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70
“가수 일은 어떻게 할 거야? 방송 출연은?”
“학기 중에는 학교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활동해야지. 이미 1위를 내주었는데 더 출연할 일은 없을 거야. 혹시 다른 노래가 1위로 올라가면 출연할 수도 있고.”
얼마 전에 HTX라는 아이돌 가수가 새로 앨범을 냈고 한여름의 축제가 1위를 내주고 말았다. 아이돌 그룹의 여학생 팬덤을 당할 수가 없었다.
장인걸은 앨범에 있는 노래 중에 거의 부르지 않은 두 곡의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는 가을의 분위기를 내는 노래였다. 그렇기에 조금 더 활동을 한다면 그 노래로 활동할 계획이었다.
‘가을날의 벤치’와 ‘단풍에 쓴 편지’인데 둘 다 가을에 부르기 적당했다. 두 노래로 활동하면 차트를 역주행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사실 여름에 앨범이 나오지 않고 가을에 나왔다면 그 두 곡 중에 하나를 타이틀곡으로 밀 수도 있었다.
장인걸은 수업 사이에 공강이 나자 모처럼 유진영 교수를 찾아갔다. 학과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달리 아는 교수가 없으니 유일하게 아는 교수를 찾아갔다.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알았지만 가수로 데뷔할 줄은 몰랐네. 학교는 계속 다닐 거야?”
“다녀야죠. 앞으로 교수님이 많이 도와주십시오.”
“공부를 잘하는 녀석이 그런 쪽도 재주가 있으니 조금 아쉽네. 우리 공대는 인문사회나 상경 쪽과 달리 연예인에게 편의를 봐주지 않는 편이라 조금 힘들 텐데. 더구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습도 많은 편이고.”
“학교는 꼬박꼬박 나와야죠.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학교 수업이 있는 시간에는 스케줄을 잡지 않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행사를 뛰기 위해서 학교 수업을 빠질 생각은 없었다. 유진영 교수의 태도에서 다른 교수들이 장인걸의 가수활동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일은 잘 처리한 거야? 같이 일 한다고 듣기는 했는데 거기는 세세한 업무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으니.”
“잘 하고 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말을 하지 않았다니 다행이군요. 미국인들의 프라버시 존중은 한국도 배워야 합니다.”
장인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을 했다. 어쨌든 유진영 교수의 도움으로 일을 제대로 처리한 상황이었다.
“일단 학과장님에게 인사라도 해라. 그동안 방학이었으니 그렇지만 개학을 했으니 가서 신고는 해야지.”
“그럴 생각입니다. 가기 전에 교수님께 먼저 들린 것이죠.”
“학과장님은 가수가 공대에 다닐 필요가 있는지, 생산 현장이나 연구실에서 일할 사람이 진짜로 공부하러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조금 걱정이긴 하다.”
그러면서 학과장은 정교수를 앞 둔 부교수나 갓 정교수가 된 급에서 맡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교수가 되면 굳이 그런 번거로운 일을 맡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오늘 수업이 어떻게 되지? 지금 시간 되나?”
“두 시간 공강이니 앞으로 1시간 30분 정도는 여유 있어요.”
“전화 한 번 해봐야지.”
그러더니 학과장실로 전화를 했고 통화를 했다. 장인걸에 관하여 이야기를 했고 학과장이 만날 시간이 있는 것 같았다.
“가자. 같이 가서 나라도 잘 이야기를 해주어야지.”
그러면서 앞장을 섰고 한 층 아래 학과 사무실 옆에 있는 학과장실로 데리고 갔다. 학과장은 김철호 교수로 평범했다.
“어쨌든 축하해. 우리 과에서 연예인은 처음이네. 종종 카페에서 노래하는 친구는 있어도 방송에 나온 친구는 처음이야. 정훈이랑 같은 동아리에 있다면서.”
“네, 그렇습니다.”
“학과에서도 말이 나왔지만 편의를 봐주기는 어려워. 우리 공대는 생산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키우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고 그렇기에 그런 사람이 다녀야 한다는 입장이야. 학과 공부에 지장이 없는 수준, 즉 수업에 빠지지 않고 가수로 활동하는 것을 아르바이트로 한다면야 굳이 문제 삼을 것은 없는 것이고.”
당연한 소리였지만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내심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겉은 20대 초반이지만 실상은 직장 생활을 5년 이상 한 30대였다. 차라리 그런 태도가 나중을 생각하면 더 좋을 수도 있었다. 학교에서 혜택을 받은 것이 없으니 해줄 것도 없었다.
“수업을 빠질 생각은 없습니다. 아울러 학과 공부도 충실히 할 계획입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니 말입니다.”
사실 모든 커리큘럼은 이미 한 번 다 공부한 내용이고 시험 전에 복습만 하면 충분했다. 학교를 다시 한 번 더 다니는데 그것도 못하면 오히려 이상했다.
“1학기에 과 수석을 했지만 전공에 들어가면 또 다르니 만만하게 생각하지 말게.”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요. 정 어려우면 그 때 방도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휴학을 하든지 활동을 줄이든지 간에요.”
장인걸은 학과장을 만나서도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사회 경험상 약자가 그런 태도를 보이면 더욱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다소 건방지다는 인상을 줄지언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학과장은 처음에 장인걸이 올 때 편의를 봐달라고 사정할 줄로 예상한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오히려 표정이 굳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장인걸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자 장인걸이 말하는 의도를 알게 되었다.
‘학교에 편의를 바라지 않을 것이니 학교도 달리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이용하지 말라는 말인가? 중간에 교수들, 특히 나만 골치가 아프게 되겠군. 본부나 재단은 뭔가를 원할 텐데.’ 학교의 입장에서야 학교의 이익을 위해 장인걸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학생의 입장에서 그런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데 학과에서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면 당당하게 그런 요구를 거절할 수가 있었다.
결국 그런 요구가 먹히지 않으면 본부에서는 단대와 학과를 통해 관철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출석이나 여타의 일에 편의를 봐준다면 그런 요구가 통할 것이지만 아니라면 문제였다.
‘당장 학교 입학 광고부터 입학설명회에 동원하려고 할 것인데. 걱정이군.’ 냉정하게 말을 하면서 어느 정도는 교수의 재량이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개별적으로 해결하라고 할 계획이었다. 그러면 몇몇은 편의를 봐주고 몇몇은 반드시 출석하라고 말해 적당히 관리할 생각이었는데 계획과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 벌어졌다.
‘진짜로 그냥 인사만 하러 온 것인가?’ 편의를 봐달라고 사정을 하러 온 것이 아닌 것 같으니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오히려 적당히 인사를 했으니 이제 일어나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학장님이나 본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갈 것이라면 우리가 같이 가주도록 하겠네.”
“저야 일개 학생인데 일종의 아르바이트 하는 문제로 갈 일이 있습니까? 학과야 조금 시끄러울 수 있으니 일종의 신고를 하는 것이지만 단대나 본부는 아무런 연관이 없죠.”
장인걸은 학교와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럴 수가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런 반응을 보였다. 학교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학생의 일에 대해 관여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이 범죄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별개의 일이었다.
모처럼 저녁에 시간을 내서 동아리 방으로 갔다. 이미향이 동아리 전체 회의를 소집한 상황이었다. 장인걸은 동아리 방에서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한동안 사인을 해주고 궁금한 것들에 대해 대답을 해주었다.
“일단 동아리 전체가 얼굴이라도 보자는 의미에서 소집을 했지만 진짜 이유는 박상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방학 때 박상우가 자진탈퇴를 했습니다. 명목은 자진탈퇴지만 사실상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저와 몇 사람이 탈퇴를 압박한 상황입니다.”
이미향이 30여 명이 들어와서 빡빡하게 들어 찬 동아리방을 둘러보면서 잠깐 말을 쉬었다. 탈퇴하라고 압박한 사실을 인정했으니 당연히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박상우가 한 행위에 대해 우선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당사자인 강진경의 말을 먼저 듣도록 하겠습니다.”
강진경이 지목을 받았고 그러자 강진경이 앞으로 나서서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사전에 이미향에게 언질을 받은 강진경은 발언준비를 한 상황이었다.
동아리 학생들은 강진경의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이 당한 것처럼 화를 냈다. 특히 여학생들이 훨씬 격렬하게 반응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자 총무인 내가 사실 확인을 했고 학폭위에 보고를 유예하는 대신 진경이가 다시는 보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하기를 원했고 그 결과 박상우가 자진탈퇴 형식으로 동아리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미향의 설명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동아리 내부의 불미스러운 일을 공개하는 것보다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나았다. 문제가 있는 자는 동아리에 나오지 못하도록 격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들은 바에 의하면 방상우가 자신을 나와 일부 동아리 회원이 수작을 부려 쫓아냈다는 말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상우랑 가깝게 지내는 1학년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향의 시선을 받자 아무런 말도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장인걸도 박상우랑 친하게 지냈던 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했던 말이 있기에 장인걸과 시선이 마주치자 재차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박상우의 말을 전적으로 믿은 것은 아니지만 장인걸과 강진경에 대한 험담을 주변 사람에게 옮겼다. 그들에게는 진실보다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아니꼬운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특히 미모의 강진경이 장인걸을 선택한 사실로 인해 그들은 패배감을 느꼈고 뭔가 해코지를 하고 싶었다.
‘물론 여자가 좋으면 쫓아다닐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위협을 하는 방식은 아니지. 더구나 내가 연예인이 된 것에 배 아파서 같이 험담을 하는 것은 잘못이지.’ 장인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들을 노려보았고 이미향은 다시 한 번 설명을 한 후에 동아리 학생들이 박상우의 이야기에 현혹되지 말기를 당부했다.
“우리 동아리는 동아리 내부에서 서로 사귀는 것에 대해 어떤 제약을 두지 않지만 성폭력이나 성희롱, 또는 스토킹까지 용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점 유의하여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향은 집안일로 인해 결국 휴학을 한 회장을 대신하여 동아리 회장을 공식적으로 대행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사실 1학기 때부터 이미 그렇게 해왔기에 달라질 것은 없었다.
장인걸은 행사를 뛰는 동안에도 운동을 꾸준히 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너무 피곤하여 운동할 여유가 없겠지만 장인걸은 달랐다. 행사가 끝나 숙소를 잡은 이후에 이원희는 숙소 근처의 헬스클럽이나 체육관을 수배하여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것이 이원희의 역할이었다. 가수가 건강을 지키고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쓰는 일이니 당연했다.
조금 일찍 행사가 끝나면 숙소 인근의 공원에서 달리기 교육을 받기도 했다. 장인걸도 다 배운 내용이지만 다시 배우니 왜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어 훈련 효과가 높아졌다.
“보폭이 넓어지면 빨라질 것 같지만 높이 도약을 하게 되고 체공시간이 길어져서 속도는 그리 높아지지 않아요.”
“최대한 빨리 착지를 하여 재차 발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기에 최근에는 발을 높이 쳐들지 않는 주법이 유행하는 편이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아요.”
“맞아요. 달리기는 보폭과 피치의 싸움인데 그 두 가지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죠. 거기에 운동역학상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도 중요하죠.
특히 장거리의 경우에는 에너지의 낭비가 없는 주법을 선호합니다. 속도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힘을 아끼는 것이 장거리, 특히 마라톤에서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부상을 당하지 않는 자세 말인가요?”
“맞아요. 하지만 성적을 내야 하기에 일정수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요. 부상을 당하지 않는 자세를 강조하면 기록은 엉망이 되고 말죠. 마찬가지로 에너지 효율도 강조하면 기록이 나빠지고요. 결국은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인걸은 일단 이원희로부터 다양한 주법에 대하여 교육을 받았다. 장단점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사실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어떤 주법도 장단점이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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