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71
“초중반에는 롱 피치 주법으로 달리다가 막판에는 패스트 숏 피치로 바꾸어서 스퍼트를 하라는 말이죠?”
“그게 장인걸씨 체형상 가장 적절한 주법일 거예요. 처음부터 숏 피치로 달리면 속력은 높아지지만 에너지 소모가 커서 완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상의 위험도 있고요.”
장인걸은 가장 적당한 주법을 찾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원희는 육상과 헬스에 대한 이론도 밝아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가볍게 공원의 산책로를 몇 바퀴 돌면서 테스트도 했다.
“마라톤 같은 장거리의 경우 처음에 질주하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이 중요해요. 힘이 있기에 질주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도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물론 빠르게 달려 나가는 가운데 주변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낼 필요도 있지만요.”
한 시간 가까이 달리기 훈련을 받고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고 명상을 했다. 그렇게 하면서 소진된 기운을 보충하기도 했다.
하지만 빠르게 달리면서 기운을 운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마라톤을 하는데 금강나한공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장인걸이 학교와 거리를 두고 단대나 본부에 인사를 가지 않으니 학장인 유민우가 학과장인 김철호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장인걸을 시켜서 인사를 하러 보내라는 신호였다.
“학장님, 무슨 일입니까?”
전화를 받은 학과장 김철호는 같은 장이지만 그 격이 확실히 다른 공대학장 유민우 교수에게 긴장된 어조로 용무를 물었다. 학장 밑의 학과장이지만 직접적으로 관련이 된 일은 거의 없었다. 설사 일이 있다고 해도 학장이 주최하는 학과장 간담회에서 공론으로 정할 일이었다.
“거기 화공과에 히어로 장이란 가수가 있다면서요? 이름이 장인걸인가 그런 것으로 아는데.”
“네, 우리 과 1학년으로 이번 년도에 들어온 학생입니다. 2학기도 등록했고 특별한 문제없이 학교에 잘 다닌다고 합니다.”
학과장인 김철호 교수는 장인걸의 문제로 전화를 받자 내심 걱정되는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불안했다. 장인걸이 학교의 일에 협조할 의사가 없어 보였는데 서로 대립하다 그로 인해 문제를 만들지나 않을지 걱정이었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학사행정 차원에서 위로 보고해야 하는 것이 아니요?”
“이미 7월말에 그 부분은 보고를 했습니다. 8월에도 학과별 특이사항으로 보고를 드렸고요. 장학금 수여와 등록 여부도 확인하여 같이 보고했습니다.”
김철호 교수는 학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만 정석적인 대답을 했다. ‘나는 몰라요’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방학이지만 학과장이나 학장은 학교에 나와야 했고 학교의 각종 사무를 처리해야 했다. 사무를 처리하는 학과사무실과 단과대학 행정실이 있지만 중요한 내용을 직접 결재해야 했다.
“이 사람아, 내가 그걸 말 하는 것이 아니잖아.”
결국 성격이 급한 유민우 학장이 사석에서 부르는 식으로 타박이 이어졌다. 학생을 데리고 자신에게 인사를 시키러 와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그래야 뭔가 접점이 생기고 거래가 이루어질 수가 있었다.
벌써 개강을 한지 일주일 가까이 지나가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학과장이 알아서 그런 일은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일종의 업무태만이나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학생 아르바이트 하는 것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장인걸이 돌아가면서 수업 문제만 해결이 되면 문제가 없다고 했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하여 답변했다.
“그게 단순한 아르바이트는 아니지 않아? 가수로 활동하면 수업도 나오지 못할 것인데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할 거야?”
“공대의 입장이야 산업현장에 나갈 사람을 교육하는 것이고 그런 것과 연관이 없는 과외 활동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까? 그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고 학생도 그런 예외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김철호 교수는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을 인정하면 입장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참, 그래서 학교에서 아무런 편의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이야? 그게 가능해?”
“1학년이라 전공은 고작 두 과목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교양필수 과목이라 과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편의를 봐준다고 해도 출석을 인정하는 수준인데 수강신청을 살피면 오후 4시 이전에 수업이 끝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모르지만 지금은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학장은 김철호 교수의 답변에 달리 말을 못하고 있었다. 결국은 알았다고 전화를 끊고 말았다.
김철호 교수는 자신의 태도가 장인걸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가는 것을 느꼈지만 그런 태도를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의 수작에 내가 당한 것인가?’ 장인걸은 학교에서 곤란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계산 하에 아예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한 것 같았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도 학장을 상대로 뻣뻣하게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최유림이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찾아왔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온 것입니까?”
“일단 이거 받아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네게 전부 맡길까 한다.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
최유림이 백팩 하나를 내밀었다. 안에 돈으로 보이는 것이 잔뜩 들어있었다. 만 원 권이라면 족히 2천만 원은 되어 보였다.
장인걸은 가방만 안으로 들여놓고 최유림을 집으로 들이지 않고 인근의 소공원으로 가게 한 후에 뒤따라 나갔다. 집안에 들이는 것이 불안했다.
그렇기에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다음에 그곳으로 갔다.
“조직 내부의 상황이 심각하게 변했다. 로마나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횡령을 잡아낸다는 명목으로 대대적인 내부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야 관련이 없는데 경리를 맡은 이찬혁 부장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순간 무슨 일인지 감이 잡혔다. 얼마 전에 로마나이트의 관리부장도 도피를 했다. 그렇게 하여 진술을 하지 않도록 만들려는 것 같았다. 반면에 역으로 공격이 들어온 것 같았다.
“이찬혁 부장을 해외로 도피시키기로 한 것입니까?”
“아직은 아니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일이 터질 것 같아. 공식적인 자금의 관리를 실장님과 내가 책임진 상황이라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모든 수행원이 회장님과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납치를 당할 수가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찬혁 부장이 한 횡령은 수뇌부들 사이에 공인된 것으로 그것은 일정한 룰에 의해 조성이 되고 배분이 되었다. 조직을 운영할 자금을 그런 방식으로 조달했다.
하지만 이런 일을 벌이면서 또 다른 횡령을 하여 안광현 회장이 개인적으로 착복을 했는데 최유림이 장인걸에게 가져온 돈이 그러한 개인 비자금이었다.
“사실 그건 조직의 공금이나 마찬가지이기에 크게 문제는 없는데 회장님이 개인적으로 일부를 쓴 부분이 드러나면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당분간 연락은 하지 못할 것 같은데 잘 좀 보관을 해주었으면 한다.”
마치 분위기가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처럼 비장했다. 하긴 조폭들 간에 항쟁을 하는 상황이니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었다.
“혹시 형네 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가족은 손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아. 그렇게 되면 경찰이 개입되기에 문제가 복잡해져. 만일에 나에게 문제가 생기면 적당히 눈치를 봐서 향림이에게 전달해 주었으면 한다.”
최유림의 말에 장인걸은 고개만 끄덕였다. 회기 전 최유림이 죽었을 때 어떤 해코지가 있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일종의 유언을 들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회장과 부회장이 정면으로 싸우는 상황입니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고 적아를 가르는 상황이야. 차태근 부회장이 적지 않게 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고 일부 업소에 무단으로 주먹들을 감춰둔 것이 드러났어. 확인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편 가르기가 이루어질 거야.”
그러면서 꺽쇠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꺽쇠 일파가 은신하여 생활한 자금을 차태근 부회장이 제공했고 그런 자들이 꺽쇠 외에도 서넛은 더 있다는 말이었다. 몰래 외부의 세력을 끌어들여 반란을 준비한 것이니 사실로 드러나면 징벌이 불가피했다.
‘설마 민지훈이 살아난 것으로 인해 꺽쇠 일이 밝혀져 차태근 부회장의 음모가 일찍 드러난 것인가?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장인걸은 자신으로 인해 민지훈이 살고 그로 인해 차태근 부회장의 음모가 더 빨리 드러난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차태근 부회장이 안광현 회장을 더 빨리 제거하려고 할 수가 있고 최유림이 더 빨리 죽을 수도 있어 보였다.
‘아니면 안광현 회장이 차태근 부회장을 제거할 수도 있고 이치성 전무나 우선출 이사의 발호도 제어할 수 있겠지.’ 최유림에게 이치성 전무를 암묵적으로 후계로 지명한 것을 들었기에 최후의 승자가 이치성 전무라고 생각했는데 가능성이 높은 것이 우선출 이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광현도 아직 정정한 편이고 그 주변에 있는 다섯 명 정도의 경호인원은 민지훈보다는 못해도 최소 마태욱 정도는 되었다. 그런 그들을 제거한 사람을 처리할 수 있는 존재는 안광현보다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자는 이치성 전무보다 우선출 이사였다.
“일단 위험하니 한동안 외출을 하지 못할 거야. 그러면 너에게 연락 자체를 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며칠 후부터 차태근 부회장의 직계 라인을 조사할 것이고 그러면 상황은 파국으로 흘러갈 수도 있어.”
마치 최후의 결전을 하기 전에 주변 정리를 하는 것 같았다.
장인걸은 불 꺼진 방에서 조용히 앉아서 다음날 벌어질 마라톤 대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명상을 하면서 심신을 가다듬었다. 처음 뛰는 마라톤 코스이기에 기대가 되면서도 적지 않은 두려움도 있었다.
‘과연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물론 마라톤 코스에 준하는 거리를 달려본 경험은 있었다. 하지만 전력으로 달리지 않았고 힘들면 페이스를 늦추어 달렸다. 그렇기에 기록도 세 시간이 넘어갔다.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니 두렵다. 하지만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항상 마음속에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그런 미련이 나를 약하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젊을 때 해보는 거다.’ 장인걸은 스스로 결의를 다졌다. 미련이 남지 않도록 원하는 기록을 낼 계획이었다.
‘페이스 조절만 잘 하면 목표한 2시간 30분 이내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도록 참아야 한다.’ 처음 마라톤을 하는, 아직 미숙한 선수가 가장 범하기 쉬운 잘못이 바로 오버페이스에 의한 실패였다. 한 번, 두 번 실패하다보면 자신감을 잃고 완주할 능력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시계를 보면서 귀찮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를 챙기라고 했지. 힘들지 않다고 초반에 질주하면 그것은 몸이 안다고 했던가? 흥분하여 절제를 못하면 무너지고 만다.’ 마라톤을 하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장거리를 달리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지만 한편으로 들뜨려고 하는 마음을 다독이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원희 코치가 말했지. 기록을 욕심내어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말라고. 그러면 결국 초반에 무너진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완주를 목표로 하지만 좋은 기록을 내야 하는데 욕심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그렇게 한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다가 심기가 안정이 되자 내기를 일으켜서 몸 안에서 돌리기 시작했고 최근에 훈련을 통해 전보다 조금 강해진 자신의 몸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아직 달리면서 내기를 사용하기 어렵다. 막판 스퍼트를 할 때 약간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고작 1~2분 정도에 불과하다. 기운을 모조리 사용하고 나면 아직은 채울 수가 없다.’ 아직은 마라톤을 하면서 순수한 체력만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 비해 크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내공을 사용하여 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한 면도 있었다. 왠지 내공을 사용하여 달리는 것은 반칙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격렬하게 움직이면서도 내공을 운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마라톤을 할 이유가 없다.’ 어정쩡한 성과라면 힘만 들지 얻는 것이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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