아.’ 금강나한공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자신이 생겼다. 물론 이를 위해 3시간 가까이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실험도 했는데 가능했다. 그렇기에 선두를 따라가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권세라는 장인걸과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자였다. 장인걸이 시간이 나서 꾀어내면 어떻게든 시간을 냈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은밀한 만남도 그만큼 스릴을 안겨주었다.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은 어디야?”
“비어있는 집이야.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내가 당분간 쓰기로 했어.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러면서 권세라를 안내했다. 혹시라도 누가 감시라도 할까 걱정이 되어 밖에 나오지 않고 권세라를 픽업 했고 그 후에는 속도를 달리하여 막히는 구간을 두 군데나 통과하여 이동을 했다.
체증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도망을 갈 때는 위험하지만 감시를 받는 상황에서는 감시를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시간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간에 있었던 일상을 이야기했다. 며칠 후면 방학도 끝나고 개강을 할 예정이었다. 낮에 동아리방에서 종종 만나서 같이 드럼 연습을 했지만 항상 다른 사람이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집에 당도하자 그들은 만나지 못했던 동안의 열정을 모조리 다 발산했다. 그러자 둘 다 차분하게 이야기할 정신이 돌아왔다.
“나 조금만 더 음악을 할까 해. 어떻게 생각해?”
“계속 하는 것, 나는 찬성이야. 네가 음치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그동안 네 실력도 많이 좋아졌고.”
장인걸은 권세라와 만날 때마다 자신의 기운으로 인해 체질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일종의 정精이 흘러가는 현상이 벌어졌는데 막으려면 막을 수 있지만 굳이 해로운 것이 아닌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 물론 마지막에 기운을 회수하기도 하지만 뭔가 변화를 일으킨 것 같았다.
특히 장인걸의 기운에 자극을 받았는지 음기가 강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남자를 가까이 하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 면도 있겠지만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런 것 때문인지 권세라의 음감이 전과 달리 예민해졌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이 연습을 하면 미묘한 멜로디의 변화에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미향이에게 편곡도 배우고 있고 찬길이 오빠에게 다시 보컬도 배우고 있어. 전에는 연습해도 발전이 없어 그만두었는데 요즘은 달라지는 것 같아. 그리고 나 좀 바뀐 것 같지 않아?”
원래 권세라의 몸은 양기가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장인걸과 만나면서 체질이 조금 변해 지금은 음양의 기운이 상당히 균형을 맞춘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우아한 직선미(?)를 뽐내던 몸매도 여성스럽게 변모하고 있었다. 이런 변화는 장인걸과의 만남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었다.
“여성스러운 모습이 되어가고 있지. 얼굴 윤곽도 전보다 훨씬 갸름해진 것 같아. 아직 골격까지 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전보다 감각이 훨씬 예민해진 것 같아. 그래서 음악을 하고 싶기도 해. 계속 노력하면 카렌 카펜터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 같아.”
권세라의 롤 모델이 바로 카렌 카펜터였다. 여성 드러머로 처음 활동한 카렌 카펜터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드럼은 치지만 노래는 못해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자 다시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나도 참여를 하기로 했어.”
앨범에 참여한다는 말은 본격적으로 보컬라인에 들어간다는 말이었다. 여자 솔로가 필요한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피처링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 아예 솔로 곡도 하나 넣어.”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다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장인걸은 권세라가 일반인이 되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같이 하는 것도 상관이 없었다.
장인걸은 행사가 일찍 끝나 여덟시 경에 집으로 돌아왔다. 빌라 앞에 차를 대고 주변을 돌아보는데 반대쪽 골목에 익숙한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장인걸은 손짓을 했고 도망을 가려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은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전하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지?”
“두 달이 조금 더 남았죠. 75일인가 그 정도 남았어요.”
권동환은 어렵게 대답을 했다. 민지훈에게 장인걸이 무서운 사람이니 괜히 덤비지 말라고 경고를 들은 상황이었다.
“축하드려요? 가수 데뷔를 했다면서요. TV를 보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내가 아는 사람이 나와서요. 음반도 하나 샀어요. 언제 사인 좀 해주세요.”
“알았다. 가져오면 사인은 언제라도 해주지. 너는 별일 없지?”
“저야 뭐 그렇죠.”
“집이 사업한다고 들었는데 문제는 없고?”
당시에 기업하는 사람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걱정이 많았다.
“몰라요. 그런 것은 말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형은 원래부터 가수 준비를 했어요?”
“아니, 그냥 노래를 좋아했는데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다가 어쩌다보니 앨범을 낸 거야. 그런데 너 수업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야? 8시부터 수업이라면서?”
“늦었다. 가볼게요. 나중에 앨범 가지고 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권동환이 재빨리 떠나갔다. 집으로 올라온 장인걸은 안으로 들어가서 전화를 했다.
“혹시 아는 사람 중에 육상 하는 사람 있어요?”
장인걸은 장유현에게 전화를 했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도 되지만 보안을 위해서 그럴 필요가 있었다. 아직 마라톤대회에 나가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세원이 엄마가 수영선수 출신이고 헬스클럽에서 강사를 했다고 들었기에 체육계 인사를 알 것도 같았다.
“마라톤대회에 나간다고 하더니 그것을 대비하려고?”
“그럴까 합니다. 어릴 때 중장거리를 했으니 한 번 정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요. 더 늦으면 하고 싶어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인기 가수가 되면 행동에 제약이 심했다. 지금도 사실은 밖을 돌아다니는 것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지금은 마라톤대회에 나가도 그러려니 하겠지만 나중에 인기가 더 많아진다면 신문의 1면에 나올 수도 있었다. 중도에 기권하면 그것도 창피한 일이었다.
“체육 지도자들 중에 아는 사람도 있으니 한 번 알아보도록 하마. 저번에 무리하게 근성을 강조하는 코치가 싫어 그만두었다고 했지?”
“그런 코치는 절대로 안 됩니다. 과학적으로 훈련을 보조해줄 사람을 원합니다. 무식하게 무조건 달리면 된다는 주의는 절대 사절입니다.”
박춘삼 같은 인간이라면 절대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다.
“알았다.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알아보도록 하마. 육상 코치도 좋지만 체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피지컬 트레이너도 겸하는 사람을 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예 정식 트레이너로 고용을 하자는 말이군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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