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95
최유림은 접대가 다반사이기에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사무실에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일곱 시가 넘어가자 안광현 회장과 같이 사전에 예약이 된 인근 회집으로 가서 이민석 사장과 같이 식사를 했다. 아홉시 정도까지 반주를 곁들여서 자리를 같이 했다.
접대는 1차 회식, 2차에 룸살롱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초저녁부터 룸살롱으로 가는 경우는 없었다.
식사 자리를 정리하고 룸살롱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가까운 거리였다. 안광현 회장이나 이민석 사장은 술이 얼큰하게 올라왔는지 가다가 커피까지 한 잔 하기도 했다. 술을 깨야 본격적으로 마실 수 있다면서 근처의 다방에 들리기도 했다.
그들이 룸살롱에 들어가자 사전에 예약을 해놓은 특실로 안내가 되었다. 놓인 의자에 다 앉으면 20여 명 가까이 앉을 정도로 넓은 특실이었다.
룸살롱의 문화는 동일했다. 사전에 자리마다 음료수와 각종 잔이 세팅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시원한 물수건을 세팅하여 손을 닦도록 했다.
곧 주문이 이루어지고 여자 접대부 선택이 이루어졌다. 물론 사전에 룸살롱의 마담이 알아서 안광현 회장을 시중들 사람은 선택하여 앉게 했고 접대를 하러온 이민석 사장이나 김기정 실장의 파트너를 선택했다.
평소라면 자금을 담당하는 경리부장 이찬혁이 참석을 했겠지만 그날은 일이 있어 오지 못한 관계로 최유림도 그 자리에 꼽사리를 끼어 마지막으로 상대를 선택했다.
‘하여간 이런 자리는 시중드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여자의 계급이 정해지는군. 내 옆에 앉은 것이 죄네. 나이는 가장 많아 보이는데 온갖 수발을 다 들어야 하니.’ 최유림의 옆에 앉은 여자가 과일을 깎고 각종 안주를 세팅하는 등 잡다한 심부름을 다 하고 있었다. 높은 사람의 파트너가 되면 꼼짝하지 않고 파트너 시중만 들면 되는데 막내인 최유림의 옆에 앉은 탓에 온갖 심부름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게 술이 몇 잔 돌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안광현 회장은 술자리에 다른 남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질색하기에, 심지어 웨이터도 오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기에, 밴드를 부르지 않았다. 그저 노래방 기계의 반주만으로 여자들이 노래를 불렀다.
최유림도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노래를 두 곡 가량 불렀다. 그럴 때 조성훈이 들어와서 신호를 보내기에 밖으로 나갔다.
“일반전화가 끊어졌습니다. 일단 급하게 입구를 차단했지만 언제 뚫릴지 모릅니다.”
복도에 나가자 조성훈이 심각한 어조로 그 사실을 말했다. 순간 최유림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경호원들과 종업원 일부가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 쪽에 몰려가 있었다.
상황이 급한 것을 알기에 바로 룸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노래를 멈추게 했다.
“습격입니다.”
그러자 안광현 회장이나 김기정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접대를 하던 이민석 사장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각자 휴대전화를 꺼내어서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지하라서 휴대폰이 연결되지 않았다. 최유림이 입구 쪽으로 이동하자 휴대폰의 다섯 개의 안테나 중에 세 개가 나타났고 다행히 전화가 걸렸다. 우선출 이사에게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민지훈에게 전화를 했고 상황을 알리면서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 후에 최유림은 장인걸에게 전화를 했다. 그 때 밖에서 뭔가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화유리로 된 문을 부수는 소리 같았다. 경호원들은 이미 몇 가지 무기를 챙겨 싸울 준비를 했다.
최유림은 겨우 위치만 알려주고 빨리 오라고 말한 후에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핸드폰이 통화가 되어 구원요청을 보낼 수가 있었다. 지하라서 연락이 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었다.
세상이 어수선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장인걸이 특별히 무엇을 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학교 수업이 없는 수요일이기에 문라이트와 약속을 잡아 아침부터 각종 악기 세션의 녹음을 진행하였다. 그러다가 다들 지쳐 보이는 것 같아 적당히 마치고 노래의 녹음도 일부 진행했고 저녁 먹고 나서는 낮에 녹음한 것을 편집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10시가 되자 다음 날을 위해 작업을 정리하고 직접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밤이 늦은 시간이고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인지 차가 줄어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아 집에 도착했다.
막 씻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최유림의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급하게 연락을 한 것 같았다.
“급하다. 지금 동정홍 옆에 있는 정민이라는 지하에 있는 룸살롱인데 봉쇄를 당한 것 같다. 약속이 있어서 회장님이랑 왔는데 밖에서 뚫고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다. 일반 전화는 이미 차단이 된 것 같아.”
최유림이 평소와 달리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목소리가 뚝뚝 끊어지고 음감도 좋지 않았다. 보통은 공중전화를 이용하여 전화를 했는데 그런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
“알았어요. 근처로 가서 상황을 살필게요. 다 연락은 했나요?”
“그렇게 했는데 모르겠다. 낌새가 심상치 않아 살피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
장인걸은 모자가 있는 점퍼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챙긴 다음에 바로 출발을 했다. 미적거리다가 늦을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의 차이로 생사가 갈릴 수도 있었다.
“사장님, 연락 받았죠?”
장인걸은 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급하게 핸드폰으로 민지훈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라도 연락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연락은 받았는데 일단 준비는 하고 근처로 이동 중인데 상황이 어떨지 몰라 걱정입니다.”
“가급적이면 차로 바로 앞까지 가도록 하죠. 봉쇄가 되었다면 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몇 군데 습격을 받아 조직원을 분산시켰을 것입니다.”
“접근하기 어렵도록 차로 막은 것 같아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서 직접 돌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오세요.”
우선출 이사나 주변 누군가가 상황을 이상하게 만들 소지가 컸다. 알면서도 이런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장인걸은 전화를 끊고 최대한 빠른 길로 이동을 했다. 큰 도로가 아닌 지름길도 알기에 그 길로 이동했다.
‘미친, 설마 차가 접근 하지 못하도록 곳곳에 하수도 공사로 위장하여 봉쇄할 줄이야. 첩보영화가 따로 없군.’ 목적지와 500여 m 떨어진 지점에서 길 가운데 있는 맨홀 주변에 공사표지판을 세우고 야광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동정홍 인근으로 가는 방향의 길을 막고 있었다. 심지어 차가 돌진하지 못하도록 길 가운데 트럭까지 세워놓고 있었다.
노무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건장한 청년 다섯 명이 모여서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 명은 경광등을 들고서 길을 가로막고 다른 길로 가라고 유도하고 있고 나머지 넷은 몽둥이까지 들고 있었다.
‘방법이 없군.’ 장인걸은 일단 차를 한적한 골목으로 몰고 들어가서 비어있는 자리에 주차했다. 마스크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쓴 다음에 점퍼에 달린 모자를 눌러썼다. 그런 다음 손바닥 부위에 빨간 코팅이 된 작업용 목장갑을 끼었다.
장인걸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공사장을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장인걸이 다가올 때부터 방어 진형을 갖춘 자들이 막아섰고 장인걸은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막아.”
장인걸이 통과하려는 순간 그들은 정체를 드러내고 장인걸에게 몰려들었고 장인걸은 바로 솟구치면서 그들을 향해 돌려차기를 했다. 그들은 숫자를 믿고 느슨하게 어슬렁거리면서 준비를 했는데 장인걸이 민첩하게 움직여서 공격하자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장인걸은 시간이 없기에 그대로 달려들어서 모조리 머리를 가격하여 혼절을 시켰다. 바닥에 나뒹군 자들은 일어나지를 못했다. 무기를 들고 설치는 자들을 상대하는데 맨손으로 상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바닥에 구르는 몽둥이를 하나 챙겼다. 당장 급하기에 그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고 동정홍의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골목마다 서너 명씩 조를 이루어 접근하는 사람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들을 만나 모조리 눕히는데 1~2분씩 소요가 되었다. 마음은 급한데 방해를 하니 짜증이 났지만 돌파하는 것 외에 방도가 없었다. 골목마다 차량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화물차로 가로막고 있었다.
장인걸은 동정홍이 보이자 속도를 높였고 한쪽에서 이미 20여 명의 청년들이 드잡이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광현이파 조직원이나 민지훈의 조직원이 당도하여 돌파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로 대치를 하면서 일진일퇴의 공방만 주고받고 있었다.
순간 장인걸은 동정홍이 아니라 그 옆 건물에 있는 정민이라는 룸살롱을 향해 달려갔고 장인걸이 나타난 것을 발견한 자들 십여 명이 가로막았다. 20여 명의 인원이 공방에 참여하지 않고 정민 룸살롱의 입구를 에워싸고 있었다.
장인걸은 상황이 급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기에 달려가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도약을 하여 가로막는 자들을 향해 돌진 했다. 몽둥이나 쇠파이프 같은 무기를 든 자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했지만 장인걸은 들고 있는 몽둥이를 이용하여 적절히 쳐내면서 발을 휘둘러 공격까지 했다.
장인걸은 이미 공력을 운용한 상태였기에 그들의 공격이 아주 느리게 보였고 그 사이를 뚫고 공격하는 것은 어렵지가 않았다. 더구나 서너 명이 동시에 공격을 하는 상황이라 서로 공격이 뒤엉킨 상황이라 상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주로 몽둥이나 발로 가슴팍을 가격당한 자들은 차에 받힌 것처럼 3~4m를 그대로 날아가서 바닥에 뒹굴었다. 더구나 그 뒤를 따라서 오던 자들마저 그들과 충돌하면서 바닥에 쓰러졌고 바닥에 착지한 장인걸은 열려있는 룸살롱의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장인걸을 막기 위해 서너 명이 달려들었지만 그들은 잠깐의 시간을 지체시키는 것에 불과했지 장인걸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장인걸이 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상대가 가격당해 그냥 바닥으로 굴렀고 설사 각종 무기로 막았다고 할지라도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28명인가? 많이도 쓰러뜨렸군. 주변을 봉쇄한 자들까지 합하면 총 100여 명은 동원이 된 것 같은데. 이렇게 사람이 몰려와서 봉쇄작업을 하는 동안 몰랐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군.’ 장인걸은 자신이 돌파한 숫자를 헤아리면서 상황을 가늠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바닥에 나뒹군 자들일지라도 추가적인 공격을 해서 혼절을 시켰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막아설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장인걸이 안으로 들어가자 칼을 든 자들이 공격을 해왔고 보이지는 않지만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장인걸은 급하기에 그냥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몇 명을 처리하면서 계단을 내려가 내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를 사이에 두고 활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작 10여 m를 전진하는데 여섯 명을 상대해야 했다.
좁은 복도에서 경호원과 일부 종업원이 결사적으로 저항을 하기에 밀리지 않고 있었다. 숫자를 늘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밖에서 부딪친 자들에 비해서 실력이 확실히 뛰어난 자들이었다. 민지훈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마태욱 정도는 되는 실력을 보유한 자들이었다. 아마도 밖에 있는 자들은 하급 조직원이고 이들이 바로 주축으로 보였다.
장인걸이 뒤에서 나타나자 앞에서 싸우던 자들 다섯 명 정도는 포위를 당한 상황이라 당황하기 시작했고 한 사람이 뒤돌아서서 장인걸을 막아 왔다. 장인걸은 그자를 향해 몽둥이를 그대로 휘둘렀다.
일명 사시미라 칭하는 회칼을 들고 장인걸을 공격하던 자는 장인걸이 휘두른 몽둥이와 칼이 부딪친 순간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해 복도의 벽에 부딪쳤다. 그 순간 장인걸은 휘두르던 몽둥이를 앞으로 쭉 뻗어 그대로 명치끝을 가볍게 가격했다. 그러자 혼절을 하여 그대로 바닥으로 주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장인걸은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그 뒤에서 달려드는 자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상대가 급히 멈추면서 뒤로 몸을 빼자 휘두르던 몽둥이를 멈추면서 그대로 내뻗었다.
휘두르던 것을 멈추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휘두를 때 이미 예상을 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피하려던 자는 몽둥이를 향해 회칼을 휘둘렀지만 힘으로 막을 수는 없었고 결국 가슴팍을 가격당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자는 서너 걸음 물러나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자들에게 뒤통수를 가격당해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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