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86
장인걸은 유니폼 위에 큰 수건을 덮어 체온을 보존하도록 한 다음 간단히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인터뷰를 했다. 대략 10분 정도 주변을 가볍게 뛰면서 마무리 훈련을 한 상황이었다.
“오늘의 레이스는 어떻습니까? 이제 겨우 두 번, 공식적인 선수부 기록으로는 처음 레이스를 펼쳤는데, 좋은 기록을 낸 비결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아직 초보라 레이스를 할 때 시계를 보면서 계획한대로 했습니다. 계속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렇게 한 것이 좋은 기록을 낸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마라톤 전문가들은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데 레이스 운영미숙으로 다소 안이하게 운영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칫 설렁설렁 뛴 것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질문이었다. 완주 후에 장인걸의 체력이 남아있는 것이 문제였다. 다들 탈진하여 기절한 것처럼 맥을 못 추는데 장인걸만 쌩쌩했다. 이는 전력을 다해 달리지 않은 증거였다.
“레이스가 끝난 후에 여유가 있어 보여 레이스 운영이 미숙하다는 지적을 하는데 아직 제가 어리고 초보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한 레이스 운영을 하는 것보다 다소 기록이 좋지 않더라도 안전하게 계획적으로 레이스를 할 생각입니다. 완주를 하면서 경험을 쌓는다면 이후에는 조금 더 나은 기록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마라톤 대회에 계속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오늘처럼 사전에 계획한 방식으로 레이스를 운영할 예정입니까? 레이스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는지요?”
“다음에도 적절한 계획을 세워서 레이스를 할 것이지만 반드시 우승경쟁을 할 생각입니다. 아직 초보이다 보니 지금까지는 완주할 자신이 없어 안전하게 레이스를 운영한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의 레이스를 통해 완주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기록이나 완주를 의식한 레이스가 아닌 승리하는 레이스를 펼칠 계획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다가오는 겨울에는 체력훈련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거의 끝나가는 것 같으니 웨이트트레이닝의 비중을 높일까 합니다.”
“가수로 활동을 하면서 학교까지 다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라톤까지 할 여유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가수와 마라토너, 학생이라는 세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지만 잘 조절하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2집 앨범을 준비하여 12월 초에 발표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년 봄에 있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기자들은 우승한 케냐의 세렝 부가티나 한국 선수 중에 최고의 성적을 거둔 전영호가 아닌 7위를 한 장인걸에게 훨씬 더 관심을 보였다. 새로운 마라톤 스타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나 막판 보여준 장인걸의 역주는 중계방송의 백미를 장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시청률은 낮았지만 그 방송을 본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장인걸에게 집중되었다.
장인걸은 대기하면서 몇몇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고 마지막으로 STV의 리포터와도 인터뷰를 했다.
“수고했습니다.”
장인걸이 대부분의 행사를 마치고 간단히 샤워를 한 후에 대기하던 밴으로 가자 민수길과 김기현 등 모든 직원이 장인걸을 반겼다. 휴일임에도 장인걸을 응원하기 위해 매니저와 황지현 코디까지 모두 출동을 하여 대기했다.
“일단 집으로 갑시다.”
장인걸은 집으로 가서 쉬어야 내일 학교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서두르자고 했다.
“다음 아시안게임 기준기록이 2시간 15분 05초 인데 그 기록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산정일 내에 그 기록을 넘긴 사람이 무려 8명이나 있고 순위도 꼴찌인 8위에 불과합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려면 3위 기록인 2시간 12분 14초를 넘어야 됩니다. 내년 6월 말까지 기록을 2분 32초 이상 단축해야 합니다.”
차가 출발하자 이원희가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원래 계획은 2시간 18분 이내이지만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원희가 내심으로 정한 목표를 달성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기록은 이번이 아니라 내년 봄에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겨울에 체계적으로 체력과 주법을 훈련하여 2시간 12분 이내, 한국 순위로 3위 이내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의 마라톤 강국인 일본, 한국, 중국은 기준 기록을 넘겨 3명의 출전티켓을 항상 확보했다. 그 세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준기록을 넘는 선수가 모자라 1~2명만 출전하는 정도였다.
“현재 1위가 강원탁 선수, 2위가 전호영 선수이고 3위가 이철형 선수입니다. 내년 6월까지 이철형 선수의 2시간 12분 14초를 넘어야 출전이 가능합니다.”
엔트리 마감이 7월 중순이고 6월말까지 2년간 성적을 종합하여 선수를 선발한다고 했다.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기록을 우선하여 선발했다.
“도핑은 문제없겠죠?”
장인걸은 앞으로 음식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마라톤을 하는 상황이니 조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입니다. 혹시 문제의 소지가 있을지 몰라 추석 직후에 도핑 검사를 했지 않습니까? 소변, 혈액, 모발까지 모두 다 검사를 했지만 깨끗했습니다.”
이원희가 걱정할 것 없다고 말을 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으면 아예 출전을 포기할 생각으로 검사를 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 도핑검사를 위한 소변채취를 하기 위해 한동안 고생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골인 직후에 물을 충분히 마신 덕분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었다.
차에 올라서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먼저 시골집에 전화를 하여 무사히 완주했다고 알렸다. 그 후에 장유현이나 한정수에게도 통화를 했다. 종종 핸드폰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기도 했다.
집에 도착한 장인걸은 같이 갔던 사람을 모두 돌려보내고 일단 따뜻한 물로 재차 목욕을 했다. 현지에서 출발하기 전에 간단히 샤워를 했지만 오는 도중에 몸에서 온갖 악취가 다 났기에 바로 샤워를 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싸늘한 기분이 들어 보일러 온도감지기의 온도를 올려 보일러가 돌아가게 한 후에 방안에서 알몸으로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운기조식을 하던 장인걸은 경혈마저 손상을 입어 기운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것을 알고 요상결을 운기했다. 그러다가 임독양맥으로 기운을 돌리다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격렬한 운동을 한 덕분인지 임독양맥의 사이마저 상당히 손상을 입은 것 같았다. 아마도 격렬하게 달리다보니 저절로 기운이 일어나 임독양맥의 사이, 타통해야할 생사현관이라는 곳에 계속 충격을 준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전보다 약해졌으니 타통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은데. 손상을 입은 것이 회복이 되면 전보다 더 견고해질 수가 있는데 걱정이군.’ 장인걸은 기운을 보내 타통을 노려야 할지 아니면 나중을 기약해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으로 미루면 타통을 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기에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 시도하자. 하늘이 준 기회인지도 모른다.’ 장인걸은 몸 안으로 돌리던 기운을 단전으로 끌어 모은 다음에 전에 몸 깊숙이 잠재웠던 혼돈의 기운마저 일부 일깨운 다음에 기운을 둘로 나눠 임독양맥으로 강하게 보내었다.
그런 다음에 임독양맥의 중간에 위치한 두 경혈의 중간, 흔히 생사현관이라고 하는 부위로 두 가지 기운을 보내었다. 단전에서 모든 기운이 교차한다면 생사현관은 임맥과 독맥이 교차하는 곳으로 타통이 되면 음양의 기운이 중간에 교류했다.
임독양맥의 통로는 손상을 입었어도 굳건했다. 반동이 만만치가 않았다. 마치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심장마저 가슴을 한 대 강하게 맞은 것처럼 진동이 전해졌다. 또한 상체 모든 부위가 강하게 충격을 먹어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기에 재차 기운을 돌렸고 다시 단전으로 갈무리했다. 전보다 더 불어난 기운이 단전으로 모였고 몸 안 깊숙이 내재되었던 기운마저 계속 솟구치면서 단전을 압박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지경이라 다시 한 번 임맥과 독맥으로 기운을 내보냈고 기운은 빛처럼 빠르게 질주하여 다시 한 번 임독양맥의 중간을 향해 달려갔다. 순간 장인걸은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두 기운이 중간에서 마주치면서 마침내 경혈을 관통했다.
‘한쪽에서 부딪치면 되는 것이 아니지. 그렇게 하다가는 그냥 경혈 자체가 파열되면서 머리가 터질 것이니.’ 장인걸은 양쪽에서 부딪치는 것이 멍청한 짓 같아서 한쪽에서만 기운을 보내어 구멍을 뚫으면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임독양맥의 중간을 가로막은 막을 감싼 부위가 파열되고 그러면 그냥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양쪽에서 기운의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막을 때려야 얇아지고 충격을 받아서 가운데 구멍이 났다. 그렇지 않으면 임독양맥을 가로막는 막을 지탱하는 부위에 충격을 주어 뇌출혈이 발생하기 딱 좋았다.
아울러 뇌에 충격을 주어 뇌손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백치가 되기 딱 좋았다.
장인걸은 이렇게 무식한 방식으로 타통해야 하는 것이 답답했지만 어쩔 수가 없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반동으로 몸 전체가 진탕이 되었다.
‘여기서 정신을 놓을 수는 없다. 그러면 기운이 폭주하여 몸을 상하게 만든다. 주화입마에 들고 만다.’ 장인걸은 정신을 추스르면서 몸 안에 기운을 재차 수습했다. 터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터지지 않고 있었다. 거의 다 터진 것 같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이대로 끝을 내면 다시는 도전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재차 기운을 돌려서 단전에 다시 한 번 갈무리하고 임독양맥으로 기운을 보내었다.
순간 눈앞에 번개가 치는 느낌이 들었고 두 기운이 강하게 부딪치는 느낌이 들었다. 아울러 독맥에서 임맥으로 기운이 급속도로 흘러가면서 온몸의 18대 경혈이 모조리 다 하나로 연결이 되어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사실 임맥과 독맥은 하나의 대맥으로 그 자체로 기운이 돌고 있었다. 그 중간이 흔히 인중으로 거기를 타통해야 임독양맥의 기운이 교차하면서 몸 안에서 완벽한 기운의 순환이 이루어졌다.
또한 몸 안에 깊숙이 잠들어 있던 기운, 혼돈의 기운이 표출되면서 전에 비해 몇 배나 되는 양으로 불어났다. 그 기운은 평상시 운기조식을 할 때에 비해 몇 배나 더 강하고 빠르게 흘러갔다.
그런 거대한 흐름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가 없기에 그저 흘러 가는대로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장인걸은 너무나 강한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 아득해지는 기분에 정신을 잃어갔고 옆으로 눕듯이 자신도 모르게 쓰러졌다.
옆으로 쓰러진 장인걸의 몸은 저절로 굴러 큰대 자 모양으로 펴졌다. 그런 다음에 하얗던 몸이 점점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검은 땀이 솟구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동안 지나자 피부 자체가 까맣게 변했다.
그런 상황에서 몸 곳곳이 불룩 솟기도 했고 사지 중에 한 곳을 바르르 떨기도 하고 나중에는 몸 전체를 떨기도 했다. 몸 안에 저절로 흐르는 기운이 너무나 강렬하여 몸이 버티지를 못하는 것 같았다.
십오 분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조금씩 떨림이 잦아들었다. 차츰 검은 땀이 온몸을 덮은 상황에서 김이 나는 것처럼 아지랑이가 솟구쳤다. 점차 땀이 말라갔고 검었던 피부가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벌거벗은 상태로 바닥에 누운 장인걸은 조금 지나자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잠이 들었다. 그렇게 두 시간 이상 잠을 자던 장인걸이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난 장인걸은 자신도 모르게 코를 감싸 쥐었고 일어나자 방문과 창문을 열어젖히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몸에서 썩은 냄새가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뜻한 물로 몸을 헹구고 난 다음에 목욕비누로 온몸을 발랐다. 그런 다음에 몸 전체를 때를 밀었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것처럼 몸 전체에서 때가 밀려나왔다.
그러다가 장인걸은 뭔가 생각난 것처럼 하던 동작을 멈췄다. 온몸에 있던 통증이 하나도 없이 사라진 것을 느낀 것이다. 마치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그저 있다면 팔이나나 다리 관절에 약간 통증이 있는데 그것은 무시할 정도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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