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82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중에 내가 인기를 얻기 위해 마라톤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요?”
육상계의 인물들 중에 장인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수가 없었다. 자신들은 힘들게 운동했는데 갑자기 가수가 나와서 얼렁뚱땅 마라톤을 하여 화제가 되면 허탈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서로 득이 되는 일인데 반대할 일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 한 연예인이 프로 골프선수가 된다고 도전한 것으로 골프 대중화에 상당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어 골프인들이 좋아했습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기록이 아주 엉망이면 효과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전보다 10분 정도 단축하면 나름 괜찮은 성과이겠죠?”
“100m, 20초대로 달릴 생각이죠?”
“그 기록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성장이 다 끝나지 않아 본격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은 무리겠지만요.”
장인걸은 그사이에 1cm가 자라 188이 되었다. 몸무게도 1kg 정도 늘어 79kg 정도가 되었다. 너무 자라는 것도 득이 아니지만 크는 것을 억지로 막을 이유는 없었다. 성장판이 억지로 닫히는 것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었다.
“틈틈이 훈련을 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충분히 회복을 했고 훈련도 꾸준히 받은 상황이니 당연히 기록은 향상이 될 것입니다. 단지 얼마나 단축할지 그것이 문제입니다.”
이원희는 장인걸의 달리는 자세도 전보다 훨씬 나아진 상황이기에 나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달리는 자세만 교정해도 기록은 좋아질 수 있었다.
“육상계에서는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기록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기준기록을 통과해도 순위가 3위 밖으로 밀리면 출전이 불가능하니 그 안으로 단축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겨울에 훈련을 하여 내년 봄에는 100m 19초, 2시간 13분 이내로 기록을 단축해야 합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1년 바짝 훈련하면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도 조금만 무리하면 15분대로 올릴 수도 있지 않나요?”
이원희는 장인걸이 다른 육상선수와 달리 여력을 남기고 레이스를 전개한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확신이 없었는데 그동안 훈련을 하면서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더구나 고작 경기를 마친지 이틀 만에 쌩쌩하게 변한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아무리 젊은 선수라도 경기 끝나고 일주일은 힘들어했다. 각종 연구결과를 참조하면 그것은 80% 정도만 소진했다는 증거였다.
또한 매일 두 시간에 달하는 고된 훈련을 하고 다음날이 되면 쌩쌩하게 활동하는 것은 어려웠다. 뭔가 후유증이 남아야 하는데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그런 훈련을 충분히 소화할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전력질주를 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부상을 당해 중도에 그만두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무리하게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른 선수라면 최선을 다하라고 할 수 있지만 장인걸과 이원희는 일반적인 선수와 코치의 관계가 아니라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였다. 그렇기에 모든 주도권은 장인걸이 가지고 있었다.
8월에 판매된 앨범과 9월 행사비에 대한 정산이 이루어졌다. 모든 비용을 다 제하고 빚을 다 갚고도 30억 이상을 벌었다.
장인걸은 앨범 하나로 그 정도 수익을 올린 것에 기쁘기 짝이 없었다. 사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자금을 확보한 것이니 적절한 시점에 투자하면 엄청난 과실을 거둘 것이니 다행이었다.
“점점 네 말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렇게 될 것 같구나.”
“저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살아남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권동환네 명진전자의 예를 들면서 대비하더라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거래처 자체가 사라진다면 결국 어떻게 하건 미래가 없다는 말이구나. 지금 일감이 사라지는 것처럼.”
연예계도 일감 자체가 사라져 태반의 연예인이 백수 상태가 되어 있었다. 장인걸은 그나마 낫지만 밤무대 가수들은 유흥업소의 경기가 나빠지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있었다.
업소가 남아있다면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있지만 업소가 없어지면 새로 개척을 해야 하기에 쉽지 않았다. 그건 연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출연하기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줄줄이 무산되는 상황이니 일감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습니다. 최대한 긴축을 하면서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일감을 확보하는 지혜가 필요하죠. 그것 중에 하나가 바로 지금 우리가 하는 음악 저작권확보 작업입니다.”
장인걸은 재차 음원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5억 원의 자본금 중에 벌써 4억 원을 다 소진한 상황이다. 고작 절반도 수집하지 못한 상황인데 얼마나 더 자금이 소요될지 모르겠다.”
장시현이 자금이 얼마나 더 소요될지 모른다고 걱정을 했다. 추가적인 자금투입을 요청하는 말이었다.
“5억 정도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해?”
장유현도 추가적인 자금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지 구체적인 금액까지 언급했다.
“그 정도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면 이번에도 반반 투자를 하죠?”
결국은 5억 원을 유상증자하여 자본금 10억3천만 원으로 맞추기로 했다. 그렇게 하여 장인걸과 장유현의 지분이 증가하게 되었다. 장유현은 장인걸에게 대여해준 자금을 상환 받아 그대로 투자를 했다.
“음원사이트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아날로그 파일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시켜 그대로 올린다면 너무 용량이 커져 유통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기에 MP계열 파일로 변환을 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용량문제는 해결이 되나 음질이 너무나 나빠지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냥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연구가 필요합니다.”
장인걸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음원유통을 위한 시스템 개발에 대해 설명을 해나갔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용어 자체가 너무나 생소해. 그런 말은 처음 듣는 것 같아.”
장유현이나 장시현이나 모두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에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했다. 결국 홈페이지를 만들고 음원을 다운로드 하는 것에 대하여 재차 설명을 했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하나하나 특허를 내야 합니다. 기존의 특허가 있다면 사용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사용계약을 하지 않고 일단 사용하고 나중에 협의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드라마의 경우 효과 음악을 일단 쓰고 기준에 맞춰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처럼 특허도 그렇게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필요한 특허에 대해서 설명을 해나갔다.
“특허를 먼저 선점하면 큰돈을 벌겠구나?”
“그렇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대박이죠.”
장인걸은 돈이 된다고 설명을 했다. 물론 기본적인 특허는 대부분 출원이 되어 있지만 응용특허는 아직 많아 특허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할 것 같은데 우리가 그런 자금의 확보가 가능할지 걱정이구나.”
“쉽지 않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좋지 않기에 오히려 더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기업은 마케팅비용과 연구개발비용을 삭감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 분야의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럴 때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이 중간만 남고 최상과 최하는 떠나게 됩니다.”
“그러면 최상의 인력을 확보하자는 말이구나.”
“맞습니다. 업계의 평을 들어보면 누가 최상인지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인력이 배척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사람을 끌어오면 됩니다.”
장인걸의 말에 이해가 된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면 바로 시작하자는 말이구나. 회사에 연구팀을 만들자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준비해 나가면 됩니다. 물론 돈이 많이 들 것이지만 성공만 하면 크게 돈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영상에 관련된 부분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사실 다른 사람이라면 함부로 도전하지 못할 것이지만 저는 어느 정도 그 방법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장인걸은 종합문화예술포털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투자가 필요했다. 그 부분을 설명해 주자 장유현이나 장시현은 상당히 놀랐다. 장인걸의 꿈이 워낙 거대했다. 반면에 꿈이 크지만 그 꿈을 이룰 구체적인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었다.
답이나 해결방법을 모르고 무조건 도전하는 것은 모험이지만 답을 이미 아는 상황에서 시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장인걸은 행사도 줄이면서 마라톤 훈련을 했다. 축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왔지만 경제상황이 나빠지자 각종 행사가 취소가 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면서 장인걸의 공연무대도 줄줄이 취소가 되었다. 그러면 굳이 싼 가격에 새로운 일정을 잡지 않고 그 시간에 훈련했다.
그나마 학교 10월 축제는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다. 거기서 상당히 공을 들여 무대를 꾸몄고 그 덕분에 명석대 축제는 꽤나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원래는 20분을 예정으로 무대를 꾸몄지만 학생들의 호응이 좋고 사회자의 재량으로 10분 정도 더 시간을 할애해 주어 30분 정도를 공연하게 되었다.
보통 많이 와야 2천 명가량 모이는 동아리연합회 공연에서 장인걸이 공연하는 시간에는 무려 7천 명가량 모이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학교 학생보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 더 많았다.
“춘천국제마라톤에 참가하는 거야?”
모처럼 축제가 끝나고 다음날 저녁에 강진경을 만났다. 개강을 한 후에 동아리방에서 만나는 경우는 있었지만 별도의 시간을 갖지 않았는데 축제라는 분위기 때문인지 시간을 냈다.
“그럴 계획으로 훈련 중이야. 너는 달리 문제없는 거지? 박상우 같은 사람이 귀찮게 하는 것은 아니지?”
“특별한 일은 없어. 학교에 다니면서 동아리 활동만 하는 편이고. 그동안 따로 남자를 만난 것도 아니고.”
“내가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자주 만났을 것인데 그런 면에서 아쉽다. 우린 그런 면에서 잘 어울리는 사이인데.”
장인걸은 강진경을 만나서 민지훈이 사용하라고 내어준 곳으로 데리고 갔고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보자 애틋함이 더 큰지 한동안 열정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기야 한데, 사실 지금도 부담스러워. 더구나 세라랑도 가끔 만난다면서?”
“들었어?”
“2학기 들어오면서 세라랑 친하게 지내는 편이야. 가끔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우리는 그런 면에서 공통 관심사가 있는 편이잖아.”
장인걸은 강진경의 말에 내심 민망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다. 두 사람과의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반면에 만족스러운 면도 있었다.
“오늘 끌고 나온 차는 그동안 보지 못한 차인데 어떤 차야?”
“아는 지인에게 빌린 거야. 내 엑센트 차량은 차량 번호가 알려진 탓에 이용하는 것이 불편해. 그래서 운동을 마친 후에 지인에게 빌렸어.”
장인걸은 모처럼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마태욱의 차를 빌렸다. 마태욱은 중형승용차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루만 빌리기로 했다. 현재 장인걸의 차량은 헬스클럽이 있는 건물 지하에 있었다.
“마라톤을 하면 힘들지?”
“정말 힘들어.”
“나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살이 찐 것 같지?”
“아니. 전보다 오히려 더 몸이 좋아진 것 같은데.”
강진경은 전보다 조금 풍만해진 면이 있었다. 빠질 곳은 빠졌지만 성숙한 여성의 체형으로 변하고 있었다.
“나도 조깅이나 할까?”
“그냥 헬스클럽 같은데서 미용체조를 해. 굳이 힘들게 운동하지 말고. 적당히 운동하는 것이 좋아.”
“본격적으로 마라톤을 하는 거야?”
“그렇게 하려고.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이고 잘 하면 인기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지. 어느 정도 기록만 나오면 양쪽 일 모두 상승작용을 할 것 같아.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면 끝이잖아.”
“사실 너 만나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랑 세라랑 잘 지내는 것 보니 샘이 나더라. 왜 나만 만나지 않아야 하는지. 그래서 그냥 기회만 되면 만날까 해.”
강진경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가 강하게 힘을 주어서 꽉 껴안기도 했다.
“사실 요 며칠간 행사에 마라톤 준비에, 학교 공연 준비에 조금 힘들었는데 너랑 이렇게 만나니 너무나 좋다.”
장인걸도 강진경과의 만남이 좋아 솔직하게 표현했다. 강진경을 만나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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