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68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어. 행사를 뛰고 방송을 하다보면 불규칙한 생활을 하기 마련인데 건강을 살펴야지. 한 번 내가 세원이 엄마에게도 물어보도록 하마.”
“아, 숙모님이 PT 강사 출신이라고 했죠. 학생 때 수영 선수도 했고요.”
“적당한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혹시 마라톤을 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사전에 점검도 해보고.”
며칠 후에 장인걸은 세원이 엄마, 성지현이 소개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이원희라고 합니다.”
코치라고 하여 남자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170정도 되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여자가 한 명 나타났다. 코디인 황지현에 비해서 키가 작지만 여자로서는 상당히 커 보였다.
“이원희씨요? 여자 3000m 국가대표를 했지 않아요?”
“대학 때까지 육상을 했지만 그만두고 지금은 PT강사로 있어요. 사실 육상분야는 코치의 자리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서요.”
장인걸은 육상코치를 구해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유명한 사람이 찾아오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성지현 선배님이랑 같은 피트니스센터에 근무했어요. 지금은 둘 다 거기를 그만둔 상태이지만요. 경기가 좋지 않으니 강사수도 줄이는 판이니.
한때 같이 국가대표를 하기도 했죠.”
장유현의 부인이 수영선수 출신이라는 것은 알지만 국가대표를 했던 것까지 듣지 못했다. 단지 장유현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운동을 하다가 만난 사실만 대충 들었었다.
“숙모님이랑 같은 또래인 것 같아요.”
“같은 또래는 아니죠. 내가 3년 후배예요. 내가 국가대표에 발탁이 되고 1년 후에 성지현 선배가 그만두었어요. 운동선수, 특히 여자 운동선수는 수명이 짧아요. 스물 셋만 넘어가면 노장 소리를 듣는 실정이죠. 특히 피지컬이 중요한 육상이나 수영은 더욱 그렇죠.”
나이가 나오자 자신이 더 어리다는 것을 역설했다. 같은 또래로 치부될까 두려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한편 여자선수들은 만으로 20세만 넘어가면 체력적으로 성장이 끝나기에 기록이 정체가 되고 1~2년간 유지하다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기술이 많이 필요한 종목은 다르지만 기술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육상과 수영은 결국 만 23세 정도면 은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기록이 좋은 후배가 없다면 2~3년 정도 더 선수생활을 할 수도 있지만 후배에게 역전을 당하는 순간 물러나야 했다. 더 버텨봤자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마라톤을 하고 싶다고요? 체형을 보면 마라톤보다 중장거리 트랙 종목이 더 나아 보이는데요.”
“저도 달리기는 중학교 때까지 했습니다. 그렇기에 대략적인 것은 압니다. 중장거리 선수이기도 했고요. 소년 체전에 나가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어요. 하지만 스케줄을 생각하면 트랙 경기는 불가능해요. 좀 더 자유로운 마라톤은 가능하지만.”
“그런데 육상감독이나 코치가 누구였어요?”
“박춘삼이라고 알아요?”
장인걸은 어떤 존칭도 붙이지 않고 그냥 이름만 말했다. 뒤에 욕을 붙이지 않은 것만 해도 인내심을 발휘한 행동이었다.
“이름은 들어 봤어요. 성지현 선배님에게 사연을 듣고 제 고등학교 은사님에게 박춘삼일 것 같아서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니 대놓고 꼴통이라고 하더군요. 성적지상주의자이고 근성론을 강조하여 어린 선수를 많이 망쳤다고 들었어요. 아마도 그 피해자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운동코치 중에 그런 사람 꽤 많죠.”
“사실 제가 어릴 때 횡격막에 통증을 많이 느끼는 체질이었어요. 성장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나이가 먹으면 개선이 될 수도 있는 일인데 아파 죽겠다고 하면 정신력이 약해서 엄살을 부린다고 난리를 쳤죠. 다 그 정도 통증은 참는다고. 물을 많이 마시면 그런다고 물도 마시지 못하게 했고요.”
장인걸은 입안에서 욕이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을 참으면서 최대한 순화해서 설명했다.
“육상을 하다보면 유독 그쪽에 통증이 예민한 선수가 있어요. 코치들 대부분 육상을 했고 그런 통증이 없었던 사람들이니 공감하지 못할 거예요.
거기가 많이 아프면 대부분 다 중간에 그만두니까요. 지금은 횡격막 통증은 어떤가요?”
“거의 없어졌어요.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난 후에 거의 사라진 것 같더라고요. 물론 급하게 뛰면 속이 울렁거리지만요. 그보다 PT는 얼마나 했어요?”
“이제 7년 정도 했어요. 2년간 연수를 받으면서 배웠고요. 지금도 그쪽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치료, 다이어트, 부상예방, 재활 등에 대해 공부를 하는 편이고요.”
그들은 기획사 근처의 헬스클럽에 가서 적당히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이원희는 장인걸의 피지컬 능력을 알게 되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기초체력을 본다면 정말 현역 운동선수보다도 더 좋은 편이네요. 달리기도 잘한다면 마라톤 완주도 뛰어난 성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100m를 18초 속력으로 완주할 때까지 달리면 세계적인 선수이고 19초이면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 국가대표를 할 정도이고 20초면 2시간 20분 정도이니 마라톤 선수라고 할 수 있어요. 아마추어 마라톤 동호인 중에서 선두권이 21초 정도에 달립니다. 2시간 30분 이내로 들어오려면 그 정도 속도로 달려야 해요. 그리고 22초로 달리면 마스터즈급, 아마추어로는 수준급이죠. 그 이상이 되면 일반 동호회원이고 100m에 30초가 넘어가면 3시간 30분이 넘어가니 완주에 의의를 두어야 하고 차라리 단축마라톤을 뛰는 것이 낫죠.”
그러면서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록이 바로 100m에 19초 수준이라고 했다. 그 정도 실력이 되면 국가대표를 노려볼 정도라는 말이었다.
이원희는 PT 강사를 하다가 그만둔 상황이었고 장인걸의 트레이너를 맡기로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건강을 위한 트레이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로드 매니저의 보조를 맡기도 했고 한편으로 여자 팬들을 상대하는 일을 담당하기로 했다. 남자매니저가 나서다가 종종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에 그런 상황에서 황지현과 이원희를 내세우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많은 스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빡빡하게 인력을 운용할 필요가 없고 마라톤을 할 것이기에 그에 대한 일종의 대비였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성적을 낸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고 나중에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한 포석이기도 했다.
장인걸은 8월말 정산 내역을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모든 빚을 다 청산한 것은 아니지만 장유현에게 진 빚을 다 갚고도 남을 정도의 자금이 들어왔다. 7월 중에 출고한 CD 25만 장과 카세트테이프 20만 개에 대한 판매대금이 들어왔다.
음반의 경우 판매가의 60%에 유통업체에 넘기는 것이 보통이었다. 60%에 앨범을 제작하는 모든 비용과 기획사의 수익이 포함이 되어 있었다.
장인걸의 경우에 녹음비, 공장의 제작비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의 몫이지만 항목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저작권료와 일반 영업이익으로 나뉘었다.
물론 돈이 들어오자 공장에 밀린 제작비와 장유현에게서 빌린 차입금을 가장 먼저 정리했다. 장부에는 제대로 기장을 해야 세금이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에 철저히 정리했다.
“8월에 판매한 것에 대하여 9월에 정산이 이루어지면 아마 엄청난 현금이 들어올 거야. 이번 걸로 그동안 유현이에게 빌린 돈을 갚으면 다음은 훨씬 많이 남을 거야. 8월 행사비에 대한 정산도 지금 진행 중인데 그것도 상당하다.”
아직까지 장인걸의 히어로기획은 비용을 정산하는 것 외에 대외적인 계약을 할 능력이 없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월광기획에서 정리를 하여 장인걸에게 다시 정산을 해주어야 했다.
8월에는 초반에는 1회 행사비가 1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200만 원으로 올라 총매출액이 무려 2억 원에 달했다. 인건비를 비롯하여 모든 비용을 공제해도 5천만 원 정도에 불과해 순익이 1억5천만 원에 달하고 있었다.
그 중에 텔레비전에 출연하거나 여름가요축제에 나가기 위해 사용한 비용 3천여만 원을 제외하면 순수한 비용은 2천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행사비가 크다고 해도 앨범으로 들어오는 수입에 비하면 적었다. 현재까지 누적으로 CD만 60만 장에 카세트가 무려 65만 개가 팔려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들었고 앨범 ‘젊음의 추억’은 다이아몬드앨범으로 등극을 했다.
행사가 단기간에 돈을 벌기는 하지만 앨범이 대박을 나는 것보다 못했다. 물론 행사를 뛰면서 홍보를 했기에 그만큼 팔렸을 것이지만 정산되어 나오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놀라고 말았다.
“이제 2집도 내야지. 가을은 앨범에 두 곡이 있으니 그걸로 지나가고 올 겨울과 내년 봄을 노려야지.”
한정수가 정산서를 보고 있는 장인걸에게 다가오더니 그렇게 말을 했다.
“그렇게 해야죠. 1집 낼 때가 여름이니 주로 여름에 걸맞은 노래를 불렀는데 2집은 겨울이니 겨울이나 봄에 맞는 노래를 불러야겠어요.”
장인걸은 이미 다음 앨범에 들어갈 노래를 다 정한 상황이고 연습실에 있는 신디사이저를 이용하여 MR 작업을 진행 중에 있었다. 물론 기억이 완전하지 않기에 매번 작업을 하면서 수정을 하고 있었다. 수정을 할 때마다 노래가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럴수록 회귀 전의 원형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장인걸의 창작 능력도 가미가 되어 장인걸의 노래에 가깝게 변모가 되고 있었다. 아울러 장인걸만이 소화할 수 있도록 적당히 편곡마저 하고 있었다.
“다음 앨범이 기대가 되기도 한다. 만일에 이번 앨범과 수준이 비슷하다면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거야.”
“그러면 좋죠.”
“그보다 이번에 마라톤에 나간다고 3일간 풀로 일정을 비워놓았던데 부상은 당하지 않도록 해라.”
“이원희 코치님에게 부상을 당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도를 받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아예 기권할 겁니다.”
장인걸은 무리하게 달릴 생각은 없었다. 훈련을 할 때도 자신의 역량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만일 다 드러내면 이원희도 놀랄 것이고 소문이 날 것이니 주의를 했다.
장인걸은 모처럼 시간이 나기에 청룡도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민지훈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본사의 우선출 이사를 만났습니다.”
민지훈이나 장인걸이나 가급적이면 조폭의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말보다 약간 우회적인 방식으로 지칭을 했다.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합니까?”
“특별히 그런 언급은 없었지만 당분간 장단을 맞춰주는 방향으로 움직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본사 상황이 그리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로마나이트의 상태가 워낙 심각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로마나이트는 명석대에서 10여 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꽤나 큰 나이트클럽이었다. 한 때는 인근에서 최고의 부킹장소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경영상태가 최악인 곳이 되고 말았다.
“꽤나 장사가 잘 되는 곳으로 아는데 그 지경이라면 누군가 횡령을 했을 것 같은데 누굽니까?”
“지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고 바지사장 위에 관리사장이 셋이나 있는 상황이라 책임관계를 논하기 어렵습니다. 백수찬이라고 관리부장이 있는데 10억 가까이 해먹고 날랐습니다. 며칠 전에 외국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그 책임 문제로 난리가 아닙니다.”
조폭들 사이에 자금을 횡령하여 도망치는 것은 비일비재한 상황이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일이 터지니 더 수습이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그 정도의 액수라면 조직적으로 횡령을 했다는 말이고 내부에서 누군가 비호를 해야 가능한 일인데 누구입니까?”
“관리사장 둘이 관리부장을 비호하여 자금운용을 누구도 모르게 했는데 그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진 면이 있습니다. 뭣도 모르면서 자기 사람 건든다고 감싸다가 일이 터진 것입니다. 영업 관리 부문이니 뻔한 것이죠.”
차태근 부회장이 분명했다. 하지만 관리부장은 중간보스급인 관리 사장의 관할이기에 책임에서 벗어나 있었다.
“혼자 빼돌린 것으로 보이지만 현금으로 빠져나간 상황이니 추적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현금 매출을 누락시키고 가짜 영수증으로 경비를 올려 매일 일정 금액을 빼돌린 상황인데 경리를 보던 직원은 항상 그렇게 처리하니 그러려니 했고 말입니다.”
현금매출 누락이나 가짜 경비 지출은 가장 기본적인 횡령과 탈세 수법이었다. 이게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행해지는 상황이다 보니 사적인 횡령인지 공식적인 횡령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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