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90
“인력을 계속 확충하고 개발을 하다보면 가능하겠지. 나나 최윤환씨나 보고 베끼는 것은 어느 정도 하잖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고.”
“말이야 그렇지만 그것도 실력이 있어야죠.”
“어쨌든 해보자. 이 정도로 상세한 제작시방서나 기술명세서를 보면서 못한다면 이판을 떠야지.”
“그렇기야 하죠. 이런 것을 보면 대학교 1학년생이라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요. 세세한 것은 잘 몰라도 각종 프로그램의 사양과 활용범위를 아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런 것을 보면 천재인 것 같아. 과에서 1학기 수석을 했다고 하더라고. 상상력, 아이디어도 좋고 한 번 보면 다 이해를 하는 것 같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고. 아마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혼자 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팀을 만든 것 같아. 아마 그의 머릿속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을 거야. 홈페이지 보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까지 다 갖춰놓았잖아. 하다가 막히면 고민할 것 없이 그냥 묻는 것이 최선 같아.”
홈페이지만 따지면 여러 기획사 중에 가장 첨단으로 꾸며놓았다. 앞으로 큰 기획사에서 더 멋지게 꾸밀 수도 있지만 한동안 히어로기획이 만든 것보다 좋은 홈페이지를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았다.
현재 그들이 만든 세 개의 홈페이지는 대기업에서도 부러워할 정도였다. 또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알았어요. 해보죠. 이대로 따라서 만드는 것이야 못할 것도 없으니까요.”
최윤환은 세세하게 작성된 프리웨이 사업계획서와 작업지시서를 살피고 있었다. 실제 작업을 하기가 애매한 부분은 세세한 작업방법까지 자세하게 서술이 되어 있었다.
강진경은 아버지인 강효명 부사장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자 걱정이 되었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최민성이 미국에서 마약을 거래하다가 적발이 되어 구속이 되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진경은 강효명의 말을 아예 무시하고 있었다.
“진희가 결국 이혼을 했더구나.”
“소송기간을 길게 가지면서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죠. 죄질이 나쁜 범죄자와 같이 살라는 것은 죽으라는 말이니 이혼은 불가항력이죠. 이미 결혼 전에 문제가 있는데 무시하고 밀어붙였지만 결과는 최악이었죠.”
강진경은 신랄한 어조로 대꾸를 했다. 강효명이 남자는 그럴 수도 있고 결혼하고 정신 차리면 된다고 끝까지 밀어붙인 상황이니 할 말이 없었다.
“좋은 집안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 잘 살 것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구나.”
“좋은 집안에서 자라면 보통 위아래도 모르는 싸가지 없는 애새끼가 나오죠. 주변에서 오냐오냐 해주고 특권의식에 절어 개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죠.”
강진경의 험한 말에 강효명은 반박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게 변하였다. 속으로는 엄청나게 화가 난 것 같았다.
“하여간 나는 상류층 자제라는 애들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어요. 있다면 오지훈 사장님네 아들인 오민욱 오빠 정도죠.”
강진경이 언급한 오민욱은 모범생이면서 인성이 바른 사람이었다. 나이 서른둘이었고 얼마 전에 결혼을 했다. 학교도 좋은데 다녔고 사생활도 깨끗했고 회사에 들어가서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나머지 애들은 다 쓰레기에요. 심지어 사촌들도 우리 집안이 뭔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보고 있으면 한심하죠.”
강진경은 시니컬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래서 너는 독신으로 산다고?”
“나중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에요. 대학을 졸업하면 어떻게든 독립할 생각이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생각이에요. 남자에게 의존하는 삶이 아니라요.”
강효명은 강진경의 반응에 한숨만 내쉬었다. 한 번 틀어지고 난 다음 관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었다. 강효명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 자체가 사라진 것 같았다.
강진경은 그렇게 선언을 하면서도 강효명의 눈치를 살폈다. 단지 이런 이야기를 듣자고 자리를 마련한 것은 아닐 것이니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다.
“딸만 있는 집안이라 그런지 나한테 내년부터 사장을 하라고 하더구나.”
강진경은 그 말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사장은 큰아버지인 강효성이 맡고 있었는데 물러나기로 한 것 같았다.
“네 작은아버지는 한 5년 정도 있다가 사장을 하라고 하는데 그 때쯤이면 큰집 유민이의 나이도 40이 넘어갈 것이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큰아버지는 부회장이 되겠군요.”
여름에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에 회사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작은아버지 강효민은 야심도 크고 능력도 좋았다. 그렇기에 자회사인 프린스 로지스틱스를 운영했다. 일종의 육상운송과 보세창고를 운영하는 회사였다.
“회사에 대한 욕심은 없다. 단지 내 몫에 대한 것만 찾을 생각이다. 그래서 지분을 순차적으로 유민이에게 넘길 생각이다. 물론 합당한 대가를 받을 것이고.”
“그렇게 해도 상관이 없어요. 회사에 욕심도 없고요. 하지만 언니는요?”
“조금 전에 이야기를 끝내고 왔다. 역시 회사에 관심이 없더구나. 너희에게는 그저 적당한 집 한 채 정도만 줄 생각이다. 남으면 현금으로 보태주고.”
그렇게 말해도 강진경은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적당히 취직을 하여 생활비만 벌면 된다고 생각했다.
“경제가 어렵다는데 회사는 문제가 없나요?”
장인걸과 만나면서 경제 이야기를 종종 했고 그러다보니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회사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회사는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가 무역적자이고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잘 되는 회사는 수출이 아주 잘 되고 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채산성도 좋아진 면도 있고. 어중간한 회사야 망하지만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는 오히려 더 좋다. 우리는 그런 회사와 거래를 하는 편이고. 유럽노선을 우리가 꽉 잡고 있으니 그걸 판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정기노선이 존재했다. 프린스 해운은 그 중에 몇 개 노선에 대한 국내 대리점을 맡고 있었다. 모든 국내의 운송회사는 유럽으로 가는 물량을 선적하려면 프린스 해운의 정기노선에 화물을 실어야 했다. 물론 경쟁사도 있지만 현재 가장 물량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외환 부족문제는 없나요?”
“그건 적절한 외환을 보유하도록 해놓았기에 그리 문제는 아니다. 환차손을 입을 수도 있지만 여유자금으로 선적예약을 하는 시점에 달러를 확보하는 편이고.”
선사에 지불하는 운송료는 환율이 올라가면 환차손이 발생하는데 그것을 계약시점에 외환을 확보하는 것으로 예방했다. 일종의 자체적인 환율 헷지였다. 오히려 국내 화주에게 오른 환율로 청구를 하기에 결산시점에는 환차익이 발생했다.
“이런 방식도 회사 자금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방식이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유보된 자금이 꽤나 되니 가능했다.”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쟁사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더 좋은 면도 있다고 첨언했다. 유럽 해운노선 3개의 국내대리점을 맡고 있는 한양해운이 연초부터 누적된 환차손 때문에 부도가 났고 그 회사의 대리점계약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자랑을 했다.
장인걸은 변리사인 칼 막스턴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그동안 20여 개의 도메인을 판매했고 그 대금으로 3만 달러를 수령했고 10만 달러가량의 지분을 확보하여 로펌에 인도했다는 보고를 했다.
물론 세부내역은 팩스로 보내왔기에 사전에 살펴보기도 했다. 20개를 판매하면서 수령한 금액만으로 이미 도메인을 확보하면서 쓴 비용을 모두 벌충하고도 남았다. 지분을 확보한 것은 사실상 공짜나 마찬가지였다. 단지 양도차익에 대한 세율이 상당히 높아 그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마라톤을 했다고요? 그러면 뉴욕마라톤이나 보스턴마라톤에도 출전할 것입니까?”
“내년에 도전해 봐야 하는데 보스턴마라톤은 참여가 가능할 것 같은데 뉴욕마라톤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경우 참여가 불가능할 것 같아요.”
“둘 다 실력이 있어야 하는데 기록이 어떻게 되어요? 두 대회는 3시간 이내는 들어야 마스터즈 부문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구간기록이 일정시간 이내에 들지 못하면 코스폐쇄로 인해 자동으로 기권처리 됩니다.”
“이번이 두 번째 완주였는데 엘리트 부문에 출전하여 2시간 14분 45초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오우, 대단하군요. 나도 마스터즈 부문 강자로 보스턴에서 2시간 45분의 기록을 세웠는데 말입니다. 그러면 이곳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도 오면 좋겠네요. 시기도 7월 말이니 하계휴가 기간이고.”
칼 막스턴은 마라톤 이야기를 하자 말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주겠다면서 참가신청을 대신해 주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물론 우편접수가 가능하기에 굳이 대행해줄 필요가 없었다.
마라톤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단순한 업무관계가 아닌 일종의 공감대를 가진 관계가 되었다. 갑자기 비즈니스 관계에서 동호회 회원 간의 관계로 바뀐 느낌이 들었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있다는 것이 사람을 훨씬 가깝게 해주었다.
장인걸은 미국 서부에 갈 기회가 있다면 참가할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가 7월 마지막 일요일에 있으니 휴가를 겸해서 한 번 참가도 하고 놀러 가고 싶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된다면 거기서 달리는 것이 전지훈련의 의미가 있겠지. 거기도 7월이면 완전 여름이니.’ 칼 막스턴이 현안에 대해 보고하는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특히 50여 개에 달하는 도메인에 대한 매도협상을 진행 중인데 가격이 상승하여 평균 1만 달러 이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특히 매각대금을 투자로 전환하는 것이 신의 한수였다.
“프리웨이닷컴에 대한 문의도 몇 건 있었는데 직접 사용한다고 하여 협상을 중단했습니다. 야후 같은 포털로 만든다고요?”
“그럴 생각입니다. 며칠 후에 한국에서 론칭할 것입니다.”
“포털을 운영할 기술은 있어요? 검색기술이나 이메일 관련 독자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요. 설사 기술이 있어도 포털사이트를 만들려면 특허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인데요?”
변리사답게 특허 문제를 먼저 거론했다. 인터넷 관련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는 대부분 미 국방성이나 미국의 기업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 부분은 일단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외부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문제는 이메일 관련기술인데 그 부분은 기본프로그램을 토대로 하여 아예 개발할 생각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 진척도 있고요. 라이선스가 필요할 경우 론칭 후에 특허권자와 협상할 생각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칼 막스턴씨가 협상을 대리해 주십시오.”
가급적이면 특허를 우회할 것이지만 특허소송이 걸린 후에 당사자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었다. 포털 자체의 코드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기에 외견상 비슷해도 특허침해로 피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더구나 미국이 아닌 한국이기에 소송에서 조금 자유로운 면도 있었다. 설사 피소를 당해도 직접적인 특허침해가 아닌 경우 면책의 여지도 많았다.
물론 시간이 가면 한국도 저작권이나 특허권 같은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철저해 지면서 문제가 되겠지만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고 외국인의 지적재산권 보호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외국의 각종 소프트웨어에 대한 권리보호도 2000년이 되어야 단속이 가능하도록 법제화가 될 것인데 그 때는 상황에 맞춰 대응하면 되는 문제였다.
“하긴 미국도 인터넷 관련 분야에서 특허권의 범위 문제로 논란이 많은데 한국은 아예 관련 개념 자체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강력한 규정이 적용될 것이니 미리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그와 관련된 특허도 꾸준히 출원하여 협상력을 제고할 것입니다. 이미 준비 중에 있고요.”
장인걸은 나중이 되면 결국 원천기술 문제로 소송이 빈번하게 걸릴 것이지만 특허의 경우 길어야 20년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대신 구글 방식의 검색방법은 특허를 출원하기로 했다. 또한 나중에 등장하는 키워드광고에 대해서도 역시 특허 출원을 하여 나중에 벌어질 특허전쟁에 대비할 생각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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