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81
“진성어음이니 채권자로 등록은 되겠지만 원금의 10%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것도 언제 받을지 모르는 일이고요. 우리 아버지나 형들도 도와줄 형편이 아니고. 살고 있는 집도 이미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이니 난감한 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연쇄부도의 상황에 처한 것 같았다. 어음을 받아 할인한 상황에서 터지는 부도는 예측이 불가능했다. 언제 예기치 않은 부도가 생길지 몰라 항상 불안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어음을 받을 때에 만기가 될 때까지 은행에 보관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설사 어음이 부도가 나더라도 망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 정도 거금이 항상 묶여 있으니 비효율적이었다.
“그 회사가 컴퓨터 기판을 납품한다고 했던가요?”
“기판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기판을 개발하고 거기에 각종 부속을 조립하여 반제품 상태로 납품합니다. 하드디스크만 제외하고 모든 부품이 다 조립되어 있습니다. 납품하는 환성전자라는 회사도 아주 큰 회사는 아닙니다.”
“환성전자라면 컴퓨터를 판매하는 회사로 들어는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 회사가 부도가 난 것입니까? 경제가 어려워도 그럭저럭 판매는 되는 것으로 아는데요.”
장인걸은 환성전자의 컴퓨터가 팔리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물었다. 그러다가 모회사인 진성건설도 부도난 것을 떠올렸다. 정부에서 규제를 하지만 여전히 각 회사는 상호지급보증이라는 것으로 얽혀 있었다. 해소를 하려면 모든 채무를 상환해야 가능한데 그게 쉽지 않았다.
“설마 진성건설에 지급보증을 섰다가 망한 것입니까?”
“우리 태양건업도 진성에 2억 원을 물렸지만 여름부터 현금거래를 주장한 덕분에 평소 거래량의 절반도 되지 않아 크게 타격은 입지 않았습니다. 만일에 그대로 거래했다면 우리도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런데 환성전자마저 부도가 났다면 명진전자는 거래처마저 사라진 상황이지 않습니까?”
부도가 날 상황이라도 자금만 투입하면 정상화가 가능하다면 투자를 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은 거래처 자체가 없으니 새로 영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사실상 단기간에 불가능했다.
“그러니 더 문제입니다. 도와준다고 해도 회생할 길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권 사장도 그냥 회사를 포기한다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달리 방도가 없죠.”
장인걸은 권동환의 집안이 망하게 되어 안타깝지만 달리 도와줄 길이 없었다. 더 가까운 민지훈네 집안마저 포기한 것 같았다. 이제 외환위기가 바로 턱밑까지 다가온 것 같았다.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아버지도 현금이 아니면 아예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물건 납품하고 떼이면 타격이 워낙 클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야 워낙 현금 장사지만요.”
민지훈도 권동환의 집안이 망하게 된 사실에 충격을 받았는지 힘이 없어 보였다.
“그보다 천광상사와 걸린 일은 잘 해결이 되었습니까?”
추석이 지난 후에 최유림과 한 번 통화를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들었다. 그 사이에 뭔가 변화가 있는지 물었다.
“본사의 상황이 복잡해서 우리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어 보입니다. 구역에 들어와서 수상하게 움직이는 자들을 색출하여 정리했다는데 그로 인해 잡음이 좀 있습니다.”
장인걸이 뭘 묻는지 알기에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더구나 우리에게 귀찮게 하던 용부장이란 자가 있는데 그 자가 이번 일을 주도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로 인해 차태근 부회장의 입지가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차태근 부회장이 가장 문제인데 그 자가 어렵게 되었다면 민지훈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들었을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러면 그 일은 우선출 이사가 주도한 것입니까? 조만간 상황이 결정될 것 같습니다.”
“그럴 것이지만 차태근 부회장을 따르는 자들도 만만치 않아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한동안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벌어지고 적당히 물러나는 선에서 정리가 될 것입니다.”
민지훈은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을 했다. 특히 그렇게 되면 외부의 다른 세력이나 사법기관의 개입이 생길 것이라 전망했다.
“혹시라도 반기를 들어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추석 전에 안광현 회장을 만났는데 이번 일로 인해 고민이 깊어 보였습니다.”
“아, 만났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이군요. 하지만 우선출 이사가 동조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합니다.”
장인걸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회귀 전에는 2년 후쯤에 안광현과 최유림이 변을 당했는데 그 때까지 차태근 부회장이 건재할 수도 있었다.
‘언제 시간이 나면 최대한 빨리 정리하라고 조언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인걸은 아예 몰랐다면 몰라도 인연을 맺은 상황이기에 좋게 결말이 지어지기를 원했다.
18. 춘천국제마라톤대회
장인걸은 히어로기획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일단 홈페이지인 hero.com을 만들기로 했다. 단순한 연예기획사가 아닌 IT를 접목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을 세웠다.
“홈페이지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에 외주를 주어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기에 일반인이 제작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야 조금만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면 누구나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었다.
“외주를 주고 관리를 맡기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전문 인력을 채용하도록 합시다.”
민수길은 매니지먼트 실장이지만 사실상 히어로기획의 관리본부장의 역할을 수행 중이었다. 그렇기에 민수길에게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제작을 하려면 여러 사람이 필요한데 그들을 계속 고용하는 것은 낭비일 것입니다. 그냥 외주를 주도록 하죠.”
홈페이지를 제작하려면 최소 다섯 명 정도 프로그래머와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민수길은 외주를 선호했다. 하지만 장인걸은 홈페이지 제작만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키우기를 원했다.
‘포털을 만든다. 지금이 적기이다. 프리웨이라는 도메인을 사용하여 포털을 개설하여 정보고속도로를 만들도록 한다. 다른 포털보다 일찌감치 시작하여 기존 포털에 사용한 새로운 개념을 먼저 도입하면 유리할 수 있다.’ “인력은 채용을 하면 다 쓸 데가 있습니다. 그러니 필요한 사람을 최대 10여 명까지 충원하도록 합니다. 1차로 2명 정도 경력직을 선발하고 그 후에 그들의 조언을 받아 추가로 인원을 채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장인걸의 말에 민수길은 잘 모르는 분야이기에 일단 따르기로 하고 이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여 경력을 가진 사람을 스카우트했다. 민수길도 잘 모르는 분야이었지만 방송국 쪽에 있는 인맥을 통해 인력을 수배하니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프로그램만 다룰 줄 알면 혼자서도 가능합니다.”
민수길의 소개로 전산관리팀의 전산직으로 채용이 된 서른 살의 양지원이 그렇게 설명을 했다. 자신도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저도 대충 만들려고 하면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얼마나 멋있고 제대로 작동할지 그것이 문제이지만요. 혼자 다 하려면 시간이 걸리지만요.”
그러자 장인걸은 자신이 구상한 홈페이지의 기능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양지원이 당장 구현이 가능한 것도 있지만 몇 가지는 그로서는 아직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서버는 어떻게 합니까?”
“IDC에 별도의 전용 서버를 하나 임대하도록 하죠. 바로 구입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 같고요.”
“그냥 서버 대여업체에서 필요한 용량만큼 대여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당장은 굳이 서버를 빌리지 않아도 충분할 것입니다. 데이터 용량이란 것이 있는데 많아지더라도 다른 유저의 용량이 낮으면 임의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서버를 임대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물론 그렇지만 데이터가 많아지면 보안이 취약해질 수가 있고 보안에 신경 쓰지 않으면 바이러스에 오염될 수도 있고 해킹이라는 것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장인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기에 양지원은 수긍을 했고 홈페이지 제작에 필요한 인원 3명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기를 원했다. 사실 현재 월광기획도 홈페이지가 없는 실정이고 은마기획도 역시 홈페이지가 없었다.
“또한 현재 히어로기획만이 아닌 다른 기획사의 홈페이지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 일도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 것과 대동소이하게 만들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두 기획사의 홈페이지 제작도 수주한 상황임을 알렸다. 일단 히어로기획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용량이 커져 속도가 느려집니다.”
양지원은 장인걸이 구상한 홈페이지 계획서를 보면서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원본 영상을 가지고 CG를 작성하는 정도로 조작을 해야 컴퓨터에서 구동이 되었다. 용량이 크면 다운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래서 용량을 줄이면 화질도 좋지 못했다.
현재는 플래쉬를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순수한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구동시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웠다. 상당히 용량도 많이 차지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속도를 높일 연구를 해야죠.”
“알겠습니다. 제가 실력이 좋은 인력을 모아서 작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프로그래머와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구하였다. 홈페이지 제작이나 운용을 위한 전용 프로그램도 별로 없는 실정이라 그에 맞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구비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소요가 되었다.
장인걸은 보통 밤늦은 시간에 배낭을 메고 집에서 나와 운동을 했다. 처음 1kg 아령 두 개를 넣어서 달렸지만 며칠 달려도 그리 부담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무게를 조금씩 늘렸고 지금은 무려 10개를 넣었다.
하지만 등 뒤에 무게가 있기에 구부정하게 달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기에 앞뒤로 가방을 메다가 훈련용 납 조끼라는 것이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것도 이원희를 통해 구입했다.
이원희는 그런 운동이 상당히 위험하다면서 상체뿐만이 아니라 종아리에 차는 각반 형식의 모래주머니도 구입을 해왔다.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서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방법으로 괜찮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로를 달리는 것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발목이나 무릎관절에 충격을 주어 부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전문의에게 가서 몸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결국 이원희의 주장에 따라 그 쪽에 상당한 식견을 가진 민성호라는 외과전문의를 만났고 1주일에 한 번 정도 진단을 받기로 했다.
“춘천마라톤 대회는 대략 150명의 선수가 참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리카 선수들도 20여 명이나 참가하고 그 외 유럽이나 일본 선수들도 50여 명이 참가하여 외국인 선수만 70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선수는 80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마라톤 선수 중에 부상을 당한 선수와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선수를 제외하고는 다 참가한다고 보면 됩니다.”
“국내 선수층이 상당히 얕군요.”
“등록 선수는 꽤나 되지만 기준기록을 넘은 선수는 그 정도가 전부입니다. 외국도 기준기록을 넘는 인원을 많지 않습니다.”
“내가 참가하는 것에 대해 대회조직위나 육상계 반응은 어떤가요? 굳이 비난을 한다면 참가하지 않고 해외 대회에 참가할 생각도 있습니다.”
장인걸은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국내 대회에 참가할 생각은 없었다. 마스터즈 대회의 기록을 인정받아 참가하는 것이 일종의 특혜일 수도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특혜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공식기록을 인정받는 대회는 국제대회인데 공식기록이 아니니 인정못하면 거기에 처음 참가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봉쇄될 수 있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회조직위나 연맹도 어느 정도 성과만 거둔다면 마라톤 붐을 일으킬 수도 있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설사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참가 자체로 득이라는 입장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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