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72
잠실운동장 보조경기장에는 5천여 명의 인원이 모여 있었다. 전국 마라톤 동호회 연합회에서 주최하는 한강마라톤대회의 출발을 앞두고 식전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마라톤 동호회 연합회장의 개회사와 몇몇 유명 인사의 축사가 끝나자 마침내 풀코스 마라톤에 참여하는 천여 명의 선수가 출발했다. 이후 30분 후에 하프마라톤선수가 출발을 하고 다시 30분 후에 10km, 그 후 30분 후에 5km 선수가 출발할 예정이었다. 코스마다 번호표의 색깔이 달랐고 번호표 아래에는 소속 동호회와 이름마저 새겨져 있었다.
장인걸은 풀코스에 출전한 선수들과 같이 가장 먼저 출발을 했다. 사실 중간에 있기에 출발을 할 때 2~3분 정도 기록에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출발한 후에 빠르게 추월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서울도심방향이 아닌 상류방향으로 한강 둔치에 있는 도로를 달려갔다. 코스가 간선도로가 아닌 지선도로이기에 조금 복잡했지만 곳곳에 통제하는 사람이 많아 큰 문제는 없었다.
5분 정도를 달려 대략 1.5km 지점에 이르러서 선두권에 합류할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밀집이 되어서 추월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 때쯤이 되자 선두와 후미의 거리가 벌어졌다.
장인걸은 선두를 따라서 달리면서 속도를 가늠했다. 길 가에 100m 간격으로 거리표시가 되어 있기에 달린 시간을 보면 속도 계산이 가능했다.
대략 100m에 20초 수준으로 선두가 달려가는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속도로 거의 100명이 선두에서 몰려가고 있지만 곧 절반가량은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질 것이고 5km 정도 지나면 20여 명이나 남으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물론 그 후에는 100m에 21초 속력으로 달려갈 것으로 보였다.
장인걸은 여유를 가지고 선두그룹 중간을 따라가고 있었다. 차츰 사람이 하나둘 뒤처지기 시작했고 5km 정도를 달렸을 때 20명이 조금 넘는 인원이 선두그룹을 이루고 달리고 있었다.
마라톤 동호회에 있는 베테랑 마라토너들이기에 그들도 전략을 가지고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20초 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기에 21초대로 빠르기를 조절했고 그렇게 선두그룹이 달려갔다. 하지만 무리하게 따라온 자들은 계속 같은 속력으로 달리지 못하고 일부는 뒤처지기도 했다.
10km 정도를 달렸을 때 15명 정도가 선두그룹을 유지했고 21초와 22초 사이의 속력을 유지하면서 반환점까지 달려갔다. 반환점에 당도했을 때는 선두그룹은 8명에 불과했다. 한 시간 15분이 지나고 있었다. 그 정도라면 선수급이라고 할 수 있었고 대부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청년들이었다.
장인걸은 반환점을 돈 이후에 선두로 나섰고 빠르기도 21초대를 유지했다. 그렇게 되자 고작 세 명만 장인걸을 따라왔다. 네 명은 2진 그룹으로 처지기 시작했다. 장인걸이 오버페이스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들은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장인걸이 계속 앞서 달리자 뒤따르던 세 명도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장인걸이 무리한 속도로 달린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뒤따라오던 2진 그룹에 합류를 했다.
장인걸은 그들이 속도를 줄여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21초대가 아닌 20초대 중반 수준으로 약간 페이스를 올렸다. 자신이 목표로 한 2시간 30분 이내로 들어오려면 조금 페이스를 올려야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인걸은 속으로 내심 답답했다. 금강나한공을 유지하는 것이 2~3분은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운을 유지하기 불가능했다. 결국 기운을 이용하지 못하고 순수한 체력을 이용하여 달려야 했다.
그나마 복부에 내기를 유지할 수는 있어 어릴 때 자신을 괴롭히던 횡격막 통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만일에 그런 혜택마저 없었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상황이었다.
장인걸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다른 사람과 거리가 점점 벌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장인걸은 그저 코스만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다른 것을 살필 여유가 점점 사라져갔다. 손목시계와 달린 거리를 알려주는 표시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기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면서 목표로 한 기록보다 현재 속도가 빠르면 조금 늦추고 늦어지면 속도를 조금씩 높였다.
한편 한강마라톤대회를 주관하는 대회본부에 풀코스 선수가 출발한지 30분이 지나면서 한 가지 소문이 퍼지자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인가수 히어로 장이 출전을 했다고?”
최근에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인 히어로 장이 대회에 출전한 것은 하나의 이슈였다. 이런 것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마라톤 대회의 권위를 높이는 기회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선두권으로 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출전신청자 명단과 중간에 올라온 기록을 보면서 그렇게 누군가 보고를 했다.
“이름이 장인걸이고 나이는 이제 만으로 19세, 키가 187cm에 몸무게가 77kg으로 나와 있는데요.”
대회신청서에는 신상명세와 신체사이즈를 적도록 되어 있었다. 일종의 사은품이랄 수 있는 마라톤 티를 배부하기 위해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나중에 국내 마라톤 기록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기록을 육상협회에 보고할 때 필요한 정보였다.
그런 사실은 대회 주최 측에서 섭외한 기자들에게도 알려졌다. 그들은 코스로 이동을 했고 장인걸이 달리는 장면을 촬영하려고 했다.
장인걸이 마침내 단독 선두로 나섰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대회 주최 측은 기록을 확인하면서 이를 대회와 마라톤 홍보에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런 사실을 연락받고 마라톤 동호회 연합회의 회장단과 집행부들까지 대회 본부로 몰려들었다.
곳곳에서 핸드폰으로 현장에 나가 있는 사람에게 보고를 받으면서 상황을 대회 본부 사람들에게 중계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무려 30분, 아니 25분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성급한 전망은 하지 마. 아직도 결승선까지 10km는 남았어. 잘 달리다가도 언제 고꾸라질지 모르는 것이 마라톤이야.”
흥분해서 소리치는 사람에게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그들의 표정에는 뭔가 못마땅한 기색이 보이기도 했다.
“연예부 기자들까지 몰려오려는 것 같습니다. 결승선이 어디인지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대회 홍보를 맡고 있는 사람이 대회운영위원장에게 보고를 했다. 핸드폰이 말 그대로 불이 나고 있었다.
“이거 잘 하면 신문에 제법 기사가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홍보는 대중이 관심을 보일 이슈를 만드는 것인데 기대하지도 않은 스타가 나타나서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일단 장인걸이 완주만 한다면 그 자체로 기사가 될 것 같았다. 마라톤을 잘하는 가수로 이름을 날리면 덩달아서 마라톤까지 홍보가 되고 그러면 마라톤 동호회에 사람이 모일 것이니 득이었다.
동호회라는 것도 하나의 사회였고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 자체로 정치의 장이기도 했다. 이런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마라톤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홍보 작업의 일환이었다.
“이원희씨가 어떻게?”
대회본부 안으로 이원희가 들어오자 동호회 연합회 회장인 천수택이 알아보고 아는 체를 했다. 천수택은 육상연맹의 생활체육분과를 담당하는 이사를 겸직을 하고 있기에 한때 국가대표인 이원희를 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이 육상연맹 이사를 맡았고 이번에 마라톤 동호회 연합회 회장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맡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는 것이지. 그런데 무슨 일로 왔어요? 혹시 기자가 되었어요?”
“아뇨, 얼마 전부터 선수 한 명을 지도하고 있어요. 오늘 출전한 장인걸 선수요.”
천수택은 순간 장인걸이란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았는데 그러다가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당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그런 선수를 이원희가 지도한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가수이라는데 어떤 사람인가요? 나이도 아직 스물도 안 되었다는데.”
“나도 이제 딱 3주 정도 지도한 상황이라 자세히는 몰라요. 그렇지만 소년체전 중등부 1500m에 출전하여 은메달도 땄다고 들었어요.”
이원희는 장인걸이 반환점을 돌면서 선두에 나섰다는 보고를 받고 30km까지 독주하여 거의 500m 이상 거리를 벌렸다는 보고를 받자 사전 계획대로 대회본부에 나타났다.
3일간 행사를 나가지 않는다면 최소 천만 원 이상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홍보가 필요했다.
“그래요? 원래 육상 유망주였군요. 그런데 왜 계속 육상을 하지 않았나요?”
천수택은 이원희가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을 물었다.
“박춘삼씨를 아시나요?”
이원희가 질문을 던지자 천수택이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한참동안 기억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뭔가를 기억한 것 같았다.
“2년 전에 선수 구타로 문제가 된?”
“맞아요. 그 전에 그 밑에서 운동을 했어요. 그가 일성고교에 가기 전에 양진중학교라고 시골 학교에서 육상감독을 했어요. 장인걸 선수가 횡격막이 민감하여 훈련에 한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시합에서 중장거리를 달리는 것은 그리 문제가 아닌데 훈련할 때 계속 달리면 통증이 심했다고 합니다.”
이원희가 그 정도 설명을 하자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한 것 같았다. 그런 선수는 달리는 훈련보다는 다른 방식의 훈련을 하여 체력을 길러 주어야 하는데 종종 정신력을 강조하는 지도자는 엄살을 부린다면서 몰아붙이고 심지어는 게으름을 피운다고 가혹행위를 하거나 구타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만두었다가 이번에 다시 시작했다는 말이군요. 성장을 하자 그런 증상은 사라졌다는 말이군요.”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런 증상은 성장을 하면 사라지기도 하니까요. 횡격막 통증은 과도한 운동능력을 성장하지 못한 여린 몸이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외국에서는 그에 대한 연구도 잘 되어 육상이나 운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지만 한국은 그런 선수는 아예 운동을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때문에 운동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운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훈련은 계속 했나 보군요.”
“시골 출신이고 체력이 좋으니 지구력만 좋으면 달리는 것은 문제가 없죠. 꾸준히 아침저녁으로 조깅을 하여 무리하지 않는 이상 완주도 가능할 것 같고요.”
이원희의 말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들을 수 있었고 기자들은 그 내용을 받아 적고 있었다. 이원희가 국제대회에서 특별한 성적을 거두지는 않았어도 몇 년 전에 국가대표까지 지낸 것이 알려지자 그런 사실까지 이슈가 되었다.
그 사이에 35km 통과 성적이 공표가 되었다. 막 2시간 2분을 지나는 상황이었다.
“첫 풀코스 도전에서 2시간 30분 이내라니 대단한데. 이 정도 성적이라면 페이스 조절만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20분 이내로 들어올 것 같고 조금만 훈련하고 나이를 먹으면 10분대 초반으로 들어올 수도 있어 보이는데.”
물론 그 거리를 달리고 힘이 빠져 기권하는 경우도 많지만 혼자 독주하는 상황이라면 그런 경우는 사실 드물었다. 10km 이상을 일정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혼자 독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100m를 21초대로 달리게 연습을 했고 막판 5km 정도는 19초대까지 달릴 수도 있을 겁니다. 훈련을 해나가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앞으로 지속적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면서 기록을 점검할 것입니다.”
장인걸을 대신하여 이원희가 발표를 했다. 이원희를 개인 코치로 두었다는 것은 당장 그만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장인걸은 막판에 스퍼트를 시작했고 2시간 28분 20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와는 무려 4분 이상 차이가 나는 기록이었다. 사실 2위와 1km 이상의 거리가 벌어져 장인걸의 독주로 끝이 났다.
이 정도 기록은 마라톤 선수의 기록으로 그리 좋은 기록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유명한 가수이고 순수 아마추어 동호인 대회에서 수립이 되었고 나이가 고작 만으로 19세, 첫 도전에서 나온 기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장인걸이 결승선에 당도하자 기자들만 30여 명이나 모여 있었다. 스포츠부 기자는 고작 다섯 명인데 나머지는 모두 연예부 기자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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