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77
“연말에 송년모임을 할 것입니다. 수도권의 재경모임과 양진의 모임이 별도로 계획되어 있지만 따로 모이지 말고 서울이건 양진이건 통합으로 모였으면 합니다.”
그러자 대부분의 시선이 장인걸에게 모여졌다. 그동안 장인걸은 동기모임을 하더라도 참여를 하지 않았는데 모임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연말 송년모임을 통합하여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일부는 참여하지 못할 것이고 참여하더라도 한쪽으로 가야 하기에 불만이 있을 것인데 그에 대한 대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인걸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그런 대책을 세웠는지 먼저 확인했다. 서울에서 하고 양진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올라오게 하여 여관에 재우는 것으로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장인걸이 부담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을 해야 하니 대략 크리스마스 이후에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그 때이면 양진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도 같은데.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하는 것보다. 장소는 양진에서 한다면 천년각 밖에는 없겠지만. 아니면 호프집을 빌리거나.”
“알았어. 하지만 각종 행사나 연말시상식이 12월에 몰려 있어서 나는 참석하는 것이 조금 곤란해. 차라리 신년모임이라면 참석이 가능하지만. 1월 중순이라면 좋을 것 같아.”
직장에 다니는 상황이라면 1월에 하는 것, 또는 양진에서 하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되겠지만 아직은 그리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군대에 다녀올 때까지는 신년회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알았다. 그러면 송년회는 예정대로 11월 말이나 12초에 재경모임, 양진모임으로 나눠서 간단히 하고 신년 모임을 통합으로 하도록 하자.”
동기회장이 장인걸의 상황을 이해했는지 일종의 타협안을 제시했고 다른 동창들도 찬성을 하여 결국 장인걸도 신년모임에 참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장인걸은 동기들과 만나고 집에 돌아와서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하면서 문제가 없는지 살폈다. 다행히 악마의 편집은 하지 않아 문제가 될 장면은 없었다. 아직은 방송국에서 편집으로 장난을 치는 시기는 아닌 것 같았다.
“진기명기는 정말 재미있었어. 오빠가 그런 재주가 있다니 놀랐어.”
진기명기는 추석 특집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출연한 사람들 중에서 화제가 되었던 사람을 다시 출연시켜 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내용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장인걸이 출연하여 출연자들이 보여 주는 것을 따라하였다. 물론 다른 출연자들도 따라 했지만 장인걸이 가장 잘 했고 어떤 것은 오히려 더 잘 하는 면을 보이기도 했다.
“정말 뻔뻔하게 ‘이 정도는 다 하는 것 아니에요?’ 할 때는 나도 한 대 때리고 싶더라.”
“내가 그렇게 재수 없어 보였어?”
“응, 진기명기 보유자와 오빠가 다른 출연자 놀릴 때는 천하에 재수가 없었다니까. 그래도 재미있게 하였으니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못하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은지와 인숙이가 옆에서 그렇게 품평을 하기도 했다.
“와, 오빠 정말 노래 잘 했어.”
‘온 가족이 함께 부르는 노래’라는 프로그램에 장인걸은 일종의 도우미로 출연을 했다. 유명 인사의 가족을 섭외한 후에 그 가족이 합창을 하여 순위를 가르는 일종의 경연프로그램이었다. 여기서 장인걸은 한 가족의 합창을 지도해주는 일종의 도우미였다.
“내가 노래 잘 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내가 도운 그 가족이 잘해야 하고.”
장인걸은 몇 번 파트를 바꾸도록 했다. 다른 팀은 가족들이 알아서 파트를 정했는데 장인걸은 노래를 듣고 완전히 파트를 새롭게 정했다.
“저렇게 바꾸니 노래가 훨씬 나아지긴 하네.”
“자기가 잘 부르는 파트를 불러야 하는데 일종의 가내 역학관계나 다른 요인을 기준으로 하여 파트를 정하니 엉망일 수밖에 없지. 그런 것을 떠나 잘 하는 사람을 부각시키면서 못하는 사람의 단점을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아.”
장인걸은 시범을 보이는 장면에서 다양한 가창력과 모창실력을 드러내 보였다. 먼저 시범을 보였기에 출연자들은 그런 형태로 노래를 하면 되었다.
“총 여섯 팀이 나왔고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이 점수를 부여하는 것 같은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어?”
“야, 끝까지 봐. 그러면 알 것 아냐.”
인숙이가 중간에 결과를 묻자 그냥 보라고 말했고 입을 삐죽이기도 했다.
“이러다가 우리 오빠 온갖 오락프로그램에서 나오라고 할지 모르겠네. 진기명기도 그렇고 ‘온가족이 함께 부르는 노래’도 그렇고 너무 재미있게 잘 하는데.”
“나는 가수이지 예능전문 연예인이 아니야.”
사실 장인걸이 한 것은 10년 후에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차용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약간 생소하면서도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큰아버지 식구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외가에 갔다. 장인걸네 식구도 외가에 갔는데 거기서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외갓집 마당에 들어가자 예상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외할머니를 찾아온 외삼촌이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가게를 내야 한다니까요?”
“지금 하는 장사도 다 접어야 한다고 난리인데 이 판국에 새로 가게를 낸다고? 망하려면 뭔 짓을 못해? 옆에 사람까지 다 망하게 하지 말고 망하려면 너 혼자 망해.”
“어머니는 뭐든 안 된다고 하시는데 이번에는 확실하다니까요. 지금 잡지 않으면 그 자리는 언제 나갈지 몰라요.”
“미친놈아 헛생각 말고 다니던 회사나 잘 다녀.”
추석날 오후에 장인걸네 네 식구가 외갓집에 들어가니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한창 싸우고 있었다. 외숙모나 외사촌들은 한쪽에 피해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전에는 그 가게가 권리금만 1억이 넘었는데 지금은 권리금도 하나도 없단 말입니다. 나중에 권리금만 받고 넘겨도 돈이 된단 말입니다. 그러니 제발 1억5천만 해주어요. 나중에 엄니 죽어서 저승에 싸 가져갈 것도 아니잖아요.”
외삼촌은 장인걸네 식구가 들어와도 아는 척을 하지 않고 막말까지 내뱉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엄마한테 무슨 짓이야?”
엄마가 나서서 외삼촌에게 큰소리를 쳤다. 아무리 막되어 먹은 동생이지만 엄마한테 그러는 것에 참지 못하고 나섰다.
“개 X년들이 주둥이만 나불거려. 씨발, 아부지, 아부지가 죽어서 5대 독자 외아들이 이렇게 구박받고 삽니다. 강석씨 외아들이 기집년들한테 기가 죽어서 이렇게 삽니다.”
바닥에 털썩 앉으면서 그렇게 황당한 강짜를 부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다리까지 휘저으면서 세 살 먹은 애가 떼를 쓰는 모양새를 보였다. 방안에 들어가니 술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하여간 술 먹고 또 진상을 부리고 있었군. 하는 짓을 보면 원수가 따로 없군.’ “씨발, 여자는 출가외인이라는데 저 년들 챙겨준다는 소리나 하고. 엄니 것이 손가 것이지 장가 것이여 박가 것이여? 엄니도 삼종지도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을 알아야 해. 내가 손가의 오야여. 내가 하자는 대로 해야제, 암.”
그렇게 말하고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외할머니와 장인걸네 식구들을 노려보았다. 정상인이 아니었다. 정신파탄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죽어야 해. 왜 살아서 이런 꼴을 봐야 하는지.”
외할머니가 넋두리를 했고 숨을 거칠게 내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점점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고 있었다. 외삼촌의 겁박에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딸과 사위가 나타나자 긴장이 풀렸고 그러다가 다시 막말을 듣고 외삼촌의 패륜을 접하자 속이 뒤집어지고 말았다.
“엄마?”
손설향이 외할머니를 붙잡고 늘어졌고 장인걸도 그 옆으로 가서 외할머니의 상태를 살폈다. 결국 급하게 전화를 하여 응급차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점점 상세가 급박하게 나빠지고 있었다. 심장이 원래 좋지 못한 상황인데 속이 뒤집어진 것 같았다.
“함부로 만지지 말아요.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가 있어요.”
장인걸은 어머니 손설향을 제지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흔들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가 있었다. 조금 지나자 외할머니상태가 조금 잦아들었고 곧 응급차가 당도했다.
결국 병원에 당도하여 외할머니를 다시 입원시킬 수밖에 없었다. 장인걸과 장인숙은 어머니의 당부에 한쪽으로 비켜나서 조용히 지켜봤다. 장인걸이 외부에 드러나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괜히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었다.
손설향과 장재현이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자 장인걸은 손성표를 노려보았다. 손성표는 장인걸의 시선을 받자 움찔하더니 식구들에게 집에 가자고 말하고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을 쳤다. 외숙모는 외사촌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간다고 말하고 외삼촌과 따로 가고 말았다.
어머니는 병원에 남고 세 식구만 집으로 가야 했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이 당도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다행히 그들이 일이 벌어질 무렵에 당도하여 큰일을 막았는지 불분명하지만 외갓집의 상황은 수습이 어려울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집에 돌아온 장인걸은 차가 막히기 전에 올라가기 위해 바로 출발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집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시골에서 올라온 장인걸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을 안광현 회장에게 받은 고서를 보는데 할애했다. 추석을 앞두고 바빠 보지 못했는데 시간이 생기니 가장 먼저 궁금증을 해소했다.
‘해동활력술海東活力術이라는 이 책은 의술과 무술을 다루고 있다. 지금 세상에서 보면 일종의 물리치료술과 기공술을 합쳐놓은 것이다. 여기에 침술의 일부도 가미를 했다. 이걸 무술로 볼 수 있는 것은 일종의 혈도제압술이 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은 검증이 되지 않았기에 함부로 사용하기 어렵지만 절반 정도만 효과가 있어도 획기적인 재활의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보장경保藏經은 불가의 무술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내가기공이 없이 순수하게 박투술과 봉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종의 발경술을 포함하고 있기에 완전히 내가기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일종의 동공을 포함한 무술이다. 하지만 이걸 익혀서 제대로 전투에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인걸은 책을 해석하면서 안광현이나 다른 사람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너무나 난해했고 동작에 대한 그림이 없어 해석이 어려웠다. 불가무술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잘 알지 못하면 이해가 불가능했다.
‘천살검법天殺劍法은 검법이지만 이 검술을 전개할 내가기공이 전해지지 않아 그저 칼춤에 불과하다. 그저 검을 휘두르는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내가기공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운검 자체가 불가능한 동작도 많다. 겉에서 보면 마치 정신없는 사람이 마구잡이로 막대를 휘두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책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평가를 했다. 그간 계속 불경과 고서를 읽으니 한문 해독능력이 상당히 높아져 그냥 읽는 것으로 그 뜻을 해석할 수가 있었다.
‘해동참선기海東參禪記는 책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일종의 점술을 기록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점술이 아니라 도를 닦아 천기를 깨우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가능하다면 신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명상을 하여 단을 키우는 방법에서 약간이나마 내가기공을 형성하는 효과가 있다.’ 장인걸은 기대를 가지고 책을 네 권이나 읽었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없었다. 해동활력술이나 천살검법은 그에게 도움이 될 부분도 있지만 금강나한공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고 일반인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금강경참오기金剛經參悟記는 불경인 금강경을 일종의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 그 깨달음을 담은 내용으로 그 내용이 가장 어렵다. 불경에 통달했다고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난해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금강바라밀경의 내용이나 금강나한공의 무리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장인걸은 마지막으로 한 권의 책을 건진 것 같아 그나마 기분이 좋았다. 무술을 익히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의미가 없을 내용이지만 장인걸에게는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장인걸은 아직도 절반 정도 밖에 읽지 못한 반닫이 안의 고서를 생각하자 아직도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어떤 책이 있을지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책의 내용이 허무맹랑한 내용일 것이니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시간을 두고 한 번 연구해 볼 필요는 있다. 뭔가 내가 깨우치지 못한 내용을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장인걸은 주마간산 격으로 읽은 상황이니 그 내용을 전부 다 이해한 것은 아니기에 나중에 세밀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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