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73
장인걸은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뛰느라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있는 상황이기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힘들지만 필사적으로 숨을 추스르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머리에 물을 붓고 적당히 물수건으로 몸을 닦고 물로 입을 몇 번 헹구었다. 그렇게 한 후에 마른 수건으로 깨끗이 닦고 머리를 단정히 정리했다.
그런 다음에 자리를 옮겨서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했다.
옷을 갈아입고 싶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일단 기자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밴으로 가야 그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최근 가수로 인기 절정인데 이렇게 마라톤에 출전한 이유가 있습니까? 가수와 마라톤은 쉽게 연관이 되지 않는데요.”
“어릴 때 육상 중장거리를 했습니다. 중학교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육상을 그만두었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학수능이 끝나고 난 다음에 다시 시작할 생각이 있어 시간이 나면 체력 단련과 조깅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가수로 데뷔를 하게 되면서 포기할까 했지만 그냥 포기하면 미련이 남을 것 같아 트랙 경기는 아니지만 마라톤을 하기로 마음먹고 준비를 했습니다.”
“앞으로 마라톤을 계속할 것입니까?”
“그럴 계획입니다. 올해 10월에 열리는 춘천국제마라톤 대회에 참여할까 합니다. 국내 대회는 한강마라톤대회의 기록을 인정하여 선수부 참여가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상 마스터즈급 대회인 한강마라톤대회에 참여한 이유가 춘천국제마라톤대회 선수부(엘리트급)에 참여하기 위한 예비 작업임을 시인했다.
어쨌든 한창 떠오르는 신인가수 장인걸이 마라톤 동호인들의 대회인 한강마라톤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작성하며 우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이후에도 기자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했지만 적당히 대답을 했다. 완주한 소감이나 힘이 들지 않았는지 등등에 대하여 질문이 이어졌지만 적당히 답변을 하고 인터뷰를 마쳤다.
“몸은 어때요?”
마무리 훈련을 하는 동안 코치인 이원희가 몸 상태를 체크했다. 너무 피곤해 마무리 훈련을 하기보다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단지 그러면 더 힘들다고 하여 하고 있었다.
“특별한 문제는 없어요. 피곤해 쉬고 싶은 정도이고요. 하지만 생각 외로 힘이 드네요. 풀코스를 달리는 것은 체력 외에도 정신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러너스하이나 데드포인트는 어때요? 그런 것을 겪었을 것 같은데.”
“30km를 지나면서 정신이 없더군요. 그냥 달린다는 것 외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요. 나중에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달린 것 같아요. 빨리 결승점에 도달하여 쉬고 싶은 생각만 들더군요. 막판에는 페이스 조절은 생각도 못한 것 같아요. 그냥 달리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발걸음을 뗀 것 같아요.”
장인걸은 금강나한공을 운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지만 그것도 2~3분 정도가 한계였다. 현재 수준에서는 마라톤처럼 장시간 달리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동공을 운용하는 것은 천천히 걸을 때나 가능하지 빠르게 달리면서는 불가능했다.
결국 금강나한공을 달리면서 운기가 가능할 정도로 숙달을 시키거나 체력을 그만큼 키워야 기록 단축이 가능했다. 힘 조절을 하면서 두 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운기를 하는 것은 아직 요원했다.
“기록은 더 단축할 수 있어 보여요?”
이원희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기록이 상당히 좋아지지만 그것도 개인마다 달랐다.
“일단 완주한 경험이 있으니 훈련을 하면 조금 단축이 될 것 같아요. 초반에 중간에서 출발해서 대략 30초 정도는 까먹은 것 같고요. 제대로 훈련하면서 달리는 요령을 키우면 2시간 20분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 같아요. 그 이상은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여 체력을 키우지 않고는 불가능하겠지만요.”
장인걸이 훈련을 하면 그 정도는 가능해 보이지만 그 이상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체력을 키워야 가능할 것 같았다. 막상 뛰어보니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내가 일단 춘천국제마라톤대회의 관계자들과 만나서 출전문제는 협의해 보도록 할게요. 무작정 신청하는 것보다 조율을 하는 것이 대접을 받는 길이죠. 그리고 육상연맹이나 서울시지부와도 적당히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선수부에 출전하려면 먼저 육상연맹에 선수등록도 해야 하니까요.”
“아, 선수등록도 해야 하는 건가요?”
“육상의 경우에는 소속팀이 없는 자유선수도 등록이 가능해요. 워낙 육상의 기반이 척박해서 소속팀이 없는 선수의 등록을 막으면 남아나는 선수가 없으니까요.”
결국 선수 개개인이 하나의 팀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였다. 소속팀이 있으면 등록이 되지만 소속팀이 없어져도 프리랜서로 입력하여 선수등록을 유지시켜 주었다. 각종 대회에도 개인자격으로 출전이 가능했다.
“선수등록이 어려울 것은 없어요. 신청서와 등록비만 내면 일반 육상선수로 다 등록이 가능해요. 처음 등록한 선수의 경우에 출전을 하려면 기준 기록이 없는 부문에만 나갈 수 있고요. 기준기록을 요구하면 그에 걸맞은 기록을 제출해야 하고요. 보통 2년 안에 세운 기록 중에 최고 기록이 본인의 기록으로 인정을 받아요. 한강마라톤대회의 경우에는 국내비공인 기록으로 인정을 받도록 되어 있고요. 마라톤 대회 중에 그런 대회가 몇 개 있어요. 춘천국제마라톤대회도 선수부 출전을 하려면 최소 2시간40분 기록을 요구하고 있고요 비공인인 경우에 2시간 35분을 요구하는 편이죠. 필요할 경우에 주최 측의 재량으로 기준 기록이 미치지 못하거나 아예 없어도 출전이 가능해요.”
이원희는 장인걸의 계획을 알게 되자 세부적으로 필요한 것을 조사한 상황이었다. 코치이지만 개인의 주무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주무란 대회출전 관련하여 총무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면 조치를 취해 주세요. 꼭 내가 같이 가서 처리해야 할 필요는 없죠?”
“대리 접수도 가능하니 가능할 것입니다. 우편접수도 가능한 것이니 직접 가서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죠.”
그 때 민수길이 달려왔다.
“삼광식품이라고 알지? 거기서 건강음료 광고모델을 하자고 연락이 왔어. 회장님 지시라고 하더라고.”
장인걸은 몇 시간 전에 대회가 끝났는데 바로 연락을 한 것을 보면서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효과가 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광고 하나만 잡아도 충분히 3일 동안 쉰 효과를 낼 것 같았다.
“일단 만나보시고 그 결과를 보고해 주세요. 광고 모델은 위약금 규정이 있기에 계약에 신중해야 하니까요.”
삼광식품이라면 믿을만하지만 그래도 신중하게 협상하기로 했다. 건강 관련 식품이나 약의 광고가 많이 들어올 것 같았다.
장인걸은 마라톤 대회의 후유증으로 토요일부터 끙끙 앓아야 했다. 대회가 끝나고 난 다음에 집에 올 때까지는 그리 아프지 않았는데 막상 집에 와서 씻고 나니 온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몸에서 열도 나고 쑤시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운기조식을 하면서 기운을 돌린 덕분에 일요일 저녁이 되자 그나마 통증이 조금 가셨다. 그럼에도 걸으면 다리나 허리에 통증이 몰려와서 천천히 걸어야 했다.
‘달리면서 운기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임독양맥이 타통되지 않은 것으로 인해 기가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다. 그런 경지에 이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장인걸은 마라톤을 하면서 힘이 달리자 기운을 운용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달리지 않고 운기조식을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불가능했다.
금강나한공을 익혔으니 마라톤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결국 기를 이용하는 것도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에 불과했다. 몸에 있는 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주 약간 활기를 회복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물론 그 정도라면 자신의 원래 기록을 2~3분 단축할 정도이지 10분 이상을 단축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2~3분이 작은 차이는 아니지만 그것도 비슷한 수준에서나 의미가 있었다.
‘경공술이라도 익히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 실제로 경공술이 그런 역할을 할지 의문이고.’ 장인걸은 예상과 다른 것에 놀랐다. 단거리라면 기를 운용하여 달리면 도움이 되겠지만 장거리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단거리도 기를 사용하여 달려도 현재의 기록보다 100m 기록을 대략 1~2초 단축하는 정도인데 그래도 국가대표 기록을 능가하기 어려워 보였다.
‘결국은 전적으로 마라톤에 매진하지 않는다면 일반 선수 수준이 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자 전에 본 동영상이 생각났다. 중국무예의 달인이 서양의 격투기 선수와 대결하여 맥없이 깨졌는데 이런 문제가 있었다. 정적인 동작에서 내공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격렬하게 빠르게 움직일 때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그런 자들은 장인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에 불과했을 것이니 효과가 크게 없었을 것 같았다. 대주천을 완성하여 기가 자유자재로 소통이 이루어져야 효과가 있었다.
‘소주천을 하는 정도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물론 격투를 할 때에 기운을 담으면 도움이 되고 내구성이 강화되고 파괴력이 증가할 것이지만 그것도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아.’ 장인걸은 금강나한공의 한계를 실감할 수가 있었고 그렇기에 기고만장했던 마음을 접어야했다. 그저 조금 더 강해지는 정도에 불과했다.
‘절정에 아직 이르지 못했어. 잘 해야 일류 끝자락 정도에 불과해. 내가 착각을 한 거야. 최소한 절정에 도달해야 달릴 때 내공을 사용할 수가 있어. 우선 임독양맥이 타통되어야 해.’ 장인걸은 운기조식을 하면서 몸을 회복시키려고 했지만 평상시와 달리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 한계이상으로 몸에 피로가 쌓인 상황이라 회복되는 속도가 느렸다.
오히려 경혈마저 일부 손상이 일어나 마음대로 운기를 할 수도 없었다. 조심스럽게 기운을 돌리면서 손상된 경혈을 회복시켜야 했다.
일단 수분과 음식을 충분히 섭취했다. 그런 다음에 스트레칭을 하고 운기조식을 계속하면서 몸의 재생을 촉진하니 그나마 월요일에는 약간 근육통이 남은 정도로 회복했다.
월요일 아침 1교시 수업에 들어가자 김진수가 먼저 도착해서 수업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평소처럼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너, 신문에 나온 것 사실이야?”
그러자 김진수가 궁금하다는 기색으로 물었다. 아마도 장인걸에 관한 기사를 본 것 같았다. 그래도 TV 뉴스에는 나오지 않았다. 신문에만 가십 수준으로 보도가 되었다.
“응, 한강 마라톤 대회라는 마스터즈급 대회에 출전했고 다행히 컨디션이 좋아 그런대로 좋은 성적을 냈어. 마라톤 선수에 비하면 좋은 성적도 아닌데 내가 가수여서 화제가 된 거지.”
장인걸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 기고만장한 태도로 자랑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마라톤도 계속 할 거야? 신문에서는 훈련만 계속하면 국가대표급 선수 정도로 기록이 올라갈 것이라던데.”
“그건 희망사항이지. 주말에 죽다 살아났다. 어쨌든 계속 할 생각이야. 하다보면 조금 기록도 좋아질 수 있고. 이렇게 좋은 뉴스로 사람들에게 알리면 인기에 도움도 되고. 하지만 가수로 활동하면서 병행하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겠지.”
장인걸은 2시간 20분 언저리까지는 쉽게 기록을 단축할 것이지만 그 이상 기록을 내는 것은 당장은 자신이 없었다. 종종 연예인 중에 프로 스포츠 분야에 도전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여, 능력자, 너무나 재능이 넘쳐서 놀라는 것도 이제 지친다. 노래로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마라톤이냐?”
최미선이 다가오더니 빈정거리는 것인지 정말 놀란 것인지 모르는 표정으로 말을 붙였다. 최미선은 평소처럼 불퉁한 어조로 말을 붙였다. 여전히 경쟁의식을 버리지 않아 보였다.
“야, 그래도 매일 건강을 위해서 한강에 나가 조깅을 했기에 가능한 거야. 그 정도 수준이 되려고 수능 끝날 때부터 운동을 했는데. 나 그래도 소년체전 중등부 1500m 은메달리스트야.”
장인걸은 마라톤을 하는 것이 뜬금없는 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사전에 밑밥을 던졌다. 이렇게 적당히 알려야 주변에 알려져 나중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여간 마라톤 완주를 했는데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내가 아는 사람은 풀코스 완주를 하고 열흘 정도는 기어 다니던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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