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84
고작 3분인데도 선두와 후미로 분리가 되었고 장인걸은 선두권의 끝자락에 달라붙을 수가 있었다. 평지를 대략 2km 정도 달린 후에 지속적으로 언덕이 이어졌다. 그리 경사가 큰 것은 아니지만 오밀조밀한 언덕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략 70여 명의 건각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장인걸은 아예 시계를 보지 않고 달려갔다. 처음 5km는 선두를 무조건 따라갈 생각이었다. 그 후에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작전을 짰다.
“출발 직후에는 아마도 100m에 18초 정도의 속도로 달릴 것입니다. 장인걸씨의 능력으로 본다면 그렇게 달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훈련 때도 대략 10km 정도까지 그 정도 속도로 달리는 것이 가능했으니까요.”
“그렇습니다. 가능은 합니다. 그 이후에는 100m에 대략 20초의 속도로 달려갈 것입니다. 그 때에도 지속적으로 달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니 말입니다.”
전략을 상의할 때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장인걸은 전략대로 선두를 어떻게든 따라갔고 숨이 가쁘지만 한강마라톤 대회에서 달릴 때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 속도가 아주 무리한 속도는 아니라는 의미였다.
대략 14분 45초 정도에 선두가 5km 지점을 통과했고 장인걸이 통과할 때에는 14분 49초 정도가 되었다. 앞에 시계차가 있기에 별도로 시계를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장인걸은 바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시계를 보면서 속도를 가늠하며 조금씩 속도를 줄였다. 대략 100m에 20초의 속도로 떨어뜨리자 2진 그룹에 합류가 되었다.
선두 그룹은 대략 20여 명이 되었고 그 뒤에 2진 그룹도 대략 20여 명으로 구분이 되어갔다. 2진 그룹도 차츰 19초대로 달리는 그룹과 20초대로 달리는 그룹이 분화하기 시작했다.
장인걸은 2진 그룹의 선두를 따라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으려고 했다. 그렇게 따라가다가 탈진하여 포기할 수가 있기에 절대로 무리한 주행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그런 유혹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몸은 앞서 나가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장인걸의 이성이 질주하려는 감성을 이겨냈고 호승심을 억누를 수 있었다. 최대한 정속주행을 하려고 했다. 언덕을 오를 때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언덕을 내려갈 때는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특히 언덕을 내려갈 때 힘을 비축하는 요령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비축했다.
‘초반에 힘이 있을 때는 이런 방식의 주행이 좋지만 다리에 힘이 풀리는 시점이 되었을 때는 절대로 사용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미끄러지면 그대로 넘어지고 한 번 넘어진 후에는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고 했다.’ 장인걸은 이원희가 말한 마라톤 주법을 기억하면서 손목시계를 살폈다. 그러자 대략적인 자신의 속도를 알 수 있었다. 100m에 20초가 약간 모자라는 속도였다. 대략 19.7초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미 선두권은 언덕을 넘어가서 보이지가 않았다. 선두권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고 있었다. 언덕 주행을 하는 상황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세렝 부가티가 흔들고 있는지 모르지만 장인걸이 언덕위에 오르면 다음 언덕을 올라가고 있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 이미 언덕 하나를 넘어서 보이지가 않았다.
물론 2진 10여 명은 장인걸보다 200m 정도 앞서서 가고 있고 장인걸은 3진 그룹에 속해 있었다.
선두와는 대략 500m, 시간상으로는 대략 1분30초 이상이 나는 상황이었다. 고작 10km를 달리고 그 정도 차이가 난다면 완주한 후에는 선두와 10분가량 차이가 날 것 같았다. 5km 지점부터 뒤로 처졌으니 5km에 그 정도 차이라면 같은 속도로 완주할 경우에 대략 10분 정도 차이가 날 것 같았다.
‘이제부터 선두권은 아예 안중에도 두지 말아야겠지. 저 앞에 가는 2진 그룹과 너무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면 될 거야. 내가 속한 3진 그룹은 아예 해체가 될 것 같군.’ 3진 그룹은 장인걸과 일본 선수, 흑인선수 하나를 제외하고 뒤로 처지지 시작했다. 셋이 무리를 지어서 2진 그룹을 쫓아가는 형상이었다. 나머지는 현재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내 앞에 대략 30명 정도 있다는 말인데 이 정도라면 나도 확실한 선수급이란 말인가?’ 국내 선수는 장인걸이 보기에 대략 10여 명도 되지 않았고 외국 선수가 20여 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국내 마라톤 선수층이 이 정도로 엷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조금 지나자 2진 그룹과 300m 이상 차이가 났고 선두 그룹은 아예 보이지가 않았다. 대신 한두 명이 선두 그룹에서 이탈해 혼자 달리거나 2진 그룹과 합류했고 마찬가지로 2진 그룹에서 이탈한 선수가 중간에 혼자 달리고 있었다.
장인걸은 100m를 달리는데 20초를 넘기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정속주행을 하는데 집중했다. 언덕을 올라갈 때는 그렇게 달리는 것이 어렵지만 언덕을 내려갈 때는 훨씬 빠르게 달려 평균적으로 그 속도를 유지했다.
달리면서 그런 것을 계산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런 것을 계산하는 것으로 인해 힘든 사실을 잊을 수 있었고 달리기가 지루하지 않는 면도 있었다.
어느 덧 15km, 20km 지점을 지나 언덕을 오르자 반환점을 돈 선두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장인걸의 자신의 위치와 선두의 위치를 살펴보다 대략 1km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을 알았다. 20.6km를 지난 후에 선두그룹과 교차가 되었다. 선두와 1200m,대략 4분가량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만족하자. 더 무리하면 좋지 못해. 여력을 두고 달리면서 내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 좋아. 선두를 따라 달렸다면 달릴 수도 있었겠지만 더 이상 달리지 못했을 거야.’ 장인걸은 부러워하지 않으려고 했다. 부러운 마음에 그들과의 격차를 줄이려고 무리하면 결국 끝은 자멸로 이어졌다.
장인걸은 자신이 반환점을 돈 기록을 살폈다. 1시간 8분 40초가 지나고 있었다. 전반부와 동일한 속도로 완주를 한다면 2시간 17분 20초의 기록일 것이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10km 정도 달리면 데드포인트에 진입할 것이니 그 전에 최대한 많이 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는 체력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신력으로 달려야 했다.
‘급하게 달리지 말자. 급하게 마음먹고 서두르면 호흡만 거칠어지고 체력이 빨리 소진된다.’ 장인걸은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려고 급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였다. 2진 그룹과 대략 500m 정도까지 벌어졌다. 선두 그룹은 대략 10여 명 정도였고 2진도 그 정도만 남았다.
10km부터 반환점까지 대략 10여 명을 추월했고 장인걸이 속한 그룹에는 대략 10여 명이 속해 있으니 30위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1진과 2진 사이, 2진과 3진 사이에도 한두 명씩 서너 명이 있는 것 같았다.
장인걸은 시계와 표지판을 보면서 달리는 속도를 가늠하는 것, 자신과 같이 달리는 선수의 숫자, 앞에서 합류하는 선수의 숫자, 자신의 그룹에서 이탈하는 숫자를 살피면서 달리는 지루함을 없애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씩 주변을 살피려고 했다. 연도에 나온 시민들도 종종 보였다. 또한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 것을 살피니 조금 피로한 것이 가시는 것 같았다.
선두 그룹과 2진 그룹으로 달렸던 자들 중에 상당수가 장인걸이 속한 3진 그룹에 합류했지만 그들은 같이 달리지 못하고 뒤로 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환점을 돌 때 10여 명이던 숫자가 차츰 줄어 다섯 명 정도로 줄었고 앞에서 합류한 숫자와 뒤로 처지는 숫자가 거의 비슷해 30km 지점을 지날 때까지 비슷하게 유지가 되었다.
“마라톤을 하거나 장거리를 하게 되면 출발할 때는 컨디션이 좋은데 어느 한 순간 갑자기 컨디션이 떨어져 달리는 것이 힘들어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달리던 그룹에서 순식간에 뒤처지고 뒤를 따라오던 그룹에 합류해서도 같이 달리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사실 한 번 달리던 그룹에서 낙오하면 그 레이스는 실패라고 봐야 합니다. 만화나 드라마를 보면 심기일전하여 역전의 레이스를 펼치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고 진짜로 만화나 드라마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원희는 레이스 도중에 페이스를 잃고 뒤로 처지면 절대로 역전이 불가능하다면서 무리하게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도록 했다. 물론 등수 안에 들려면 선두그룹을 어떻게든 쫓아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원희는 최근에 제법 유명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잊힌 존재였다가 이슈의 인물로 부각이 되고 있었다. 그것은 인기가수이자 마라토너인 장인걸의 개인 코치였기 때문이었다.
코치로 활동하면서 육상연맹에 출입하고 있고 장인걸이 춘천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것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면서 그와 관련하여 언론의 창구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원희는 장인걸이 출발하기 전까지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출발을 하고 난 다음에는 그저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장인걸을 수발하기 위해 내려온 민수길을 비롯한 스텝들과 같이 각종 비품을 차에 가져다 두고 본부석으로 이동했다.
“부상을 당하지나 않아야 하는데···.”
민수길은 성적보다는 장인걸이 다치지 않기를 더 바라고 있었다. 은근히 소심한 민수길은 부상에 특히 예민했다. 종종 행사가 끝난 이후에 훈련하는 것으로 인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컨디션 회복을 위해 쉬어야 하는데 장인걸이 훈련을 하니 걱정을 했고 행사를 하나 더 뛸 수 있어 보여도 훈련을 한다고 일정 추가를 거부하니 답답하기도 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부상을 당할 정도로 무리할 성격도 아니고요. 탈진할 정도로 질주할 성격도 아니에요.”
이원희는 본부석으로 가는 동안 구시렁거리는 민수길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민수길은 확실하게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제 상 선임자였고 직장 상사였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지도자나 선수관계자 자격으로 발급된 출입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본부로 가자 몇몇 기자가 다가왔다.
“그간 많은 준비를 했고 마라톤을 처음 출전하는 것은 아니기에 저번의 기록보다 10분 정도 단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마라톤 훈련을 시작한지 몇 달 되지 않았기에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기록 단축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원희는 기자들의 질문에 책을 잡히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대회 관계자나 육상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거 우리 전영호나 강원탁도 긴장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몰라? 5km 지점에서 선두그룹으로 통과를 했다고 하더군.”
함진영 강정 육상팀 감독이 인사를 하자 웃는 얼굴로 대꾸를 했다. 중간 결과도 알려 주었다. 하지만 얼굴에 약간 장난기가 감도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초반에 너무 뒤처지면 따라가는 것이 힘드니 무리해서라도 쫓아간 것이죠. 강정 팀의 아성을 넘보기에는 우리 장인걸 선수가 부족하죠. 더구나 여전히 연예인 활동을 하고 학교도 다녀야 하기에 훈련도 충분하지 못한 실정인데요.”
“하기는 얼마 전에 우연히 보니 텔레비전에 나와서 인기가요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는 것 같더군. 여전히 바쁜 것 같아.”
10월에 들어와서 ‘단풍에 쓴 편지’가 2주 연속 1위를 하는 일이 생기면서 장인걸의 인기가 다시 점화가 되기도 했다.
“틈틈이 훈련을 했으니 저번보다 기록이 나아질 것입니다. 보통 4~5회 완주할 때까지는 기록이 쑥쑥 좋아지지 않습니까?”
“하기야 그렇지. 5회까지 완주하면서 세운 최고 기록이 사실 한계 기록이나 마찬가지이니 점점 좋아질 것이야. 그러면 본격적인 무대는 내년 봄으로 잡겠군. 서울마라톤은 당연히 참여할 것이고 가을에는 후쿠오카도 가겠군.”
“조금 무리한 것 같지만 보스턴도 갈까 합니다. 회복력이 문제겠지만 아직 젊으니까요.”
“이거 우리랑 계속 같이 만나겠군.”
함진영 감독은 한국 최고의 장거리 육상팀인 강정을 이끌고 있었다. 강정그룹 육상팀은 마라톤과 5천m, 1만m를 주력으로 하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 모두 공히 한국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장인걸이 경쟁을 한다면 바로 그 팀에 속한 선수들과 대결해야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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