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94
“프리웨이는 최대한 빨리 안정시켜야 할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각 파트를 오픈을 하고 실제 운영을 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도록 합시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아무도 그런 사이트를 운영해본 사람이 없는 상황이니 사전에 아무리 대비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양지원에게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아도 일단 서비스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미 폴라텍스트에서 10대의 서버 중에 2대의 서버가 납품이 되어 운영시스템과 각종 데이터의 업로드 작업이 진행 중에 있었다. 며칠 후면 추가로 2대가 더 납품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칫 엉터리 사이트라는 이미지를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런 이미지가 생기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에러가 나서 서버가 멈추는 사태는 수도 없이 일어날 것입니다. 초기에는 서버점검중이라는 공지만 나오면서 접속이 안 되는 사태가 자주 벌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없이 완벽한 사이트 구축은 불가능합니다.”
장인걸은 아직 썩 맘에 들지 않지만 일단 각종 게시판을 계속 오픈을 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기로 했다. 물론 당장 오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점검할 것이 많았다.
특히 회원이 다수 가입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그런 문제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문제이기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장인걸이 있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도 그런대로 도출이 되었다.
기본검색기능을 갖춘 상황에서 신문기사 서비스가 가능하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이메일을 무료로 사용할 수가 있게 되었다. 특히 무료로 이메일을 사용할 수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회원가입을 했다. 또한 속속 신규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종합포털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운이 되던 서버도 차츰 안정이 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폴라텍스트에서 계속 서버를 납품하면서 동시 접속이 가능한 유저의 수를 늘린 것이 주효했다.
초기에는 몇 번 프로그램이 정지하거나 서버가 다운이 되기도 했지만 차츰 안정이 되면서 포털이나 검색사이트보다는 무료이메일 제공업체로 이름을 얻을 수가 있었다.
‘여기에 일단 소설, 웹툰을 확장하여 서비스하도록 하자. 하지만 동영상은 아직 시기상조이다. 또한 음원사이트도 준비하자. 물론 전자상거래 관련 법안이 제정되지 않았지만 쇼핑몰도 만들도록 하자. 이런 것들을 준비 되는대로 론칭한 후에 활성화가 되면 하나씩 자회사로 독립을 시키자.’ 장인걸은 선점의 효과가 크기에 무조건 개발을 진행하기로 마음을 굳혔고 인원을 채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각 기업은 막 인터넷관련 인원을 충원했다가 경제상황이 나빠지자 결국은 어렵게 구한 인원을 내보냈고 그런 사람은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 장인걸의 히어로 기획에 입사했다.
이미 한국 경제의 파국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천년만년 굳건하게 버틸 것 같은 대기업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었고 국가는 지급해야 할 채무와 지급 보증한 각종 채무를 상환할 외화가 고갈되자 결국 모라토리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국은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IMF의 실사단과 협상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급속도로 냉각이 되었고 주식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조금씩 하락하던 부동산 시장도 대폭락을 맞이하여 거래는 없고 매물만 쏟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금도 고갈이 되고 외화는 더욱더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곳곳에서 자금부족으로 인한 단기 유동성위기로 인해 흑자부도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네가 처음 말했던 게 정말이구나.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지다니.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장유현은 이미 예견을 하였지만 막상 닥치니 탄식만 하고 있었다. 은마기획을 방문한 장인걸을 보자 달리 말을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어떻게든 극복은 하겠지만 그 사이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할 것입니다. 물론 이후에도 전과 확실하게 달라질 것이고요. 사전에 제가 말한 대로 준비했기에 크게 타격은 입지 않았죠?”
“물론 그렇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굳이 먼저 저작권을 수집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건 아니죠. 음반사가 부도나면 모든 자산이 다 동결되는데 음반사를 인수해야 저작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죠.”
“하긴 그렇겠구나. 법원에서 일괄적으로 처분할 것이니 딱 집어서 저작권만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사전에 인수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겠다.”
장유현도 장인걸이 사전에 저작권을 수집한 것이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이라 판단이 들었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절차도 엄청나게 복잡해집니다. 법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고요. 언제 수의계약으로 다른 곳에 넘어갈 위험도 있고요. 돈이 조금 들더라도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죠.”
음반사가 부도가 난 후에 저작권의 가치는 더 하락할 것이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확실하게 확보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것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이제 그동안 유보했던 건물의 매입을 해야 하는데 언제가 좋을 것 같아? 아는 부동산에서 매물이 쏟아진다고 하더라.”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 때문에 건물을 사지 못하고 여태 현금을 보유한 상황이었다. 경제위기가 표출이 된 지금이 건물을 구입할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아닙니다. 겨울이 지나 꽃이 필 무렵에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살아남은 기업의 주식에도 일부 투자하면 돈이 될 것입니다.”
장인걸은 모든 자금을 부동산에 묻어둘 생각은 없었다. 곧 다가올 IT 버블에서도 한 몫 잡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가용한 현금을 확보해 두어야 했다.
“그래서 앨범도 발표하는 것이야?”
“1집보다 못할 것이지만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더구나 음반은 소품이기에 소비가 줄어도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1집의 절반만 팔려도 어느 정도 돈이 될 것입니다.”
현재 장인걸은 대략 25억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꽤나 큰 금액 같지만 그 돈으로 조금 괜찮은 건물 한 채를 사면 사라질 금액이었다. 주택이라면 여러 채를 구입할 수 있지만 당장 자금이 묶일 수가 있었다. 물론 그것을 담보로 하여 융자를 받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유동성이 저하될 수가 있었다.
“그렇기야 하겠지. 노래만 좋으면 오히려 세 개 살 때 하나 사는 것이니 타격이 없을 수도 있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판매는 조금 저조하겠지.”
“그거야 어쩔 수 없죠. 하필이면 제일 어려운 시기라니, 참.”
장인걸은 겨울에 어울리는 노래가 있어야 연말행사에 나가 노래를 부를 수 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아이돌 가수는 활동기와 휴식기를 구분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저 행사에 초청을 받으면 나가서 노래를 불렀다.
장인걸은 앨범 작업을 하면서도 학과 공부를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당장 2~3주 후에는 기말고사를 봐야 했기에 그동안 밀린 공부도 해야 했다.
“계속 학교에 다닐 생각이야?”
모처럼 유진영 교수를 방문했다. 학교 광고모델 관련하여 논란이 있었지만 원활히 해결이 된 후에 연구실을 방문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학생이 학교에 다녀야죠.”
“하긴 중간고사 결과를 살펴보니 아주 열심히 공부한 것 같아. 아주 답안지가 훌륭한 것 같더라.”
장인걸은 일종의 관심학생이나 마찬가지였고 장인걸이 수강하는 전공과목 두 개의 답안지는 사실상 모든 교수가 돌려보면서 제대로 공부했는지, 평가가 공정했는지 자체 심의를 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학생보다 훨씬 실력이 좋은 것이 드러났다.
“답지를 돌려보면서 채점이 제대로 되었는지 심사했다고 들었습니다. 몇몇 학생들이 성적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고요.”
중간고사 성적을 수업시간에 밝혔다. 물론 완전공개가 아닌 자신의 성적만 통보를 했는데 장인걸에게 특혜를 주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답안지를 공개까지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인걸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답지를 보여주어도 좋다고 했고 그 결과 의혹을 제기했던 자들이 유언비어를 유포했다고 오히려 면박을 당한 실정이었다. 일부는 그런 상황에 더 격분하여 앙심을 품기도 했다.
“하여간 너도 문제야. 너무 강해. 너무 자존심이 강해.”
“제가요? 학교생활에 충실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그게 바로 문제야. 남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있잖아. 사회에서 제일 싫은 놈이 뭔지 알아? 일 못하는 놈? 욕심 많아 뒤로 나쁜 짓 하는 놈? 다 아니야. 바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이야.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밑에 두고 싶어 하지 않아. 그런 사람은 옳은 소리 아니면 말 발이 먹히지가 않거든.”
유진영 교수의 말에 장인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지기 싫은 성격 때문에 책잡히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있었다.
“적당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도 생각해 봐. 그보다 네가 만든 회사인 히어로 기획의 홈페이지를 참 잘 만든 것 같던데 누가 만든 거야?”
“처음에는 직원 다섯 명 고용하여 만들었고 지금은 인터넷 관련 직원이 열일곱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열일곱 명,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기껏 홈페이지 관리하는 직원을 그렇게 많이 뽑아?”
장인걸은 자신이 프리웨이를 만든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 홈페이지를 관리할 인원은 많아야 두 명이면 충분했다.
“아, 제가 프리웨이라는 포털 사이트를 만든 것은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혹시 보셨습니까?”
“뭐라고? 프리웨이를 네가 만들었다고? 국내 최초의 포털 사이트이자 무료 이메일 제공 사이트를? 어디서 기술을 확보해서? 검색엔진이나 이메일 발송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한 것 같던데. 그것 때문에 컴퓨터 관련 학과에서는 사이트를 분석하는 등 난리가 난 것 같던데.”
유진영 교수가 고함을 치듯이 반문을 했다. 너무나 격렬한 반응이라 오히려 장인걸이 놀랄 지경이었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했죠. 제가 각종 소프트웨어의 구조를 설계하고 기술자문을 좀 했지만요. 기존에 나온 소프트웨어를 참고하여 만들었죠.”
“정말이야? 이거 정말 천재인데.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최고의 천재. 다들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데. 미국의 야후보다도 더 첨단의 기능을 구현했는데 네가 했다니. 그러면 서버 제조회사에 투자한 것도 사실이야?”
유진영이 허탈한 표정이 되어 장인걸을 보았다. 프리웨이를 개발한 인물이 장인걸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지금 국내 몇 군데서 포털을 준비하고 있지만 검색엔진이나 이메일 발송프로그램에서 막혀 헤매고 있는데. 짧아도 3개월은 있어야 오픈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유진영 교수의 말에 장인걸은 그 기간이 프레웨이에 주어진 황금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 동안 착실하게 선점의 효과를 이용하여 입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유진영 교수는 장인걸이 프레웨이를 만들었단 사실을 알게 되자 여기저기 알렸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학교 전체에 알려지게 되었고 컴퓨터와 인터넷에 관심이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만나려고 찾았다.
일과시간이 끝났지만 최유림은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안광현 회장이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옆에서 수행해야 했다. 더구나 관내의 거래처 사장과 사업적인 만남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라 술자리가 길어지면 12시 넘게 잡혀 있을 수도 있었다.
“이민석 사장이 누구에요?”
옆에서 비서인 조성한이 물어 왔다. 안광현 회장이 만나기로 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저기 시장통에서 생선장수를 하는 사람이야. 우리 업소 몇 군데에 생선이나 각종 젓갈을 넣고 있지. 일종의 접대야. 그렇다고 만나지 않으면 서운하게 생각하니 나가야지.”
급이 맞지 않는다고 하여 거래처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였다. 만나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맡겨 놓으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릴 수가 있었다. 한 달 거래 물량이 최소 1억 원을 넘기는 중요한 거래처였다.
“동정홍에서 만나는 것이 나은데···.”
“날 잡아서 크게 대접한다고 하는데 그냥 밥만 먹고 헤어질 수는 없는 일이지. 그러면 뭔가 서운하게 한 것이 없는지 오히려 불안하게 생각할 거야. 그러니 식사를 하고 룸살롱까지 가야지. 거기도 적당히 장사를 시켜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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