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85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겠죠. 이번에 좋은 기록이 나와야 그것도 가능하죠.”
이원희와 함진영 감독이 대화를 하는 동안 민수길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들의 대화만 듣고 있었다. 육상계에서 팀은 연예계의 기획사이고 선수는 연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같은 육상계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이원희와 함진영은 마라톤의 지도방법에 대한 것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진영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원희나 장인걸이나 까마득한 후배이니 선배로서 일종의 가르침을 내리는 것 같았다.
“선수는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기에 조금은 몰아붙일 필요가 있어. 하지만 이원희 코치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아.”
“그렇죠. 코치라고 하지만 사실은 훈련 보조를 하는 것이 보통이고 훈련일정도 학과 수업과 연예인 활동 중간에 시간을 만들어서 하루에 1~2시간 하는 것에 불과하니까요. 더구나 외부 행사를 할 때는 마땅한 훈련장을 구하기도 어렵고요.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지능이나 집중력이 뛰어나고 체력도 우수해 부족한 훈련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종업원과 사장의 차이랄까요.”
둘은 선후배 사이이지만 둘의 처지가 다르기에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억지로 훈련을 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한계가 있다는 함진영의 말에 자발적으로 훈련을 하니 오히려 훈련효과가 높다는 이원희의 반박이었다. 그런 가운데 함진영 감독은 선수들에게 군림하지만 같은 지도자이지만 이원희는 지도자가 아니라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약간의 비하도 있었다.
일종의 기득권자의 견제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이원희가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었다. 오히려 다른 선수들을 종업원에, 장인걸을 사장으로 비유하여 격이 다름을 강조했다.
장인걸이 30km 지점을 넘어가자 차츰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34km를 지나 35km 근처에 이르자 마침내 전에 경험했던 데드포인트가 찾아왔다. 하지만 전에는 경험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울러 이 시기를 위해 몸 안의 내공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장인걸은 몸 안에 있는 내공의 절반가량을 온몸으로 분산시켜 운기를 했다. 전이라면 운기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지만 이제는 달리면서도 어느 정도 기운을 돌릴 수가 있었다.
강한 기운이 몸 전체로 퍼졌고 그렇게 하자 18대 경맥으로 내공이 순환하면서 노폐물을 내뿜었다. 또한 금강나한공의 공능 덕분인지 온몸의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장인걸은 대략 2분가량의 운기로 상당부분 피로감을 낮출 수가 있었다.
장인걸은 몸에 힘이 돌아오자 조금 속도를 높였다. 운기를 하느라 달리는 속도가 22초대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20초대가 아닌 19초대로 높여서 앞에 있는 선수를 추월해 가기 시작했다. 다들 데드포인트에 접어든 상황이라 속도가 하락한 상황인데 장인걸이 치고 나가니 경쟁이 되지 않았다.
보통 선수들은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면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속도를 높여 경쟁을 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장인걸의 속도가 빠르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따라잡았다.
그런 경쟁으로 장인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달아올랐고 피곤한 것마저 잊을 수가 있게 되었다. 뒤에서 추격하여 추월하는 것이 짜릿했다.
장인걸은 2km 정도 남은 40km까지 무려 넷이나 더 추월을 했다. 손목시계를 살피니 2시간 8분을 지나고 있었다. 언덕위에 올라서 아래쪽을 살펴보니 선두그룹은 이미 결승선에 거의 다 도달해 있었다.
대략 앞에 9명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선두에서 두 명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인걸은 다리에 힘을 주고 속도를 높여서 내리막길을 질주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자칫 넘어질 수도 있기에 주의할 필요도 있었다.
장인걸의 목표는 대략 200m 앞을 달려가고 있는 7위를 추월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대략 15분 정도까지 가능해 보였다. 데드포인트를 내공을 이용하여 극복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2시간 20분대를 돌파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정상적으로 달릴 때의 예상시간보다 5분 정도 단축을 한다면 앞으로 마라톤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장인걸은 빠르게 질주하여 50m 앞의 8위를 추월해 냈고 대략 1km 정도 달려가자 7위와 100 정도까지 격차를 줄일 수가 있었다. 내리막 언덕길이 끝나 완전히 평지구간으로 접어들어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이었다. 장인걸은 18초대까지 속도를 끌어올려 막판스퍼트를 했다.
막판스퍼트를 할 때는 리미트를 두지 않았기에 마침내 500m 지점을 남겨두고 7위까지 따라잡았고 100m 앞에 6위를 두게 되었다. 장인걸은 6위가 욕심이 났다. 하지만 6위로 달리던 선수가 잠깐 뒤를 돌아보더니 속도를 높여 질주하기 시작했다.
‘전영호잖아. 한국 마라톤의 기대주인데 생각보다 성적이 저조하군.’ 장인걸도 유명한 마라톤 선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전영호는 프로필에 적힌 나이가 27세로 장인걸보다 여덟 살 정도 많았다. 최고기록은 2시간 9분 42초로 현역 중에 2위의 기록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략 2시간 14분 후반의 기록이 나올 것 같았다.
장인걸이 6위를 따라잡기 위해 스퍼트를 했지만 결국 따라잡지 못했다. 아마도 장인걸이 추격하지 않았다면 전영호가 조금 여유롭게 달렸을 것인데 장인걸이 추격해오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기를 쓰고 달렸고 그 때문에 기록은 조금 단축되었지만 골인을 하고 난 다음에 바닥에 기절하듯이 쓰러졌다.
장인걸은 고작 10m 정도를 따라잡지 못해 7위를 한 것이 아쉽기 짝이 없었다. 전영호가 2시간 14분 43초, 장인걸은 2시간 14분 45초를 기록했다. 목표했던 2시간 18분대보다 3분 이상 단축한 기록이었다.
춘천국제마라톤대회는 공중파인 STV에서도 중계를 해주었다.
“장인걸 선수가 선두그룹 후미에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5km 지점을 선두그룹과 같이 통과했는데 저 정도 기록이라면 5천m에 나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올림픽마라톤 동메달리스트인 양선홍이 장인걸이 화면에 나오자 그렇게 해설을 했다.
“저 선수가 장인걸 선수이죠. 가수로 데뷔하여 올 여름에 큰 인기를 얻었는데 갑자기 마스터즈급 대회인 한강마라톤대회에 출전하여 2시간 28분대의 기록을 세우면서 우승을 했고 이번에 다시 출전을 했습니다.”
캐스터인 박광한이 장인걸에 관한 내용을 보충하여 설명을 했다. 특이한 이력의 장인걸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체격을 보면 마라톤보다 중장거리에 더 어울려 보입니다. 또한 나이도 이제 19세로 22세가 넘어 성장이 끝난 후에 시작하는 것을 고려하면 조금 빠른 면이 있습니다.”
“저 선수 이력을 보면 중학교 때까지 육상 중장거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씩 뒤로 처지는 것 같습니다. 아, 2진 그룹도 다시 조금씩 나뉘어 3진 그룹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장인걸 선수는 3진 그룹으로 달리는 것 같습니다.”
화면에는 6km 지점에서 선두와 갈라지는 장인걸의 모습이 보였고 그러자 그런 해설을 했다. 장인걸은 이후에도 몇 번 등장을 했고 그럴 때마다 소개가 되었다.
“선두가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선두 대략 1시간 3분대로 돌았습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시간 6분대의 기록이 나온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 2~3분, 늦으면 5분을 더하면 2시간 8분에서 11분 정도의 기록이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출발점에서 반환점까지의 노선과 고도, 바람의 방향에 대하여 보여주었다.
“고도는 출발점과 반환점이 모두 해발 380m 정도로 비슷합니다. 그렇기에 경사로 문제로 인한 시간 차이는 크게 나지 않을 것입니다. 종종 출발점과 반환점의 고도가 50m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전반부와 후반부의 기록이 크게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풍향은 서풍이 간간이 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출발할 때는 8℃로 조금 쌀쌀한 날씨였는데 지금은 15℃로 약간 달리는데 더운 날씨입니다. 이렇게 보면 대략 3분가량 추가하여 2시간 9분대 정도가 나올 것이라 봅니다.”
“전영호 선수 선두와 대략 20초 정도 차이로 반환점을 돌았는데 한국 선수로는 가장 좋은 기록인 것 같습니다. 그 뒤를 한국의 강원탁 선수가 돌고 있습니다. 두 선수가 현재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로 2년 내에 2시간 9분대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도 27세로 동갑이죠?”
“네, 제가 마라톤을 할 때 전영호 선수는 5천m, 강원탁 선수는 1만m를 했는데 전영호 선수가 4년 전에 마라톤으로 먼저 전향을 했고 강원탁 선수는 3년 전에 전향하여 작년에 둘 다 2시간 9분대의 기록을 냈습니다. 최고기록은 강원탁 선수가 전영호 선수보다 약 7초가량 빠른데 다른 코스에서 나온 기록이라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2진에 한국의 박문기, 이철형 선수도 있군요.”
양선홍이 그런 설명을 하는 사이에 화면이 바뀌어 2진 선수가 반환점을 돌았고 한국 선수가 2명 나타나자 설명을 했다. 조금 지나자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이제 2진 그룹도 다 반환점을 돌고 3진 그룹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선두와 대략 3~4분가량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우리의 장인걸 선수가 있습니다. 저 정도면 20~30위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환점을 도는 기록이 1시간 6분 25초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장인걸 선수 예상외로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두 번째 풀코스에 도전하는데 아주 좋은 페이스로 달리고 있습니다. 자세를 보면 다른 선수에 비해 훨씬 쌩쌩해 보입니다. 그런 면을 보면 충분히 체력을 비축하면서 달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선수로는 5위입니다.”
장인걸이 한국선수로는 5위로 반환점을 돌았다고 알렸다. 그들은 장인걸의 모습을 종종 비춰주었다. 장인걸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앞서 달리던 자들을 하나씩 추월할 때마다 자막으로 등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35km를 앞두고 있습니다. 흔히 이 부근을 데드포인트라 말합니다. 장인걸 선수도 얼굴을 찡그리면서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속도도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여기를 잘 넘겨야 좋은 기록이 나오는데 안타깝습니다.”
장인걸은 대략 2분가량을 다소 느린 속도로 달렸다. 선두그룹을 보여주다가 장인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35km 지점을 보여주는데 장인걸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고 15위 정도이던 순위가 점점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40km 정도에 도달할 때에는 대략 10위권 정도에 도달을 했다. 앞서 달리던 한국의 박명기, 이철형 선수마저 장인걸이 추월을 했다.
촉망받는 두 명의 마라토너가 신예인 장인걸에게 따라잡히는 장면이 나타나자 양선홍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40km 지점에 도달했을 때 장인걸은 10위로 도약을 했고 곧 이어서 41km 지점에서는 한국 현역 최고기록자 강원탁을 젖히고 8위가 되었고 골인지점을 500m 앞에 두고 일본의 마라토너 하야시 이찌무라를 젖히면서 7위까지 올라섰다.
그런 다음에 100여m 앞에 있는 한국의 전영호를 맹추격하기 시작했다. 전영호는 장인걸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둘은 고작 10여m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고 기록상 2초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전영호는 얼마나 다급하게 달렸는지 골인을 하고 그대로 기절하듯이 바닥에 쓰러졌다. 반면 장인걸은 막판스퍼트를 하여 10여 명을 추월한 상황인데도 오히려 쌩쌩했다. 물론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거칠었지만 그저 빠르게 달린 사람의 표정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런 모습에 해설자는 코스 운영능력의 미숙으로 인해 제대로 기록을 내지 못한 것 같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완주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력으로 달리지 못해 체력이 남았고 그만큼 기록에서 손해를 봤다는 의견이었다.
전영호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장인걸의 뒤에 들어온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오직 장인걸만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물을 끼얹고 닦은 다음에 마무리 운동을 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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