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93
이치성 전무의 설명이 이어졌다. 차태근 부회장은 우선출 이사 진영에 자신들의 세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정보를 주면서 안광현 회장을 기습하여 제거한 후에 처리하는 것이 좋다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선출 이사가 배신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 양측의 갈등을 키우고 있었다.
우선출 이사는 안광현 회장이 이치성 전무를 차기 회장으로 미는 것이 부당하다고 비난하면서 행동대원들을 꾸준히 포섭하고 있었다. 조직의 사무영업직과 현장 행동대원의 알력을 조장하면서 편 가르기에 나서고 있었다.
“우선출 이사가 차태근 부회장의 농간에 놀아나 길을 열어줄 것 같습니다. 양동작전으로 그럴 명분도 만들어줄 것이라 보입니다. 회장님이 쓰러지면 우선출 이사가 전면에 나서서 복수를 천명하고 모든 것을 정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차태근 부회장은 그 때 모든 전력을 투입하여 역전을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은 차태근 부회장이 안광현 회장을 제거한 후에 둘이 최후의 승부를 낼 것이란 말이었다.
“서로 연락체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유사시 최대한 전력을 투입하여 차태근 부회장의 공격을 막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선출 이사는 전면에 나서지 못할 것이고 역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행동대원 전부를 장악하지 못한 우선출이었다. 절반 정도도 회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면으로 반기를 들다가는 명분이 사라져 자중지란에 휘말릴 수가 있었다.
장인걸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협조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치성 전무도 상황이 다급하게 흘러가는 것을 아는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20. 어둠이 내리고
여야는 9월에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서 사실상 선거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당 후보의 지지율이 10% 이상 야당 후보에게 앞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당의 압승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당의 경선 후보 중에 2위를 한 사람이 경선에 불복하면서 독자출마를 선언했다.
더구나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이 점점 부각된 상황에서 지지층의 분열이 일어나자 유권자의 표심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오히려 야당 후보가 더 유력한 상황이었다.
장인걸은 춘천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작성한 것으로 주목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각종 행사에 초청을 받고 있고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선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면서 대외적인 활동을 상당히 줄이고 있었다. 함부로 행사에 나서다가 자칫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로 오해를 받을 수 있기에 정치적인 색채가 있는 행사에는 나가지 않았다.
한편 11월이 되면서 한국의 경제상황은 점점 나빠지면서 실질적인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가 100억 달러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그 시점에도 정부에서는 여전히 외화를 300억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건 단기유동성 채권을 포함한 액수로 실제 가용한 외환을 의미하지 않았다. 당장 회수 되는 것도 아니고 채무자가 상환을 하지 않고 만기연장을 요청하면 연장해주어야 하는 건도 많았다.
결국 11월 10일 경이 되면서 정부 당국은 사실상 외환이 고갈되어 대외지불능력을 상실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단기의 어려움만 극복하면 향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였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지원을 거부하면서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는 것밖에 방도가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런 내용이 보도되어도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국가부도라는 말이 나오고 구제 금융을 받게 되면 경제주권을 사실상 IMF에 넘기는 것이란 말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은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일련의 경제위기 속에 은마기획의 장시현은 알뜰하게 여러 음반사를 다니면서 싼 가격에 저작권 라이브러리를 확보해 나갔다. 한두 달 전에 너무 헐값이라고 협상조차 거부하던 음반회사들이 먼저 연락을 하고 장시현이 제시했던 가격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판매했다.
은마기획에서 보유한 자금이 빠르게 소진되었지만 음반사가 보유한 저작권이 무한한 것은 아니기에 저작권 확보도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편 장인걸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학교 수업에 충실히 출석하면서 2집 앨범 녹음 작업을 했다. 그러면서 들어오는 행사에 나가고 TV에 출연했다.
한편으로 시간을 내서 이원희의 지도하에 마라톤 훈련을 했다. 기초적인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혼자 하는 것은 지루하기도 했고 혼자 하는 훈련은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문제점을 지적해 주는 것이 필요했다.
한편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야 좋은 기록을 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수가 있기에 착실하게 훈련을 했다. 물론 그냥 훈련을 하면 시간 낭비에 불과할 수가 있기에 모든 훈련을 할 경우에 은밀히 내공을 사용했다.
계속 운공을 하면서 장시간, 한 시간이나 두 시간 동안 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임독양맥이 타통되었지만 빠르게 움직이면서 운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또한 적절하게 기운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기에 초기에는 운기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들었다.
이미 일반인보다 훨씬 체력이 좋아진 덕분에 굳이 운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내공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기에 힘이 들더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차츰 적응이 되면서 일반적인 훈련이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이원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추가적인 운동을 하여 훈련을 강도를 높였다.
장인걸은 최유림에게 연락을 하여 만나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기에 장인걸이 끌고 나간 차를 한적한 곳에 주차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안광현 회장이나 이치성 전무를 도와주어서 득이 뭐야? 그렇게 위험한 일에 나서는 것이니 뭔가 반대급부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없이 무작정 나에게 협조하라고?”
장인걸은 민지훈이나 최유림과 친분이 있지만 조폭들의 분쟁에 개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결국 그 대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안광현 회장이나 이미성 전무에게 말할 수도 있지만 직접 형에게 묻는 것은 이 모든 것의 시작이 형이기 때문이야.”
장인걸은 전과 달리 말을 편하게 했다. 그런 장인걸의 태도에 최유림은 익숙하지 않은지 약간 황당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장인걸은 오히려 더 기세를 끌어올려 최유림을 압박했다.
“적당히 나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그만 두는 것이 좋을 거야. 알면서도 형의 입장을 고려하여 지금까지 모른 척 하면서 협조를 했어. 하지만 직접 싸움에 나서는 것은 지금까지의 일과는 전적으로 다른 일이야.”
“알아. 미안하다. 내가 다급한 지경에 이르니 너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같고. 상황이 지금에 이르러서 네가 빠지면 아무 것도 되지 않을 상황에 이른 것이기도 하고. 민지훈 사장도 네가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우리 쪽에 선 것이기도 하고.”
최유림은 장인걸이 정색을 하고 대가가 뭔지 물으니 당황하여 횡설수설 대답을 했다.
“일단 어떤 식으로든 대가는 지불해 줄 거야. 회장님도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고. 최소 10억, 시간이 흐르면 20억 정도는 될 거야. 그리고 원한다면 몇몇 중요한 업체의 지분도 줄 거야. 그 정도면 중간 보스가 명예롭게 은퇴할 경우에 해당되는 예우야. 그렇다고 조직 내부의 권한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
일종의 용병으로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려는 것 같았다. 그 정도라면 크게 불만을 가질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귀찮게 할 여지도 그리 크지 않았다. 안광현 회장이 물러나고 이치성 전무가 보스가 되더라도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평생 조폭이라는 굴레를 뒤집어쓰는 일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득을 보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아울러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분명 나중에 사법기관에 내 정체를 말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설사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조폭과 연루되어 있다고 말하는 자들도 생길 것이다. 물론 의혹 수준이고 그런 말이 돌지 않는 연예인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중견 연예인은 대부분 조폭연루설이 끊이지를 않았다. 연예계에서 활동하다보면 조폭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그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비슷한 수준의 경호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그 나물에 그 밥이라 그 업체도 그런 계통이었다. 결국 충돌을 피하려면 서로 협상을 하여 적당히 타협할 수밖에 없고 그런 행위 자체가 사실상 조폭과 연관된 일이었다.
장유현의 경우에도 조폭과 연루된 루머가 횡행하고 있었다. 그 내용이 허무맹랑한 부분이 있어 헛소문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적지 않게 연관이 있었다. 지금도 경비나 경호를 위해 적당히 계약관계를 유지하는 정도였다. 물론 장유현을 좋아하는 팬들의 눈치를 보기에 함부로 못하지만 은근히 압박을 받고 있었다.
“금전적인 보상은 그 정도면 될 것 같고 가급적이면 나에 대해 언급이 되지 않도록 했으면 해. 그리고 회장님이나 이치성 전무나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귀찮게 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지만. 그런 요구를 중간에서 형이 적당히 전했으면 좋을 것 같아.”
장인걸은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었다. 광현이파에서 돈으로 적당히 대가를 지불하는 것 외에 해줄 것이 사실 없었다.
“알았다. 문제가 없도록 정리를 할게.”
최유림은 갑자기 바뀐 장인걸의 모습이 너무나 생소했지만 불만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항하기에는 너무나 기세가 살벌했다. 고향 후배라고 만만하게 생각한 것이 오산임을 깨달았다.
히어로기획의 법인화는 장인걸이 춘천국제마라톤에 출전한 직후에 이루어졌다. 물론 사전에 정산을 하여 필요한 자금은 장인걸의 개인 계좌로 이동시켰다.
일단 지분 95%는 장인걸이 차지했고 나머지 5%는 민수길 실장을 비롯한 전 직원들에게 배분했다. 이렇게 한 이면에는 지분 100%를 혼자 보유하는 것보다 직원에게 배분하는 것이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수길 실장이 매니지먼트 사업부를 책임지고 양지원 팀장이 실장으로 진급하여 인터넷사업부를 책임지도록 합니다. 직제는 당분간 실장, 팀장, 팀원으로 구성합니다.”
장인걸은 히어로기획, 월광기획, 은마기획의 홈페이지를 모두 완성하고 프레웨이마저 오픈하자 조직을 정비했다.
“매니지먼트 사업부는 일단 지금처럼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면 되기에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물론 회사의 관리업무는 지금처럼 매니지먼트 사업부에서 담당합니다. 인터넷사업부는 회사의 홈페이지 관리, 홈페이지 제작관련 수주 및 각종 서비스, 포털인 프리웨이의 제작 및 서비스를 책임지며 각종 인터넷 관련 업무를 책임지면 됩니다. 앞으로 프레웨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기에 필요한 인원은 계속 충원해 나가면 됩니다.”
장인걸은 자신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았다. 다른 사람에게 대표를 맡길 경우 사업이 제 때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몰아붙일 필요가 있을 때 몰아붙이려면 자신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인터넷 사업부가 독립적으로 운영을 하지만 당분간 인터넷 사업부의 재무관리는 민수길 실장이 맡도록 합니다. 양지원 실장이 결재를 한 후에 민수길 실장이 전결을 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100만 원 이상의 지출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나의 결재를 받아야 집행이 가능합니다.”
“각종 기자재의 수급이 필요한데 이에 관련된 구매도 민수길 실장을 거쳐 사장님에게 올라가야 합니까?”
양지원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으로 물었다. 같은 직급인데 결재를 받는 시스템이 맘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당연히 자금관리를 민수길 실장이 맡고 있기에 결재를 거쳐야 합니다. 여기서 결재는 상사의 재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협조결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자금관리를 맡은 사람이 집행내역을 모르면 그것도 문제일 것입니다.”
장인걸은 나중에 완전한 개별사업부 독립채산제가 확립된 이후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 상황에서 경리를 별도로 둘 이유가 없기에 자신의 비서실이랄 수 있는 매니지먼트 사업부로 경리업무를 통합시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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